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랜필드 투어공연 중간점검
“아, 이름 따라 가나 봐요. 괜히 표류기라 지었어. 어떡해.”
응? 잘 다녀온 줄 알았는데...?
크랜필드는 표류 없이 ‘표류기’를 잘 마칠 수 있을까?
무대 위에서만 마주치던 아티스트들. 우리는 그들이 무대 뒤에서, 아래에서 어떻게 지내는지 알고 싶었다. ‘168밀착’이라는 이름 하에 민낯의 아티스트 모습들을 독자들에게 전하기 위해 168은 그들의 옆을 따라 붙었다. 첫 타자는 이미 문화지168 봄호 루킹포루키서 인연을 맺었던 크랜필드! 쌩판 모르는 사람의 맨얼굴을 밝혀내자니 민망했던 탓에 조금이나마 면식이 있던 이들에게 청했다. 마침 크랜필드가 전국 5개 도시 투어공연을 떠나기 전이었으니 이렇게 좋은 타이밍일수가. “저기…. 우리 같이 갈까?” 소개팅 상대에게 수줍게 2차를 권하듯, 우리는 크랜필드에게 조심스럽게 손을 내밀었다.
크랜필드의 맨얼굴을 슬슬 살펴보고자 함께 하던 차, 그들의 전국투어 중 세 공연이 벌써 막을 내렸다. 31일, 1일에 열리는 대전, 광주 공연만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여태까지 그들의 ‘표류기’가 어땠는지 궁금했다. 여기에 투어를 동행했던 편집장이 감질나게 조금씩 들려주는 후일담에 궁금증은 더 늘었고 갈증은 극에 달했다. 대체 무슨 일이 있었기에 그들은 영혼의 소울 메이트가 되어 온 걸까. 투어가 끝나고 만나보려 했지만 참을 수 없는 궁금증에 대전으로 내려갈 채비하고 있는 크랜필드를 살짝 불러내봤다.
- 잘 다녀온 줄 알았더니?
“하하, 이름 따라 가나 봐요.”라니. 하하 호호 재미난 일이 가득한가 싶었는데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여정이 순탄치만은 않았나보다. 때마침 태풍이 연달아 몰아쳐 제주도에서는 말 그대로 떠내려갈 뻔도 했다고. 이래서 제목이 중요한 걸까? 절묘하게 찾아오는 태풍 탓에 때 아닌 이름 짓기 논쟁이 일기도 했다. 아무튼 아직까지는 떠내려 갈 ‘뻔’만 했고 무사했다는데...
- 혼자 가더니 다섯이 되어 돌아왔네. (feat. 전민제 편집장)
이 날 인터뷰에서 가장 돋보였던 건 보컬 성혁씨와 전민제 편집장의 찰떡궁합이었다. 두 사람은 만담을 나누는 듯 인터뷰 중간에도 서로 주거니 받거니 말을 던졌다. (인터뷰가 끝난 뒤에도 두 사람의 대화가 끊이질 않아 다들 자리에서 일어나지 못했다는 후문이.) 분명 대구에 가기 전 날만 하더라도 양쪽 모두 걱정이 많았는데 인터뷰에서는 도통 그런 기미가 보이질 않았다. 칭찬 일색이었다. 아, 딱 한 가지. 패션에 민감한(?) 크랜필드에게 편집장의 현지인 특화패션(반바지+반팔+모자)은 참기 힘들었나보다. 좋았다는 말을 연발하던 광수씨가 묵묵히 한 마디를 던졌다. “정말 모자 빼고는 다 괜찮았습니다.”
투어의 중반을 넘긴 크랜필드는 여유가 생긴 만큼 남은 투어들을 좀 더 꼼꼼하게 즐기려 한다고 밝혔다. 이전 공연들로 긍정적인 기운을 흡수했다던 크랜필드가 남은 공연들은 어떻게 마무리 지을지 기대가 된다. 투어 공연 안에서 공연과 음악을 하는 이유를 찾으며 자신들의 길을 찾고 있는 크랜필드. 이들이 표류 없이 표류기를 잘 마무리 지을 수 있기를 다시 한 번 바라본다.
글 : 홍혜원(hyewon021@onair168.com)
사진 : 김수진(sjj455@onair168.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