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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톡대톡] 진행형 아이콘, 임요환


순서가 바뀐 것 아니냐고 물을 수도 있겠다. 채널168 e-Sports 특집, 첫 번째 손님 ‘황신’ 홍진호에 이어 두 번째 손님 ‘황제’ 임요환 감독을 만났다. 매너, 배려, 겸손으로 기자들을 감동시킨 이 남자, 무엇이 이슈가 되는 지 잘 아는 센스까지 갖췄다. 프로게이머들은 원래 이렇게 다 훈훈한 걸까? 편집장님, 그리고 Pgr21.com 여러분. 저는 그저 감사할 따름입니다. 한 마디만 할게요. 저 '군단의 심장' 시작할까봐요. 



사생활


숙 : 프로게이머들이 원래 이렇게 외모가 출중한가요? 비록 두 분밖에 안 만나봤지만.

환 : 저번에 진호 만나셨죠. 외모야 진호가 훨씬 더.(웃음) 진호가 요즘 살이 많이 빠졌던데요. 방송을 해서 그런지. 

숙 : 메신저톡 대화명에 김가연씨 음식 자랑을 해 두셨더라고요. 

환 : 일단 제가 그 메신저톡을 잘 몰라서 그 분이 주로 해 놓으시고요. 음식이 맛있는 건 확실하죠.

숙 : 김가연씨도 방송에서 음식으로 내조를 한다고 하시던데.

환 : 네. 음식에 관심이 많아서, 웬만한 전문점 수준으로 요리를 잘 해요. 일단 한식이 주특기에요. 야식만 해도 쫄면, 떡볶이, 납작만두, 오뎅탕.

숙 : 든든하시겠어요.

환 : 살이 좀 쪄서.(웃음) 보통 여자친구가 음식을 하면 대부분 다 맛있다고 해 주잖아요. 그런데 가연씨 음식은 진짜 맛있어요. 

숙 : 오래 전에 카페를 열기도 하신 걸로 알고 있어요.

환 : 아, 카페는 얼마 전에 넘기게 됐어요. 카페를 하다 보니 커피를 어떻게 만드는지는 알았네요. 아메리카노 정도는 만들 수 있어요. 

숙 : 직접 바리스타 역할도 하셨나요?

환 : 제가 손님한테 만들어 드린 잔은 얼마 안 될 거예요(웃음) 그냥 커피를 만들 줄 안다는 데 의의가 있다, 이 정도.


근황 토크


숙 : 요즘 근황은 어떠신지.

환 : 일단 프로리그 끝나고 사무국과 스탭 워크샵 준비를 하고 있고요. 그 외에는 선수들 예선이나 정윤종 선수처럼 높이 올라간 선수들을 보고 있어요.

숙 : 포스트시즌에서 정윤종 선수가 결승에 진출했네요.

환 : 네. 프로리그에서 성적이 크게 좋은 편은 아니었는데, 개인리그에서도 대부분의 선수들이 떨어지는 바람에 e-Sports 명가 T1의 이름에 흠집이 좀 났죠. 그런데 정윤종 선수가 결승에 진출하면서 자존심을 많이 회복시켜 준 것 같아요. 이번에 꼭 우승해서 다른 선수들의 부진까지 묻어줬으면 좋겠네요.

숙 : 감독으로는 첫 시즌이신데.

환 : 감독으로는 반 시즌이죠. 코치로 반, 감독으로 반. 너무 경황없이 맡게 돼서, 맨몸으로 부딪히게 된 격이라 스트레스를 좀 받았죠. 노하우가 있으면 선수들을 더 잘 다룰 수 있었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있어요.

숙 : 원래 감독이 계획에 없던 일이었나요?

환 : 그것보다는 준비가 안 된 상황에서 너무 빠르게 맡게 된 거죠. 하지만 시간이 없었는데도 저를 감독으로 선임해 주었다는 건, 팀이 그만큼 저를 믿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니까요. 

숙 : 선수와 감독을 모두 경험하셨죠. 게임에 대한 시야나 관점이 달라졌을 것 같아요.

환 : 많이 달라졌죠. 감독 같은 경우는 한걸음 뒤에서 선수와는 다른 관점으로 보게 돼요. 그럼 ‘지금쯤 어떻게 해야 하는데’ 라는 게 느껴지거든요. 선수들이 생각하는 것과 뒤에 물러서서 코칭 스탭의 시선으로 보는 게 완전히 다른 거죠. 그런데 한 시즌을 지내고 보니까 선수들의 입장으로 보는 것도 분명 맞는 부분이 있지만, 코칭 스탭의 관점으로 보는 게 더 맞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결국 선수들이 성적을 잘 내기 위해서는 코칭 스탭도 더 많이 노력해야 된다고 느꼈죠.

(인터뷰 도중 전화가 왔다)

숙 : 전화 받으셔도 돼요.

환 : 모르는 번호는 안 받아요. 

숙 : 장난전화를 거는 사람도 있나요?

환 : 예전에는 장난전화가 많이 왔었죠. 어떻게 제 번호를 아신 건지. 계속 번호를 바꾸기도 귀찮고 해서, 이제는 모르면 아예 안 받아요. 

숙 : 인기의 증거 아닐까요. 팬카페 회원 수가 무려 60만명에 달하기도 했었다던데.

환 : 그랬었죠. 지금은 제가 팬카페를 들어가 볼 면목이 없습니다. 게이머 계속 한다고 쭉 얘기했었는데, 막상 지금은 게임을 하는 게 아니라 게임을 지켜보는 일을 하고 있으니까요.

숙 : 지금 하시는 일도 게임의 연장선상이잖아요.

환 : 그래도 미안한 거죠. 제가 게임하는 걸 보면서 모이신 분들이니까. 그리고 카페에 계속 글 남기겠다고 얘기했었는데, 잘 지키지도 못했고. 제가 당당해지기 전까지는 잘 못 들어갈 것 같아요.(웃음)


우리는 음악웹진이니까요


숙 : 평소 음악을 자주 들으시는 편인가요.

환 : 찾아 듣지는 않고요. 차 타고 경기장으로 이동하면서 듣는 편이에요.

숙 : 주로 무슨 노래를 들으세요?

환 : 사실 CD로만 듣다보니 제목은 잘 모르고, 이 노래를 어떤 가수가 불렀는지 아는 정도예요. 

숙 : 그럼 혹시 아이돌은 좋아하세요?

환 : 소녀시대 정도는 아는데, 그 다음에 나온 아이돌은 잘 모르네요. 저에겐 그 분이 계시니까요.(웃음)

숙 : 요즘 들으시는 노래 추천해 주신다면.

환 : 요즘 지드래곤의 'Missing you'를 자주 들었어요. 공감되는 가사가 있더라고요. ‘내 마음은 이리 울적한데 말할 사람이 없다/나도 가끔 활짝 웃고 싶은데 곁엔 아무도 없다’. 스탭이 그런 거거든요. 선수들에게 어떤 이야기를 하고 싶어도, 스탭이기 때문에 안고 가야 되는 부분이 있어요. 같은 스탭 입장에서도, 코치에게 다 이야기하진 못하거든요. 그럼 자연스레 외로운 자리에 있게 되고. 

숙 : 아무래도 그런 위치에 있다 보면 말하기가 굉장히 조심스럽죠.

환 : 제가 선수일 때는 이런 고민 없이 자주 이야기하고 공유하고, 술 한 잔 하면서 바로 풀 수가 있었는데 지금은 속에 좀 쌓이게 되는 거예요. 물론 이건 스트레스의 극히 일부죠. 주 스트레스는 성적이고요.


Pgr21.com이 임요환에게 묻다


숙 : Pgr21.com 질문으로 넘어가볼까요. Pgr은 자주 들어가는 편이세요?

환 : 예전에 많이 들어갔어요. Pgr에선 맹목적으로 까지 않거든요(웃음) 나름 이유와 명분을 갖고 평가를 해 줘요. 비난이 아닌 비판을 하죠. 논리적으로 이야기를 하고요. 물타기도 없어요. 저도 그런 걸 보면서 이런 부분에선 내가 잘 했고, 못 했구나 라는 걸 깨닫기도 하죠.


채널168에서 첫 번째 손님이 홍진호 선수이고 두 번째 손님이 임요환 감독님이 되셨는데, 2의 기운을 물려받으실 생각이 없으신지요? (운수좋은놈)


환 : 아, 최근에 진호가 1등을 한 번 해봐서 그런지 제가 2등으로 밀려난 느낌이기도 하고. 제가 선수 때는 1등을 많이 했었지만 최근에는 그다지 해 보지 못해서, 홍진호의 계보를 잇는 것 같은 느낌이네요.(웃음) 제가 사실 선수 시절 초반에는 우승을 많이 하다가 나중에는 스타리그 준우승만 연속 네 번을 했거든요. 그래서 진호만큼은 아니지만, 2등의 기분을 알죠. 

숙 : 진호씨가 우승한 건 다 이벤트전이라 묻혔다고 하시더라고요.

환 : 진호의 더 지니어스 우승도 저는 이벤트전의 성격이라고 생각해요.(웃음) 진호의 매력이죠. 1등보다 더 많이 기억되는 2등.


패션에 대한 감각이 좋으신 거 같아요. 옷 잘 입는 노하우 있을까요?


환 : 저요?(웃음) 일단 대부분의 남자들이 쇼핑에 관심이 없잖아요. 어떻게 골라야할지도 잘 모르고. 저는 예전엔 마네킹에 걸려있는 대로 달라는 그런 사람 중 하나였어요. 그러다가 함께 매치했을 때 잘 어울리는 색깔 정도는 알게 됐죠. 옷끼리 잘 맞는 색만 알아도 못 입지는 않는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옷에 대해서 감각이 있는 여자친구를 만나게 되면, 좀 더 깨우치게 되더라고요. 지금은 옷에 대해서는 가연씨에게 거의 맡겨놓죠. 보통 그렇잖아요. 남자들은 어떤 여자를 만나느냐에 따라서 스타일이 완전히 바뀌기도 하니까요. 스타일 변화의 초점은 여자친구인 것 같아요.

숙 : 여자친구가 없는 분들은 서러울 답변인데요(웃음)

환 : 제가 보기에 여자친구가 없는 분들이 옷을 잘 입으려면 패션에 관심이 좀 있어야 될 것 같아요. 한 번 입어보고 아니다 싶으면 다른 거 사 입고, 그런 편이 나을 거예요. 동대문 같은 곳에 자주 가시는 것도 괜찮고요.


숙소 생활 중 기억에 남는 선수가 있나요?


환 : 전상욱 선수를 말해야겠네요. 좋은 기억으로 남은 선수가 대부분이지만, 안 좋은 기억이 있는 선수를 꼽는 게 좀 더 재미있지 않을까 싶어서(웃음) 유일하게 팀 생활 하면서 저랑 갈등을 많이 빚었던 선수였어요. 제 입장에서만 말하는 거기 때문에 그 선수에게 불리할 수 있으니까 자세한 상황은 좀 그렇고, 싸울 뻔 하기도 했을 정도로 사이가 안 좋았던 적이 있었다, 이 정도만.


스타2에서 화기병이 너프되었음에도 테란이 사기라는 말이 나오는데,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환 :  세 종족이 다 세긴 한데 지금 제일 센 종족은 프로토스죠. 테란하고 저그는 프로토스에 치여서 2,3위권을 다투고 있고. 그나마 해결책으로 나온 게 화염기갑병이었어요. 그런데 블리자드에서 화기병이 너프된 주 이유가 테란-테란 전에서의 고착화 현상 때문이라고 발표를 했거든요. 테-테 전에서 화염기갑병이 너무 세니까 유닛이 그거 외에는 잘 나오지 않는다는 이유예요. 이게 참 어이가 없는 거죠. 다른 종족이 더 세기 때문에 너프를 한다, 이러면 이해할 수 있어요. 그런데 테-테 전에서의 고착화 현상을 이유로 다른 종족까지 영향을 주는 유닛을 너프시킬 필요는 없거든요. 데미지만 조금 하향시켜주면 해결될 문제였는데, 너무 심하게 너프를 했어요. 테란은 그렇게 좋은 종족도 아닌데, 다른 종족에 쓸 수 있는 전략을 없애 버리면 더 안 좋아질 수 있잖아요. 너프를 하는 저의가 도대체 뭔지 궁금해요. 제가 직접적으로도 블리자드 쪽에 이것저것 이야기했는데, 하나도 반영되지 않더라고요. 

숙 : 그럼 지금 화기병 너프로 테란은 불리한 상황에 있는 거네요.

환 : 그렇죠. 게임을 오랫동안 그대로 두면, 게이머들이 그에 대한 해법을 하나하나 찾아가게 돼요. 그 해법 중 하나가 화염기갑병이었고요. 그런데 해결책을 찾으려고 하는 도중에 그걸 잘라버린 거예요. 지금 대회에서 경기를 할 때 여섯 개의 카드를 낼 수 있는데, 각 팀에서 보통 세 장 이상의 카드를 내요. 그럼 다 프로토스만 보게 돼요. 제일 강하니까. 그렇지만 팬들 입장에서는 타종족, 저그하고 테란의 경기도 보고 싶을 거란 말이죠. 이런 부분을 해소 시켜줘야 하는데도, 제대로 된 패치를 하지 않고 있어요. 오히려 프로토스가 가장 강한 종족이면서 좋은 성적을 내는 선수들을 가장 많이 보유하고 있는데, 상향시키는 패치를 하기도 하고요. e-Sports, 특히 스타크래프트2의 발전을 위해서라도 이 부분은 정말 따끔하게 지적하고 싶어요.

숙 : 홍진호씨도 저그는 좋지 않다고 하시던데요.

환 : 지금 테란하고 저그는 살 길이 없어요. 상향 패치가 시급합니다.


전투모 몇 호 쓰셨나요? (그땐그랬지)


환 : 저는 군대 가기 전까지 제 머리가 크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군대에서 제가 58호를 썼거든요. 표준사이즈라고 하더라고요. 남자 표준 58, 여자 표준 56. 58호가 불편하지도 않고 딱 좋은 사이즈였어요. 그때 내가 머리가 큰 게 아니고, 얼굴이 큰 거구나 라고 느꼈어요(웃음) 방탄헬멧이 안 들어가는 군인도 많이 봤어요. 저는 표준입니다. 머리는 크지 않은 걸로.(웃음)


제일 좋아하는 별명은 무엇인가요? (설리)


환 : 아무래도 황제라는 별명이 제일 좋죠. 그것만 좋아해요. 그 외에는 대부분이 머리에 관련된 거라.(웃음)


여러 짤방의 주인공이셨는데, 보신 것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게 있다면요? (Practice)


환 : 희노애락 짤방이죠. 예전에 KTF 감독이셨던 정수 형이 장난으로 자주 때리는 분이었어요. 골격이 굉장히 장대하신 분이어서, 맞는 사람 입장에선 되게 아파요. 한 번은 기자분들이 많았을 때 또 때리시길래, 제가 저 분 자꾸 때린다고, 때리는 것 좀 찍어달라고.(웃음) 결국 사진이 찍혔는데 그때 맞는 제 표정이 모든 희노애락을 다 함축하고 있다고 하더라고요. 


감독님의 영광의 시대는 언제였나요? (JISOOBOY)


환 : 제 영광의 시대는 개인적으로 성적을 많이 냈던 때보다, T1이란 팀을 만들고 승승장구 하면서, 팀의 많은 선수들이 억대 연봉을 받아 내고 e-Sports의 그런 거품을(웃음) 가장 많이 끌어올렸을 때. 그때가 가장 영광의 순간이었던 것 같아요. T1이나 T1 선수를 응원하는 많은 분들도 그때가 가장 재미있고, 행복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감독님의 선수 시절과 지금의 프로게이머 중에서 게임스타일상 닮았다고 생각하는 게이머가 있나요? 그리고 지금이라도 붙고 싶은 게이머가 있다면 누구일까요? (하늘빛우유)


환 : 제 스타일하고는 정명훈 선수가 가장 비슷하죠. 정명훈 선수는 제 스타일 반, 최연성 코치 스타일 반 정도를 가지고 장점만 잘 적용한 선수 같아요. 흡수력과 응용력, 활용력이 정말 뛰어난 친구에요. 정명훈 선수도 자신이 무언가를 만들어 낼 줄만 안다면 정말 큰 선수가 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그리고 비슷한 것보다 똑같은 쪽에 가까운 선수는 고병재 선수. 그 선수가 플레이하는 스타일이 맘에 든다고 생각한 적이 꽤 있었어요. 이것저것 다양하게 시도하면서 플레이하더라고요. 획일화되면 안 된다고 생각하는데, 그런 걸 잘 표현하고 있는 선수가 고병재 선수인 것 같아요.  

지금이라도 붙고 싶은 게이머는 뭐, 홍진호. 저번 우승은 우연이었다는 걸 보여주고 싶고(웃음) 사실 프로게이머의 세계는 다른 선수나 팀을 도발한다든지 해서, 이슈를 만들어내는 게 중요해요. 욕을 먹는 건 그거에 비례하지만요. 물론 강민, 박정석, 이윤열 등 많은 게이머들이 있지만 그 중에서도 저하고는 홍진호죠. 예전부터 진호하고 저는 라이벌인 동시에, 게임을 했을 때 가장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유일한 상대이기도 하거든요. 


감독 생활을 계속 하고 계신데, 홍진호님이 출연하셨던 더 지니어스 : 게임의 법칙에서 섭외가 온다면 출연할 생각이 있으신가요? (come32855)


환 : 사실 섭외 요청이 왔었어요. 진호에게도 전화가 왔었고. 그런데 그 때가 시즌 막바지여서 참여할 수 없었어요. 시간이 된다면 할 수야 있겠지만 성적이 좋아야 가능한 문제인 것 같아요. 

숙 : 시즌 2에서 고정 멤버로 참여하실 생각은 있으신가요?

환 : 그러려면 제가 이 일을 그만둬야죠. 그런데 그건 시간이 가능할 때 이벤트성으로나 e-Sports를 홍보하기 위해서 할 수 있는 거고, 일단 제 본업은 지금 하고 있는 일이니까요.


선수 시절에 느꼈던 승부욕을 감독 활동 중에도 느끼시는지, 감독으로서의 매력은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환 : 저는 라이벌처럼 사연이 있어야 승부욕이 좀 생기는 편이에요. 그런데 원래 팀을 맡으셨던 박용훈 감독님이 다른 팀의 수장이 되시고, 저희와 붙게 된 거예요. 이건 엔트리 짤 때부터 너무 재미있는 거죠. 승부욕이 발동이 되니까. 박 감독님 밑에 있었던 임요환 코치로서, 감독님께 지도자로 인정을 받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그런데 역시 박 감독님이시라 그런지 전력이 그렇게 좋지 않은 상황에서도 2승 1패 하시고. 괜히 명장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감독의 매력은 한 게임 한 게임을 만들어 나가면서 팀 승을 챙기고, 그 이후에 느낄 수 있는 짜릿함인 것 같아요. 물론 선수일 때도 팀 승리가 중요하다고 생각했었죠. 그런데 막상 다른 선수의 경기거나 테란 경기가 아닐 때면 긴장이 조금 풀리기도 했거든요. 반대로 감독을 맡고 나서는 종족과 상관없이 정말 모든 게임에 집중하게 돼요. 모든 게임을 긴장감을 느끼면서 재밌게 볼 수 있어요. 그런 매력도 있죠. 

 

과거 인터뷰에서 게임리그가 언제까지 계속 될 것이냐는 질문에 프로야구나 프로축구가 언제까지 할 것 같냐고 반문하셨는데, 이 답변에 대해 지금도 변함없는 생각이신지 궁금합니다.


환 : 그 전에 대답한 게 있어요. 처음에, 아주 어렸을 때. 한 1,2년 하겠죠? 라고 했었는데, 후에 그 질문을 다시 받았어요. 그 때는 상황도 많이 변했고, 개인 위주로 가던 게임판에 협회라는 단체가 생겨나면서 많은 팀들이 참가를 했었죠. 그 때 그랬어요. 이건 망할 스포츠가 아니다. 지금은 제가 뛰고 있는 스타크래프트뿐만 아니라 LOL도 있고, 앞으로도 많은 종목들이 나오면서 e-Sports가 계속 이어져 나갈 거라고 생각해요. 제가 보기엔 나라가 망하지 않는 한, 그리고 전쟁이 나지 않는 한. 계속 갈 거 같아요.


감독으로 협회, 연맹, 외국팀 통틀어 5명을 뽑아 외계인과 지구의 운명을 걸고 5선승 리그를 해야 한다면 누구를 뽑으시겠습니까? (Uncertainty)


숙 : 이 질문 너무 마음에 드네요. 지구를 지킬 용사들을 뽑아주세요.(웃음)

환 : 하하. 60억 인구의 생사가 걸린 문젠데, 가장 성적 잘 내는 선수 다섯 명 뽑아야겠네요. KT의 이영호, STX의 이신형, T1의 정윤종, 웅진의 김민철, 김유진. 이 다섯 명이 최강의 멤버인 것 같아요. 감독으로서 그렇게 선수를 가지고 있으면, 지구를 지키는 데 일조할 수 있을겁니다(웃음) 


해설자로서의 생각은 없으신가요?


환 : 잠깐 이벤트로 한 번 해봤는데, 스스로도 이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어요.(웃음) 제가 말을 너무 못해요. 그렇게 좋은 평도 받지 못했고. 물론 계속 하면 늘겠지만요. 후에 여유가 있다면 해 볼 수도 있겠죠.


선수로써의 one more match를 염두하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꼬깔콘)


환 : 선수는 계속 꾸준히 갈고 닦아서 숙련도를 쌓아야 성적을 낼 수 있는 거거든요. 그런데 사실 제가 최근에 몸이 안 좋아져서 쉬고, 치유하고 있는 중이에요. 아무래도 시즌 내내 긴장하고 있다가 맥이 탁 풀리니까 몸에 무리가 온 거죠. 몸 상태가 예전처럼 호전이 돼서 게임을 꾸준히 할 수 있고 팀 성적도 안정권에서 지속이 된다면, 나중에라도 제 열정을 불태울 수 있는 기회가 분명 올 거라고 생각해요.

숙 : 시기는 언제쯤이 될까요?

환 : 아직은 제가 이 일을 하기도 좀 급하네요. 이 일을 여러 가지 구상을 하고 잘 시스템화 시켜서 성적을 계속 낼 수 있게끔 만들어 놓으면, 그 때쯤에는 계속 감독을 할 필요는 없을 것 같아요. 하지만 현재 저에게 가장 중요한 건 팀 성적이니까요. 지금 하는 일을 제대로 해 놔야만 다른 일도 생각할 수 있겠죠. 지금 저에게 추측보다는 한 마디 위로가 더 필요한 것 같아요. 제가 무서워서 인터넷을 못 들어가고 있어요.(웃음)


아직도 팬이 ‘힘’의 밑거름인가요? (Love.of.Tears.)


환 : 모든 스포츠는, 관심. 모든 힘은 팬에서 나와요. 관심이 없으면 스포츠로서 실패한 거죠. 팬이 제일 중요해요. 

숙 : 팬카페 무서워서 못 들어가고 계신다고 하셨잖아요.(웃음)

환 : 그래도 그런 관심 없으면 힘들어서 일 못해요. 스포츠의 재산은 팬이니까.


아직까지 e-Sports의 인식은 좋지 못합니다. 임요환이라는 아이콘이 갖고 있는 상징성, 그것으로 어떻게 e-Sports의 인식 개선에 도움을 줄 수 있을까요?


환 : 저 스스로는 많이 노력했어요. 청와대에 가서 대통령께 e-Sports 좀 키워 달라고 말한 적도 있고. 영화, 드라마, 해외 대회에 나가서 우승한다던지. 정말 거의 안 해본 게 없을 정도로 인식을 바꾸려고 노력을 많이 했고요. 물론 저뿐만 아니라 다른 선수들도 다 그래 왔어요. 그 노력들이 헛되진 않았죠. 지금은 대기업들이 팀을 창단해서 계속 리그를 이끌고 있고, 팬들도 많이 확보하고 있고. 자녀가 프로게이머를 해도 되는지에 대해서 부모님들이 요청을 해 올 정도니까, 인식이 많이 바뀌긴 했죠. 시간문제인 것 같아요. 20년 정도 지난 스포츠가 되면, 20년 전에 게이머 하고 싶어 했던 세대들이 전부 부모가 되는 거거든요. 그럼 인식은 자연히 바뀌겠죠. 지금 한 10년 지났으니 앞으로 10년이네요. 


글 : 백숙경(sookp5@onair168.com)

사진 : 이진영(loveisyou@onair168.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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