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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세기의 신화 - 환단고기,단기고사



우리 역사의 진실을 담았다는 책들이 있다. 그 중에서 가장 유명한 것은 역시 [환단고기], 지금까지도 어렵지 않게 들을 수 있는 이름이다. 1911년에 계연수가 옛 사서들을 엮어서 만들었고, 이유립에게 한 갑자(60) 뒤에 공개하라고 당부했다 한다. 하지만 이유립은 피난 과정에서 잃어버렸고, 기억을 되살려 겨우 복원을 한 것이 현재의 환단고기이다. 말이 되는가?

 

이런 책이 한국사의 진실이라며 널리 퍼졌다. 책은 물론 TV에서도 여러 차례 소개되었고, 대학교수부터 각계각층의 사람들이 이 물결에 휩쓸렸다. 이렇게 환단고기 등의 내용을 추종하는 이들을 흔히 환빠라고 부른다. 그나마 반박을 통해 기세가 죽고 놀림거리가 되면서 붙일 수 있었던 별명이다.

 

이들의 주장이 얼마나 황당한지를 쉽게 보여주는 책이 있다. [단기고사]로 대조영의 아우 대야발이 719년에 썼다는 책이다. 단군조선과 기자조선의 연대기이며 발해문자로 쓰였다가 고려 때 한문으로 번역됐다 한다. 하지만 현재까지 원본은 물론 한문본도 전해지지 않으며 1949년 국한문혼용으로 된 것이 가장 오래되었다.

 

그럼 여기에 나오는 역대 단군들의 업적을 살펴보자. 3대 가륵 때는 국문정음이 만들어진다. 훈민정음의 모태라 한다. 5대 구을 대 황포덕은 50년간 천문을 관측한 후 이렇게 보고한다.

 

천체 중에 제일 큰 것은 북극성 같은 항성입니다. 그 다음은 태양의 종류이며, 다음은 수성?금성?지구성?화성?목성?토성?천명성(천왕성)?해명은성(해왕성)?명성(명왕성)같은 행성이 있어 태양을 중추로 삼아 회전하니, 우리가 살고 있는 지구도 역시 태양계의 하나인 행성입니다.”

 

그 때 이미 9행성과 지동설을 주장했다는 것이다. 이런 게 가장 잘 드러나는 것은 11대 도해 때이다. 그는 만국박람회를 개최했고, 기계공창을 설치해 발명가들을 모았다. 여기서 발명된 건 우리도 쉽게 알아볼 수 있는 것들이다.

 

천문경(망원경), 조담경(X), 자명종, 진천뢰, 흡기잠수선, 측천기, 측우기, 측한계, 측서계, 양우계, 측풍계

 

9대 아술 대에는 의회와 참정권이 나오고, 12대 매륵 때는 성리학이 13대 흘달 때에는 성운과 은하, 항성과 행성의 생성에 대한 설명이 나온다. 21대 여루 때는 자본론이, 38대 가색 때는 유물론 등 온갖 철학이 나타난다.

 

이런 황당한 내용이 책을 가득 뒤덮고 있는 것이다. 물론 환빠중에서도 단기고사는 너무 황당하기에 환단고기와 다르게 취급하는 이들도 있다. 하지만 여기엔 단서가 붙는다. ‘어느 정도 과장된 게 있더라도 맞는 부분이 있을 것이고, 그것을 연구해야 된다는 것이다. 말 자체는 그럴듯하다. 어떤 사료든 그 배경에 맞춰 왜곡, 과장된 부분이 따른다. 하지만 이들은 그런 말을 할 자격이 없다.

 

어느 사료든 왜곡과 과장은 당연한 것이고 그 안의 진실을 찾기 위해 사료연구가 계속되어야 한다. 한국은 물론 전세계에서 하고 있는 일이다. 악명 높은 일본서기도 일본의 학자들이 연구를 계속하고 있으며, 한중의 학자들과 연대해서 그 안의 진실을 추려내고 있다. 환단고기나 단기고사에는 이런 걸 찾아볼 수 없다. 그저 맹목적인 추종과 과장만 있을 뿐이다.

 

환단고기가 세상에 나온 것은 79, 그로부터 30년이 넘는 시간이 지났다. 연구하기에 부족함이 없는 시간이다. 하지만 그 흔한 교차검증조차 제대로 나오지 않았다. 어찌보면 당연한 일이다. 기존의 사료와 비교할수록 어느 한 쪽이 완전히 틀리기 때문이다. 당연히 자기들 것을 진실이라 하며 다른 모든 것을 조작된 거라 주장한다. 그러다가도 자기들 입맛에 맞는 것을 하나라도 찾으면 그걸 금과옥조로 여긴다.

 

기존의 사료들에 할 수 없으면 환단고기나 단기고사, 규원사화 등 자기네들 것만이라도 교차검증을 해 봐야 한다. 하지만 그런 것도 없었다. 그들 사이에도 다른 점이 너무나 많기 때문이다. 결국 남은 건 그저 믿어라, 믿지 않으면 친일강단사학의 하수인일 뿐이다는 것이다.

 

오히려 스케일은 더 커지고 있다. 당장 환단고기에서 삼국은 고구려만 기존 학설보다 넓을 뿐 백제와 신라는 한반도 내에 있었다. 헌데 백제와 신라도 대륙에 있었다는 대륙삼국설이 나왔고, 누구는 고려까지 집어넣었으며 조선까지 대륙에 집어넣는 경우까지 있다. 당연히 환단고기류 책들에 크게 어긋나는 것임에도 이에 대한 비판은 없다. 그저 다 같은 진정한 민족주의 사학이라 싸고 돌 뿐이다.

 

지금까지 칼럼들을 쓰며 지적했던 어긋난 민족주의, 환단고기는 그 종착점이다. 기득권에 탄압받았다는 주장, 진실이라 말하는 커다란 어떤 것, 자신은 그 진실을 아는 몇 안 되는 사람이라는 생각, 이런 것들이 한데 뒤섞여 환빠라는 종교집단을 만든 것이다. 진실은 중요하지 않을 것이다. 자신들이 거대한 세력의 탄압을 받는 진실의 수호자가 되는 것이 중요할 뿐.

 

이들과 대화를 하다보면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것이 바로 단재 신채호이다. 자신들의 방패막으로 신채호의 민족주의를 내세우고 신채호에 대한 비판을 하면 바로 친일파 등으로 몰아세운다. 정작 자신들의 주장이 신채호의 그것에 갈수록 멀어지고 있다는 건 생각하지 않는다.

 

단기고사의 중간서는 신채호가 지었다 한다. 그들이 저런 황당한 단기고사조차도 진실이라 주장하는 중요한 근거 중 하나다. 하지만 신채호가 중간서를 쓴 1912년에 쓴 장소인 중국 안동현에 있었을 가능성은 적고, 정작 그 직후에 쓴 책들에는 단군사가 전해지지 않는다고 썼다. 그저 신채호의 이름을 빌린 것일 뿐이라는 거다.

 

또한 그가 [조선상고사]에 쓴 글을 보면 그가 이 책을 어떻게 생각했을지 짐작할 수 있다. 그 부분을 소개하며 글을 맺는다.

 

우리나라는 고대에 진귀한 서적들을 불살라 없앤 적은 있었으나 위서를 조작한 일은 없었으므로, 근래에 와서 [천부경], [삼일신고] 등이 처음으로 출현하였는데, 아무도 그것을 변박한 일이 없었음에도 그것을 고서로 인정해주는 사람이 없게 된 것이다. 가령, 모호한 기록 중에서 부여의 어떤 학자가 물리학을 발명하였다든지, 고려의 어떤 명장이 증기선을 처음으로 만들었다는 문자가 발견되었다고 하더라도 우리가 그것을 신용할 수 없는 것은, 남들을 속일 수 없으므로 그럴 뿐만 아니라, 곧 스스로를 속여서도 안 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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