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YC
조회 수 1288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

?

?단언컨대 아버지 세대의 남자의 로망은 강하지만 과묵한 이소룡이었고, 삼촌 세대의 남자의 로망은 주윤발, 담배 한 개피 꼬나물고 코트의 깃을 세우는 ‘하드보일드한 간지’. 두 롤 모델의 공통점은 사랑(혹은 의리)를 위해 홀로 적진에 뛰어들 줄 아는, 비장미를 품은 남자다. 현실 속 평범한 남자들은 결코 그렇지 못하기에 ‘오늘만 산다!’라는 메시지에 강한 동경을 품고 있다.

?1998년 선라이즈에서 제작한 카우보이 비밥의 주인공, 스파이크 슈피겔은 이러한 남자의 로망을 집대성한 캐릭터다. 그의 눈빛은 공허하고 매사에 껄렁껄렁하다. 의욕이 없고 굼뜨기 그지없는 남자다. 관조적이며 삶을 항상 한 발짝 떨어져서 지켜보기만 한다. 하지만 위험이 닥칠 땐 그 누구보다 생생해진다. 경쾌한 음악이 깔리며 멋진 발차기로 적을 제압하거나 아슬아슬하게 미사일을 피해 전투기 추격전을 펼칠 때는 누구보다 빛나는 눈빛을 하고?있다. 그야말로 ‘오늘만 사는 남자’의 표본이 아닐 수 없다. 이 캐릭터의 또다른 매력은 본인의 일에도 귀찮아 하는데 남의 일에는 관심도 없으며 지극히 냉소적이지만 그럼에도 사건에 엮인 의뢰인들의 사연에는 말없이 나름대로의 방식으로 위로할 줄 안다는 거다.

?

비밥1.jpg

?

?현상금 사냥꾼들로 모인 ‘비밥 호’의 멤버들은 너무나 뚜렷한 개성을 가지고 있다. 앞서 말한 주인공 스파이크와 그나마 일행 중 가장 정상인인 ‘제트 블랙’을 시작으로, 54년 동안의 콜드슬립에서 깨서 돈밖에 모르는 민폐녀 ‘페이 발렌타인’, 독특한 정신세계의 4차원 컴퓨터 신동 ‘에드워드’ 그리고 실험을 통해 웬만한 사람보다 훨씬 똑똑한 천재 개 ‘아인’까지. 하나하나 사기급의 스펙을 가지고 있어 흉악한 사건들을 해결하지만 다들 나사 하나씩 풀려있기에 결정적일 때 실수를 해서 보상금을 받지를 못한다. 결국 오늘도 고기없는 고기잡채나 컵라면으로 떼우면서 ‘현실은 시궁창’을 보여주는 이들의 대사는 하나하나가 인생을 관통하는 명대사라고 생각한다. 후술할 스파이크를 제외하고 개인적으로 기억에 남는 대사는 스스로 민폐를 합리화하는 어느 여자의 자기변호.

?

페이 발렌타인 曰 "여자는 생존하고 있다는 것 자체가 위대한 거야."

?

?22세기 우주시대를 배경으로 한 이 작품은 곳곳에 많은 작품들이 오마쥬 되어있다. 70년대 ‘더티 해리’같은 BAD ASS류의 액션 신, 80년대 일본 드라마 ‘탐정이야기’의 사건 구성. ‘영웅본색2’와 같은 홍콩영화의 분위기까지. 덕분에 이 애니메이션은 분위기가 이국적이며 생경한 세계관을 가지고 있다. 그야말로 주인공들이 마음놓고 활개치고 다닐법한 자유로운 무대다.

더불어 카우보이 비밥의 매력은 음악을 빼놓을 수가 없다. 오프닝 TANK!나 엔딩곡 The Real folk blue는 오늘날 국내 예능방송에 자주 나오는 시그널 음악이다. 액션신이든 사색하는 장면이든 등장인물의 심리에 따른 적재적소의 재즈풍의 음악은 시청자들에게 강한 인상을 남긴다. 칸노 요코의 호소력 짙은 보컬과 브라스 풍의 연주는 한 컷마다 진한 여운을 남긴다.

위와 같은 배경음악과 매력적인 캐릭터가 만나면 엄청난 생동감이 만들어지며 시청자들에게 강한 시너지를 전달한다. 대표적으로, 언제나 자유분방해보이지만 실은 비밥호 일행 중에 가장 과거에 얽매여있는 스파이크는 마지막 화에서 죽은 연인의 복수를 위해 한때 자신이 몸담았던 조직으로 향한다. 목숨을 버리러 가냐고 그를 만류하는 페이에게 스파이크는 이 작품의 공전절후한 명대사를 내뱉는다.

‘죽으러 가는 게 아냐, 내가 살아있는지 아닌지 확인하러 가는 거야.’

?삶의 소중함과 의지를 일깨워준 연인의 부재로 인해 현실과 비현실의 경계가 모호했던 남자, 스파이크의 마지막 저항은 그의 인생사를 담은 듯한 엔딩곡 The real folk blue로 연주되며 연출된다. 칸노 요코 특유의 우울한 보이스컬러와 돌아오지 못할 걸 알면서도 기꺼이 몸을 던지는 만화 속 남자는 시청자에게 한층 더 캐릭터의 매력적인 깊이와 비장함을 선사한다.

?그래서인지 만화 좀 봤다는 남자들에게 카우보이 비밥의 주인공 ‘스파이크’는 절대적인 지지를 얻는다. 참고로 필자는 스파이크의 쿨함을 동경한 나머지 이 작품을 떠올리면서 담배를 피곤 했는데 절대 스파이크같은 ‘간지’는 얻지 못하고 천식만을 얻었다. 만화를 너무 많이 봤나 보다. 하긴 지독한 골초라도 스파이크는 생긴 게 소지섭이잖아. 반면 필자는 잘해봤자 얼굴 100대 맞은 장위안이다.

?고품격 음악잡지인 168의 컨셉트에 맞게 오늘은 카우보이 비밥의 빵빵한 사운드트랙으로 마무리를 갈음하겠다. 애니메이션에 잠깐 등장하는 배경음악답지 않게 세심하게 신경 쓴 흔적들이 보인다. 고르고 골라서 추천 곡은 Tank!와 The real folk blues, Rush. 취향에 맞게 들으시길.

?


https://www.youtube.com/playlist?list=PL65E33789AA7052BC


  1. 홍슐랭 가이드 - 피맛골 3대장

    홍슐랭이 보여주는 피맛골 3대장 A.K.A 홍슐랭의 3대천왕 나도야 한 번 찍어보자 수요일마다 모여 고품격 음식 이야기를 들려준다는 사람들부터 전국의 맛집(?)이 아닌 음식점들까지 모두 찍을 기세로 투어 중이신 백주부님까지. 너도나도 음식점들을 줄 세우...
    Date2016.04.21 By홍홍 Views1631
    Read More
  2. 봄이 오는 소리가 들린다

    봄이 오는 소리가 들린다. chapter 1. 봄은 마음에서부터 온다. 봄은 어디서 오는 걸까? 이 평범한 질문에 어떻게 답을 해야 할까? 간단하다. 남쪽에서부터 온다. 내가 살고 있는 이곳 대구에서는 다른 도시의 봄소식을 전해 들어야 한다. 다른 이들이 먼저 ...
    Date2016.04.21 By호솜 Views1355
    Read More
  3. 재즈이야기 - 글렌 밀러

    화요일의 재즈이야기 - Glenn Miller | Alton Glenn Miller 오랜만이다. 겨울을 이겨낸 필자는 한층 더 성숙해진 모습으로 노트북 앞에 앉았다. 성숙해짐의 의미는 각자의 판단이겠지만 피둥피둥 살이 찐 채 아저씨가 되어가는 모습을 보며, 점점 재즈와 어울...
    Date2016.04.21 By호솜 Views1269
    Read More
  4. 10분이면 OK! 달래무침

    '봄바람 휘날리며~ 흩날리는 벚꽃 잎이~' 로맨스 따위 기자에게 오지 않았지만, 달래와 벚꽃엔딩은 어김없이 기자를 다시 찾아 주었다. 거리로 나온 연인들을 보며 '봄이 좋냐?'라고 반문하고 싶지만, 봄 내음과 함께 독자들을 찾아온 달래와...
    Date2016.04.20 By호솜 Views1055
    Read More
  5. 인디게임 추천선, 슬렌더맨(Slender : The Eight Pages)

    ? ? ? ?인디게임에 대해 아시는지. ?홍대씬으로 대표되는 인디음악, 독립영화로 인해 인디문화의 존재, 그리고 '인디'의 정의가 대중에게 널리 알려졌지만 일반인들에게 아직까지도 생소한 인디문화가 있으니. '인디게임'이다. ? ?과거의 인디게임은, '인디문...
    Date2016.04.20 ByJYC Views1611
    Read More
  6. 일요일 - 재활용의 여행일기 : 청량사

    ? ? 가을가을한 청량산과 청량사에 색을 배우다. ? ? ?책 읽기 더할 나위없는 계절이다. 가방에 책을 한 권 넣고 발길이 머무는 곳마다 한 장씩 넘겨도 어울리는 가을. 동네 도서관도 좋고, 도심의 공원 벤치에 앉아도 좋다. 가을바람을 교향곡 삼아 흥얼거리...
    Date2015.12.06 ByJYC Views1068
    Read More
  7. 목요일 - 선곡표2 '2015년이 가기 전 놓치지 말아야 할 음반들(1)'

    목요일 - 선곡표2 '2015년이 가기 전 놓치지 말아야 할 음반들(1)' 0. 오지 않을 것만 같던 을미년의 12월에 당도했다. 이제 곧 매년 이맘때 느끼는 지난해에 대한 반성과 다가올 새해에 대한 부담감이 스멀스멀 몰려들어 혈이 막힌 듯한 심정을 느끼...
    Date2015.12.03 By호솜 Views636
    Read More
  8. 만화를 보는 소년 - 월레스와 그로밋

    만화를 보는 소년_월레스와 그로밋 ※멍덕 주의 만화 속 캐릭터 중 가장 키우고 싶은 동물이 있다면 그것은 바로 [월레스와 그로밋]의 강아지 그로밋이 아닐까? 수수하지만 귀여운 외모와 다재다능함에 주인을 향한 충성까지 뭐하나 빠질 데가 없는 그로밋은 ...
    Date2015.12.01 By호솜 Views2800
    Read More
  9. BIRD 찰리파커 (2부)

    찰리 파커는 1940년대에 디지 길레스피와 함께 소규모 잼으로 유명세를 타게 되는데 당시, 스윙 빅밴드들에게 많은 질타를 받는 동시에 주목도 받게 된다. (그 질타에는 자신들의 장르가 인기를 잃을까 혹은 그게 음악이냐 라는 감정들이 섞여 있었을 것이다)...
    Date2015.12.01 By호솜 Views730
    Read More
  10. 편집장 '선곡표' - 01. 자숙

    0. 세상에서 가장 바쁜 아침 8시에 독자들을 만나 온 편집장 연재가 선곡표라는 이름으로 돌아왔다. 1. 어떤 개인이 사회적인 물의를 일으키거나 개인적인 문제를 겪게 되면 자숙 기간이라는 것 뒤에 숨는다. 이는 각 사안의 경중에 따라 혹은 당사자의 심적 ...
    Date2015.11.25 By호솜 Views664
    Read More
  11. 만화를 보는 소년 ? 검정고무신

    어린 시절 누구나 한 번 쯤 몹쓸 장난을 쳐본 기억이 있을 것이다. 개인적으론 비가 온 다음날 집 앞 놀이터에서 삽으로 거대한 구덩이를 파고 그 위를 신문지와 구덩이를 판 모래로 덮어 기가 막힌 함정을 만든 다음 숨어서 누군가가 걸려드는 것을 지켜봤던...
    Date2015.11.24 By호솜 Views1991
    Read More
  12. BIRD 찰리파커 (1부)

    인간은 많은 것을 통해 영감을 얻는다. TV, 신문, 책, 영화 등 여러 가지 매체로부터 영감을 얻기도 정보를 얻기도 하는데, 나에게 ‘옷을 잘 입는’ 이라는 개념과 아주 흥미로운 사람을 알게 해준 영화 한 편이 있다. 그 영화의 제목은 리플리(19...
    Date2015.11.23 By호솜 Views1055
    Read More
  13. 금요일 홍슐랭가이드 - 탄탄면공방

    ? ? ? ? "홍, 여기는 맛있는 데 없어?"? ?여느 날과 다르지 않게 회의를 마친 뒤 점심 메뉴를 안내해야 하는 시간이 왔다. 뭐 별다를 것 없이 맛있는 집을 추천할 수 있었지만 왠지 모르게 오기가 생겼다. 새로운 맛집을 선 보이고 말겠다는 오기. ?상수와 합...
    Date2015.07.11 ByJYC Views1666
    Read More
  14. 목요일 고전게임 다시보기 : 메가맨(록맨) X1 (2)

    ? - 국내에선 기존 록맨 시리즈가 아닌 X1으로 록맨을 처음 접한 유저가 많아서, 기존 록맨의 존재 자체를 모르는 경우도 흔하다. ? - 록맨 시리즈의 후속이지만 X 시리즈는 전체적으로 굉장히 어둡고 찜찜하다. 단순히 악의 무리를 처단하는 내용의 기존 시리...
    Date2015.07.11 ByJYC Views1797
    Read More
  15. 수요일 만화를 보는 소년 - 카우보이 비밥

    ? ? ?단언컨대 아버지 세대의 남자의 로망은 강하지만 과묵한 이소룡이었고, 삼촌 세대의 남자의 로망은 주윤발, 담배 한 개피 꼬나물고 코트의 깃을 세우는 ‘하드보일드한 간지’. 두 롤 모델의 공통점은 사랑(혹은 의리)를 위해 홀로 적진에 뛰어들 줄 아는, ...
    Date2015.07.11 ByJYC Views1288
    Read More
  16. 월요일은 편집장입니다. 여성 보컬의 현재형 해답 Florence + the Machine - 'Ship to Wreck'

    여성 보컬의 현재형 해답 Florence + the Machine - 'Ship to Wreck' 0. 오늘 소개할 앨범은 Florence + the Machine'의 <How Big How Blue How Beautiful>이다. 2007년 런던에서 결성된 이 팀은 지난 앨범 'Lungs'와 'Ceremonials&#...
    Date2015.07.06 By호솜 Views1113
    Read More
  17. 편집장주관 - 고전게임 다시보기 '대항해시대2'

    바다를 지배한 그들의 서사시 '대항해시대2' - 지금이야 나관중 없었으면 미래가 불투명했을 정도로 '삼국지', '진 삼국무쌍' 시리즈를 우려 먹는 코에이지만(정확히는 코에이 테크모) 한때 에어매니지먼트, 대항해시대로 대륙을 넘...
    Date2015.07.01 By호솜 Views1836
    Read More
  18. 수요일-조보소(조용찬이 보는 만보소) : 두치와 뿌꾸

    민폐왕 둘리 패거리의 아성을 위협하는 강력한 경쟁자, 두치 패거리의 <두치와 뿌꾸>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스토리보다 한치두치세치네치 하던 요상하게 중독성있는 주제가를 기억하는데, 만화도 만화지만 그만큼 주제가는 상당한 명곡이었다. 패러디도 자주 ...
    Date2015.07.01 By호솜 Views2148
    Read More
  19. 목요일 - 고전게임 다시보기 '메가맨X'

    [조용찬 주관 : 고전게임 리뷰 - 록맨(메가맨) X1 (1)] ? ? ? ? <오프닝 화면> ? ? - 1987년 '록맨'이라는 이름으로 최초 발매된 후 기존의 록맨 시리즈에서 세분화되어 발매된 X 시리즈의 첫 번째 작품. X 시리즈의 이름으로는 8개의 작품이 나왔지만 첫 작품...
    Date2015.06.25 ByJYC Views1207
    Read More
  20. 수요일 - 만화를 보는 소년 : 오 나의 여신님

    필자의 인생을 통틀어 가장 힘들었던 시절이 몇 년전 고시생 시절이다. 그 때 나는 고시를 준비한다고 한참 빡빡하게 살고 있었는데 아침 9시에 학원을 갔다가 저녁 10시 좀 넘어 기진맥진한 채로 자취방으로 돌아왔다. 이 짓을 한 2년동안 했는데 한 때는 우...
    Date2015.06.23 By호솜 Views1252
    Read More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 7 Next
/ 7

로그인 정보

clos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