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4월 2일 발매되는 해리 빅 버튼의 5곡이 담긴 신보에 대한 리뷰를 이하 소개합니다.
해리 빅 버튼의 등장과 의미
2012년 한국 헤비메탈의 기운은 매우 강렬했다. 씬의 안팎이 충분한 양분을 머금은 채, 확장되고 확산되었다. 또한 1970년대 말부터 1980년대 초반까지 폭풍처럼 일어났던 영미 하드락과 헤비메탈의 정교한 교집합처럼 새로운 줄기마저 형성되었다. 이러한 바탕에는 그룹 해리 빅 버튼(Harry Big Button)의 출현이 매우 큰 비중을 담당했다.
아직까지 대중적으로 큰 환영을 받지 못하는 서브 장르의 메인 스트림화를 차분하게 진행했던 해리 빅 버튼의 발 빠른 행보는 홍대를 중심으로 하는 헤비메탈 필드 내에 일반 대중들의 유입마저 자연스럽게 유도해냈다. 여러 각도에서 해리 빅 버튼의 브랜드 가치는 시간을 더할수록 여전히 높아져 가고 있다. 한 마디로 해리 빅 버튼의 등장은 메인 스트림은 물론, 헤비 씬 내에서 ‘버튼’ 하나 제대로 끼워 넣은 셈이다.
해리 빅 버튼의 프론트맨 이성수는 화려한 듯 간결한 아티스트이다. 그는 이미 십 수 년 전 크래쉬(Crash)와 스푼(Spoon) 등의 굵직한 그룹을 거쳐 왔다. 공학을 이용해서 새로운 음향을 창조하는 소닉 아트를 배우고자, 영국 유학을 떠났었던 그는 귀국 후 IT 업계에서 직장 생활을 하다가 “그저 음악이 다시 하고 싶어서 본연에 임한 것”이라고 과거 인터뷰에서 밝힌 바 있다.
해리 빅 버튼의 움직임은 매력적인 요소가 특히 많다. 멋이 있고, 투박하다. 그리고 청자와 관객 입장에서 끊이지 않는 정감을 발산시킨다. 2011년 그룹 결성 이후 해리 빅 버튼이 공식적인 일정으로 소화해낸 페스티벌과 기획공연 참여는 300회를 넘어선다. 한 마디로 이들의 지난 3년 여 간의 행보는 감성을 앞세운 열정의 과정이었고, 앨범 [Perfact Storm]을 통해 다시금 중간 결과물을 내놓은 셈이다.
해리 빅 버튼의 2014년 야심작 [Perfect Storm]
2012년 10월 발매된 해리 빅 버튼의 데뷔 앨범 [King's Life]는 이미 이번 앨범을 예고한 듯 하다. 이는 그루브를 앞세운 굵은 사운드와 테크닉을 배제한 전개, 그리고 야성미 넘치는 보컬에 주했던 해리 빅 버튼의 음악을 이야기함이 아니다.
이번 앨범에서 해리 빅 버튼 고유의 강렬함은 다소 부족한 듯 하다. 그러나 아쉽지 않다. 보다 자연스러워진 그루브감과 전체 톤의 깔끔함, 그리고 다양한 리듬감을 바탕으로 여유롭게 구성된 특징을 지닌 [Perfect Storm]은 그 동안 여러 공연을 통해 줄기차게 이어 온 해리 빅 버튼의 음악이 시기적으로 진화된 감각으로 담겨져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총 5곡으로 구성된 미니 앨범임에도 이번 앨범은 곡마다 다양한 템포와 연주, 메시지가 드라마틱하게 담겨져 있으며, 기존 해리 빅 버튼 음악 외의 내용물까지 탄력있게 구성되어 있다.
‘무엇을 믿기로 선택했다면 두려움 없이 몸을 던지기를 바라며, Trust!’라는 테마를 스트레이트하게 전개하는 ‘Trust Game’가 첫 곡으로 자리하고 있다. 셔플 리듬과 꾸미지 않은 슬라이드 기타 연주가 조합된 ‘Coffee, Cigarettes And Rock'N'Roll’은 지극히 남성적인 감각을 전하는 해리 빅 버튼만의 작법이 돋보이는 곡이다. 2013년 7월 발표와 동시에 여러 페스티벌과 공연장에서 선을 보이며, 각광을 받았던 ‘Control’은 원테이크 레코딩 방식의 원곡을 넘어선 스튜디오 버전으로 업그레이되어 담겨져 있다. 초반 인트로의 생소함을 잇는 강렬한 속도와 비트가 인상적인 ‘Circle Pit’은 특히 라이브에서 환영을 이끌어낼 것으로 기대되는 넘버로 호쾌한 전개를 보이고 있다. 가장 이채로운 곡으로 손꼽히는 앨범의 타이틀 곡 ‘Perfect Storm’은 힘들고 감당하기 어려웠던 순간들을 견디고 그 상황을 이겨내면서 경험했던 과정과 감정을 묘사한 리더 이성수의 자전적인 곡이다. 이 노래는 새로운 해리 빅 버튼의 중성적 매력마저 전달되는 아름다운 넘버로 특히 추천하고 싶다.?
지치지 않고 다음 단계를 기다리고 준비하는 것은 뮤지션 뿐 아니라, 그들의 음악을 사랑하는 이들 모두의 몫이다. 이번 앨범은 “빈티지하면서도 동시에 모던한 사운드를 강렬하고 호쾌하게 토해내는 모습“을 선보이고 싶다던 초기 해리 빅 버튼의 음악적 철학과 비전이 공존하는, 그리고 해리 빅 버튼의 다음 단계를 충실히 이어주는 역할을 지닌 수작이라고 소개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