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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단언컨대 아버지 세대의 남자의 로망은 강하지만 과묵한 이소룡이었고, 삼촌 세대의 남자의 로망은 주윤발, 담배 한 개피 꼬나물고 코트의 깃을 세우는 ‘하드보일드한 간지’. 두 롤 모델의 공통점은 사랑(혹은 의리)를 위해 홀로 적진에 뛰어들 줄 아는, 비장미를 품은 남자다. 현실 속 평범한 남자들은 결코 그렇지 못하기에 ‘오늘만 산다!’라는 메시지에 강한 동경을 품고 있다.

 1998년 선라이즈에서 제작한 카우보이 비밥의 주인공, 스파이크 슈피겔은 이러한 남자의 로망을 집대성한 캐릭터다. 그의 눈빛은 공허하고 매사에 껄렁껄렁하다. 의욕이 없고 굼뜨기 그지없는 남자다. 관조적이며 삶을 항상 한 발짝 떨어져서 지켜보기만 한다. 하지만 위험이 닥칠 땐 그 누구보다 생생해진다. 경쾌한 음악이 깔리며 멋진 발차기로 적을 제압하거나 아슬아슬하게 미사일을 피해 전투기 추격전을 펼칠 때는 누구보다 빛나는 눈빛을 하고 있다. 그야말로 ‘오늘만 사는 남자’의 표본이 아닐 수 없다. 이 캐릭터의 또다른 매력은 본인의 일에도 귀찮아 하는데 남의 일에는 관심도 없으며 지극히 냉소적이지만 그럼에도 사건에 엮인 의뢰인들의 사연에는 말없이 나름대로의 방식으로 위로할 줄 안다는 거다.

 

비밥1.jpg

 

 현상금 사냥꾼들로 모인 ‘비밥 호’의 멤버들은 너무나 뚜렷한 개성을 가지고 있다. 앞서 말한 주인공 스파이크와 그나마 일행 중 가장 정상인인 ‘제트 블랙’을 시작으로, 54년 동안의 콜드슬립에서 깨서 돈밖에 모르는 민폐녀 ‘페이 발렌타인’, 독특한 정신세계의 4차원 컴퓨터 신동 ‘에드워드’ 그리고 실험을 통해 웬만한 사람보다 훨씬 똑똑한 천재 개 ‘아인’까지. 하나하나 사기급의 스펙을 가지고 있어 흉악한 사건들을 해결하지만 다들 나사 하나씩 풀려있기에 결정적일 때 실수를 해서 보상금을 받지를 못한다. 결국 오늘도 고기없는 고기잡채나 컵라면으로 떼우면서 ‘현실은 시궁창’을 보여주는 이들의 대사는 하나하나가 인생을 관통하는 명대사라고 생각한다. 후술할 스파이크를 제외하고 개인적으로 기억에 남는 대사는 스스로 민폐를 합리화하는 어느 여자의 자기변호.

 

페이 발렌타인 曰 "여자는 생존하고 있다는 것 자체가 위대한 거야."

 

 22세기 우주시대를 배경으로 한 이 작품은 곳곳에 많은 작품들이 오마쥬 되어있다. 70년대 ‘더티 해리’같은 BAD ASS류의 액션 신, 80년대 일본 드라마 ‘탐정이야기’의 사건 구성. ‘영웅본색2’와 같은 홍콩영화의 분위기까지. 덕분에 이 애니메이션은 분위기가 이국적이며 생경한 세계관을 가지고 있다. 그야말로 주인공들이 마음놓고 활개치고 다닐법한 자유로운 무대다.

더불어 카우보이 비밥의 매력은 음악을 빼놓을 수가 없다. 오프닝 TANK!나 엔딩곡 The Real folk blue는 오늘날 국내 예능방송에 자주 나오는 시그널 음악이다. 액션신이든 사색하는 장면이든 등장인물의 심리에 따른 적재적소의 재즈풍의 음악은 시청자들에게 강한 인상을 남긴다. 칸노 요코의 호소력 짙은 보컬과 브라스 풍의 연주는 한 컷마다 진한 여운을 남긴다.

위와 같은 배경음악과 매력적인 캐릭터가 만나면 엄청난 생동감이 만들어지며 시청자들에게 강한 시너지를 전달한다. 대표적으로, 언제나 자유분방해보이지만 실은 비밥호 일행 중에 가장 과거에 얽매여있는 스파이크는 마지막 화에서 죽은 연인의 복수를 위해 한때 자신이 몸담았던 조직으로 향한다. 목숨을 버리러 가냐고 그를 만류하는 페이에게 스파이크는 이 작품의 공전절후한 명대사를 내뱉는다.

‘죽으러 가는 게 아냐, 내가 살아있는지 아닌지 확인하러 가는 거야.’

 삶의 소중함과 의지를 일깨워준 연인의 부재로 인해 현실과 비현실의 경계가 모호했던 남자, 스파이크의 마지막 저항은 그의 인생사를 담은 듯한 엔딩곡 The real folk blue로 연주되며 연출된다. 칸노 요코 특유의 우울한 보이스컬러와 돌아오지 못할 걸 알면서도 기꺼이 몸을 던지는 만화 속 남자는 시청자에게 한층 더 캐릭터의 매력적인 깊이와 비장함을 선사한다.

 그래서인지 만화 좀 봤다는 남자들에게 카우보이 비밥의 주인공 ‘스파이크’는 절대적인 지지를 얻는다. 참고로 필자는 스파이크의 쿨함을 동경한 나머지 이 작품을 떠올리면서 담배를 피곤 했는데 절대 스파이크같은 ‘간지’는 얻지 못하고 천식만을 얻었다. 만화를 너무 많이 봤나 보다. 하긴 지독한 골초라도 스파이크는 생긴 게 소지섭이잖아. 반면 필자는 잘해봤자 얼굴 100대 맞은 장위안이다.

 고품격 음악잡지인 168의 컨셉트에 맞게 오늘은 카우보이 비밥의 빵빵한 사운드트랙으로 마무리를 갈음하겠다. 애니메이션에 잠깐 등장하는 배경음악답지 않게 세심하게 신경 쓴 흔적들이 보인다. 고르고 골라서 추천 곡은 Tank!와 The real folk blues, Rush. 취향에 맞게 들으시길.

 


https://www.youtube.com/playlist?list=PL65E33789AA7052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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