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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로 앨범으로 돌아온 ‘윤덕원’
가을밤, 자리에 누울 때마다 우리의 마음에
최루탄을 날릴 윤덕원을 만났다.
1. ‘켠김에 왕까지’를 봤다. 옛 동료(?)들과 조우하는 모습도(웃음). 파랜드 택틱스를 했는데, 꽤 잘했다. 평소에도 게임을 즐기는 편인가? LOL이라던가?
아니다. 굉장히 못한다(웃음). 게임도 안하고… 단지 뭘 하면, 집중력이 좀 높을 뿐이다. 핸드폰 게임정도 하고, 온라인 게임은 배운 적도 없을뿐더러, 대세 게임이라는 LOL도 잘 모른다. PC 게임은 MAC을 사용하다보니까 설치 할 수 있는 것도 없고…, 무엇보다 게임을 여유롭게 할 시간이 없다(웃음).
2. 그러면 게임 말고 평소에는 어떤 걸로 스트레스를 푸는가?
잠을 잘 수 있다면 잔다(이 날도 윤덕원 씨는 밤샘 녹음 후, 인터뷰에 응한 상태). 아니면 악기 쇼핑몰을 구경한다. 새로 나온 악기 정보를 보는 재미가 꽤 있다.
3. 악기라고 하면 ‘브로콜리 너마저’에서 맡고 있는 베이스를 말하는가?
기타나 베이스에는 전혀 관심이 없다(웃음). 노래를 만들다보니까 레코딩 장비 쪽으로 관심이 많다.
4. 술탄오브더디스코와 함께 한 ‘켠김에 왕까지’를 보니까, 죽었다던 무스타파 더거가 보이는 듯한 착시현상이 일어났다(?). 아직도 ‘무스타파 더거, 윤덕원 동일설’을 주장하는 사람이 많은데?
전면 부정한다(웃음).
5. ‘무스타파 더거, 윤덕원 일란성 쌍둥이’라는 설도 있는데, 그 강력한 논거가 윤덕원 씨의 감수성이다. 특히 노랫말. 처음엔 흘려듣게 되다가도 결국 비수처럼 마음에 꽂히고 만다. 대체 그런 감수성은 어디서 오는가?
그냥 어느 순간 딱 생각이 떠오른다. 시간이 많지 않아, 가만히 앉아서 곡을 구상하기보다는 여기 저기 움직이다가 영감이 떠오르는 편이다.
6. 타고났다는 건가?(웃음)
그런 뜻이 아니다(웃음). 타고났다면 생각나는 그 순간, 어느 정도 완성이 되어야할 텐데, 그렇지 않다. 정리하는데 시간이 많이 걸린다.
7. 이번 솔로 앨범도 테마가 ‘방황과 이별’인 듯하다. 그런데 같은 테마라 할지라도 브콜 때의 표현이 좀 더 현실적이고 구체적이라면, 솔로 앨범에서는 추상적이지만 좀 더 보편적인 노랫말로 팬들의 가슴을 울리는 것 같은데, 어떻게 생각하시는가?
글쎄… 그렇게 생각해본 적은 없어서 스스로 판단하기 어렵다. 다만, 솔로 앨범을 준비하면서 느낀 그대로, 생각 그대로를 주절주절 말하지 않고, 몇 번 더 곱씹어보고 생각해보고 많이 정리한 후에 이야기를 만들었다.
8. 솔로로 나서면서?그렇게 큰 변화는 없다고 생각하는 건가?
일단 비교를 하는 것은 나의 영역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다만 나를 둘러싼 상황의 변화, 나 자신의 변화, 다루고자 하는 주제의 변화 등이 곡을 쓰면서 영향을 주었고, 특히 나이를 좀… 먹은 느낌이랄까?(웃음), 그런 기분이 들었다.
가능한 한 어떤 상황에서도 공감할 수 있는 무난한 말들로 내 마음을 풀어보려고 했다.
9. 무엇보다 밴드에서 솔로로 나선 것이 가장 큰 변화였을 것 같은데?
확실히 차이가 있다. 밴드의 경우에는 각 세션을 맡고 있는 멤버들을 가정하고 곡을 쓴다. 물론 아닌 경우도 있어서, 다른 악기가 들어오기도 하지만 나 같은 경우에는 밴드가 움직이면 추가 파트를 최소화하려고 했다. 결국 만들어지는 곡은 ‘밴드’라는 틀 안에 있다. 제약이라고 볼 수도 있겠다.
따라서 밴드가 어떤 한정된 것에서 최선의 결과를 끌어내는 면이 있다면, 솔로는 곡을 먼저 생각할 수 있고, ‘곡을 무엇으로 채울까?’의 고민은 나중에 할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차이점이다. 특정 파트를 가장 잘 하는 분에게 부탁할 수도 있고.
그러나 각 연주 파트가 다른 분들로 대체될 수도 있기 때문에, 내가 스스로 중심을 딱 잡아야한다는 부담이 있기는 하다. 실제로 Live에서는 연주자들이 대체되기도 하고.
10. 그런 면에서 밴드는 서로의 짐을 덜 수 있어서 좋은 것 같다.
그렇다. “우리 멤버들은 서로를 신뢰한다.”라는 낯부끄러운 말을 굳이 하지 않더라도, 무조건 이 멤버로 가야하니까 아쉬우면 아쉬운 대로, 좋으면 좋은 대로 갔다.
그러나 솔로는 내가 정신을 바짝 차리지 않으면 안 되니까, 그런 상황의 변화도 내 음악의 변화의 요인으로 꼽을 수 있을 것 같다.
11. 브로콜리 너마저의 멤버들이 윤덕원 씨를 제외하면 모두 여성이다. 그런데 이번에 같이 움직이시는 분들은 모두 남성들이다. 같이 생활하는데 있어 차이점이 느껴지지 않는가?
남녀차이보다는 개인적 특성이 더 큰 것 같다. 그리고 밴드와 세션의 차이가 더 크게 느껴진다. 세션을 맡은 분들은 나에게 “어떻게 할까?”라는 질문을 하면서 ‘너 하자는 대로 하자.’의 느낌을 준다면, 밴드 멤버는 의견을 조율하면서 설득을 해야 하는 대상이다.
약간 오버해서 “그렇게 해서 되겠어?”라는 멤버들의 마음의 소리(?)를 뚫고 끌고 가야한다(웃음).
12. 밴드로서의 작업은 굉장히 평등한 분위기에서 이루어지는 것 같다.
개인적으로 밴드의 경우, 시작부터 너무 과한 권한을 주지 않았나 생각한다(웃음).
분명 내가 더 많은 일을 하는 것 같은데, 수익도 똑같이 분배하고. 녹음도 내가했는데…(웃음).
13. 불만이 좀 있으신 것 같다?(웃음)
특정 멤버를 언급하진 않겠지만, 작업을 해야 하는데 연락이 안 될 때라든지…, 야구에 너무 빠져있다든지…(웃음). 그래서 야구를 싫어하지 않고, 오히려 팬의 입장이었지만 요 몇 년간 야구를 싫어하게 되었다(웃음).
14. <브로콜리 너마저>에서 베이스를 치면서 노래를 불렀다면, 이제는 노래에만 집중할 수 있게 되었다. 어떤가? 노래가 더 잘 불러지는 느낌이 드는가?
전혀. 모든 것이 놓아지지 않더라. 오히려 모든 것이 더 신경 쓰인다. 노래에 집중하려는 의도도 없었고, 집중할 것이라 기대도 안했지만, 역시나 안 된다.
15. 그래서 그런지 쇼케이스 때, 데뷔 10년차임에도 불구하고 굉장히 긴장한 모습을 보였다. 아직도 무대에 서면 설레고, 떨리는가?
그런 마음보다는 마치…, 점심시간 끝나고 사무실로 들어가는 직장인의 마음과 비슷한 것 같다. 괜히 들어가기 무섭고, 무언가 일이 터지진 않을까. 사고가 나진 않을까. 혼나진 않을까(웃음).
16. 그런 윤덕원 씨의 모습을 어디 가면 다시 볼 수 있을까?
가깝게는 서울에서 열리는 렛츠락 페스티벌, 전주 소리 문화의 전당에서 열리는 단독 공연에서 저를 볼 수 있고 현재 많은 곳에서 연락이 오고 있지만 아직 확정된 것은 없다.
17. 렛츠락 페스티벌 얘기가 나와서 말인데, 술탄오브더디스코와 같은 날, 조금의 차이를 두고 비슷한 시간대에 무대에 선다. 혹시 콜라보 무대를 기대할 수 있는가?
좋은 생각이다. 계획엔 없었는데, 얘기는 해보겠다. 술탄오브더디스코가 내 무대에 난입을 한다든지, 반대로 내가 난입을 한다든지 하면 재밌을 것 같다(웃음). 1절만 부르고, 갑자기 내가 다구리를 맞고 관객석으로 실려 나가는 식으로(웃음).
18. 안 그럴 것을 알지만, 진짜 혹시나 해서 물어본다. 계피 씨와는…?
에이, 무슨 그런 질문을(웃음). 당연히 그럴 계획 없다.
19. 솔로로 나서면서, 윤덕원 씨의 음악적 역량이 더 넓어졌다. 그런데 솔로로 활동하다보면 표현의 다양성 때문이더라도 객원 보컬을 영입하고 싶은 생각도 들 것 같은데?
처음 뵙는 분들을 만나면 낯을 많이 가려서, 그냥 나는 혼자 하고 싶다(웃음). 물론 곡을 쓸 때는 가끔씩 생각나는 분들이 있긴 하다. 그러나 역시 막상 만나는 상상을 하게 되면 많이 부끄럽다(웃음). 그래서 막 같이 작업하고 싶다고 안달내진 않는다.
그리고 무엇보다 노래가 가장 중요하다는 개인적인 믿음이 있다. 또한 내가 만드는 멜로디가 소위 ‘보컬빨’을 받는 것들이 아니라서(웃음).
20. 그렇다면 자신의 음악 세계에 깊은 영향을 준 인물이 있는가?
롤모델과 음악에 영향을 준 인물은 다르다고 생각하지만, 인물로 따지자면 오태호 씨에게 큰 영향을 받았다. 가사의 정서라던가, 멜로디라던가, 창법 등에 큰 영향을 미쳤다.
21. 8월 말로 예정되었던 1집 발매가 9월 23일로 연기된 이유가 무엇인가?
점점 미뤄지고 있는데…, 아주 자연스러운 수순인 것 같다(웃음). 원래는 5곡 정도를 담아 6월에 발매를 하려고 했지만, 작업을 하다보니까 곡이 계속 써지더라(웃음). 결국 9곡을 담게 되었고, 곡수가 많아진 이유가 1집 발매가 길어진 가장 큰 이유다.
22. 이번 앨범 수록곡 중에 가장 애착이 가는 곡이 있는가?
내 손을 모두 거친 것들이라 그런지, 한 곡을 뽑기가 쉽지 않다(웃음).
23. 개인적으로 ‘겨울눈’이 가장 마음에 와 닿았다.
감사 드린다(웃음). 나도 만들어놓고 드라마의 하이라이트 장면 같은 것이 떠올랐다. 헤어진 상태에서 운명적으로 다시 재회하기 직전, 길을 걷다가 눈물이 터지는 장면, 괜히?김수현 씨 얼굴에서 눈물 떨어지는 장면 생각나고(웃음).
24. 드라마를 자주 보는 편인가?
가장 최근에 봤던 것이 ‘추격자’고, 바로 전에 봤던 것이 낭랑 18세?
25. 최근과 바로 그 전의 갭이 너무 크지 않나?(웃음)
그런가?(웃음) 아, 아일랜드랑 김삼순도 봤다. 아아!, 시크릿 가든도 봤다. 우연찮게 현빈 씨가 많이 나오네.(웃음)
26. 최근에 아이스버킷 챌린지에 지목 당했지만, 실제로 행하지 않고 지목하지도 않았다. 이유가 있나?
아이스버킷에 이제 염증을 느끼시는 분들도 있고 실제로 사고도 있고, 친구 혹은 친척과 하는 것은 재미있지만 그것이 어느 순간 6촌, 7촌으로 넘어가면 괜히 어색하고 재미도 없지 않나?
27. 혹자는 윤덕원 씨가 아이스버킷을 하면 쓰러지진 않을까 걱정을 했다고 한다.(웃음)
(웃음). 내가 말라보이긴 하지만, 항상 정상 체중을 유지해 왔다. 그런 걱정 안하셔도 된다.
28. 마지막으로 <채널168> 독자분들에게 인사 한마디 부탁드린다.
언론에 많이 노출되지 않는 편이라, 그동안 쌓여있던 오해와 편견들을 해소할 수 있는 기회였던 것 같다. 내가 술탄오브더디스코의 멤버였을 것이라는 소문이나, 아이스버킷을 하면 쓰러질 것 같다는 우려 섞인 시선들.(웃음)
마지막으로 솔로 1집 앨범 많이 사랑해주시길 바라고, 추석 잘 보내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