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만자전거] 웃기는 노래와 웃기지 않는 노래

by 내이름은김창식 posted Feb 10,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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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기는 노래와 웃기지 않는 노래


까만 자전거
http://artrock-textcube.blogspot.kr



?1980년대 초,중반의 대구 시내 중심지인 동성로 일대에는 레스토랑이라는 이름의 간판을 단 경양식 집이 참 많이도 존재했었다. 입구를 들어서는 순간 아늑함을 안겨 주는 은은한 조명과 벽에 걸린 스피커를 통해서 흐르는 잔잔한 음악으로 대변되는 이 공간에서는 마땅히 갈 곳이 없었던 젊은 연인들이 마주 앉아 <돈까스>나 <햄버그(함박) 스테이크> 같은 간단한 서양식 요리를 앞에 놓고 조용한 밀어를 나누는 모습이 심심치 않게 목격되기도 했다.

?짝없는 외기러기들의 은신처이기도 했었던 이들 레스토랑의 대부분에서는 막 출범을 시작한 유선 방송을 통해서 음악 방송을 들려 주기도 했었는데 이런 유선 방송의 최대 장점은 진행자 없이 음악만 연속해서 들려주어 음악에 취하기가 쉬웠다는 것이다. 물론 이런 이유로 가장 커다란 단점은 진행자의 곡 소개가 없으니 모르는 노래가 흘러 나올 때는 곡목을 알 수 있는 방법이 없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이 마저도 조금만 부지런을 떨고 거금 20원을 투자한다면 노래의 제목을 알아내는 것이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니었다.?

?휴대폰 사용이 일상이 된 지금은 잘 상상이 되지 않겠지만 당시 레스토랑이나 다방 등의 각 업소에는 예쁜 공중전화기가 최소한 한대씩은 사람들의 눈에 잘 뜨이는 한쪽 구석에 자리하고 있었던 것을 기억하는 이가 많을 것이다. 스피커를 통해서 흘러 나오는 음악 제목이 궁금하다면 이 전화기에 동전 20원을 넣고 유선 방송국으로 직접 전화를 하여 방금 나왔던 노래의 제목이 무엇인가 물어 보면 되는 번거롭지만 매우 간단한 해법이 있었던 것이다. 아주 친절하고 자세하게 답변을 해주었으니까 말이다.

?하여간 이런 저런 옛생각이 나게 만드는 음반 <웃기는 노래와 웃기지 않는 노래 (독도는 우리 땅)>를 볼때 마다 늘 떠오르는 그 작은 레스토랑은 동성로에 위치한 한일 극장의 길 건너편에 자리하고 있었다. 지하 상가로 들어가는 입구가 있는 근처 작은 빌딩의 2층에 자리하고 있었던 그 레스토랑은 나에게 <신형원>이라는 가수의 노래를 처음으로 알게 해준 공간이기도 했었다. 자주 가는 단골집도 아니었으며 친구와 함께 길을 가다가 우연히 눈에 띄어 들어간 그 레스토랑에서 그날 나는 처음으로 <불씨>라는 명곡을 들었던 것이다.

?친구와 함께 은은한 조명을 헤치고 들어간 그 레스토랑은 내 기억이 틀리지 않다면 탁자가 채 열개가 되지 않았던 그리 넓지 않은 공간이었다. 식사 때가 지나서인지 우리말고는 손님이 아무도 없었던 그 레스토랑의 가운데 쯤에 자리한 탁자에 자리를 잡은 우리는 간단한 식사와 맥주 두어병을 주문해 놓고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했다. 그리고 잠시의 시간이 흐르고 주문한 음식들이 자리를 차지하기 시작할 무렵 나는 벽에 걸린 작은 스피커를 통해서 생전 처음 들어보는 노래 한 곡을 듣게 되었다.

?약간 쉰듯한 목소리에 실려 나오는 그 노래가 당시에 <얼굴 없는 가수>라는 애칭으로 많은 화제를 모으기 시작한 <신형원>의 <불씨>였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은 노래를 다 듣고 유성 방송국으로 전화를 건 이후였다. 그리고 며칠 후인 1983년 7월 11일에 나는 <조용필>의 <5집> 음반과 함께 <독도는 우리 땅>이라는 음반을 손에 쥘 수 있었다. <독도는 우리 땅>으로 제목이 바뀐 음반 <웃기는 노래와 웃기지 않는 노래>가 정식으로 발매된지 일년만이었다.
?
?전국민이 다 아는 너무도 유명한 곡 <독도는 우리 땅>은 1982년 말에 케이비에스(KBS) 텔레비전에서 방영되고 있었던 <유머 1번지>의 작가 <박문영>이 프 로그램의 코너를 위해 거의 급조하다시피 하여 만들어진 노래이다. 1970년대에 활동했었던 남성 듀오 <논두렁 밭두렁>의 원년 구성원이었던 박문영은 유머 1번지의 제작 담당 <김웅래> 피디(PD)와 프로그램 아이디어 회의를 하다가 <독도는 우리 땅>을 생각해내고는 즉석에서 허락을 얻어 방송국 도서실과 자료실을 온통 다 뒤진 끝에 <독도는 우리 땅>이라는 노래 가사를 완성하게 된다.?

?이렇게 거의 급조하다시피 완성된 노래는 <정광태>와 <임하룡>이 등장했던 코너에 올려져 사람들의 웃음을 유발시키는 재료로 활용되었었다. 당연히 일회성 노래였지만 노래 가사가 마음에 들었던 정광태는 녹화가 끝난 후 노래 가사가 적힌 종이를 들고 다니며 발품을 판 끝에 마침내 대성음반에서 기획하고 있던 대학생들을 위한 노래를 수록한 편집 음반의 앞면 네번째 곡으로 수록하는 기회를 얻기에 이른다. 이때 까지만 해도 <독도는 우리 땅>이 전국민의 관심을 받는 노래가 될 줄은 정광태도 음반사도 전혀 짐작하지 못했었다.

?음반 발매 후 때마침 바다 건너 일본에서 <독도는 일본 땅이다>라는 망언이 터져 나오자 청와대에서 개그맨 정광태가 부른 <독도는 우리 땅>을 언급하기에 이르렀고 이 소식이 사람들에게 전해지면서 새삼 이 노래가 사람들의 엄청난 관심을 받게 되었다. 그리고 순식간에 전국민의 애청곡으로 자리잡게 되었던 것이다. 이런 이유로 초판의 제목이 <웃기는 노래와 웃기지 않는 노래>였던 이 편집 음반은 음반에 수록된 <독도는 우리 땅>에 쏟아진 사람들의 엄청난 관심 덕분에 급하게 <독도는 우리 땅>으로 제목을 바꾸어서 재발매되기에 이른다.?

?이렇게 <독도는 우리 땅>에 많은 관심이 쏠린 음반이기는 하지만 음반에 수록된 곡의 면면을 살펴 보면 선곡에 대단히 신경쓴 흔적이 군데군데서 발견되는 음반이 바로 이 <웃기는 노래와 웃기지 않는 노래 (독도는 우리 땅)>이기도 하다. 수록 곡을 잠시 살펴 보면, 먼저 텔레비전 출연을 하지 않았기에 <얼굴없는 가수>라는 애칭으로 불렸던 <신형원>의 <불씨>와 <유리 벽>이 음반의 앞,뒷면에 자리하고 있으며 <독도는 우리 땅>의 정광태가 부른 또 다른 히트 곡 <코끼리 아저씨>가 뒷면에 오롯이 자리하고 있다.

?또한 음반의 뒷면 첫곡으로는 4인조 혼성 보컬 그룹 <해오라기>의 <사랑은 받는 것이 아니라면서>가 수록되어 있다. 이 곡은 예전의 어느 날 저녁 내려야 할 정거장이 바로 눈 앞으로 다가오는 버스 안에서 우연히 다시 듣게 되어 무척이나 반가운 마음에 버스에서 내리면서도 작은 목소리로 따라 불렀던 특별한 기억이 있는 곡이기도 하다. 그리고 음반 표지의 뒷면에 제작자가 남긴 짧은 글을 통해서도 알 수 있듯이 캠퍼스의 <엘비스 프레슬리(Elvis Presley)>로 불렸던 <김덕유>가 부른 두 곡이 음반의 앞,뒷면에 한곡씩 수록되어 있기도 하다.

?특히 뒷면에 자리한 <일요일 오후 3시>는 <빌 헤일리 앤 히즈 코미츠(Bill Haley & His Comets)>의 그 유명한 <Rock Around The Clock>을 번안한 곡으로 김덕유가 가진 발군의 보컬 실력을 확인할 수 있는 곡이다. 모든게 조금씩 부족한 시절이었지만 마음만은 풍요로웠던 그 시절을 생각나게 하는 음반 <웃기는 노래와 웃기지 않는 노래 (독도는 우리 땅)>가 발매된지 벌써 30년이 흘렀다. 아마도 또 다시 30년이 흐르고 나면 그 때 그 시절의 기억은 거의 희미해지겠지만 이 음반이 있음으로 해서 조금이나마 그때 그 시절을 되살려 볼 수 있게 될 것이라는 것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누군가에는 소중하고 아름다운 추억이 오늘도 음악과 함께 어딘가에서 만들어지고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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