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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가을한 청량산과 청량사에 색을 배우다.

 

 

 책 읽기 더할 나위없는 계절이다. 가방에 책을 한 권 넣고 발길이 머무는 곳마다 한 장씩 넘겨도 어울리는 가을. 동네 도서관도 좋고, 도심의 공원 벤치에 앉아도 좋다. 가을바람을 교향곡 삼아 흥얼거리며 근심은 바지주머니에 구겨 넣고, 좋아하는 책을 벗 삼아 어디든 가본다.

그런데 어딘가 부족한 느낌이 든다. 가을하늘에 흰 구름 하나는 있어야 하늘같고, 연못에 주황색 금붕어가 있어야 연못 같듯이, 곱게 차려입은 단풍이 없는 가을은 아쉽다. 도심의 회색빛을 알게 모르게 머금은 단풍이 자연의 그것에 비할 바가 아닌 것은 당연한 것이겠지.

 

 그래서 우리는 떠나야 한다.

 

 가을은 그 형형색색의 아름다움을 우리에게 마음껏 자랑한다. 노란색이라고 해도 다 같지 않으며, 붉은색 또한 제각각의 붉음을 가지며, 자신의 붉은색이 진짜라고 경쟁하듯 우리의 눈을 어지럽히고 있다. 그 어지러움에 우리는 황홀할 뿐이다.

사계절이 뚜렷한 우리나라의 가을은 사람들의 가슴을 설레게 하기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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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년에 이어서 올해도 청량산을 찾았다. 생각보다 많이 알려지지 않은 청량산은 가을을 가장 아름답게 볼 수 있는 명소이다. 청량산이 품고 있는 사찰로, 아름다운 터와 자연과 일체화된 모습이 아름다운 청량사는 가을을 가장 즐겁게 향유할 수 있는 곳 중 하나이다. 사람이 만든 건축물이 이처럼 자연과 어우러질 수 있단 사실에 경탄이 절로 나온다.

 

“청량산(淸凉山)은 경북 봉화군 명호면과 재산면, 안동시 도산면과 예안면에 위치하고 있으며 자연경관이 수려하고 기암괴석이 장관을 이루어 예로부터 소금강으로 불려진 명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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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록에 의하면, 청량산은 고대에는 수산(水山)으로 불려지다가 조선시대에 이르러 청량산으로 바뀌게 되었으며, 조선시대 풍기군수 주세붕이 청량산을 유람하며 명명한 12봉우리가 주축을 이루고 있다. 청량산에는 지난 날 연대사(蓮臺寺)를 비롯한 20여개의 암자가 있었으며 지금은 청량사 유리보전(琉璃寶殿)과 응진전(應眞殿)이 남아있다. 또한 퇴계 이황이 공부한 장소에 후학들이 세운 청량정사(淸凉精舍)와 통일신라시대 서예가 서성(書聖) 김생(金生)이 글씨공부를 한 곳으로 알려져 있는 김생굴(金生窟), 대문장가 최치원이 수도한 풍혈대(風穴臺), 고려 공민왕이 홍건적의 난을 피해 와서 쌓았다는 산성 등이 있다.

청량산은 1982년 8월에 경상북도립공원으로 지정되었고 2007년 3월에 청량사 주변지역을 중심으로 공원 일부가 국가지정 문화재 명승 23호로 지정되었다.”

(청량산 도립공원 홈페이지 소개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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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낯선 산의 이름이지만, 그 청량산의 소개를 읽고 있으면, 낯설지만은 않다. 이황이며, 최치원을 모르는 이 없을 것이며, 공민왕 또는 우리의 역사책에서 자주 볼 수 있는 이름이다. 오히려 이런 청량산과 청량사를 모르는 이가 많다는 것이 이상한 일이다.

 

 여행을 떠나기 전에 이번에는 어떤 책을 볼지, 어디로 여행을 갈지 고민을 거듭했다. ‘단풍을 보러 가는 것인만큼 단풍을 닮은 책이 어디없나’ 서재를 살폈다. 서재라고 보기 어려운 비좁은 책장에 얼마 전에 선물 받은 샛노란 표지의 ‘살면서 쉬웠던 날은 단 하루도 없었다’가 눈에 들어온다. 박광수가 쓴 이 책은 은행나뭇잎의 노란색과 표지의 색이 쏙 닮아있다. 노란색 책의 곳곳에 알록달록한 단풍잎을 책갈피 삼겠다는 마음을 가지고 책의 가운데를 넘긴다.

 

 

 

“그리움이 병이라면 나는 중병에 걸려있다”

 

 이토록 가을과 어울리는 글귀라니. 오늘 여행의 동행자 아니, 동행서(書)로 부족함이 없는 책이다. 가을을 떠나보내고 바로 앓게 되는 가을앓이. 또 다음의 가을을 그리워하며 1년을 아파야하는데…. 매년 나는 중병에 걸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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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발 전 ‘내 오늘 반드시 청량산의 울긋불긋한 단풍들 사이에서 책을 읽으리라’ 다짐했으나, 곧 무너졌다. 자연의 그 위대한 경관 앞에 책을 읽는다는 건…. 왠지 자연에 대한 예의가 아니기에 몇 구절 읽지 못했다. 머릿속 사고가 책에 대한 기억을 완벽하게 잊게 해줄 만큼 청량산과 청량사는 눈이 쉴 틈을 주지 않았다. 당신도 이 청량산의 가을을 눈에 담게 된다면 내 변명이 얼마나 진실성이 있는지 알게 될 것이다.

 

 직접 찾기 전에는 그 아름다움을 짐작하기 어려운 청량산이지만, 한번 다녀오고 난 뒤에 그 이름의 여운은 쉽게 가시지 않는다. 그만큼 가을의 청량산이 주는 색의 아름다움은 부족함이 없다. 산행길이 쉽지 않은 이에게도 청량산은 자신을 어렵지 않게 허락을 해준다. 여러 길에 따라서 그 힘듦은 천차만별이겠지만, 산길이 가파르거나 많은 시간이 소요되지는 않는다. 얼굴에 땀이 흘러내리고 다리가 아플만하면 평탄한 길이 이어진다. 그렇게 가을의 향과 함께 1시간 남짓이면 작고 소박한 청량사가 나타난다. 청량사 입구에서 약 50미터 전에 위치한 다원에서 약차를 한잔 마실 수 있다. 그 약차의 따뜻한 기운이 몸에 퍼질 때면 나의 발길은 이미 청량사에 도착해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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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계단식 논처럼 산의 일부를 올라가며 지어진 절은 크진 않지만, 자연과의 어울림이 조화롭다. 사람의 발길이 닿는 곳에는 부족함이 없이 꽃과 나무로 단장되어 있으며, 돌과 나무로 만들어진 조형물들은 하나같이 자연스럽다. 한 바퀴 둘러보았다면 이제는 앉아서 그 정취를 감상해야 한다. 청량사에서 바라보는 그 가을단풍은 회색빛에 적응 되있던 눈에게 잊었던 색감을 전해준다. ‘그래. 자연의 붉은색은 저랬지….’

 

 우리의 눈은 자연의 색이 아닌 도시의 인공색에 길들여져 있다. 마음의 평안은 도시에서도 어느 정도 채울 수 있지만, 눈은 그렇지 않다. 눈은 끊임없이 인공의 것들을 바라보고, 집에서 쉴 때조차 텔레비전이 만들어낸 색을 바라보게 된다. 인위적으로 만들어낸 색이 진짜인 것으로 우리는 세뇌되어있다. 그래서 가을의 색은 더 소중하고 귀하다.

가을하늘의 파란색과 흰색의 구름, 단풍의 붉은색과 노란색 그리고 색이 조금씩 바래가고 있는 초록색…. 어느 하나의 색으로 표현하는 내 손끝이 부끄러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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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금방 떨어진 단풍들을 노란 책 속에 고이 모아둔다. 종이 속에 들어간 단풍은 이제 책갈피가 되어 책과 함께 하게 된다. ‘가을가을하다’는 유행어처럼 책마저도 단풍으로 가을가을해지는 듯하다. 미처 담아오지 못한 떨어진 단풍들은 곧 낙엽이 되어 그 색이 무채색으로 변하게 될 것이다. 그 무채색은 흙으로 돌아가고 그 흙은 또 다시 나무의 영양분이 되어 나무의 일부분이 된다. 그리고 한때 떨어진 낙엽은 나무의 싱그러운 잎사귀가 되어 다시 여름한철의 푸름을 보여주겠지.

 안동에서 한 시간 정도의 거리에 위치하고 있는 청량산은 찾기 어려운 곳은 아니다. 대중교통으로 얼마든지 찾아갈 수 있으며, 가까운 곳에 많은 휴양지들이 있다. 그렇지만, 굳이 무리해서 많은 곳을 보려고 애쓰지 않기를 바란다. 하루에 한 곳이면 충분한다. 하루종일 담아도 부족한 것이 가을의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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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청량산은 정말 가을가을하다.

 

 

글·사진 : 재활용(pkdleo@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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