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밴드 디스커버리 파이널 콘서트

 

 

경연을 보지 않았다.

6폭의 그림이 어우러진 1첩의 병풍을 보았다.

6폭의 그림으로 묘사해 본 공연장의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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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크랜필드’ - 안견의 몽유도원도

 

 

 

 첫 곡, 파피용으로 밴드 디스커버리의 시작을 알린 크랜필드. 이성혁의 몽롱한 목소리와 물웅덩이에 비친 새파란 하늘같은 사운드는 만화경의 세상으로 우리를 인도했다. 낙원이 생각났다. 안견은 꿈에서 본 광경을 묘사할 수 있었다. 하지만 필자는 이들의 음악을 묘사할 수 없다.

 다만 이 밴드의 보컬을 맡고 있는 이성혁의 선한 미소와 존잘인 미남(?) 드러머 지수현과 수줍은 베이스의 정광수가 부족한 상상력에 힘을 보태줬다(?). 수수하지만 동화 속 판타지를 자극하는 너무나 매력적인 그들의 모습이 들려오는 음악과 닮았다.

경연에 참가한 밴드라기보다 음악이라는 섬으로 우리를 인도한 팅커벨이었던 크랜필드.

 “‘밴드 디스커버리 네버랜드에 오신걸 환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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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MAN' - 장승업의 군마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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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들은 네 마리 이었다. 멘트는 아꼈다. 그리고 쉬지 않고 달렸다. 말하는 시간도 아까운지 그저 드럼과 기타와 베이스로 환호에 응답했다.?

 특히 한규현의 드럼은 대륙을 호령했던 고구려인의 기상(?)을 닮은 듯 했다. 드러머인 한규현의 단발과 기타리스트인 김페리의 앞머리가 말갈기처럼 세곡 내내 휘날렸다. 관객들은 음악으로 만들어진 달리는 말에 몸을 싣고 위아래로 움직였다. 준비된 3곡이 끝나고, ‘에서 내려와야 하는 순간, 아쉬움의 신음이 곳곳에서 터져 나왔다.

 김기창 화백의 그림에서 군마들은 서로 얽혀서 한 곳을 향해 달린다. 밴드 ‘MAN'은 음악으로 달렸다. 그들이 닿은 목적지는 어디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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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컨트리공방’ - 신사임당의 초충도

 

 우아했다. 그러나 재미없었다는 의미는 아니다. 다양한 악기 구성이었으나 사운드는 담백하고 깔끔했다. 바이올린과 벤조, 피리 등이 만드는 따듯한 화음이 풀과 벌레가 다정한 초충도를 연상하게 했다. 특히 격조 있는 선율을 보여준 주소영의 바이올린은 분위기를 한층 더 고풍스럽게 만들었다. 신사임당은 율곡을 대학자로 만들었지만, 컨트리공방의 보컬 김예빈은 우리를 춤추게 만들었다. ‘December'에 이어 따듯하고 든든한 붕어빵도 먹여주었다. ‘붕어빵덕택에 지겨운 더위 말고, 뱃속까지 전해지는 따듯함을 느꼈다. 이들의 따듯함은 곧 EP로 우리에게 타고 올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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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파블로프’- 신윤복의 납량만흥

 

 납량만흥은 피서지에서 흥이 무르익었다는 의미이다. 꽃무늬 옷을 맞춰 입고 등장한 파블로프는 그 의지의 표현대로 관람객을 야릇한(?) 꽃향기로 취하게 만들었다. 보컬인 오도함의 섹시한 골반 움직임에 여성관객들의 탄성이 흘러넘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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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런 결과 가장 객석에 반응이 뜨거웠던 팀은 단연코 파블로프였다. 그림 속 춤추는 이가 선비들을 풀어지게 만들었던 것처럼, 파블로프는 그들의 퍼포먼스와 음악으로 관객들로 하여금 한껏 조여지고’ ‘한번만더 해달라고 애원하게 만들었다.

꽃을 입은 요염한 사내들이 관객들을 한껏 홀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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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 ‘청년들’ - 백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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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청년들은 백지였다. 그러나 그 백지에서 청량함이 느껴졌다. 그들은 우리는 아무것도 아니라는(We're Just noting) 노래를 하며, 우리를 뛰게 만들었다. 두 번째 곡은 제목도 없었다. 청년들은 스타일과 여지만 빼고 아무것도 주지 않았다.

 뒤는 생각하지 않고 달리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간주 부분에 바닥에 드러누워 기타를 치는 이승윤과 그에 자극을 받은 조지웅이 드럼 위에 올라가 기타를 치면서 화끈한 퍼포먼스를 보인 청년들. 관중들은 환호로 대답했지만, 상상마당의 스태프는 공연 중간에 말리려는 움직임을 보일정도로 급박했다. 곡이 끝나자마자 조지웅에게 달려가 속삭이는 것을 보아하니 아마 청년들의 모습을 당분간 상상마당에서 보기 힘들 수도 있다.

 백지는 어떤 것도 포용할 수 있다. 그들은 이미 우리 머리에 그들의 음악을 채워 넣었고, 앞으로 더 많은 노래를 저장시킬 것이다.

 

 

 

 

 

6. ‘블랙 러시안’ - 정선의 폭포

 

 

드디어 밴드디스커버리의 마지막 순서에 이르렀다. 블랙러시안은 밤이건 낮이건 흐르는 폭포처럼 밤마다생각나는 그 사람을 다시 떠올리게 했다. 정새롬의 베이스를 들고 있는 팔의 선도 폭포처럼 딱 맞아 떨어졌다.

정선은 산에서 강으로 떨어지는 폭포를 그렸고, 블랙러시안이 그려낸 폭포는 관객들의 마음에 한 점으로 꽂혔다.

김예나의 감성이 만들어낸 물줄기가 관객들 사이로 흐르며 공연장을 흠뻑 적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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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모든 공연을 지켜본 부활의 리더 김태원 특별심사위원은 오랜만에 바깥에 나와, 진짜 음악을 느낄 수 있는 시간이어서 정말 좋았다.”라고 밴드 디스커버리를 총평하면서 822일에 부활의 새 싱글이 나왔으니 많이 들어달라는 깨알 같은 당부를 하였다.

 

 

 

 7. 수상자 발표!

 

 

3: 뉴디스커버리 상 <블랙러시안> - 김태원 심사위원이 정말 아름다운 곡이라고 평했던 블랙러시안이 3등을 차지하였다. 보컬 김예나는 수상소감으로 힘들었었던 만큼 정말 좋습니다. 사실 수상하기 힘들다고 생각했어요. 신나는 곡도 아니었고, 밴드를 알릴 수 있는 계기도 다른 밴드들에 비해 많이 부족했거든요. 그리고 올해 유독 헬로루키 등에서 최종심에서 떨어진 경우가 많았거든요.”라고 전하며, 상금은 전액 앨범제작에 사용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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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뉴디스커버리 상 <파블로프> - 탄탄하고 안정된 연주와 그것을 기반으로 마음껏 쏟아지는 퍼포먼스로 화끈한 라이브를 펼쳤다는 평을 받은 파블로프는 2등을 차지하였다. 파블로프의 오도함은 수상 소감으로 일단 수상한 것 자체가 당연하다고 생각하고 2등을 한 것은 후배들에게 양보했다는 마음이다.”라고 말하며, 상금은 주식투자(?), 음악을 위한 주식에 투자를 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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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슈퍼디스커버리 상 <MAN> - 음악에 대한 진지한 태도와 루키다운 열정, 그러나 루키답지 않은 탄탄한 연주력과 음악성, 라이브 실력을 갖춘 MAN은 심사위원들의 눈에 단번에 들었고, 1등을 거머쥐었다. <MAN>의 이경욱은 일단 어안이 벙벙하고요. 평소에 공연하듯이 공연 했을 뿐입니다. 다만 좀 달랐던 것은 올해 했던 공연 중에 가장 신나게 했습니다.”라고 1등을 차지한 소감을 전하며, 상금은 밀린 월세와 관리비를 청산하고 조금 더 윤택한 삶을 위한, 그리고 앨범제작을 위한 비용으로 사용할 예정이라고 유머러스하게 말했다.

 

 

 

 

 

8. 총평

 

 

 각 밴드의 무대를 보면 각기 다른 그림을 떠올릴 수 있을 만큼, 밴드디스커버리 파이널 콘서트에 선정된 밴드들은 색깔이 있었다.

3위를 차지한 블랙러시안은 아련했다. 수상한 세 팀 중 가장 감성적인 음악을 들려주었다. 잊고 지내던 사람을 떠올리게 해주고, 과거를 아름답게 미화해주는(?) 힐링 음악을 선보였다. 반면 파블로프의 음악은 현재를 생각하게 했다.

 파블로프는 현재 20대 남성의 현실을 날것 그대로 묘사한다. 날 것을 삼키는데, 흥과 정취가 잘 버무려져 있기에 불편함 없이 쑥 삼킬 수 있다. 날것을 날로 먹게 하는 턱이 낮은 음악이다. 다만, 그 안에 담긴 메시지는 우리를 여러 번 곱씹게 한다.

 슈퍼디스커버리의 영광을 차지한 밴드 ‘MAN'의 음악은 어떤 밴드가 와도 밀리지 않는 연주력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 그렇기에 미래가 더욱 기대된다. 그들이 가지고 있는 에너지가 경연 내내 뿜어져 나왔다. 무대에서 음악을 대하는 태도도 남달랐다. 될 성 부른 떡잎과 잎이 샛노란 떡잎의 차이는 태도의 차이이다. 이번 수상에 만족하지 않고 더 훌륭한 결과물을 만들어낼 밴드가 될 것으로 기대가 된다. 떡잎일 때 미리미리 많은 애정을 주시기 바란다.

 밴드 디스커버리를 바라보면서 421개의 팀 중에서 각기 색깔이 다른 팀을 추려낸 심사위원과 상상마당의 노력에 감사를 표한다. 아이돌이라는 물감만 떡칠이 된 음악 판에 이런 발견이 새로운 흐름을 불러일으키는데 힘이 될 것이라 믿는다.

 

글 : 박판석(toiletpaer@onair168.com)

사진 : 유진영(168@onair168.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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