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회 수 501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화요일의 재즈 이야기


“당신을 원하는 난, 바보겠지요.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을 원하거든요.”

‘I’m a fool to want you’란 곡의 도입부 가사.. 

간혹, 늦은 시간 이 곡을 듣고 있노라면 진한 스카치, 그리고 양질의 시가가 생각난다.

깊이를 알 수 없는 슬픔과 쓸쓸함. 

후……

 

 오늘의 주인공은 Billie holiday (Eleanora Fagan 1915~1959). 

태어남과 동시에 가난한 부모에게 버림을 받은 그녀는 어린 시절부터 사창가에서 허드렛일을 하며 살아왔다고 한다. 그렇게 하루하루를 버티던 그녀의 가장 큰 기쁨은 축음기의 노래를 듣고 흥얼거리는 것이었다. 고통 속에서 음악이란 작은 행복을 쫓던 그녀는, 비극적이게도 어떤 백인에게 강간을 당하게 되는데, 이 사건은 홀로 카페에 앉아 그녀의 어린 시절을 떠올리며 가슴 아파하고 있는 나에게 더 큰 분노를 일으키게 한다. 그 이유인즉슨 피의자인 백인 남성은 처벌받지 않고 오히려 이 어린 소녀가 유혹을 했다는 죄목으로 감화원에 들어가게 되었기 때문이다. 


 01.jpg


2년 뒤에 출소 한 그녀는 사창가의 창녀가 되어 삶을 이어 가게 된다. 당시 나이 고작 13살. 우리 나이로 고작 중학생밖에 되지 않았을 터인데 말이다. 하지만 흙 속에서도 진주는 빛나는 법, 우리에게 훌륭한 음악들을 들려주기 위한 운명의 장난처럼, 그녀는 허름한 나이트클럽의 가수자리를 얻게 된다.


 처음 그녀가 노래를 불렀을 때, 클럽에 모여있던 사람들은 어떤 강렬한 이끌림에 하던 일을 일제히 멈추고 그녀의 목소리에 넋을 잃고 집중하였다고 한다. 필자도 라이브로 그녀의 목소리를 듣는 상상을 해보면…. 하 관능적인 말이 튀어나올 것 같다. 오르가즘을 느껴버릴 수도…. 흠흠 그렇게 그녀의 음색은 입소문을 타게 되고 빌리 할리데이란 이름으로 개명을 한 후, 본격적으로 음악 활동을 시작하게 된다. 언제나 머리에 하얀 치자꽃(거친 머릿결을 감추기 위함이라 알려짐)을 달고, 목소리가 아니라 온몸으로 노래하는 가수 빌리 할리데이는 단번에 재즈 팬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이때, 그녀가 얻게 된 별명 중 하나가 ‘기품 있는 할리데이’ 라는 뜻을 담은 ‘Lady day’이다.


 하지만 무대 위에서 Lady라 불렸던 그녀는 당시 팽배해 있던 인종 차별로 인해 언제나 뒷문으로 입장하였고, 무대에서 노래 할 때를 제외하고는 백인들에게 많은 모욕을 받으며 살아왔다고 한다. 이후, 그녀는 3번의 결혼과 3번의 이혼, 그리고 마약 복용으로 5번의 감옥살이 후 44세라는 길지 않은 생을 마감한다.


 어쩌면 이런 삶이 다 녹아든 것이 그녀의 목소리가 아닌가 싶다. 진한 듯 담담한 그녀의 목소리가 하는 말은 어쩌면 ‘다 괜찮다’가 아닐는지? 필자가 재즈에 대한 글을 쓰기 시작한 것도 아마 그녀로부터일 것이다. 좋은 음악을 끊임없이 찾아왔던 나에게 뛰어난 보컬능력을 떠나 사람 자체가 음악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알려 주었다고 해야 할까?  


 이번 글의 첫머리를 장식한 ‘Billie Holiday - I’m a fool to want you’라는 곡은 그녀의 유작 <Lady In Satin>에 수록된 우리에게는 가장 친숙한 곡이기도 하다. 각종 CF와 많은 영화의 OST에서 흘러나와 많은 이들의 가슴을 적시며 감동을 더 해 주었으니 필자가 친절하게 링크해 놓겠다. 다들 보리차와 양초라도 피어놓고 그녀의 목소리에 빠져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이다. 이 곡 외에 필자가 가장 사랑하는 곡으로 하나 더 소개하자면 ‘Glad to be unhappy’란 곡을 들 수 있다. 바이올린 소리로 시작하여 그녀가 읊조리는 가사를 천천히 음미해보면 비참한 그녀의 삶을 가장 잘 느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 곡만큼은 설명하지 않으려 한다. 가사와 더불어 친절히 번역하여 여러분의 이해를 돕도록 할 터이니, 독자들은 필히 한 번씩 들어보고 당시를 상상하며 감상한다면 나의 백 마디 글보다, 훨씬 잘 와닿으리라 생각한다.


“Billie Holiday - I'm A Fool To Want You”   https://youtu.be/rejizpNR20A

“Billie Holiday - Glad to be unhappy”     https://youtu.be/w4CH2lR1-c8


Glad to unhappy - Billie Holiday


Look at yorself.

그대 스스로를 봐요


If you had the sense of humor,

You would laught to beat the band.

Look at yourself.02.jpg


그대가 유머 감각이 있었다면

멋지게 웃어 넘겨버렸을 거에요

그대 스스로를 봐요


Do you still believe in rumor

that romance is simply grand?

그대는 여전히 로맨스가 즐겁다는 착각을 하나요?


Since you took it right on the chin,

you have lost that bright toothpaste grin.

그대가 그 사실을 받아들인 이후로 밝은 미소를 잃고 말았지요.


My mental state is all a jumble. I sit around and sadly mumble.

머리속은 엉망진창이고 빈둥거리며 슬프게 중얼거리죠.


Fools rush in, so here I am, very glad to be unhappy.

모르면 용감하다는 말은 내 이야기에요, 불행하게되어 기뻐요.


Unrequited love's a bore, and I've got it pretty bad.

But for someone you adore, it's a pleasure to be sad

상대가 몰라주는 사랑은 따분하고 난 처참히 겪고 있지요.

하지만 당신이 사랑하는 누군가를 위해서라면 나는 슬퍼하게되어 기뻐요.


Like a straying baby lamb with no mammy and no pappy,

I'm so unhappy,

but oh, so glad.

엄마 아빠 없는 길 잃은 새끼양처럼 나는 슬퍼요.

하지만 하. 난 기쁘지요.


사실, 이번 글을 쓰는게 참 힘들었다. 나의 개인적인 그녀에 대한 존경과 사랑이 너무 큰 나머지, 감정을 너무 드러내는 게 독자들 각자의 판단을 흐리는 것이란 생각도 하였고, 나에게 있어 너무나도 위대한 사람을 함부로 판단하여 말을 한다는 것이 조금은 부담스러웠음이 분명하다. 하지만, 그녀의 농도짙은 목소리를 만들어 낸 그녀의 삶을 조명하고 다시 누군가 생각해준다는 생각에 가슴이 벅차기도 한다. 다음시간에는 특별(?)판으로 최근 많은 사람들의 인기를 얻은 ‘위플래쉬’라는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려 한다. 필자는 3번이나 영화관을 찾아 봤을만큼 너무나도 재밌게 감상하였다. 영화의 비하인드 스토리와 음악 중간에 나오는 버디리치라는 드러머에 대한 이야기도 해보려 하니 설레는 다음시간 까지 환절기 감기 조심하였으면!


그럼, 총총!


  1. 수요일 만화를 보는 소년 - 사랑의 천사 웨딩 피치

    마법 소녀 물은 요새 유행하는 히어로 물이랑 흡사한데 소녀들이 주인공인 장르다. 남들이 로봇 물 볼 때 혼자 마법소녀 물을 보던 나의 은밀한 취미는 지금도 현재진행형이다. “캐치 유~ 캐치 유~ 캐치 미~ 캐치 미~” 로 우리에게 잘 알려진 카드캡터 체리 O...
    Date2015.05.20 By호솜 Views1619
    Read More
  2. 화요일의 재즈이야기 - 빌리 할리데이

    화요일의 재즈 이야기 “당신을 원하는 난, 바보겠지요.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을 원하거든요.” ‘I’m a fool to want you’란 곡의 도입부 가사.. 간혹, 늦은 시간 이 곡을 듣고 있노라면 진한 스카치, 그리고 양질의 시가가 생각난다. 깊이를 알 수 없는 슬픔과...
    Date2015.05.19 By호솜 Views501
    Read More
  3. 월요일은 편집장입니다 - Mas que nada! 서울 재즈 페스티벌에서 절대로 놓치지 말지어다! '세르지오 멘데스'

    0. 한 주를 돌아보며 지난 주 문화지168은 정규 취재 외에도, 3년째 기획을 맡아 온 건국대학교 쿨하우스 공연과 편집장의 국민대학교 특강이 있어 매우 바쁜 한 주를 보냈다. 그 사이 신참 에디터가 맡게 된 수요일 칼럼 '만화를 보는 소년'의 연재가 시작되...
    Date2015.05.18 By호솜 Views691
    Read More
  4. [눈시칼럼] 전열보병 - 그들은 왜 그렇게 싸워야 했을까.

    “프랑스 근위 연대의 신사들이여, 먼저 사격하시오.” “말씀은 고맙지만 우리는 먼저 사격하지 않겠소. 그쪽이 먼저 사격하시오.” 1745년 5월 퐁트누아 전투에서 프랑스군과 영국군 사이에 있었던 일이다. 대화만 봐도 황당하다. 선공을 적에게 양보하는 이해...
    Date2014.12.31 By호솜 Views1443
    Read More
  5. [월요일은 편집장입니다] 아이돌의 크리스마스 쏭

    [월요일은 편집장입니다 - 아이돌의 크리스마스 쏭] 1. Fin.K.L - 'White'(1999) 99년 겨울 핑클이 발매한 2.5집. 본 앨범의 타이틀은 초겨울 분위기에 맞는 'To my prince' 였는데 후속곡으로 결정된 댄스곡 'White'가 훨씬 성공적인 결과를 냈다. 'White'의...
    Date2014.12.24 By호솜 Views1061
    Read More
  6. [월요일은 편집장입니다] 메탈리카와 마리안느 페이스풀

    메탈리카의 'The memory remains' 중반 그리고 후반부에는 기괴하다고 해야할까 좀 특이한 코러스가 흘러 나온다. 중반부에서는 '랄랄라~'허밍. 후반부는 'say yes... at least say hello'라는 말을 동시에 읊조리기도 하는데 남자라 하기도 여자라하기도 애...
    Date2014.12.24 By호솜 Views1565
    Read More
  7. [눈시칼럼] 만보산 사건 - 외국인 노동자와의 갈등

    김동인의 소설 ‘감자’에서는 중국인 왕서방이 악역으로 나온다. 일제강점기라는 배경을 생각하면 일본인이 아닌 중국인이라는 게 특이할 것이다. 하지만 이건 그리 특이한 일이 아니다. 당시 조선인들에게 있어 중국인 역시 그리 좋은 이미지가 아니었기 때문...
    Date2014.11.16 By호솜 Views1672
    Read More
  8. [Floyd의 음악이야기] 추모기사_유재하 음악의 의의

    유재하 한국 대중음악의 중요한 맥을 짚어낸 아티스트 11월 1일은 한국 대중음악계에 있어서 아픔이 큰 날입니다. 오늘은 27주기를 맞이한 故유재하와 24주기를 맞이한 故 김현식의 기일입니다. 먼저 떠나신 유재하의 삶에 흘렀던 고인의 음악을 소개합니다.?...
    Date2014.11.05 By냉동보관 Views1306
    Read More
  9. [까만자전거] 감성충만을 돕는 음악 사용 설명서 2 (Just Wanna Dance Tonight)

    <감성충만을 돕는 음악 사용 설명서 2 (Just Wanna Dance Tonight)> 까만자전거 http://wivern.tistory.com/1488 ?음악 감상을 취미 생활의 하나로 즐기고 있는 사람들이 세상에 존재하는 무수한 음악들 가운데 특정 갈래의 음악을 좋아하게 되는데는 여러 경...
    Date2014.10.28 ByJYC Views1775
    Read More
  10. 눈시칼럼 - 훈민정음, 한글이 되다.

    19세기 말, 조선의 주요 과제는 중국의 영향에서 벗어나는 것이었다. 전근대의 중화세계관에서 벗어나 근대국가로 거듭나기 위해서였다. 중국 대신 조선을 집어삼키려는 일본의 의도가 끼어있었던 점이 아쉬운 점이지만, 독립의 당위성을 부정할 수는 없었다....
    Date2014.10.01 By호솜 Views1626
    Read More
  11. [Floyd의 음악이야기] 비긴어게인

    비긴어게인 (Begin Again) OST 출처??floyd20.egloos.com/3005422 ?토론토 국제 영화제에서 처음 공개된 이후 모스크바국제영화제와 상하이국제영화제 등에서 음악상과 초청작으로 선정된 영화가 바로 ‘비긴 어게인’이다. ‘다시 시작하다’, 혹은 ‘다시 시작하...
    Date2014.09.30 By냉동보관 Views1331
    Read More
  12. [까만자전거] Melanie

    <감성충만을 돕는 음악 사용 설명서 1 (Saddest Thing)> 까만자전거 http://wivern.tistory.com/1488 ?지난주 일요일 친구 하나가 지나가는 길에 들렀다며 별빛촌(영천) 복숭아와 포도 한상자씩을 내려 주고 갔다. 수돗물로 복숭아와 포도를 깨끗이 씻다 보니...
    Date2014.09.04 ByJYC Views1456
    Read More
  13. [Floyd의 음악이야기] 음악이 빛나는 기대되는 영화 <Sin City 2>

    흑과 원색의 조화, 질감이 넘치는 영화. 그리고 그 틈새를 조이는 ‘비트 파티’ 10대 후반부터 마블, DC 등을 통해 만화작가의 길을 밟아 온 명인 프랭크 밀러. 영화 <Sin City>를 통해 감독으로 데뷔한 프랭크 밀러는 <데어데블>, <배트맨-다크 나이트 리턴즈...
    Date2014.09.02 By냉동보관 Views1329
    Read More
  14. 눈시칼럼 - [김유신 - 그가 사는 방식]

    532년, 금관가야가 멸망한다. 신라는 항복한 금관가야의 왕 구형왕을 진골에 편입시켰고, 왕족들은 신라의 귀족으로 새출발하게 되었다. 하지만 대우가 같을 리는 없었다. 이들을 ‘신김씨’라 부르며 기존의 진골들과 구별한 것이다. 구형왕의 손자인 김서현은...
    Date2014.09.01 By호솜 Views1566
    Read More
  15. 03.[소품집] '그'

    여럿이 둘러앉아 TV를 볼 때면, ‘이 배우는 지난번 주말드라마에서도 악역 했는데, 또 하네. 이미지 괜찮나?’ 마트에 장을 보러 갈 때면, ‘저번에 세일해서 8900원이었는데 오늘은 정가대로 받네. 다른 거 사자.’ 길을 찾아 갈 때면 ‘저번에는 저쪽에서 돌아...
    Date2014.08.30 By호솜 Views1374
    Read More
  16. [눈시칼럼] 성웅 - 충무공 이순신

    1597년 7월 16일, 거제도 칠천량에서 조선 수군은 대패한다. 백 척을 훌쩍 넘기는 대군이 전멸한 것이다. 이를 발판 삼아 일본군은 진격을 개시하니 정유재란의 시작이다. 일본군의 주요 목표는 전라도였다. 임진년에 8도 중 전라도 공격에 실패했고 이건 일...
    Date2014.08.01 ByJYC Views1355
    Read More
  17. 01.[소품집] 어머니의 최근 검색어

    ? ? ? ? 여자 하나 있다. 이 곳 저 곳에서 관심 받지 못하는 여자 하나 있다. 달님이 잠 못 이루는 이들을 달래기도 전에 하루를 시작하고, 쪽잠을 뒤척인 듯 깊게 패인 두 눈으로 거울을 바라보는 여자. 표정 하나 담기지 않는다. 몇 걸음 옮겨 부엌이라고 ...
    Date2014.07.30 By호솜 Views1679
    Read More
  18. [까만자전거] 마법같은 일이 눈 앞에서 벌어지다 - She Rides With Witches

    마법같은 일이 눈 앞에서 벌어지다. She Rides With Witches ? 까만자전거 http://wivern.tistory.com ?지난 주말이었다. 자전거를 끌고 환성사로 향하는 무학산의 가파른 도로를 거의 등반(?)하다시피 하며 올라 가고 있던 나는 생전 처음으로 신기한 경험을...
    Date2014.07.10 ByJYC Views1908
    Read More
  19. [눈시칼럼] '1차 세계대전, 그리고 지금'

    지금으로부터 100년 전, 유럽은 전쟁으로 치닫고 있었다. 이 전쟁이 세계대전이라는 이름을 얻을 정도로 거대해질 거라고는 전혀 예상하지 못 한 채로 말이다. 시작은 발칸 반도 보스니아의 사라예보에서 일어난 암살이었다. 발칸 반도는 오스만 제국이 약해...
    Date2014.07.01 By호솜 Views1826
    Read More
  20. 01.[소품집] 밑줄 친 책

    ? ?일부러 30분 늦게 도착했음에도 또 다른 30분을 뜨게 만드는 단골지각생 친구 녀석. 나는 왜 이 녀석의 친구이며, 이 녀석은 왜 나의 친구인가를 생각하다 내 업보요- 그저 종로거리를 걷는다. 발이 닿는 곳으로 가고 가다 발견한 중고서점 하나. 마치 소...
    Date2014.07.01 By호솜 Views1559
    Read More
Board Pagination Prev 1 ... 2 3 4 5 6 ... 7 Next
/ 7

로그인 정보

clos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