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요일 - 선곡표2 '2015년이 가기 전 놓치지 말아야 할 음반들(1)'
0. 오지 않을 것만 같던 을미년의 12월에 당도했다. 이제 곧 매년 이맘때 느끼는 지난해에 대한 반성과 다가올 새해에 대한 부담감이 스멀스멀 몰려들어 혈이 막힌 듯한 심정을 느끼게 될 것이다. 뭐 어쨌든 좋다. 우리에겐 아직 새해를 맞기 전 숙제처럼 꼭 들어야 할 음반들이 있고, 앞으로 4주 동안 3장씩 이 숙제를 해결할 예정이다.
1. 시로스카이 - Lc lecture
얼마 전 우연한 자리에서 그녀를 만난 적이 있다. 그녀는 명함같이 음반을 건네었고, 습관적처럼 뒷면으로 돌려 트랙 리스트를 확인하곤 고개를 끄덕였다. 사려 깊게 구성된 피쳐링 리스트가 매력적이었기 때문.
시종일관 차갑고 무거운 비트로 이어가는 트랙 하나하나가 매력적이다. 앨범을 통으로 틀어놔도 부담이 없을 정도로 편안하고 깊은 서정성을 안겨주므로 굳이 '재즈 힙합' 이라는 빡빡한 수식어에 기댈 필요도 없다.
*Shirosky - Tie Dye(Feat. Manju of 만쥬한봉지)
2. 정차식 - 집행자
마치 12개의 엔딩크레딧을 보는 듯한 정차식의 신보. 사무치는 고독이 아리는 그의 목소리는 차가운 겨울바람의 그것을 닮았고, 잔인하게 눈앞으로 한 줌씩 떨어지는 사운드는 아침 8시마다 사색을 유도하는 문 잠긴 화장실 앞의 감정을 닮았다. 전작이 터프하게 몰아 부쳤다면, 이번 작에서는 좀 더 진득하게 붙어서 좀처럼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을 만들어냈다.
*정차식 - 연인
3. 러블리즈 - Lovelyz8
윤상의 프로듀싱 팀 'ONEPIECE'의 90년대 레트로 팝 정서는 러블리즈라는 팀의 컬러와 완벽하게 호흡하며 이들의 '사랑스러움'을 멋들어지게 부각하고 있다. 특히 '라푼젤'의 도입은 SES의 그것에 대한 기시감을 느끼게 하는데, 과거 '달리기'를 작곡했던 그의 이력을 새삼 돌아보게 된다.
특히나 완벽한 취향 저격을 일삼는 음색 저격수 케이는 다음 세대 아이돌 보컬 판도를 빠른 시간안에 제압할 것이다.
*러블리즈 - Hug Me, Ah-Cho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