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법같은 일이 눈 앞에서 벌어지다. She Rides With Witch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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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만자전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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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말이었다. 자전거를 끌고 환성사로 향하는 무학산의 가파른 도로를 거의 등반(?)하다시피 하며 올라 가고 있던 나는 생전 처음으로 신기한 경험을 했다. 자전거를 질질 끌고 거친 숨을 몰아 쉬며 헥헥거리던 내 눈 앞에 갑자기 고라니 한마리가 거짓말 처럼 짠하고 나타났던 것이다. 도로 옆의 숲속에서 갑자기 튀어 나온 그 녀석 아래 쪽에 있는 나를 경계하듯이 잠깐 쳐다 보더니 이내 고개를 돌리고는 도로를 따라 천천히 걸음을 옮기며 위로 걸어 올라가기 시작했다.
?그 모습을 신기해 하며 바라보던 나에게 고라니 녀석이 '힘들지? 천천히 따라와'라고 말하는 듯 느꼈다면 과장일까? 사진을 찍기 위해서 부스럭대다 보면 혹시라도 녀석이 놀라서 황급히 도망칠까 저어하여 카메라 꺼내드는 것을 포기한 나는 천천히 녀석의 토실토실한 엉덩이를 바라 보면서 따라 올라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렇게 제법 긴 시간이 지났다 싶을 때 쯤에 홀연히 내 눈 앞에 나타났던 녀석은 또 그렇게 갑자기 숲속으로 사라져 버렸다.
?등산을 하면서 가끔 가다 다람쥐나 청솔모 같은 작은 동물들을 마주치기는 했었으나 야생의 고라니를 내 눈으로 직접 목격한 것은 그날이 처음이었기에 지금 생각해도 참으로 신선한 경험이었다. 그렇게 고라니가 사라져 버린 지점에서 아래를 내려다 보니 고라니와 내가 함께 동행(?)했던 길은 자그만치 이십여미터가 넘는 듯 했다. 그런데 지금도 의문인 것이 거리가 조금 떨어져 있긴 했으나 사람을 발견하고도 재빨리 달아나지 않았던 그 녀석의 행동이었다.
?가파른 오르막 길을 힘겹게 오르는 나를 보니 전혀 위협이 되지 못한다고 생각했었던 것일까? 아니면 내가 쫓아가더라도 충분히 도망칠 자신이 있었던 것일까? 하여간 생전 처음 경험해보는 고라니와의 동행은 하산 길에 또 다른 녀석과의 마주침으로 이어졌다. 그 녀석은 바로 꺼병이(꿩의 어린 새끼)였다. 시원한 바람을 온몸으로 맞으면서 편안하게 달려 내려 가던 내가 꺼벙이와 마주친 것은 긴 도로를 거의 중간 정도 내려왔을 때 쯤이었다. 앞쪽 숲속에서 작은 물체 하나가 재빠르게 튀어 나오더니 '우다다다' 하면서 도로를 가로 질러 뛰어 가는 것을 목격하고 급히 자전거를 멈춰 세워야 했던 것이다.?
?그런데 이 녀석은 무슨 이유 때문인지 도로 한가운데서 잠시 멈칫하는 것 같더니 이내 왔던 방향을 향해 돌아서서 다시 후다닥 뛰어 숲속으로 휑하니 사라져 버리는 것이 아닌가? 뒤늦게 꺼병이임을 눈치채고 행여나 나 때문에 놀라서 그런가 싶어 조심스럽게 녀석이 사라져간 쪽으로 다가가 살펴 보니 녀석의 흔적은 그 어디에서도 발견할 수 없었다. 조그만 녀석이 무슨 걸음이 그렇게 빠른지 모르지만 별탈없이 어미를 만나 잘살고 있기를 기대해 본다. 도심에서 살아가는 우리가 이처럼 야생의 고라니와 꺼병이를 한꺼번에 같이 만나게 되는 날을 확률로 따지면 얼마나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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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쨌든 그 날은 내게 있어서 정말 마법같은 일이 벌어진 날이었다. 그리고 그 마법 같은 경험은 생전 처음 만나게 되는 밴드의 음악을 통해서도 느껴볼 수가 있는 것 같다. 1968년의 어느 날 미국의 캔자스에서 밴드 하나가 탄생하였다. 라디오에서 흘러 나오는 음악을 즐겨 들으며 성장한 <존 폴 커핀>은 이후 캔자스를 기반으로 활동했었던 록 밴드 <팹 포(Fab Four)>를 시작으로 사이키델릭 록 밴드 <인 블랙 앤 화이트(In Black and White)>를 거치면서 활동하다가 1968년에 5인조 밴드를 결성하게 된다. 그리고 밴드는 자신들의 이름을 <뉴 웨스트(New West)>라고 명명하였다.
?밴드 결성 후 주로 캔자스 대학교(Kansas University) 인근의 클럽을 무대로 활동했었던 뉴 웨스트는 얼마 지나지 않아 밴드 이름을 다시 <피그 뉴튼(Pig Newton)>으로 바꾸었으며 1969년 여름에는 동해안(East Coast)을 따라 이동하는 공연 여행을 가지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피그 뉴튼은 점차 많은 이들에게 이름이 알려지기 시작하였으며 이를 지켜보던 머큐리 음반사(Mercury Records)에서 마침내 접촉을 시도하게 한다.
?하지만 첫번째 협상은 밴드의 이름 때문에 결렬되고 말았다. 피그라는 이름을 마음에 들어하지 않았던 음반사와 밴드 이름을 그대로 유지하려던 구성원들 사이의 이해가 서로 상충했던 것이다. 하지만 끈질기게 설득한 음반사의 권유에 따라서 마침내 피그 뉴튼은 1970년에 새 이름을 얻게 되는데 그 이름이 바로 <위저드스 프롬 캔자스>였다. 하지만 같은 해 7월과 8월 사이에 샌프란시스코에서 녹음된 위저드스 프롬 캔자스의 데뷔 음반은 발매 이전 부터 커다란 암초를 만나고 말았다.?
?베이스 주자인 <로버트 조셉 메내디어>와 드러머인 <마크 에반 캐플란>이 밴드의 음악적 방향에 이의를 제기하며 위저드스 프롬 캔자스에서 탈퇴를 하였던 것이다. 음반 발표를 불과 일주일 앞둔 시점에 벌어진 일이었다. 재즈와 록을 결합한 형태의 음악을 주장했던 두 사람이었기에 사이키델릭 음악과 컨트리 음악이 조합된 위저드스 프롬 캔자스의 데뷔 음반이 결코 마음에 들지 않았던 것으로 보여진다.
?하여간 이렇게 됨으로써 발매가 되긴 했지만 정상적인 홍보 활동이 불가능해진 위저드스 프롬 캔자스의 데뷔 음반 <The Wizards From Kansas>는 음반사의 지원도 제대로 받지 못한채 조용히 묻혀 버렸으며 밴드 역시 어쩔 수 없는 해산의 길을 선택해야만 했다. 하지만 위저드스 프롬 캔자스의 유일한 음반이 되어 버린 데뷔 음반에 수록된 음악 만큼은 밴드 이름 그대로 마법 같은 뛰어난 음악성을 보여 주고 있어 밴드의 불운함이 상당히 아쉽게 느껴지기도 한다.
?특히 음반의 마지막에 자리한 <She Rides With Witches>는 사이키델릭 록 음악 특유의 몽환적인 부유감이 신비로운 마법 같은 힘을 발휘하면서 다가오는 곡으로 중반에 등장하여 일분여간 펼쳐지는 드럼 솔로는 듣는 이의 가슴 속을 후련하게 만들어주는 효과를 발휘하고 있기도 하다. 한편 데뷔 음반이자 유일한 음반 <The Wizards From Kansas>를 1970년에 발표하고 해산했었던 위저드스 프롬 캔자스는 지난 2011년에 구성원의 변동없이 그대로 재결성되었으며 같은 해 2월 4일에 41년만의 새 음반 <Reunion>을 발표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