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가 된 가수들,
음악과 영화를 오가는 아티스트 열전
2013년 대종상 영화제의 시상식을 시작으로 지난 한 해 동안 음악과 영화, 연기 등 각 분야에서 맹활약을 한 이들에 대한 평가가 진행되고 있다. 오늘은 음악 활동을 하면서 연기에도 집중하고 있는 몇몇 아티스트를 소개한다.
‘대종상의 여왕’이 된 엄정화
우리나라에서 가수 겸 배우로 성공한 대표적인 연예인을 꼽으라면 1순위는 엄정화가 될 것이다. 1989년 MBC 합창단 12기로 방송활동을 시작한 엄정화는, 1992년 심혜진, 최민수 주연의 <결혼 이야기(1992)>에 단역으로 출연한 후, 시인 유하의 감독 데뷔작인 <바람 부는 날이면 압구정동에 가야한다(1993)>에서 주연을 맡으면서 본격적인 연기활동을 시작했다. 동시에 첫 정규 앨범 [Sorrowful Secret]를 발매하며 가수로도 데뷔하는데, 타이틀곡 이었던 ‘눈동자’가 히트하면서 섹시한 이미지의 여가수로 자리매김하게 되었다. 두 번째 앨범 [Uhm Jung Hwa2]에서 ‘하늘만 허락한 사랑’이 히트한 이후 엄정화는 3집 ‘배반의 장미’, 4집 ‘Posion’과 ‘초대’, 5집 ‘몰라’와 ‘Festival’ 등을 연이어 히트시키며 가수활동에만 집중하게 된다. 가수 엄정화는 2002년 유하 감독의 영화 복귀작인 <결혼은 미친 짓이다>에 출연하며 본격적인 배우활동을 다시 시작했다.
엄정화는 이후 <싱글즈(2003)>, <어디선가 누군가에 무슨 일이 생기면 틀림없이 나타난다. 홍반장(2004)>, 옴니버스 영화 <내 생애 가장 아름다운 일주일(2005)>등에 출연했고, 방은진 감독의 <오로라 공주(2005)>에서 첫 단독 주연을 맡아 혼신을 다한 연기로 100만 명이 넘는 관객을 모으며 2006년 부산영평상 여우주연상을 수상하기에 이르렀다. 배우와 가수, 이 두 자리에 항상 최고의 위치에 있던 엄정화는 정재형, 윤상, 프랙탈, 달파란, 정원영, 지누 등의 실력파들이 대거 참여한 일렉트로니카 장르의 8집 [Self Control]과 그녀의 디스코그라피 중 대표작으로 음악성을 인정받은 앨범 [Prestige]를 연이어 발매하며 한국대중음악상 최우수 댄스 & 일렉트로닉 앨범 부까지 수상했다. YG와 합작한 열 번째 앨범 [D.I.S.C.O]는 영국그룹 ‘Delegation’의 ‘Heartache #9’을 샘플링해서 만든 곡으로, 최고의 인기 그룹 빅뱅의 ‘T.O.P’가 피처링을 맡아 다시 한 번 엄정화를 한국대중음악상 최우수 댄스 & 일렉트로닉 부문 후보에 올리며 가수로서의 저력을 보여주었다.
이후 대종상, 대한민국영화상, 청룡영화대상 여우주연상 후보에 오른 영화 <호로비츠를 위하여(2006)>와 <지금 사랑하는 사람과 살고 있습니까?(2007)>, <인사동 스캔들(2009)>, <해운대(2009)>, <베스트셀러(2010)> 등에 출연하며 수준 높은 연기를 보여준 그녀는 2012년 영화 <댄싱 퀸>으로 제 48회 백상예술대상 여자 최우수 연기상을 수상했다. 그리고 드디어 2013년 11월 제 50회 대종상영화제에서 배우 엄정화는 영화 <몽타주>로 생애 첫 여우주연상을 받는 영광을 안았다. 가수와 배우의 길 모두 정상의 자리를 지키고 있는 최고의 엔터테이너, 그 이름에 ‘엄정화’가 가장 먼저 오르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일 것이다.
‘마이더스의 손을 가진 남자’, 저스틴 팀버레이크 (Justin Randall Timberlake)
11살 때 카우보이모자를 쓰고 컨트리 송을 부르던 꼬마가 32살인 지금 전 세계에서 최고의 영향력을 가진 프로듀서 겸 가수, 배우가 되었다. ‘저스틴 팀버레이크’를 기억하는 사람들은 그룹 ‘N Sync’를 먼저 떠올릴 것이다. 세계적인 보이밴드 백스트리트 보이스(Backstreet Boys)를 롤모델로 기획된 엔싱크는 첫 두 앨범이 미국에서만 천만장이 넘는 엄청난 판매량을 기록하며, 음악적 완성도와 인기 면에서 백스트리트 보이즈를 능가하는 보이밴드로 자리 잡았다. 저스틴 팀버레이크는 팀의 중추적인 역할을 도맡으며, 2집 앨범 [No Strings Attached]부터 제작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했고, 마지막 3집 앨범에서는 모든 싱글을 그가 쓰면서 솔로 데뷔를 위한 단계를 밟아가기 시작했다. 그의 솔로 데뷔 앨범 [Justified]에는 팀발랜드(Timbaland), 냅튠즈(The Neptunes), 브라이언 맥나잇(Brian Mcknight), 스캇 스토치(Scott Storch)를 비롯해 클립스(Clips), 자넷 잭슨(Janet Jackson), 마샤 엠브로셔스(Marcha Ambrosius)가 목소리를 더하여 펑키한 리듬감과 힙합, 그리고 알앤비 그루브까지 자신의 음악적 의지를 집대성해냈다.
2006년 발매한 두 번째 정규앨범 [FutureSex/LoveSounds]는 ‘Sexy Back’, ‘My Love’, ‘What Goes Around...Comes Around’가 모두 빌보드 핫 100 1위를 하면서 큰 성공을 거두었다. 2006년 닉 카사베츠 감독의 <알파 독>에 출연한 저스틴 팀버레이크는 2007년부터 영화 활동에 매진한다. 초창기 영화에서는 별다른 평가를 받지 못하던 그는 2010년 페이스 북의 창시자 ‘마크 주커버그’의 실화를 영화화한 데이비스 핀처 감독의 <소셜 네트워크>에서 냅스터의 창시자 ‘숀 파커’역을 맡으며 서서히 연기력을 인정받게 된다. 이후 카메론 디아즈와 함께 한 <배드 티처(2011)>와 시간으로 모든 것을 사고파는 SF액션 스릴러인 <인 타임(2011)>, 코미디 영화인 <프렌즈 위드 베네핏(2011)>등에 출연하며 배우로서의 입지도 굳혀갔다. 2013년, 7년 만에 가수의 자리로 돌아온 저스틴 팀버레이크는 새 앨범 [The 20/20 Experience]로 앨범 발매와 동시에 세계적으로 130만장 이상의 앨범 판매고를 기록하며 성공적인 컴백을 이뤄냈다. 전작과 마찬가지로 팀발랜드와 함께 작업한 이 앨범에서 그는 최고의 레벨로 이루어진 프로덕션과 자유로운 감정에서 나오는 보다 인간적이고 한층 성장한 모습으로 그루브감 가득한 R&B에 미래지향적인 사운드를 함께 들려주고 있다. 앨범 타이틀인 20/20은 정상적인 시력 1.0을 나타내는 표현으로, 단순히 듣는 것을 넘어 보이는 음악적 체험을 표현하고 싶었던 저스틴 팀버레이크의 의도를 잘 나타내주고 있으며, 그는 앨범 아트웍에서도 시력측정기를 쓴 모습으로 음악의 선상 너머에 있는 또 다른 세계를 바라보고 있다.
벤 애플랙과 주연한 영화 <히든카드(2013)>와 <더 라스트 드롭(2013)>은 연출력의 미비와 지루한 스토리 전개로 흥행에 실패하고 말았지만, 음악인으로서 그리고 연기자로서 진지한 행보를 계속하고 있는 저스틴 팀버레이크의 흔들리지 않는 ‘저스티니즘’은 끊임없는 그의 실험정신만큼 시대를 관통하는 저력 있는 예술가로서 독보적인 자리를 더욱 견고히 해 줄 것이다.
‘내 이름은 T.O.P’, 최승현
미국의 보이밴드 출신 배우에 ‘저스틴 팀버레이크’가 있다면, 국내에서 인정받는 보이밴드 출신의 배우로는 빅뱅의 ‘탑(본명. 최승현)’을 꼽을 수 있다. 1989년생인 최승현은 중학교 때부터 언더그라운드 공연에서 ‘Tempo’라는 예명으로 활동했었다. 현재의 ‘T.O.P’라는 예명은 과거 예명의 알파벳을 조합해서 가수 ‘세븐’이 만들어 준 것이다. G-드래곤의 소개로 YG사단에 합류한 그는 빅뱅의 ‘거짓말’, ‘하루하루’, ‘붉은 노을’, ‘몬스터’등의 히트곡 외에도 2010년 발표한 솔로곡 ‘Turn It Up’, 거미의 ‘미안해요’, 엄정화 ‘D.I.S.C.O’, 지아 ‘그대만 보여요’, 세븐 ‘Digital Bounce’등 많은 인기곡들에 피처링을 하면서 실력 있는 가수로서의 역량을 유감없이 선보였다.
2007년 KBS드라마 ‘아이 엠 샘’에 출연해 연기자의 가능성을 보인 그는 2009년 대성공을 거둔 KBS드라마 ‘아이리스’에서 냉혹한 킬러 역을 맡아 인상적인 연기를 펼쳤다. 이후 가수 활동과 연기를 병행하며 영화 <19-Nineteen>과 <포화 속으로(2010)>에서 무게감있는 학도병 중대장역을 맡아, 제 31회 청룡영화상 신인 남우상, 제 47회 백상예술대상 영화부문 남자 인기상, 신인 연기상, 제 8회 맥스무비 최고의 영화상 남자 신인 배우상을 수상하면서 주연급 연기자로 발돋움하게 된다. 2013년 11월 개봉한 박흥수 감독의 <동창생>에서는 동생을 위해 북한 공작원 활동을 하는 ‘명훈’역을 맡아 액션과 심리연기를 동시에 잘 소화했다는 평과 함께 연기자 ‘최승현’의 이름을 공고히 했다.
그는 오는 11월 말, 자신이 직접 작사하고 Choce37과 공동 작곡한 솔로곡 ‘둠다다(DOOMDADA)’를 발표하면서 가수 ‘T.O.P’으로서 3년 만에 다시 팬들 앞에 서게 된다. 음악과 연기의 사이에서 분명한 틀을 잡고 흔들림 없이 걸어가고 있는 그가 예약된 차세대 주역감이라는 것은 너무도 당연한 이야기일 것이다. 끊임없는 노력과 변화를 추구하며 ‘TOP’을 향해 한발씩 다가가고 있는 최승현을 팬들은 항상 주목하고 있을 것이다.
‘사랑할 수밖에 없는 그녀-1’, 아이유
1993년생인 아이유(본명. 이지은)는 앨범 발매 전부터 유영석, 유희열, 정재형등 쟁쟁한 음악가들로부터 “대단한 기대주”로 인정받으며 Mnet <엠 카운트다운>에서 타이틀곡 ‘미아’로 데뷔무대를 가졌다. 첫 번째 미니 음반 [Lost And Found]에서 15세 소녀답지 않은 가창력으로 코러스와 아리아 부분까지 1인 3역을 소화해낸 그녀는 2008년 문화체육관광부에서 추진하는 ‘이달의 우수 신인음반 및 홍보’에 선정되며 얼굴이 알려지기 시작했다.
2009년 정규 1집 [Growing Up] 발매와 함께 ‘스타 골든벨’, ‘유희열의 스케치북’에서 소녀시대의 ‘Gee’, 수퍼 주니어의 ‘Sorry Sorry’, 빅뱅의 ‘거짓말’ 등을 어쿠스틱 버전으로 부르면서 뛰어난 가창력이 화제가 된 아이유는 두 번째 미니 음반 [IU...IM]의 타이틀곡인 ‘마쉬멜로우’가 각종 음원사이트 상위권에 들었고, 2010년에 2AM의 임슬옹과 함께 낸 디지털 싱글 음반 [잔소리]로 데뷔 후 최초로 가요프로그램에서 1위를 수상했다. 세 번째 발매한 미니 음반 [Real]에서는 타이틀곡인 ‘좋은 날’의 삼단고음이 장안의 화제가 되면서 ‘좋은 날’은 공중파 음악프로그램 ‘인기가요’와 ‘뮤직뱅크’, Mnet ‘엠카운트다운’에서 3주 연속 1위를 차지하며 지상파, 케이블 방송의 음악 순위 프로그램에서 모두 1위를 하는 대성과를 거두었다. 두 번째 정규음반 [Last Fantasy]의 타이틀곡인 ‘너랑 나’는 시간여행을 다룬 신비한 컨셉으로 발매 되자마자 모든 음원차트에서 1위를 차지하며 아이유의 폭발적인 인기를 또 한 번 증명했다.
노래 이외에 연기에도 재능을 보인 아이유는 2011년부터 연기자로서의 변화도 모색하는데, KBS드라마 ‘드림하이’에서는 뚱뚱한 모습의 여고생으로 분해 시청자들의 예상을 넘는 좋은 연기를 보여주었고, 애니메이션 <새미의 어드벤처2>에 목소리 더빙, ‘브라운 아이드 걸즈’의 ‘나르샤’가 감독하고 배우 유인나가 시나리오를 쓴 스마트폰 영화 <초대받지 못한 손님>에 출연하는 등 연기자로서의 자질을 키워갔다. 2013년 KBS2드라마 <최고다 이순신>에서 주연 ‘이순신’역을 맡아 그간 갈고 닦은 연기력을 마음껏 펼친 아이유는 이제 가수를 넘어 배우의 영역까지 한 단계 성장하고 있다.
그녀의 기타 연주 이후 한국에 통기타 열풍이 불 정도로 사회적 신드롬이 된 소녀가수 아이유. 그녀는 음악의 길을 가기 위해 대학까지 과감히 포기한 당찬 신념과 자신감으로, 꺼지지 않는 불꽃처럼 당당하게 타오르는 예술가로서 성장해 나갈 것이다.
‘사랑할 수밖에 없는 그녀-2’, 테일러 스위프트 (Taylor Alison Swift)
아이유의 뛰어난 가창력과 매력을 두고 ‘아시아의 테일러 스위프트가 될 수 있을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 적이 있다. 자작곡으로 빌보드 컨트리 차트 1위를 한 가장 어린 가수. 최연소로 그래미 올해의 앨범 상 수상. 발매 첫 주 100만장을 판매한 두 장의 음반을 보유한 첫 여자 가수. 지금까지 7번의 그래미상, 11번의 아메리칸 뮤직 어워드 수상, 7번의 컨트리 뮤직 어워드 수상, 6번의 아카데미 오브 컨트리 뮤직 어워드를 수상했으며, 세계적으로 2,600만장의 음반 판매고와 7,500만 건의 디지털 판매량을 올리고 있는 미국 컨트리 팝계의 요정 ‘테일러 스위프트’에 관한 일화는 끝이 없다.
11세 때 ‘Lucky You’라는 첫 자작곡을 작곡한 천재적인 가수 테일러 스위프트는 1989년 생으로 미국의 컨트리 팝 싱어 송 라이터이자 배우이다. 천부적인 음악적 재질과 프로모델을 능가하는 외모로 현재 미국인들이 가장 좋아하는 가수로 손꼽히는 그녀는 불과 16세이던 2006년 데뷔 앨범 [Taylor Swift]로 그래미 최우수 신인상 후보에 올랐다. 그녀의 두 번째 정규 음반 [Fearless]는 2009년 미국에서 가장 많이 팔린 음반이었고, 이 앨범으로 테일러 스위프트는 최연소의 나이로 그래미 올해의 앨범상을 비롯해 4개 부문을 석권했다.
그리고 2010년 세 번째 정규음반 [Speak Now]와 2012년 네 번째 앨범 [Red]가 발매 첫 주 백만 장 이상의 판매고를 기록하며 월드스타의 반열에 오르게 되었다. 작곡가로써 내슈빌 국제 작곡가 협회와 명예의 전당에도 헌정된 그녀는 자신의 경험을 통해 곡을 만드는 것으로도 유명한데, ‘조너스 브라더스’의 ‘조 조너스’와 결별 후 심경을 노래한 ‘Forever & Always’, 테일러 로트너와의 이별 후에 만든 ‘Back to December’등, 연인과의 이별이나 과거 학창시절 왕따를 당한 아픈 기억들에 관한 노래도 앨범에 상당수 수록되어 있다.
한편 그녀는 ‘폴 포츠’의 실화를 다룬 영화 <원 찬스(One Chance)>의 OST에서 작사, 작곡, 노래까지 맡아 뮤지션으로서의 자질을 유감없이 선보이며, 음악뿐 아니라 영화로까지 영역을 넓혀갔다. 카메오로 출연한 <한나 몬타나: 더 무비(2009)>이후, 게리 마샬 감독의 로맨틱 코미디 <발렌타인 데이(2010)>에서 줄리아 로버츠, 앤 헤서웨이, 애쉬튼 커처 등 대배우들 속에서 연기력을 다진 테일러 스위프트는 영화 <원 나이트 위드 유(2013)>에서 역시 팝의 대세로 악명을 떨치고 있는 린제이 로한과 연기 경합을 벌였다. 이밖에도 메릴 스트립이 제작을 맡고 2014년 8월 개봉예정인 SF판타지 영화 <더 기버(The Giver)>에 기억 전달자라는 주요 배역으로 캐스팅되어 배우로서 전념하고 있는 그녀를 더 이상 컨트리계의 소녀 요정이라고 부를 수만은 없을 것이다. 가수와 작곡가, 배우를 넘어 진정한 만능 엔터테이너의 길을 가고 있는 테일러 스위프트의 화려한 예술세계가 어떤 모습으로 만개하게 될지 앞으로의 행보가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