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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취재

현대카드 최수진: the Secret

 

제목 그대로 비밀스러웠던.

 

 

  댄싱9’에서 사랑을 받았던 무용수들이 김수로의 지휘 아래 한 자리에 모였다. 이번 댄싱9 시즌3는 이전 시즌들의 주역이 모두 모였던 시즌이었지만 예전과는 달리 종방 뒤 갈라쇼가 진행되지 않았던 터라 팬들의 아쉬움이 컸다. 팬들의 아쉬운 눈초리를 읽기라도 한 듯 김수로 마스터는 컬쳐 큐레이터로 변신, 사랑 받았던 댄서들을 쏙쏙 골라 현대카드 언더 스테이지에 새로운 무대를 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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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수진: the secret’은 김수로의 세 번째 춤 프로젝트로 최수진뿐 아니라 하휘동, 이선태, 손병현, 홍성식, 윤전일까지 현대 무용, 비보잉, 하우스, 발레 등 여러 장르에 자태를 뽐내던 이들이 함께 했다. 여기에 김수로는 레드 팀의 안무 디렉팅을 맡았던 우현영 마스터를 섭외, 예술감독자리를 그녀에게 맡겼다. ‘댄싱9’을 오래 봐왔던 애청자들이라면, 참으로 구미가 안 당길 수 없는 레드 팀과 블루 팀의 조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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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목이 알려주듯 무대는 비밀로 뒤엉켜 있다. 비밀에 얽히고 설킨 남녀들이 서로 마주치는 과정들을 춤으로 그려냈다. 그래서였을까? 그들의 첫 움직임은 조용하고 은밀했다. 한 여성이 비닐을 쓰고 걸어 나왔고 그녀가 비닐을 찢는 것으로 극은 시작한다. 조용했으나 파격적이다. 그를 기점으로 남성들이 무대에 등장하며 각자의 존재감을 알렸다. 조용한 시작과 달리 이어지는 퍼포먼스에는 에너지가 넘쳤다. 특히 정혜민과 최수진의 대립적인 구도가 관객들의 시선을 앗아갔다. 제각기 뽐내는 여성적인 선에 감탄을 표하다가도 서로를 잡아 먹을 듯 쳐다보는 두 여자의 기 싸움에 몸이 저절로 움츠러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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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반은 여성들의 기 싸움이 무대를 뒤흔들었다면 후반부에는 남성들 간의 견제로 분위기가 팽팽해진다. 하지만 이들이 무슨 비밀을, 왜 캐려고 하는지는 알 수 없다. 시놉시스에도 ‘비밀’에 둘러싸인 사람들로만 무용수들을 소개한다. 관객들은 그저 무용수들의 움직임을 보며 상상할 뿐이다. 그래서인지 최수진의 ‘the Secret’은 아침 드라마부터 추격 액션물, 격정 멜로물까지 짧은 시간에 다양한 장르를 오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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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이 끝나고 나서 객석은 조용했다. 물론 박수와 함성은 터져 나왔지만 글쎄 조금은 그 소리가 약했다. 오히려 객석에서는 소근거리는 대화 소리들이 이곳 저곳서 들렸다.. ‘주인공이 누구였네, 어떤 사이였네’ 제각기 공연을 보며 해석한 내용들을 가지고 갑론을박을 펼치느라 다들 정신이 없다. 음악과 춤을 통해 생성해 낸 묘한 분위기가 나쁘지 않았지만 의미하는 바를 한 번에 이해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일반 대중들에게 무용을 쉽고 재미있는 모습으로 보여주었던 ‘댄싱9’에 비해 이번 무대는 화려한 춤과 다소의 현학성에 무게를 둔 것 같아 묘한 아쉬움이 남았다.

 

현대무용과 발레, 하우스, 비보잉 등 다양한 장르들이 어우러져 눈의 행복만큼은 확실히 보장한다. 돌출형 무대와 공연장 구석구석을 누비며 시신경을 자극한다. 다만, 무대의 활용은 좋았지만 좌석과 무대가 상대적으로 매우 가까이 있어 배우들을 한 눈에 포착하기는 힘들었다. 요리조리 목을 잘 꺾어야 했지만 배우들의 탄탄한 몸매(물론 초점은 이것이 아닙니다만)와 멋진 안무가 눈을 호강시켜준다면 한 시간쯤의 목 아픔이야. 그 즐거움에 비할 수가 있을까. 무대를 내려와 객석 앞으로 지나다니는 배우들의 탄탄한 모습에 그저 마음이 설레었을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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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입장벽을 낮추기 위한 여러가지 해석법이 제시되고 있지만, 아직까지 대중에게 무용은 꼭꼭 씹어주지 않으면 소화되기는 어려운 장르다. 기대가 다소 컸던 탓일까. 어쩌면 해석론적 접근에 대한 지양이 이번 극의 주요한 주제 중 한 가지 일지도 모르겠다. 머리가 아파오지만 이런들 어떠리 저런들 어떠리. 댄싱9의 멋진 무용수들을 다시 본 것만으로도 좋은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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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홍혜원(hyewon021@onair168.com)

사진 : 김수진(sjjj455@onair168.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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