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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외로이 남겨진 168의 패잔병들>

 

“엉엉”

 

모두가 성스러이 여기는 금요일 저녁. 어느 한 사내가 168의 작업실이 떠나가도록 울음을 그치지 않았다.

 

“게 누구냐”

 

편집장은 작전주라도 털린 마냥 세멘 바닥에 고개를 푹 떨구고 있는 한 사내를 발견했다.

 

“자네는… 유공!”

 

유공은 문화지168의 전략기획팀장으로 주로 피드백을 줄 수 없는 참신하다 못해 정신 나간 기획으로 유명한 인사다. 매주 금요일이면 클러버로 변신한다는 소문이 파다한 그가 7시가 넘도록 이곳에 있다니 이것은 잘못되어도 크게 잘못된 것이리라.

 

“불금을 보낸다기에 약주 한 잔 청하지 않았거늘 어찌 이리하고 있는 것이오.”

 

“소인… 병신년 첫 라이브 클럽 데이에 소인의 족적을 남기고자 하였으나, 공력이 부족하여 어느 곳으로 향해야 할지를 모르겠나이다.”

 

“허허 어찌 그런 말씀을 한단 말이오. 단돈 3만원이면 홍대를 유람할 수 있는 기회인데 무엇이 그리 고민이란 말이오”

 

“소인… 그동안 취재라는 명분으로 금요일 저녁마다 홍대를 누볐사오나, 부족한 소인의 귀에는 그저 그들만의 외침과 자기만족에 얽혀진 형이상학적 무대만이 남아있었사옵니다.”

 

“허허… 공의 말씀도 일리는 있으나, 아직 모든 무대가 그리된 것은 아니오 아직 나에게는 13팀의 8시타임 밴드들이 남아 있소.”

순간 불타는 금요일의 희망을 되찾았는지 유공은 자리에서 빠르게 일어나 편집장의 귀에 속삭였다.

 

“삼삼이네 3인분 소주 어떻사옵니까?”

 

 <익히 안정적인 선택 '만쥬한봉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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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원 들으러 오세요 - 만쥬한봉지-

02.jpg익히 알다시피 안정적인 라이브와 가뿐히 밴드 사운드를 뚫고 나오는 보컬이 매력적이다.

 

 편집장은 걸음을 재촉했다. 오랜만에 라이브 클럽 데이에 참전한 그로써는 유튜브와 음원으로만 들었던 신예들의 무대에 묘한 기대감과 원색을 찾아내겠다는 소명의식이 번뜩였다. 그동안 사물의 폐단으로 끔찍한 결과만을 보아왔던 유공은 오늘이야말로 회사에서 말하는 로큰롤의 주지육림에서 천수를 누리리라 마음먹었다.

 

“이곳이라네”

 

 에반스 라운지의 구조는 조금 독특하다. 입구를 기준으로 무대가 ㄱ자 구조이기 때문에 우측에 자리잡은 건반맨은 자연스럽게 외면할 수밖에 없었다. 보컬인 만쥬의 성량이야 익히 알고 있던 터, 봇짐을 내려놓고 잠시 귀를 기울였다. 뛰어난 진행 멘트는 자연스럽게 무대에 대한 몰입도를 높였고 이러한 기대감 속에서 공연이 시작되었다. 하지만 ‘남자들 참 이상해’를 들으며 편집장과 유공은 서서히 자리를 불편해하기 시작했다.

 

“편집장님 이거 편집장님 저격 송 아닙니까?”

 

이윽고 유공이 선제 공격을 내뱉었다. 당황한 편집장은 강렬하다 못해 공격적인 빌리진의 리프가 울려퍼지자.

 

“우리 잭슨 형은 이렇지 않아”

 

황급히 에반스 라운지를 나와버렸다.

 

 <마주 본 패배주의적 감성 '중식이 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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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을 지나 저 깊은 어둠 속으로 진입하면

 

“어디로 데려가시는 겁니까! 여기 들어가도 되는 거 맞죠?”

 

05.jpg산엄한 FF 문지기들의 검문을 거쳐 어둠속으로 돌진. 유공은 입구에 붙어있는 ‘ENTRANCE’가 보이진 않는지 걱정에 걱정으로 꼬리를 물었다.중식이는 작년에 국내에서 가장 오래된 오디션 프로그램인 슈퍼스타K에 출연하면서 인지도를 많이 높인 밴드로 독자들에게도 익숙할 터. 한 번쯤 진실에 기반해 이 표현을 쓰고 싶었는데 정말 발 디딜 틈이 없었다.

아이폰6s와 개인 번호를 선물하겠다며 베이시스트 박진용을 담보로 한 편의 인질극이 벌어지고 있었는데, 이윽고 ‘찌질함’을 직설적으로 풀어내는 가사들이 이미 유공의 정신을 쏙 빼 놓았다. 평소 진성 찌질은 쿨함을 내포하고 있다던 그의 감성에 직접적으로 와 닿는 듯 했다. 잠시 공연에 빠져 있다가 아찔한 FF 남자 화장실 냄새가 그의 전두엽을 강타하여 정신이 번쩍 들었는지

 

 

 

“편집장님 저는 이런 문화컬쳐라면 충분히 연남동 형들한테 많이 당했습니다.”

 

“까다로운 자식…”

 

편집장은 그의 마음속에 품고 있던 원초적 감성에 호소하는 뮤지션이 필요하다는 진단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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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생태계 교란종 '아이엠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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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시~21시 타임 통틀어 가장 빛났던 무대는 아이엠낫이다.

 

 KT&G 상상마당에서 무수한 여성 팬들 앞에서 제임스딘 마냥, 잘생김을 전도하고 있는 임헌일과 남자들에게 더 인기가 많은 야수성 짙은 베이시스트 양시온, 노래도 잘하는 드럼 김준호의 아이엠낫은 3인조의 정석이라 할 수 있는 탁월한 사운드 밸런스와 뛰어난 연주력은 물론, 지미 헨드릭스의 그것을 연상케하는 강렬한 기타 리프와 솔로잉을 장착하였고, 이에 뮤즈를 떠올리는 디스토션 기반 베이스 사운드를 한겹 더 얹어 유래없는 생태계 교란종으로 재탄생했다.

 

“아니 음원으로 이 정도는 아니였는데”

 

“이정도 생태계 교란종이면 편집장님도 인정하셔야 될 것 같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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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것이 걸 크러쉬 '에고 펑션 에러'>  

(왜 굳이 각종 커뮤니티에서나 쓰는 일본어를 앞에 붙였냐면, 그것은 이들의 인상과 밀접한 연관성이 있기 때문)

 

“이제 소주 먹어도 될 것 같은데 어떻습니까? 라클데의 8시 타임이 꽤나 인상적이라는 것을 깨 달았습니다.”

“하하, 하지만 아직 한 팀이 더 남아있다네, 이 팀은 라이브를 한 번도 본 적이 없어서 확신은 없다만, 내가 본게 맞다면 물건은 물건일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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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버드를 종착역으로 설정한 이들은 FF쪽으로 돌아와 유유히 골목길로 접어들었다. (프리버드가 찾기 어렵다면 ‘AA디자인 뮤지엄’ 이나 ‘LION’S DEN‘을 찍고 가길 바란다. 정확히는 저 사자굴 옆 지하에 있다.)

마치 이슬람 사원같은 내부와 향초 냄새는 처음 방문하는 이들에겐 당혹감을 줄 수 있지만, 마치 타락천사와도 같은 야누스적인 분위기가 프리버드의 매력이라고 할 수도 있겠다. 당장 알라딘이라도 나올 것 같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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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은 한 소녀가 그로울링을 하고 있는 장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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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느엉하세용(그녀의 톤은 솔을 넘어 라 정도 되는 것 같다)”

 

 에고펑션에러를 처음 마주한 인상은 일본 애니메이션에 나오는 스쿨걸 밴드 같은 느낌이었는데.  어딘지 모르게 일본 애니메이션에서 튀어나온 듯한 덕스러움은 유공을 순식간에 사랑에 빠지게 만들었다. 밴드의 보컬인 김민정은 어딘지 모르게 코트니 러브가 생각나기도 하고 DC코믹스의 ‘할리퀸’이 생각나기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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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렬하게 몰아붙이는 드럼에 반해 SG기타가 꽁기꽁기한 소리를 내는데 기타 소리에 잠시 집중하다가도 마이크 줄을 돌돌 얼굴에 감아 버리는 보컬 때문에 이성적인 판단은 모두 마비되고 말았다. 그녀는 삐삐밴드의 이윤정 누나를 생각나게 하기도 하고, 마치 사랑에 빠졌는데 이 여성을 정말 좋아하는지 아닌지 헷갈리던 20대의 어느 날이 생각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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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후에도 우리는 성공한 덕후의 한 분으로 유공이 존경을 쏟아내는 고상지를 만나러 벨로주에 갔으나, 예술의 전당에 온 듯한 엄숙함에 발길을 돌려야만 했다.

 

“유팀장 우리는 안되나 보다. 저런 분위기도 가끔은 견뎌야 하는데…”

“어쩌겠습니까. 저희는 삼삼이나 가시죠.”

 

둘은 고깃집에 앉아 한때는 3,300원이었던 생고기를 기리며 우리도 이제 아제 아니냐며 소주 잔을 기울였다.

 

“오늘도 좋았지만, 다음 달엔 1주년이라는데 조금 더 기대를 해보아도 되지 않겠어? 하하.”

 

전민제(applause@onair168.com)

 

 

 

 

 

 

 

  ▶이것은 한 소녀가 스스로 팽이가 되는 장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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