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나무 단독공연 내 곁에 있어줘

by 호솜 posted Jan 26, 2017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ESC닫기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00.jpg


권나무 단독공연 <내 곁에 있어줘>

 

“뭐 듣고 싶은 거 없어요?”

물어는 보겠지만, 선곡은 맡겨 주시라

권나무식 ‘오마카세‘



  일본어로 ‘맡긴다’는 뜻인 ‘오마카세’는 말하자면, 셰프의 추천코스와도 같은 것이다. 따라서, '오마카세'를 주문하면 주방장은 그날 가장 좋은 재료와 손님의 취향을 반영해 메뉴를 내놓는다. 굳이 일본어인 ‘오마카세’가 유명한 이유는 아무래도 해산물의 선도가 요리에 많은 영향을 끼치는 일식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구성이기 때문이다.

 

 20일 홍대 웨스트브릿지에서 권나무의 싱글 발매 공연은 권나무식 추천코스의 장이었다. 금요일의 뜨거운 홍대를 뒤로 한 채, 공연장에 몰려든 단골손님들은 예정에 없던 게스트가 등장하고 예정에 없던 곡들이 울려퍼지는 사이 자연스럽게 공연에 빠져들었다.  

  대기실에서 만난 권나무는 본디 게스트가 예정되어 있지 않았지만, 송인상의 자작곡 <서울의 밤>을 듣고, 그를 섭외했다고 했다. 어색한 인사와 쑥스러운 표정은 오늘 웨스트 브릿지에 처음 오른다는 그의 첫마디에서 해소되었다.

 

01.jpg


오프닝 <송인상> SET LIST

1. 서울의 밤

2. 장승아저씨

3. 바다야

 


권나무 선생님 너무 좋아하는데...“


 무대에 오른 송인상이 얘기한 것이 권나무의 직업을 일컫는 것인지, 극 존칭을 표현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그의 첫 멘트는 많은 이에게 의도치 않은 웃음을 주었다. 자식이 부모를 닮듯, 음악도 주인을 닮아 있다 보니, 그가 들려준 세 곡은 이제 막 싹을 틔우기 시작한 송인상 자체를 보여주기에 적합했다. 어떻게 자뭇 연식(?)이 느껴지는 창법이 완성되었는지는 모르겠지만, 곡이 가지는 소년적 감수성과 시너지를 내면서 관객들에게 향수를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했다. 앞으로 더 많은 송인상의 무대를 기대해본다. 


02.jpg


“듣고 싶은 노래 있어요? 뭐 평소에 안하던 거라든지”

 

 권나무의 셋리스트는 예정대로 흐르지 않고 계속된 변주를 이어가고 있었으나, 이미 지난해 숱한 공연을 함께 한, 이성혁(기타)과 강희원(비올라)은 한 치의 당혹감 없이 공연을 이어갔다. 이날 공연에서는 <진짜 이별>, <빛나는 날들>과 어려운 시국과 그 심상이 담긴 <죽음은 무죄>와 같은 신곡들을 들을 수 있었다. 실제로 지난해 많은 공연을 하면서, 신곡에 대한 갈증이 본인도 팬들도 컸기에 관객들에게는 큰 선물이 되었을 것이다. 특히 어떤 노래든지 들려줄 것 같은 그의 멘트에 화답하는 관객들에게 ‘어차피 지 하고 싶은거 할거예요.’로 일갈한 이성혁(크랜필드)의 멘트는 팬들에게 권나무 공연에 와있음을 새삼 깨닫게 해주는 순간이었다. 

 

04.jpg

 


“농심은 김기춘을 후원하잖아요”


 <튀김우동>은 이미 지난 공연에서는 이따금씩 선보였던 곡이기 때문에, 싱글 발매 전부터 팬들의 발매 요청이 끊이지 않았던 곡이다. 하지만 정작 꽤 많은 사랑을 받던 이 곡을 권나무는 썩 좋아하지 않았던 것 같다. 탄생과정도 장난스러웠고 가벼웠기 때문에, 진정성이 없는 음악이라고 생각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프로듀서적 관점에서는 달랐던 것 같다. 많은 작업을 함께 한 이성혁은 <튀김우동>의 발매를 수 차례 권했고, 그러는 동시에 노래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농심과의 제휴를 꿈꾸었다고 밝혔다. 순간 <튀김우동 농심 배후설> 같은 다소 시답지 않은 기사 제목이 머릿속을 오갔지만  "농심은 김기춘을 후원하잖아요"라는 말로 권나무는 농심 배후설을 일축했다.  


 2시간을 넘는 공연이 끝나고, 부엌에 놓인 5개들이 푸라면 번들을 보면서, 그의 공연을 되새김 질했다. 여전히 <튀김우동>이라는 노래에 자기 암시를 걸고 노래를 하는 것 같았지만, 어떤 순간 권나무에게 <튀김우동>이 다가왔건, 중요한 것은 그것 또한 또 다른 그의 모습이라는 것이다. 스스로 탄생(?)을 부정했지만, 그의 말대로 튀김우동이 ‘툭’ 튀어나온 순간조차 그 자신임을 부정할 수는 없는 것이다. 


 물론, 필자가 지난 호(168 vol.2 : 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리다 참조)에서 추억을 회상한 튀김우동의 탄생설화가 다소 기대 했던 그것과는 거리가 있어 많은 분들의 감동파괴자가 되었지만... <튀김우동> 그것은 실로 좋은 노래다...


 

05.jpg



본 공연 SET LIST (별표 표시는 신곡)

1. 노래가 필요할 때

2. 배부른 꿈

3. 솔직한 사람

4. 그대가 날 사랑해준다면

★5. 진짜 이별

6. 나는 몰랐네

7. 화분

★8. 빛나는 날들

9. 나의노래

10. 창문

11. 어릴 때

★12. 죽음은 무죄

13. 사랑은 높은 곳에서 흐르지

14. 튀김우동

 

앵콜곡

1. 밤하늘로

2. 너를 찾아서

 

글 : 전민제(applause@onair168.com)

사진 : 권기산(gilsan@onair168.com)


 

 

 


Articles

1 2 3 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