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물 세 번째 이야기
파울로 코엘료의 '11분'
<선정의 변(辯)>
- 마지막 사랑이 언젠지 헤아려봅니다. 공개하고 싶진 않지만 좀 오래된 건 분명합니다.
이번 감탄고토에서 소개할 <11분>은 그리 거창한 의도에서 선정한 건 아닙니다. 선정의 변은 '봄도 다 지나간 김에 끄적이는 여름맞이 한탄특집' 정도로 하겠습니다.
- 이번에 소개하는 작품 '11분'의 작가는, 대부분의 사람이 책은 안읽어봤어도 이름을 들어본 적이 없을리가 없는 '연금술사'의 저자 파울로 코엘료 입니다.
- 브라질에 사는 소녀 마리아는 열한 살 때 이웃 남자아이를 짝사랑하지만, 소년이 건넨 말을 마음에도 없이 외면해버리고 맙니다. 이후 남자친구를 사귀지만 가장 친한 친구에게 빼앗겨버리고, 사랑에 상처받은 그녀는 자신에게 더이상 사랑이 찾아오지 않을 거라 생각합니다.
고등학교를 마친 뒤 가게 점원으로 일하다 리우데자네이루로 여행을 떠난 그녀는, 그곳에서 한 남자로부터 유럽에서 성공하게 해주겠다는 제안을 받습니다. 부와 모험을 찾아 스위스로 떠나는 그녀. 그러나?그곳에서 그녀는 전혀 예상치 못한 일과 마주하게 됩니다.
<인생의 방향성에 의문이 들 때 봐야 할 문장>
- 롤러코스터, 그게 내 삶이다. 삶은 격렬하고 정신없는 놀이다. 삶은 낙하산을 타고 뛰어내리는 것, 위험을 감수하는 것, 쓰러졌다가 다시 일어서는 것이다. 그것은 산을 오르는 것과도 같다. 자기 자신의?정상에 오르고자 하고 그곳에 도달하지 못하면 불만과 불안 속에 허덕이는 것. (....중략....) 하지만 그 롤러코스터의 궤도가 내 운명이라는 확신, 신이 그 롤러코스터를 운전하고 있다는 확신만 가진다면, 악몽은 흥분으로 변할 것이다. 롤러코스터는 그냥 그것 자체, 종착지가 있는 안전하고 믿을 만한 놀이로 변할 것이다. 어쨌든 여행이 지속되는 동안은, 주변 경치를 바라보고 스릴을 즐기며 소리를 질러대야 하리라.
<머리를 한 방 때려주는 문장>
내가 바로 그랬어. 침묵 속에 숨어 마치 모든 것을 아는 척하며 살아왔어. 어제는 그 아랍인이 워낙 신경을 건드리는 바람에 발끈해서 내가 아는 거라곤 코카콜라와 펩시 콜라가 다르다는 것밖에 없다고 말했지만, 그렇다고 그가 충격을 받았을까? 그렇다고 그가 날 달리 봤을까? 전혀! 내 솔직함을 아주 신선하게 받아들이는 것 가긴 했지. 나는 실제의 나보다 더 똑똑하게 보이려다 늘 손해를 봤어.
/모르는 걸 당당히 모른다고 말할 용기가 없어 더 큰 곤경에 처한 옛날이 생각난 문장입니다. 동시에 단연코 알지 못하지만 기어코 안다고 말하는 상대방으로 인해 분노한 과거가 떠오르기도 합니다. 무지를 인정하는 건 자존심의 굴복이 아닌, 일종의 멋이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몰라도 알아야 될 때는 있습니다. 예컨데, 이런 질문들. '오빠, 나 어디 바뀐 곳 없어?'라든지.
<달콤한 문장>
"내가 많이 사랑한 이 여자에게 축복을."
그의 말은 아름다웠다. 우리는 또다시 포옹했다. 우리는 어떻게 단 11분이 한 남자와 한 여자를 그 모든 것으로 이끌 수 있는지 이해하지 못한 채 한참 동안을 그러고 있었다.
<정리하는 문장>
성(聖)스러운 성(性) 이야기
<보태는 문장>
- 제목의 11분은 성행위의 평균 지속시간을 의미합니다. 수많은 사람들이 창녀 마리아를 거치며 위로와 희열을 느끼는데 반해, 마리아에게는 그것이 그저 '11분' 그 이상의 의미를 가지지 못합니다. 그렇게?11분의 희열과 감정을 전혀 공감하지 못하던 마리아가 진정한 사랑의 의미를 깨달음과 동시에 '11분'의 마법을 알게 되는 것이 소설 '11분'의 골자입니다. 아주 디테일한 성적 묘사(!)와 삶에 대한 통찰이?깃든 문장이 매력적인 작품입니다. '성적 쾌락'이라는 중심소재, 이야기의 중간에 등장하는 새디즘, 마조히즘 등의 부연소재로 인해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를 연상하는 분들도 종종 있습니다. 자극적인 소재로 거부반응이 들지도 모르겠지만(쌍수들고 환영할 분이 더 많다는 것도 알고있...) 영혼의 교류가 깃든 사랑이 무엇인가에 대해 깊이 생각해볼 기회를 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