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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부 2화 악마 서태지 vs 기독교 신앙>



 2000년 서태지가 컴백한 후, 두 집단에서 그에 대한 증오와 경계를 표출했습니다. 한 꼭지는 인디신에서의 반응이었고, 다른 하나는 보수적 기독교에서의 반응이었습니다. 이번화에서 주로 다루고자 하는 것은 후자에 대한 것입니다.


 저는 독실한 기독교 집안(제가 4대 째입니다)에서 태어나 자랐습니다. 그리고 한국교계가 대개 그렇듯이 매우 보수적인 문화권에 있었습니다. 그런 저에게 서태지라는 존재는 매우 혁명적이게 다가왔습니다. 물론 그 만남은 곧 시련의 연속이 됩니다. 당시 저는 교회 학생부(중고등부)의 부회장이자 찬양팀 싱어였습니다.


 이듬해 방학 때, 교회 수련회에서는 서태지의 악마 숭배에 대한 특강을 했습니다.


1.jpg

2.jpg


 위의 사진들은 서태지 6집의 앨범 자켓 중 일부인데, 목사(강사)님은 이것들을 프로젝트에 띄워 이미지를 분석하시면서 서태지가 어떻게 악마의 종노릇을 하고 있는지를 가르치셨습니다. 당시 저는 그렇게 이해가 잘 되지는 않았지만, 식은땀을 흘리면서 고통스럽게 강의를 들었습니다. 이미 학생회 안에서는 제가 서태지의 팬이라는 소문이 다 퍼진 상태였고, 그래서 그런지 아이들이 강사 목사님을 보는 게 아니라, 저를 끊임없이 흘긋흘긋 쳐다보는 듯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내가 잘못했으니, 제발 좀 빨리 마쳐달라'고 빌었지만, 제대로 '특강'이었습니다(물론 실상은 강의가 그다지 길지 않았는데, 제가 과도하게 느꼈을 가능성도 있겠지요).


 그 때의 강연에서는 이미지 분석 뿐 만 아니라, 메시지에 대한 분석도 했는데 악마 숭배의 대표적인 곡으로 <교실이데아>, <발해를 꿈꾸며>, <슬픈아픔>, <시대유감> 등등을 분석했습니다. 특히, <교실이데아>는 거꾸로 들으면 악마의 소리가 들린다면서 직접 들려주시기까지 했습니다. 강연이 끝나고 나서 한 친구가 곁에 와서는 이렇게 얘기하더군요. "잘 들었지? 목사님도 서태지가 악마라고 하네."


 이후 저는 신앙과 서태지 사이에서 끊임없이 되풀이되는 죄책감에 시달렸습니다. 이런 상태에서 여전히 찬양팀과 임원 활동을 하고 있었기에, 저의 죄의식은 더욱 깊어져 갔습니다. 부모님도 지속적으로 서태지 음악 듣지 말라고 말씀하셨고요. 하지만 저는 악마에게 홀려 죄책감에 시달리면서도 몰래몰래 듣곤 했습니다.


 

 그런데-

 그러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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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디사이플스의 천관웅 목사님을 만나게 되었습니다. 그는 세속적 문화를 어떻게 신성화할 수 있는가에 대해 말씀 해주셨습니다. 목사님은 자신의 경험담을 이야기 해주었는데, 그가 학창시절 때 록/메탈 음악에 빠져, 얼마나 신앙과 음악 사이에서 고뇌했는지를 이야기 해 주셨습니다. 정말 놀랄 만큼 저와 같은 상황이었더군요. 그도 악마의 음악을 듣는다고 끊임없이 핍박받던 찬양팀의 리더이자 학생회의 회장이었습니다. 록/메탈 음반을 모아 기도를 올리고 화형식을 한 에피소드도 이야기 해 주었는데, 제가 서태지 앨범을 부순 것과 똑같더군요. 그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악보다 선이 강합니다. 그리고 중요한 건 장르나 매체가 아니라 신앙입니다. 악도 선으로 바꾸는 분이 주님이시고, 오히려 죄책감을 심어 주님의 곁을 떠나게 만드는 것이야 말로, 악마가 바라는 것입니다" 


 목사님은 자기가 학창시절 때 더 자유롭게 록/메탈 음악을 들었으면 더 좋은 음악(쩌는 음악)을 만들 수 있었을 것이라고 까지 말하더군요. 물론 농담처럼 말하기는 했지만요.


 여하튼 그 일이 있고나서, 서태지를 둘러싼 목사님들의 반응의 스펙트럼이 크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어떤 목사님은 서태지 음악을 듣는 것 뿐만 아니라, 클래식, 대중가요, 민중가요, 팝송 등등 찬송가와 CCM 이외의 곡들은 다 악마가 제조했다고 말씀하시기도 하고, 또 어떤 목사님은 오히려 서태지가 주창하는 불의에 저항하는 정신을 기독교인들도 본받아야 한다고 하시기도 하더군요.


 어쨌거나, 그렇게 무겁게 저를 짓누르던 죄의식과 죄책감은 그로 인해 상당부분 덜어졌습니다. 사실 당시 제가 했던 기도 중 하나가 "왜 서태지를 좋아하게 해서, 저를 악마에게로 밀어내려고 하십니까?"라고 따지는 기도였는데, 지금에서 돌아보면, 그것도 하나의 과정이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1화에서도 말했지만 제가 창작을 하게 되고, 사회문제들에 관심을 갖게 된 것에 있어서 서태지가 큰 영향력을 행사했기 때문이지요. 이후 기독교 내부에서의 부조리 그리고 악마성을 안타깝게 읽어내게 되고, 예수님의 삶 그 자체(사랑의 혁명)를 보고자 하는 노력을 하게 된 것도 이러한 계기에 의해서였다는 생각도 하게 되고요.



 그나저나, 이번 화는 이것으로 스을 끝인데요. 

 지난 번보다도 더 재미 없는 글이 된대다가, 기독교 신자가 아닌 분들이 읽기에는 재수 없고 심기가 불편해지는 글이기도 할 것 같은데요, 부디 넓은 아량으로 봐주셨으면 감사하겠습니다.


 노래 한 곡 들으면서 마무리 하면 대충 훈훈하게 수습이 되겠지요?(하하하;;) 

 이번 선정 곡은 서태지의 악마숭배를 대표하는 곡이라고 제가 배웠기도 했고, 한편으로는 서태지가 은퇴를 결심하고 스스로를 돌아 본 것처럼 보이기도 하는 <슬픈아픔>이 되겠습니다.






* 가사


나는 몇해전인가 빛을 버리고 어둠을 맞이할 수밖에 없었네 
이젠 분명히 내가 꼭 가야할 곳이 있는데


내가 여기 있는 건 무슨 뜻일까 이 많은 슬픔들은 무얼 말하나 
나는 내게서 떠날 순 있지만 이겨낼 순 없는 걸 난 알아버렸어 


떠나가버린 많은 사람들과 비참히 찢겨버린 나의 외로움 
가야하겠어 나의 세상으로 이 슬픈 아픔들이 다 날아갈수가 있게 


난 삶에 지쳐 쓰러졌을 때 내가 미쳐가고 있을 때 
나는 애를 쓰며 싸웠었지 내 혼을 다해 기도했네 


향기없는 마음은 꿈을 꾸는가 홀로 지는 저 꽃은 눈물 흘릴까 
아파하나봐 마지막인듯 내가 널 만져줄께 기운을 내봐 


떠나가버린 많은 사람들과 비참히 찢겨버린 나의 외로움 
가야하겠어 나의 세상으로 이 슬픈 아픔들이 다 날아갈수가 있게 


나의 세상이 나를 맞이하며 끝없이 날아가는 춤추는 새들 
저기 보이는 나의 예쁜집과 하늘에 넘치는 따뜻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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