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회 수 1683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눈시칼럼.jpg

 세종 9(1427), 사헌부에 음부(淫婦) 하나를 붙잡혀온다. 세종은 그가 누구며 무슨 짓을 저질렀으며 원래 남편은 누군지, 같이 논 남자는 얼마나 되는지 물었다.

 

 "간부(奸夫)는 이승·황치신·전수생·김여달·이돈 등과 같은 사람이고, 기타의 몰래 간통한 사람은 이루 다 기록할 수 없사오며, 본 남편은 지금 평강 현감 최중기입니다. 중기가 무안 군수가 되었을 때에 거느리고 가서 부임했는데, 이 여자가 병을 핑계하고 먼저 서울에 와서는 음란한 행실을 마구하므로 중기가 이를 버렸습니다. 그 아비는 검한성 유귀수이니 모두 사족입니다."

 

 이후 그녀를 세 차례 국문하고 간통한 것으로 밝혀진 이들을 조사하면서 수십 명이 연루됐음이 밝혀졌는데, 여기에는 남편 최중기의 매부 이효량까지 포함됐다.

 

 그녀의 음행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건 무안 군수로 가는 남편을 따라갔다가 병을 핑계로 돌아오는 길이었다. 여기서 김여달이 그녀를 협박, 성폭행했고 이후 남편 몰래 계속 만나다가 마침내 집을 뛰쳐나오기에 이른다. 이후 창기인 척 하며 곳곳에서 남자들과 정을 통하게 되었다.

 

 딱히 신분을 신분을 가리진 않은 모양이지만 중요한 건 역시 사대부들이 어디까지 관계했는지였다. 심문이 계속될 때마다 새로운 이름들이 나왔다. 숙부와 조카가 같이 걸려드는가 하면 공신의 자식까지 입에 나올 정도였다. 처음에야 엄히 처벌해야 된다고 했지만 이 정도까지 온 이상 더 커지기 전에 진정시킬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세종은 전체적으로 가벼운 벌을 내린다. 우선 유감동의 입에서 나온 사람이 아니면 포함하지 못 하게 했고 그녀를 기생으로만 알던 사람 역시 처벌에서 제외시켰다. 여기에 공신의 자손들 위주로 벌을 가볍게 했고, 사건이 적당히 식은 후 다시 등용한다. 때문에 벌을 더 강하게 해야 한다는 말이 계속 나왔다. 조선이 건국된 지 얼마 되지 않은 상태였고, 유교국가인 조선에서 이런 사건을 엄히 다스려야 된다는 것 때문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렇게 많은 사대부들이 연루된 이상 어쩔 수 없었으리라.

 

 눈여겨 볼 점이 사건의 중심 유감동에 대한 것이다. 사헌부에서는 그녀를 극형에 처해야 한다고 했지만 세종은 천민으로 내리고 먼 곳에 안치한다는 결론을 내렸다. 사헌부의 계속되는 반대에도 끝까지 거부했고, 오히려 천역을 면제한다는 혜택까지 주었다. 이후 관비로 살다가 죽었다고 한다. 어디로 갔는지는 나와 있지 않지만 거기서 남의 눈치 안 보고 남자들과 색을 즐기다 죽었을까.

 

 그 후 세종 치세에 그녀는 음부의 대명사가 된다. 어떤 사건이 생길 경우 그녀의 일을 들먹이며 엄벌해야 된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세종이 이에 대해 이렇게 답한다.

 

 "율외(정해진 법 이상의)의 형벌을 가하는 것은 실로 잘한 정사가 아니다. 지난날 한 두가지의 율외의 형벌은 지금 후회가 된다. 의정부에 가서 잘 의논해서 아뢰도록 하라."

 

 여기서 그는 남을 무고해 억울한 죽음이 많았다는 점을 지적했고, 젊었을 때 대신의 아내가 다른 대신과 간통했을 때 죽인 일을 후회한다고 했다. 알고 보니 이런 간통사건들이 참 많았고, 조선의 모범으로 삼는 주나라 때도 이런 일이 많았는데 하물며 지금이랴 하면서 (유감동 건 등을 말하며) 위와 같이 말 한 것이다.

 

 아버지가 사람을 참 많이 죽인 걸 보고 자라서 그런 것일까. 아니면 자기 대에 조선을 완성하고 법대로 하는 걸 정착시키기 위해 그랬 던 것일까. 아무튼 사람 죽이는 건 최대한 막은 모양이다.

 

 조선시대의 음부로 소문난 것은 역시 어우동이다. 하지만 그 전에 유감동이 있었다. 하지만 그 둘이 색에 빠져든 이유는 조금 다르다.  어우동의 경우 남편에게 억울하게 소박을 맞은 상황에서 외로움을 이기지 못한 것이었던 반면 유감동은 성폭행을 당하고 이어서 협박으로 계속 몸을 내어주다가 같이 도망간 것이었다. 색에 빠져들게 된 것일까 아니면 이미 버린 몸으로 자포자기해 버린 것일까. 유교사회에서 다른 남자에게 범해진 여자의 삶은 죽음보다 못 한 삶이었다. 남자들은 여자들의 뜻이 아니었는데도, 그걸 넘어서 남자들의 잘못 때문에 여자들이 당하게 된 경우에도 가혹하게 대했다. 비단 유교에서만의 일도 아니고 조선에서만의 일은 아니지만, 아무튼 그 시대의 조선은 그랬다.

 

 차라리 그녀가 원래 색을 밝혔고, 처음의 성폭행도 합의한 거나 다름없었던 것이면 좋을 것 같다. 그랬다면 그녀는 나름대로 그녀가 원하던 삶을 살다 간 것일 테니까. 그게 아니라면, 이 유명한 스캔들의 본질은 남자들 때문에 불행해진 한 여인의 이야기가 될 것이다. 아마도 이 쪽이 맞지 않을까


  1. [Floyd의 음악이야기] [News] 2014년 여름 락페스티발 정보 모음

  2. [까만자전거] Nirvana - Nevermind

  3. [대중문화의 들] 이소라 8집 - 이소라8 평론/리뷰 (타이틀곡 '난 별')

  4. [눈시칼럼] 유감동 스캔들

  5. [한귀에반한] 9화: 필요한 도약 앞에서 난다고래 (소녀시대 - Mr.Mr.)

  6. [까만자전거] 완벽한 심포닉 록을 향한 첫 걸음 Yes - Time And A Word

  7. No Image 16Apr
    by 호솜
    2014/04/16 by 호솜
    Views 1802 

    [눈시칼럼] 원균 옹호론

  8. [대중문화의 들] 요즘 들어도 쇼킹한 윤시내 '공연히' (1978 서울국제가요제 실황)

  9. [Floyd의 음악이야기] 해리 빅 버튼 신보 <Perfect Storm>

  10. [한 귀에 반한] 8화: 구직 주저기 (브로콜리 너마저 - 졸업)

  11. [까만자전거]Morrison Hotel

  12. [Floyd의 음악이야기] 음악과 영화를 오가는 뮤지션들

  13. No Image 16Mar
    by 호솜
    2014/03/16 by 호솜
    Views 1754 

    [눈시칼럼] 20세기의 신화 - 환단고기,단기고사

  14. [대중문화의 들] 김광석, 최고는 아니지만 가장 가깝게 있었던 포크 록 아티스트

  15. 02.[소품집] 국수

  16. [한귀에반한] 7화: 꿈과 기만이 방치하는 곳에서, 용기. (옐로우 몬스터즈 - 4월 16일)

  17. [까만자전거] 웃기는 노래와 웃기지 않는 노래

  18. [Floyd의 음악이야기][추천] 2014년이 기대되는 인디 뮤지션

  19. No Image 03Feb
    by 두괴즐
    2014/02/03 by 두괴즐
    Views 1917 

    [한귀에반한] 6화: 서태지가 천재라고 칭송한 바로 그 밴드 (The Used - Buried Myself Alive)

  20. 김광석을 기억하는 사람들이 바라본 김광석의 음악들, 밝은 김광석

Board Pagination Prev 1 ... 2 3 4 5 6 ... 7 Next
/ 7

로그인 정보

clos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