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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머스(Comus)의 기괴한 역작 음반, <First Utterance>


까만자전거




Comus First Utterance.jpg




음주와 향연을 주관하는 젊은 신의 이름을 밴드 이름으로 사용하고 있는 영국의 프로그레시브 포크 밴드 <코머스>는 1971년에 발표했었던 데뷔 음반 <First Utterance>가 1995년 5월에 우리나라에서 라이센스 음반으로 뒤늦게 발매되면서 비로소 알려지기 시작한 밴드이다. 음반을 들어본 사람이라면 누구 나 공감하겠지만 당시 음반을 통해 드러난 코머스의 압도적인 존재감은 신선한 충격이라는 말 이외에는 뚜렷한 말이 떠오르지 않을 정도로 <로저 우튼(Roger Wootton)>이 그린 표지 만큼이나 강렬했었다.

코머스의 시작은 1967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켄트 주 브럼리에 위치하고 있는 레이븐스본 예술 대학교(Ravensbourne College Of Art)의 동기생 로저 우튼(보컬, 기타)과 <글렌 고링(Glen Goring, 기타)>은 포크 음악을 좋아한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자주 함께 어울리다 급기야 브럼리 지역의 포크 클럽에서 듀오로 음악 활동을 시작하게 된다. 열일곱살 동갑내기였던 두 사람이 기타를 치면서 지역의 포크 클럽에서 활동하던 중 우연히 베켄햄(Beckenham)에 있던 예술 연구소라는 곳을 알게 되고 강한 호기심에 이끌려 연구소를 운명적으로 방문하게 된다.

그리고 여기서 연구소 구성원 중의 한 사람인 데뷔 이전의 <데이빗 보위(David Bowie)>를 만나 그와 음악적 교류를 나누기 시작했다. 이러한 교류는 두 사람으로 하여금 예술 연구소에서 정기적으로 연주하며 음악에 대한 연구를 하게 만들었으며 밴드 결성의 꿈을 갖게 만들었다. 구체적인 밴드의 밑그림이 그려지기 시작한 것은 후일 코머스의 매니저가 되는 <크리스 율(Chris Youle)>과 바이올린 주자인 <콜린 피어슨(Colin Pearson)>을 로저 우튼과 글렌 고링이 레이븐스본 예술 대학교에서 만나면서 부터였다.

이들 네 사람은 크리스 율이 제안한 영국 시인 <존 밀튼(John Milton)>의 가면극 제목인 코머스(Comus)를 그대로 가져와서 밴드의 이름으로 사용하기로 결정하고 멜로디 메이커(Melody Maker)지에 잔여 구성원을 구한다는 광고를 내게 된다. 이 즈음 부터 로저 우튼은 데뷔 음반을 위한 곡 만드는 작업을 진행하기 시작했다. 한편 코머스는 베켄햄의 연구소에서 만난 <앤디 헬라비(Andy Hellaby, 베이스)>와 당시 열여섯살이던 <바비 왓슨(Bobbie Watson, 보컬, 퍼커션)>을 차례대로 밴드에 합류시켰으며 뒤를 이어 광고를 보고 찾아온 플루트 주자 <마이클 배미 로즈(Michael Bammi Rose)>를 마지막으로 합류시켜 1969년에 밴드의 첫번째 구성을 마치게 된다.

하지만 마지막으로 코머스에 합류했던 마이클 배미 로즈는 밴드와 계속하지 못하고 탈퇴했으며 그를 대신해서 콜린 피어슨과 바비 왓슨의 친구인 <롭 영(Rob Young, 플루트)>이 가입하여 코머스의 데뷔 음반을 탄생시키게 되는 최종 구성을 1970년에 완성하게 된다. 아울러 당시 롭 영이 피아노 주자였다는 작은 문제는 코머스와 함께 하기 위해 롭 영이 플루트와 오보에를 배우는 것으로 일단락되기도 했었다. 이렇게 해서 밴드의 최종 구성을 마친 코머스는 밴드의 일정을 크리스 율에게 일임하는 한편으로 데뷔 음반을 위한 사전 연습에 들어가 호흡을 맞춰 나가기 시작했다.

연습 과정과 녹음 과정을 거친 끝에 마침내 1971년에 코머스의 데뷔 음반인 <First Utterance>가 돈(Dawn) 레이블을 통해서 세상에 공개되었다. 리드 보컬을 맡은 로저 우튼이 그린 데뷔 음반의 겉 표지에는 몹시 고통스러워하는 기괴한 모습의 인물이 자리하고 있어 공포 영화에 등장하는 괴물의 모습을 연상시키고 있기도 한데 프로그레시브 록 팬들에게는 너무도 유명한 표지이기도 하다. 그리고 이런 강렬한 느낌의 표지는 음반에 수록된 음악에 그대로 투영되어 충격적인 선율을 듣는 이에게 들려 주고 있다.

때문에 광란하는 듯한 바이올린 선율과 그에 못지 않게 고통에 울부짓는 듯 들려 오는 보컬이 인상적인 코머스의 데뷔 음반에서 추천 곡을 고르라고 하면 선뜻 고르기가 어려워진다. 비장감 마저 엿보이는 바이올린 선율로 시작하는 <Diana>나 사이키델릭 음악의 환각성이 강조된 격렬한 곡 <Drip Drip>, 그리고 젊은 신 코머스의 퇴폐적인 행위를 담은 <Song to Comus>와 바비 왓슨의 아름다운 목소리가 흐르는 <The Bite>, 현대 음악을 연상시키는 바이올린의 고통스런 연주로 구성된 <Bitten>등에서 우열을 가리기란 거의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나마 광기와 집착에서 조금 벗어나 보이는 아름다운 포크 곡들인 <The Herald>와 <The Prisoner>가 존재하지 않았다면 이 음반은 처음 부터 끝까지 기괴함만으로 듣는 이에게 다가 왔을 것이다. 하지만 음반의 마지막 곡인 <The Prisoner>에서는 곡 후반으로 접어 들면서 예의 광기어린 질주가 다시 시작되고 스피커 좌우를 오가는 <Insane>이라는 외침으로 곡을 마감함으로써 광기를 최종 완결하고 있기도 하다. 애초에 안도감이라는 단어는 이 음반에 존재하고 있지 않았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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