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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일의 홍대는 예민한 귀 그리고 카메라면 충분하다.

마지막 주 금요일을 홍대에서 기가막히게 보내는 방법.

 

 

 저녁 8시. 라이브 클럽데이가 열리는 홍대는, 불타는 금요일에 걸맞게 빵빵한 아티스트들의 파워풀한 에너지가 홍대 곳곳을 메꾸고 있었다. 무경계라는 말에 걸맞게 팔찌 하나로 열 군데의 라이브클럽을 돌아다닐 수 있으니 이 날만큼은 귀가 최대한의 호사를 누릴 수 있는 날이라고 할 수 있겠다. 어느 때보다 핫한 아티스트들과 리스너들로 북적이는 이곳에 당연히 168이 빠질 리 없다. 독자들에게 생생한 정보를 전달코자 불금을 포기하고 기꺼이 홍대로 발걸음을 향했다. 오직 카메라와 예민한 청각만을 들고.

 

 누구나 맛있는 음식으로 가득찬 밥상을 받게 되면 무엇부터 먹을지 행복한 고민에 빠지게 된다. 이날의 라이브 클럽데이도 그랬다. 곳곳에 실력있는 아티스트들이 가득하고 화려한 연주들이 넘쳐 흐르니 대체 어떤 공연부터 봐야 되나 싶었는데, 두 에디터는 행복한 고민에 빠지기 시작했다. 시간은 한정되어 있고 갈 곳은 많고. 신중한 동선결정이 필요하다.

 

 

 

# 1. 20:00~20:20, 김바다 IN KT&G 상상마당

 ‘수컷’ 특유의 묵직한 사운드를 좋아하는 부편집장의 의견에 따라 먼저 저녁 8시의 KT&G 상상마당으로 향했다. 후술할 클럽들도 마찬가지지만 상상마당 입구에는 메르스를 의식했는지 손 세정제가 비치되어 있었고 입장객에게 체온검사를 할 정도로 상당히 세심한 배려를 하고 있었다. 이날 상상마당에선 김바다, 뜨거운 감자, 크래쉬 등 사나이의 밴드들이 공연을 펼쳤다.

상상마당은 라이브클럽 데이의 공연장 중 가장 좋은 환경의 공연장에 속한다. 공연장 크기가 상당히 넓고, 최상급에 속하는 조명과 사운드, 거기에 짐을 넣을 수 있는 짐칸까지. 아주 쾌적하다. 단, 사물함을 쓰려면 짤짤이용 동전을 가져와야 한다는 점을 잊지 않도록. 만약 무거운 짐이 있다면 첫 공연장으로 향하기 전 이곳에 먼저 와서 사물함에 짐을 넣고, 공연이 끝나면 가져가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사물함 수가 제한적이기에 경쟁률이 치열한 것이 함정이지만…

국내 최정상급 록뮤지션의 출현에 공연장은 열기와 함성으로 가득했다. 그는 바로 김바다. 웅장한 비트와 파워풀한 목소리가 넓디넓은 공연장에 쩌렁쩌렁 울리는데, 쩌렁쩌렁한 목소리를 듣는 것만으로 절로 테스토스테론이 용솟음치는 기분이 들었다. 아아, 날 가져요…

이날 김바다는 연주 중의 다이나믹하고 거친 카리스마와는 달리 곡이 끝난 멘트타임에는 부드럽고 짖궃은 동네 형 같은 모습을 보여 주었다. 자신과 똑같은 빨간 체크무늬 셔츠의 남자관객에게 농을 건내고, 셔츠를 벗어보라는 사심담긴 여성팬의 요구에 수줍게 단추를 푸는 시늉까지(정말 시늉까지만…) 보여주며 내 여자에겐 따뜻한 도시남… 아니, 내 팬들에게는 따뜻한 진정한 아티스트의 모습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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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20:20~ 20:30, 제8극장 IN 클럽 타

 클럽 타는 롤링홀 거리 중심부에서 극동방송국 방향의 골목에 위치해있다. 홍대신의 전통적 명맥을 이어오는 클럽답게 내부에 라이브 클럽 느낌이 물씬난다. 클럽에서의 맥주 한 병을 즐기는 진정한 올드팬이라면 클럽 타의 정취를 200% 즐길 수 있을 것이다. 핀조명이 프런트맨을 제대로 밝히지 못하는 점은 많이 아쉽다. 제8극장, 줄리아 하트, 코가손, 타카피의 공연이 펼쳤다.

클럽 타에선 20시부터 예정되어 있던 제8극장의 공연이 펼쳐지고 있었다. 클럽 오픈시간이 얼마 안 되어서 그런지 에디터 일당이 갔을 땐 제법 한산했었다. 관객들이 15명 정도 되었을까. 다소 조용한 탓에 보컬리스트의 가사 하나하나가 또박또박 들릴 정도였으니, 음악을 즐기기엔 더할 나위 없이 좋은 환경이라 할 수 있었겠다. 비록 공연장에는 소수의 팬들만이 제 자리를 지키고 있었지만, 제8극장 또한 프로답게 관객의 수에 동요없이 멋진 연주를 하고 있었다. 수가 적으면 좀 어떠하리. 멜로디 하나하나, 관객 한 명 한 명에게 최선을 다하고 있는 아티스트와 음악을 향유하는 팬들이 있는데. 제8극장은 위트있는 가사가 포인트인 <너랑 뽀뽀할래>와 후크가 인상적인 <양화대교>를 연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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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20:30 ~ 21:00, 눈뜨고코베인 IN 클럽 FF

 이번엔 바로 옆의 클럽FF. 클럽FF는 클럽타의 바로 옆에 위치해있기에(대략 15걸음 쯤?), 클럽타와 세트메뉴로 감상이 가능하다. 클럽타와 마찬가지로 내부에 칵테일 바가 존재하며, 눈뜨고 코베인, 줄리아드림X텔레플라이, 서울전자음악단, 구남과여라이딩스텔라가 공연을 펼쳤다. 12시부터는 DJ에디의 주도하에 댄스파티가 열리니 아직 불사를 체력이 남은 관객들은 이곳에서 육체를 하얀 재로 불사르는 것도 나쁘지 않다.

이번 무대는 눈뜨고 코베인이었다. 다소 한산했던 지층 바를 지나 지하 공연장에 들어가자, 사람들로 꽉 차서 발 디딜 틈이 없는 공연장이 펼쳐졌다. 보컬리스트 깜악귀는 트위터피셜에 따르면 넥타이를 뒤로 넘긴 셔츠차림에 반바지를 입고 왔다는데, 관객들이 너무 많아 담당에디터는 그가 하체에 무슨 옷을 거치고 있는지 확인하지 못했다.

깜악귀 특유의 애절한 보컬색과 탄식하는 듯한 가사가 인상적인 발라드 <스카이워커>를 선보였고 연이어 불붙은 분위기의 <퓨처럽>도 불렀다. 이날의 백미는 <퓨처럽>. <퓨처럽>을 연주하며 멤버 전체가 크레용팝처럼 무대 위를 콩콩 뛰는 안무까지 선보였는데, 공연장을 가득 채운 관객들이 퍼포먼스를 따라하며 콩콩 뛰어대자 바닥이 울리며 공연장이 무너지는 것은 아닐까하는 착각이 찰나의 순간 머리를 스쳤다. 아직 집에 먹다 남은 감자칩이 있어서 죽기에 곤란한데. 순이한테 고백도 못했는데. 어쨌든. 역시 음악은 라이브다. 이 외에도 하트모양의 기괴한 훌라후프로 퍼포먼스를 선보이는 등, 눈뜨고코베인의 무대는 하나하나가 다 명장면이었다 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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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21:20 ~ 21:40, 노라조 IN 레진코믹스 V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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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라조의 열혈팬을 자처하는 부편집장 덕분에 우리의 다음 무대는 그들이 공연하고 있는 레진코믹스 V홀(이하 ‘V홀’)로 서둘러 향했다. V홀의 경우 홍대 중심부의 공연장들과는 다소 떨어져 있는 편이기에, 만약 V홀로 동선을 잡고 있고, 공연장의 앞좌석을 점유하고자 하는 욕심이 있다면 이동 시간 계산을 잘해야 한다. 라이브클럽 데이가 열리는 금요일 저녁은 홍대 

 

거리에 인파가 가장 몰리는 시간이기에, 여유있는 시간계산이 필요하다. 필자의 경우 다수의 길막으로 인해 평소 걸음이 다소 빠른 편임에도10분가량 걸렸다. 이날 V홀에서는 메스그램, 노라조, 리플렉스의 공연이 펼쳐졌다.

노라조의 공연은 역시 화려했다. 공연장 문을 열자마자 그들의 히트곡 <카레>가 흘러나오고 있었는데 잠시 카레공장에 온 듯한 착각이 들었다. 워낙 인지도가 있는 그룹인지라 이 곳 또한 관객들이 많았다. 이혁의 카리스마와 조빈의 복장이 해학적인 가사와 더불어 굉장히 묘한 무대를 자아내고 있었다. 공연의 스페셜리스트답게 엄청난 시너지를 뿜어대며 노라조의 매력을 여실히 드러냈다.

이혁의 돌고래 고음이야 이미 유명하지만 격한 안무를 하면서 흔들림이 없는 조빈의 보컬도 놀라웠다. 공연장을 가득 채우는 저음부의 보컬톤과 성량이 공연장을 빈틈없이 메웠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의 개그본능과 이혁의 고음에 가려져 진가를 보기 힘든 헌신이라는 느낌이 들었으니… 보컬리스트 조빈의 비운이자, 재발견이랄까.

관객들과 대화를 하면서 조빈의 무지막지한 입담이 터지기 시작했고 장내는 이내 웃음으로 가득찼다. 돈 없으면 그냥 노라조 공연 오고 돈 있으면 홍대의 다른 공연을 즐기고 오라는 조빈의 말에서 그의 매력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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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 21: 50~ 22:10,사람또사람 IN 에반스라운지

 마지막으로 우리가 향했던 곳은 에반스라운지였다. 테이블과 의자가 공연장 전체에 구비되어 있어 좌식으로 편하게 공연을 즐길 수 있는 이점이 있다. 조용하고 어두운 조명 아래 켜진 촛불이 은은한 분위기를 내어 재즈, 블루스, 어쿠스틱 공연에 특화된 분위기를 낸다. 무대 위 악기 중에는 클럽 중에도 드물게 그랜드피아노가 있다. 분위기가 조용하고 낭만적인 정취가 있으니 관객들 대부분이 커플이었다. 방금 전까지 해학과 드립이 넘치는 노라조 공연을 보다가 이 곳 특유의 블루지하면서 낭만적인 분위기를 접하니 조금은 생경했다.

사람또사람의 두 남녀보컬은 관객들과 잔잔히 얘기를 나누면서 낯익은 사투리를 쓰고 있었는데 알고보니 두 사람 다 필자와 같은 대구출신이었다. 사람또사람의 마지막 곡은 <사람또사람>. 어쿠스틱 기타 특유의 잔잔한 멜로디와 일상적 가사로 편안한 느낌을 주는 노래다. 오늘 취재의 엔딩곡으로 장식할만한 했다.

 

# 6. 22:30 ~ 취재 철수12.jpg

 비록 온 몸은 힘들었지만 귀가 호강했으니 의의가 있다고 하겠다. 라이브클럽 데이는 홍대인의 축제이다. 클럽과 클럽의 경계 없이 하나로 화합하여 음악인들만의 무경계화를 선포하는 만큼 하나된 라이브 클럽을 넘어 하나된 뮤직피플이 될 수 있는 의미있는 행사였다. 7월에 열릴 제6회 라이브클럽 데이 역시 건승을 기원한다.

아쉬운 것이 있다면 어느덧 귀밑에 서리가 내리고 삭신이 아려오는 연령대에 진입해가는 에디터 군단의 나이 탓에, 저질스러운 체력으로 라이브댄스 파티를 가지 못했다는 점이 있겠다. 아, 청춘이여. 사리사욕을 모두 채우진 못했지만, 퇴근길이 만족스럽다. 그저 음악과 즐기는 사람들만이 있는, 어느 멋진 밤.

 

 

 

 

 

 

임우락(ghalados@onair168.com)

조용찬(lifeinagony@onair168.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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