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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검정고무신.jpg

 

 

어린 시절 누구나 한 번 쯤 몹쓸 장난을 쳐본 기억이 있을 것이다. 개인적으론 비가 온 다음날 집 앞 놀이터에서 삽으로 거대한 구덩이를 파고 그 위를 신문지와 구덩이를 판 모래로 덮어 기가 막힌 함정을 만든 다음 숨어서 누군가가 걸려드는 것을 지켜봤던 것이 생각난다(써놓고 보니 상당히 성격파탄자 같아 보이지만 필자는 그런 사람이 아니다). 그런데 만화계에서 필자의 장난이 무색할 정도로 몹쓸 사고뭉치 형제가 있었으니 바로 검정고무신의 기철, 기영이다.

 

 검정고무신은 시나리오의 도레미와 그림의 이우영이 1992년에 연재를 시작한 만화가 원작이지만 많은 사람들에겐 원작을 부분선택, 각색하여 만든 애니메이션 버전으로 더 많이 기억되고 있다. 내용은 제목처럼 검정고무신을 신고 살던 시대인 1960년대 한 중산층 대가족에서 일어나는 일들로 시트콤처럼 각각의 독립된 에피소드로 진행된다. 사실 이 만화는 지금은 볼 수 없거나 그때 당시에는 없어서 못 살았던 것들을 통해 향수와 웃음을 주는 휴먼 코미디를 표방하지만 기철, 기영콤비의 수많은 업적은 검정고무신을 ‘짱구는 못 말려’같은 악동만화처럼 보이게 만들었다. 특히 기철이의 경우 그동안 인지하지 못했던 충격적인 불꽃 패드립이 네티즌들에 의해 공개되면서 만화계의 4대 쓰레기에 등극하는 기염을 토하는데 이 형제들의 행적을 공개하자면 다음과 같다.

 

검정고무신-이기영.jpg 먼저 동생 기영이는 유혹에 약하고 기분파에 절제하지 못하는 측면 때문에 여러 사고를 친다. 할아버지의 저금통을 몰래 털어 만화방에서 밤새 놀다온다거나 길에서 주은 돈을 낚싯줄에 걸어 사람들을 골탕 먹이는가 하면 타잔놀이를 하다 여자애들 앞에서 알몸을 노출하기도 한다. 무엇보다 동급생이며 자기를 좋아하는 경주와 다혜 사이에서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하는 나쁜 남자다.

 

 형이지만 형답지 않은 기철이는 사춘기에 접어든 중학생으로 예쁜 여자만 보면 주체를 하지 못하는 성격에 이기적이고 이름과 다르게 철이 없는 면이 있다. 엄마의 친구에게 보탤 수술비를 전해달라는 심부름을 하다 친구의 예쁜 사촌동생을 보자 빵을 사겠다며 허세를 부리다가 부족해진 돈을 메우기 위해 야바위를 해 돈을 날릴 뻔 하고 계산을 못하는 척하는 가게 할머니를 이용해 꽁짜로 빵을 먹으며 오히려 돈을 받아가는 악행을 저지른다. 전설로 남은 ‘봄비’에피소드에서는 초등학생시절 충격적인 과거가 공개되는데 자기가 좋아하는 여학생을 괴롭히며 그 여학생이 아파서 결석을 하자 “너 같은 거 아파서 죽어버리지”라는 악담을 하는가 하면 친구들이 둘의 관계를 놀리자 책임을 덮어씌우며 “아부지도 없는 게”, “뭐어? 미국이 아니라 하늘나라겠지, 너희 아부진 돌아가셨어!”라는 충격적인 말을 내뱉는다. 한편 형인 기철이는 동생과 다르게 여자들에게 퇴짜를 당하기 일쑤인데 그래서인지 여자만 보면 치근덕대는 기술이 남다르다. 그 수법 중 하나는 비 오는 날 우산을 들고 일부러 좁은 골목에 들어가 있기인데, 이는 예쁜 여자가 오면 아슬아슬하게 서로 비껴가며 눈을 마주치고 말을 걸기위한 전략인 것이다! 이 주도면밀함은 정말......(그렇다고 무턱대고 따라하면 안 된다)검정고무신 - 이기철.jpg

 

 

 그렇지만 어린이를 대상으로 한 만화이기 때문에 항상 권선징악의 형태로 결말을 맺는다. 여자들에게 치근대는 기철이는 주위사람들에게 혼쭐이 나고 기영이는 자기가 장난쳤던 방식으로 똑같이 당하며 잘못을 뉘우친다. 이 형제가 항상 말썽만 일으키는 것도 아니다. 가끔씩은 지나가는 거지를 도와주거나 힘든 가정을 도우려 일을 나가는 등 스스로 착한 일을 한다. 어렵고 팍팍한 삶 속에서도 천진함을 잃지 않았고 열심히 살았던 이 검정고무신의 어린이들은 지금은 60을 훌쩍 넘긴 부모세대들이다. 그들의 과거를 돌아보는 재미 또한 쏠쏠하다.

 

 그런데 20대 중반을 넘은 지금 검정고무신을 보며 느끼는 것은 재미뿐만이 아니다. 본인만 그런 것 일진 모르겠지만 기철이와 기영이의 유치하고 몹쓸 행동이 기가 막히게도 대부분 직접 경험했던 것이라 왠지 모를 씁쓸함을 느끼곤 한다. 좋아하는 동급생을 괴롭히고 집안의 저금통을 털며 예쁜 여인에게 수작을 부렸던 것은 바로 나 자신이 아니었던가! 한층 더 필자를 씁쓸하게 만드는 것은 그런 행동들이 기철이나 기영이보다 몇 년이 더 늦다는 것이다. 중학생, 고등학생이 돼서도 좋아하는 친구를 괴롭히고 스물이 돼서야 이성에 눈을 뜨고 수작을 부렸던 나 자신을 떠올리며 속으로 이런 말을 한다.

 

‘기철아! 그래도 네가 나보다 낫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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