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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왔다 그쳤다를 반복하던 5월의 어느 날.

찰랑거리는 긴 머리를 휘날리며 그가 카페에 들어왔다.

‘한 대만 피고 인터뷰하자’며 쿨하게 담배 제의를 하는 그 남자에게 묘한 마성의 매력이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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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인소개 부탁드린다

- ‘회기동 단편선’이라고 한다. 혼자 활동할 땐 ‘단편선’이라는 이름을 쓰곤 하는데, ‘회기동 단편선’은 포크 음악을 하는 프로젝트의 이름이라고 생각하시면 될 듯 하다. 2007년에 <스무 살 도시의 밤>이라는 데모를 하나 발매했고, 작년 4월에 <백년>이라는 정규앨범을 발매했다. 음악은 사이키델릭에 가깝지만 장르가 섞여있는 포크음악을 ‘회기동 단편선’으로써 하고 있고, ‘단편선’으로써는 그 외에 다른 프로젝트들을 진행하고 있다. 포크음악만 하는 사람은 아니다. 그 외에 자립음악생산조합 운영위원을 하고 있고, 글도 쓰고 레슨도 하며 먹고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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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운영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자립음악생산조합에 대해 간단하게 설명을 해주신다면.

- 자립음악생산조합은 2010년부터 시작했던 프로젝트이다. 음악가들도 포함되어있고, 음악을 하지 않지만 음악을 좋아하거나 함께 도모하고 싶은 사람들이 모여서 만든 생활협동조합이다. 생활협동조합이 일반인들에게 잘 알려져있지 않은데, 한국에서 하는 말로 그냥 계모임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돈을 정기적으로 거둬서 그 돈을 바탕으로 우리가 할 수 있는 것들을 만들어 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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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히 자립이라는 말을 쓰게 된 이유가 있는지.

- 인디라는 말은 우리끼리 잘 안쓴다. 인디라는 말 자체의 의미가 너무 넓어진 개념이 있어서 뜻이 불명확해졌기에 자립이라는 단어를 써서 그 개념을 명료하게 표현하고, 그 특성들을 바탕으로 해서 사람들이 행복하게 순환하면서 살 수 있는 필드를 만들어보자는 생각에 자립이라는 단어를 쓰게 되었다. 자립이라는 말은 두 가지 의미가 있는데 첫 번째는 자치의 의미다. 우리가 직접 모든 것을 컨트롤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인데, 관객도 직접 받고, 음반도 직접 만들면서 음악의 생산 과정을 투명하게 만들겠다는 뜻이다. 한편으로 ‘음악가가 어떻게 하면 음악을 통해 생존할 수 있을까’라는 문제를 함께 고민하는 의미가 담겨있다. 단순히 소모임이나 동아리, 협회를 통해 무엇을 한다는 의미를 넘어서 우리가 실제로 활동할 수 있는 물적인 기반을 만들어 나가기 위해 현재의 생활협동조합 형식을 취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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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리반 칼국수 이야기가 유명하다. 개발로 인해 강제철거 위기에 몰린 칼국수 집을 음악공간이 없어 거리를 무대로 삼고 있는 인디뮤지션들이 자발적으로 뭉쳐서 철거를 막은 이야기였는데, 협동조합이 만들어지고 그쪽 일에 개입을 한 것인지, 혹은 그쪽에서 먼저 모이고 이후에 협동조합이 만들어진 것인지.

- 그쪽에서 먼저 모였다. 예전에도 이런 종류의 시도들이 몇 번 있었는데, 이전엔 ‘아마추어 증폭기’로 활동했고 지금은 ‘야마가타 트윅스터’로 활동하시는 한바씨와, 공연기획을 하는 박담씨 외 몇 분이 음악하는 공간을 만들려고 몇 번 시도를 하다가 불발이 났었다. 이때 나는 다른 곳에 있었는데, 어쨌든 이분들은 그러던 와중에 두리반이라는 칼국수 집에서 함께 모여서 농성을 하게 되었고, 두리반 농성을 시작되었을 때 우린 두리반 농성을 지원하는 <51+>라는 언더그라운드 뮤지션 공연행사를 기획하기 시작했다. 농성지원을 하던 도중 단순히 농성에 도움을 주는 것도 좋지만 그 외에 우리 자신을 위한 어떤 자리를 함께 만드는 것이 좋지 않겠냐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고, 그에 따라 <자립음악가모임>이라는 모임을 시작해서 1년 정도 지속하다가 생활협동조합을 만들기로 했다. 왜 하필 생활협동조합이냐고 하면 그냥 우리가 하던 일이 생활협동조합과 비슷했기 때문이다. 사실 공연기획을 할 때 여러 가지 일이 많기에 이를 한 사람이 전부 해결한다는 것은 굉장히 힘든데, 우리끼리 서로 시간남는 사람끼리 돌아가며 돕고 하다보니 자연스럽게 생협이 지금의 우리와 비슷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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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회나 철거현장에서 공연을 가지는 일들이 많았는데 언제부터 시작하게 된 것인지.

- 가장 처음 시작한 것은 대학교 3학년 때였다. 본격적으로 철거현장에서 공연을 많이 하게 된 것은 2009년에 군에서 전역했을 때인데 지금까지도 계속 하고는 있다. 처음 밴드를 시작한 것은 19살 때 였는데 군대가기 전에 데모를 하나 내고 갔다. 전역 후 다시 복귀를 하긴 했는데, 인디 씬으로 복귀를 한 것이 아니라 철거현장으로 복귀를 했다. 지금과 그때를 비교하면 생각이 좀 다른데, 군대 있을 땐 이상한 책을 많이 읽어서 그렇다(웃음). 빨간 책을 많이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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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맥심을 봤나.

- 맥심이나 지큐는 오히려 많이 안읽었다(웃음). 군대에서 책을 정말 많이 읽었는데, 맑스, 레닌, 들뢰즈 등의 철학에 대한 것들 이었다. 아시다시피 군대에선 내가 내 의지대로 행동 할 수 있는 것이 별로 없었기에 내 행동에 대한 피드백을 받을 수가 없었다. 예컨데 A라는 행위를 하면 B라는 반응이 돌아와야지 판단의 기준이 생기는데 그런 것들이 없었다. 맑스, 레닌이 틀렸다는 이야기가 아니라 행위의 판단 기준이 없으니 주화입마 상태에 빠져있었다는 말이다. 게다가 그 당시가 한창 촛불집회가 열릴 때 였는데, 보직이 정훈병이다 보니 정신교육자료를 내가 만들게 되었다. 그러다보니 신문을 자연스레 많이 접하게 되었는데, 밖에서 벌어진 시위기사를 보고 거기서부터 영향을 많이 받기 시작했다. 그때부터 ‘내가 혁명을 해야겠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는데 사회에 돌아온 이후론 많이 바뀌었다. 바뀌게 된 이유가 아주 간단했는데, 집에서 돈이 끊겨서였다. 자의반 타의반으로 끊은 것이긴 했지만, 관념 속에만 있다가 먹고 사는 기본적인 문제에 봉착하게 되니 이것저것 무엇인가를 해야 할 상황에 처하게 되었고, 그러다보니 내가 고쳐야 할 점에 대해 느낄 수 있었다. 두리반을 가게 된 것도 돈이 끊기게 된 원인 중 하나인데, 두리반에서 농성을 하다가 그만 졸업을 못하게 되었다. 아버지가 진노를 하시는 바람에 그땐 정말 집에서 쫓겨날 뻔했다. 물론 지금은 좋은 관계다. 어버이날 카네이션도 달아드렸고.

앞서 말씀드린 것은 에피소드같은 것이고 사실 요즘 생각하는 건 ‘혼자만 잘살면 무슨 재미냐’와 비슷한 느낌이라 보면 된다. 자립음악생산조합을 하면서 운영위원들이 다들 동의하는 것은 아니지만 생각은 하고 있는게 ‘음악하는 것이 나만 잘산다고 되는 건 아니다’라는 것이다. 사회가 잘 돌아가고 안정적이어야 우리도 잘산다는 추상적인 수준의 생각들을 다들 가지고 있기에 대부분은 이런 사실에 동의를 한다. 음악하는 사람들은 음악으론 못먹고 사니까 알바를 하거나 비정규직으로 대충 먹고사는 경우가 많다. 인류 역사상 음악을 하면서 벌이가 확실하고 후원이 많아서 잘살 수 있었던 경우는 없었는데, 그런 것을 생각해보면 ‘최저임금이 올라가면 좋은 거 아닌가’라는 생각을 하게 된 건 어찌보면 당연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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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회나 철거현장에 자주 있다보면 아찔한 순간들이 많았을 듯 하다.

- 그렇긴 한데.. 구속된다고 해도 몇 년 동안 함께 해 온 친구들이 벌금도 모아주고 빼내려고 노력은 해주지 않겠나. 데모도 해줄 것 같고. <크르르르>에 해놓은 만행을 보면 도와주는게 도의에 맞는 것 같다(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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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글루스 같은 곳에서 글을 쓰신 것을 많이 봤다. 신문 같은 곳에도 글을 기고하시는 경우가 많고, 웹진 <보다>라는 곳에서 필진을 맡고 계시다. 글은 평소에 많이 쓰시는 편인지.

- <보다>에서 필진을 하던 것 때문에 욕을 많이 먹었다. 일단 돈만 주면 글은 다 쓴다. 처음엔 돈을 안줘도 썼는데 그땐 지적인 허세가 있어서 말도 안되는 프랑스 철학을 가져다 붙여서 글을 쓰기도 했다. 지금은 글을 쓰게 되면, 필요에 의한 효용성이 있는 글은 치밀하게 잘 쓴다. 예컨대 친구의 음반에 대해 글을 써준다든지, 혹은 돈을 받고 글을 써주는 경우가 있다. 돈을 받고 쓰는 건 그에 적합한 글을 재단을 잘해서 맞춤으로 써드린다. 글은 사실 그냥 어릴 때부터 쭉 써왔다. 어릴 땐 ‘문학이 무엇인가’같은 문제로 글을 썼다면 지금은 논리에 맞는 글을 쓰기위해 노력하고 있다. 논리에 비는 부분이 있는 건 어쩔 수 없는 거고, 논리에 비는 부분이 없는 글은 있을 수가 없기 때문에, 어느 정도 설득력이 있는 글을 쓰려고 노력하고 있다. 2010년 발간한 책 <발칙한 반란을 꿈꾸는 요새 젊은 것들>에 대한 이야기를 하시려는 것 같다. 한 때 88만원 세대라는 키워드가 유행한 적이 있었는데 여기 묻어가려는 생각은 아니었지만 ‘이것에 대해 지금의 20대들은 어떻게 생각하고 있나’라는 생각에서 출발했던 책이었다. 지금 생각하면 그리 뛰어난 생각은 아니었지만 어쨌건 책은 절판시켰으니 나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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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케르’라는 음악 사이트에서 주적 취급을 당하고 있다. 어떻게 생각하는지.

- 그 사이트에 대해 열 받았던 시기는 너무 오래 전인데 마지막으로 열 받았던 것은 2010년과 12년 쯤이었다. 이제는 ‘사케르’를 대놓고 들어가고 있고, 들어간다고 이야기를 하고 다닌다. 들어가면 웃기니까(웃음). 약간 일베같은 느낌인데, 이런 걸 보면 멘탈이 강해진다. ‘내가 까이기도 하는구나’라는 걸 새삼 느끼기도 하는데, 내가 열심히 한다고 해서 안까이는 것도 아니고, 한편으로 이것 때문에 더 상처받을 일도 없기 때문에 그런 것들은 쓸데 없는 이야기라 할 수 있다. 내가 아니면 그만이니까. 오히려 ‘사케르’에서 이야기하는 것 중 맞는 말도 있다고 생각한다. ‘자립’에 대한 이야기를 할 때도 쓸데 없는 말이 많긴 하지만 재미있는 말도 많고. 경청까진 아니지만 참고할 만한 아이디어도 있고. 재미있는 사이트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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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 년>이라는 정규앨범이 작년에 나왔다. 앨범을 만드는 도중 난관이 많았다고 들었는데.

- 음반을 만들 땐 집중력이 있어야 되는데 계속 중도포기를 많이 했다. 사운드 컨셉이나, 전반적으로 앨범을 관통하는 주제들, 그리고 여기에 필요한 자원들, 이를테면 ‘세션을 누구를 써야하는가’에 대해 시행착오를 겪었다. 앨범을 처음 만들려고 한건 2010년 경인데 그 사이에 포기를 대 여섯번 쯤은 했고, 마침내 완성한 것이 <백 년>이라는 앨범이다. 작업하다가 엎고, 작업하다가 엎고를 반복하다가 어느정도 되었다 싶어서 만들었는데, 아주 만족스러운 수준까진 아니지만 대충 이정도면 괜찮은 듯하다. 나쁘진 않지만 좋지도 않다. 좋은 포인트가 있긴 한데 지금 만들면 더 잘 만들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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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금 말씀해주신 좋은 포인트를 꼽아서 앨범 소개를 해준다면.

- 요즘 나오는 앨범들은 나쁜 이야기를 하는 것은 아닌데 야망이나 야욕이 없다. 사람들에게 편하게 다가가고 싶어 하는 것은 이해하고, 그것도 필요한 정서라고 생각을 하는데, 어쨌든 전반적으로 너무 야심이 없거나 야심에 비해 실력이 너무 없다고 생각한다. 어쨌든 그런 의미에서 <백 년>은 나름 야심차게 만들었고, 야심을 표현하는 방식이 스스로에게 엄청나게 부끄러울 정도는 아니었다. 여기서 부끄럽다는 것은 야심에 비해 퀄리티가 나오지 않아 전달이 되지 않았다는 것을 말하는데, 그정도까진 아니어도 못만든 것은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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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 년>에서 애착이 가는 곡이나 좋아하는 곡이 있다면

- <백 년>에 있는 곡 중 대중적으로 많이 알려지게 된 곡으로는 ‘백 년’, ‘이상한 목’과 ‘동행‘, 그리고 ’소독차‘라는 이상한 어쿠스틱 곡이 있다. 애착은 한 두곡을 제외하곤 전부 간다. 별로라고 생각하는 곡으로는 ’백치들‘이라는 곡이 있는데, 생각한 바를 잘 구현하지 못한 듯해서 그리 좋아하지 않는다. 나머지 트랙은 전부 애착이 가는데 그 중 ’소독차‘는 특히 좋아하는 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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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한 목’이라는 곡을 개인적으로 좋아한다. 단편선씨 특유의 덜 다듬어진 매력을 잘 살렸다고 생각한다. 의미심장한 가사가 특징인데 이상한 목이란 어떤 대상을 지칭하고 있는지.

- 말씀드릴 수가 없는 부분이다. 정확한 대상이 없어서 말씀드릴 수 없기도 하다. 라이브를 정말 많이 한 곡인데 라이브를 할 때 마다 생각하는 것이 항상 다르다. 그때 그때 느낌에 맞춰서 가정하면서 부르고 있다. 표면적이지 않은 심층적인 수준의 질서나 구조에 대해 비판을 하거나, 그러고 싶은 곡이긴 하지만, 그것이 뭔지에 대해선 딱히 특정할 수가 없다. 정치일수도 있고 음악일 수도 있고, 내 스스로 일 수도 있고 사람의 마음일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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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 년>이라는 앨범 자체에 대해 소개를 해주자면.

- 음반 전체의 컨셉이 전반적으로 ‘시간’에 맞추어져 있다. 만 27년을 살아오는 동안 느낀 27년의 시간들은 백 년이라는 시간과 비교하자면 굉장히 작은데, 내가 다룰 수 있는 시간보다 더 많은 것들에 대해 이야기를 하고자 했다. ‘사람은 어떻게 사는가’ 라는 질문이 앨범 전체의 테마인데, 곡들 전부에 그러한 테마가 부합되는 것은 아니고 각각의 경우에 적용되지 않는 것들도 있었다. 또, 시점이 나에게 해당하는 곡도 있고 다른 사람에게 해당하는 곡도 있었다. 첫 곡인 ‘백 년’은 할아버지에 관한 곡이었는데, ‘할아버지의 인생은 어땠을까’ 라는 추상적인 생각에서 가사를 확장시켜서 인간의 삶에 대한 문제들에 대해 부분적으로 표현하고자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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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선씨가 음악을 전달함에 있어서 가장 중요시 하는 부분이 있다면

- 사람들이 내 노래를 들었을 때 환호하는 것을 기대하는 것은 아니다. 그것도 나쁘진 않지만 정확히는 사람들이 노래를 들었을 때 이상하다는 느낌을 받길 원한다. 내가 그동안 익히 들어왔고 익숙했던 어떤 것과 같다는 느낌을 받아선 안된다. 음악적 아이덴티티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라 사람들이 지켜온 체계를 의심하게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들었을 때 ‘이게 뭐지?’ 하는 생각이 드는데 설득력이 있어야 한다. 내가 생각하기에 나는 특이한 음악을 하는 편은 아니다. 멜로디도 명확하고 가사도 명확하기에 나는 어떻게 보면 굉장히 대중적인 음악을 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어떤 측면에선 명확하고 어떤 측면에선 명확하지 않긴 하지만.. 그런 것들을 통해 들어주시는 분들이 일종의 기시감을 받았으면 좋겠다. 예컨대 ‘동행’을 들어보면 분명 곡은 팝에 가까운데, 중간에 신디사이저가 이상하게 들어가는 부분이 있다. 사람들이 이걸 듣고 ‘안어울리는 건 아닌데 이걸 왜 넣었지?’라는 생각을 하게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이상하지만 설득력 있는 이상한 짓을 하고 싶고, 그걸 통해 납득을 시키고 싶고, 한편으로 그것을 통해 고민을 하게 만들고 싶다. 일부러 불편하게 만들려는 것은 아니지만 생각하는 바를 여과를 하지 않다보니 그렇게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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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인 음반계획이나 활동계획이 있다면.

- 포크음악을 정말 많이 듣고 포크음악을 하고 있지만 계속 포크음악만 하고 싶다는 생각은 하지 않는다. 회기동 단편선은 회기동 단편선대로 남들 보기에 이상하더라도 내 스스로 보기에 자연스러운 포크음악을 계속해서 아마 내년 초 쯤 정규 앨범을 낼 예정이다. 한편으로 아트팝이나 프렌치 팝의 일종인 예예(Ye-Ye), 사이키델릭 록이라든지 하는 것들의 영향을 받은 ‘만파식적’이라는 새로운 밴드를 시작할 예정이다. 그런 것들을 통해 음악적으로, 심미적으로 훌륭한 밴드를 만들어보고 싶다. 아름다운 밴드와는 조금 다르지만, 한국에선 그간 보이지 않던 사이키델릭 록에 접근해보고자 한다. 한국에선 사이키델릭 록이라고 하면 지미 핸드릭스, 도어스, 신중현, 산울림 등이 있는데 이것과 다른 계통의 사이키델릭 록, 혹은 팝을 만들어보고자 한다. 한편으로 내가 프렌치 팝, 샹송 등을 좋아하는데, 그런 음악을 현대적으로 만들어서 완전 팝스러우면서 진정성이라곤 눈꼽만큼도 없는 곡으로 GMF(그랜드 민트 페스티벌)에 나가야 겠다는 생각도 해보고 있다(웃음). 그 외에도 하고 싶은 것이 정말 많아서 고민도 많이 하고 있고, 할 수 있는 기회가 있을 땐 무리를 해서라도 잡고 있다. 회기동 단편선은 회기동 단편선의 음악을 만들고, 다른 것으로는 다른 음악을 만들고 있는데, 이런 것들이 난 좋다. 대중적인 것을 노리는 것도 아니고 내가 좋아서 만들고 싶은 것을 만드는 것이라 개인적으로 매우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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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선에게 꿈이 있다면. 인간으로써나, 뮤지션으로써나

- 뮤지션으로써는 자신의 길을 가고 있는 음악가라는 느낌이 있었으면 좋겠다. 포지션에 대해서만 이야기하자면 일본 쪽에 있는 레코드와 이야기를 해볼 수 있는 기회가 생기고 있다. 그래서 소박하진 않지만 15년이나 20년, 빠르면 10년 쯤 지나면 아시안 투어를 돌 수 있었으면 좋겠다. ‘한국에서 온 하드코어 아방가르드 포크 뮤지션’같은 느낌으로 언더그라운드에 있는 자그마한 클럽에서 ‘한국에서 온 특이한 구석이 있는 뮤지션’으로써 알려질 수 있다면 더 바랄 것이 없다.

인간으로써는 말이 많다보니 실언을 많이 하는 경우가 있고, 한편으로 신뢰 못할 짓을 많이 하는 경우가 많다. 인간의 삶은 아이가 인간이 되는 과정이라고 생각하는데, 아무리 생각해도 나는 내 스스로를 아이에 가깝다고 본다. 따라서 좀 더 어른 같아지고, 품이 커지고, 지혜로워지고, 판단력이 좋아지고, 기억력이 좋아지면 좋겠다. 책임질 수 없는 것을 책임질 수 없다고 하고, 책임질 수 있는 것을 있다고 할 수 있는, 인간으로써 당연한 것들을 할 수 있는 사람이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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