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감온도 36도의 현장 ‘프린지 빌리지’에 가다!, 서울프린지페스티벌 2015

by 홍홍 posted Aug 15,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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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감온도 36도의 현장

‘프린지 빌리지’에 가다!


그해 여름, 뜨거운 예술의 한가운데 서다




  전국적으로 폭염특보가 내린 지난 금요일, <문화지168>(이하 ‘168)이 서울프린지페스티벌(이하 ‘프린지’)을 찾았다. 거대한 경기장이 ‘프린지빌리지’의 이름을 가진 한 예술마을로 변했다고 하니 들어가기 전부터 기대에 발을 가만히 둘 수 없었다. 168의 발자취를 따라 날씨만큼이나 뜨거웠던 프린지빌리지로 마실 한번 가보지 않을 텐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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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해로 18회 째를 맞은 서울프린지페스티벌은 ‘예술가가 주체가 되는 민간 예술축제’가 목표다. 1998년 대학로에서 독립예술인들이 모여 만든 ‘독립예술제’를 모태로. 2002년 ‘서울프린지페스티벌’로 그 명칭을 변경하여 지금까지도 명맥을 이어오고 있다. 매년 홍대 일대에서 열리던 서울프린지페스티벌은 올해 처음으로 그 거처를 ‘서울 월드컵경기장’으로 옮겼다. 독립예술인들의 공간이었던 홍대가 점차 자본에 종식되는 모습에 홍대로부터 독립을 결정했고, 서울 월드컵경기장을 ‘창작공간과 발표공간, 예술생태계의 네트워크 공간의 플랫폼’으로 만들게 되었다고 한다. 이번 서울프린지페스티벌은 지난 8월 1일부터 9일까지 총 9일에 걸쳐 열렸다. 연극, 공연, 퍼포먼스 등 다양한 장르로 이루어진 공연들이 경기장 안팎에서 관객들을 맞이했다. 경기장 바깥의 플리마켓은 볼거리 덤!


어떤 공연부터 보아야 할지 막막한 그대, 프린지빌리지에서 길을 잃진 않았는가? 168이 직접 관람한 공연들 중 꼭 놓치지 않길 바라는 다섯 공연을 소개하고자 한다.


1. <존재론적 닮음; 미메시스> 박세진

4층 스카이박스 / S9-10 계단 / 16:00부터 21:30까지 20분 단위로 반복 상영

프린지 해시태그 #비디오아트 #인스톨레이션 #사색 #영상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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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단을 걸어 내려가 검은 천을 걷어내니 작은 방 안으로 안내된다. 마치 작가의 방을 그대로 옮겨 놓은 듯해 보이는 공간의 벽면에 영상이 전시되고 있다. <존재론적 닮음; 미메시스>의 박세진 작가는 자신의 생각에 대한 ‘말’이 없다. 대신에 자신의 머릿속 생각의 영사기를 돌려 관객들에게 그 모습 그대로 보여줄 뿐이다. 관객은 벽면에 비춰진 영상을 따라 작가의 머릿속을 유영하는 경험을 하게 된다.


2. <쓰레기에 대한 색다른 접근> 두들리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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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층 레드존 / 레드 K-L / 15:00~16:00

프린지 해시태그 #타악기 #타악 퍼포먼스 #리듬 #음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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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쓰레기에 대한 색다른 접근>의 두들리안은 악기의 편견을 버리고 그 경계를 허물어 ‘쓰레기를 하나의 악기로’ 바라본다. 쓰레기가 내는 소리는 시끄러울 것 같다는 생각과 달리 부드럽고 몽환적으로 울려 펴진다. 두들리안이 만들어 내는 소리에 발 박자를 맞추다 보니, 어느새 소리를 내는 그것은 무엇인가에 대한 생각은 물러나고 울려퍼지는 소리가 어떠한가에 귀 기울이게 된다.


3. <속삭이는 병원> 멜로이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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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층 S열 스카이박스 / S7 / 16:00~16:50부터 20:00~20:50 까지 50분 단위 공연

프린지해시태그 #여리여리 #소곤소곤 #하늘하늘 #위태로운 속삭임 #연보라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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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공연의 관객은 단 한명이다. 혹은 아무도 없다. 관객은 동시에 배우가 되어 극을 이끌어 나간다. 시각과 청각으로만 이루어진 기존 공연과 달리 이 공연은 ‘촉각으로 보는’ 공연이다. 멜로이즈는 환자의 신체적, 정신적 심지어 운명적 검사를 통해 그에 맞는 ‘치료’를 제공한다. 어린아이의 소꿉놀이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속삭이는 병원>을 시작하게 되었다는 ‘멜로이즈’는 소꿉놀이와 마음의 치료가 만나는 접점을 포착하였다. 그 접점에서 촉각의 다양한 활용과 관객과의 직접적인 소통을 통해 그들에게 정서적인 안정을 주며 그야말로 관객을 치료해준다.


4. <어느 날, 사라지다> 극단 여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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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층 블루 존 / 블루 A-B / 18:50~20:10 이동형 공연

프린지해시태그 #아버지는 왜 사라지게 되었을까 #이야기의 방을 넘나들다 #공간이동형 #관객참여형 #각자의 아버지 #아버지의 방 #상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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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느 날, 사라지다>의 극단 여로는 ‘공연은 고정된 무대 위에서 빽빽이 들어앉은 관객과 함께 한다’는 편견을 깨버린다. 3층에서 시작된 공연장은 곧 4층의 경기장 관중석으로, 그리고 화장실로 이동한다. 길 위에서 그들은 아버지가 사라진 이유를 찾아 해매고 마침내 ‘상실’에 대한 고뇌에 다다르게 된다. 이 공연의 객체이던 관객들은 그들의 여로(旅路)를 함께하며 이 공연의 주체가 되고, 각자의 아버지에 대해 생각을 덧붙이며 공연을 함께 완성해 나간다. 이동형 공연인 만큼 경기장 곳곳을 배우들과 함께 둘러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5. <하고 싶은 것 .,:;0/X 할 수 있는 것> 이김조

북측광장 / 분수대 옆 / 19:30~20:30

프린지해시태그 #변태 진화 극복 혹은 변형 #불친절한 작품 #탈극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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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는 누구나 ‘하고 싶은 일’과 ‘해야 하는 일’ 사이에서 고민하고 때로는 그로 인해 고통 받기도 한다. <하고 싶은 것 .,:;0/X 할 수 있는 것>는 이 문제에 대해 관객들과 ‘불친절 하게’ 대화한다. 그들은 말이 없다. 대신 그들의 고민을 퍼포먼스로서 표현할 뿐이다. 처음 공연을 접한 관객들은 다소 당황하는 기색을 보이게 되지만, 곧 ‘불친절한 작품’에 대해 나름대로 그 의미를 이해하면서 동시에 자신에게도 질문을 던진다. ‘하고 싶은 일과 해야 하는 일 사이에서 나는 어떤 길을 가야할 것인가?’ 야외공연인 만큼 모기와의 사투를 벌이며 공연을 보는 것은 감수해야한다.




  프린지는 페스티벌에 입장하는 관객들에게 작은 방석을 제공했다. 딱딱한 곳에 앉아서 보아야 하는 관객들을 위한 프린지의 작은 배려가 돋보이는 대목이었다. 프린지에는 지정된 좌석이나 의자가 없었는데 대신에 일정한 간격으로 평상이 놓여 있었다. 관객들은 이 평상에 앉아 잠깐 쉬었다 가기도 하고 공연을 관람하기도 했다. 이 평상은 페스티벌이 끝난 후 상암동 주민들에게 기부를 할 예정이라고 하니, 공공의 가치를 소중히 여기는 프린지의 가치관이 여기서도 돋보였다. 프린지가 독립예술과 주민들의 상생을 꾀하는 페스티벌이라는 점이 도드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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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사 마지막날 모든 평상이 합쳐진 모습)


  다만 아쉬웠던 것은 페스티벌장 내부의 동선이 다소 복잡했다는 점이다. 친절한 안내가 동반하기는 했지만 화살표나 동선을 안내하는 표식이 조금 부족하지 않았나 싶다. 폭염이 뒤덮은 드넓은 경기장의 미로에 갇힌 기분이라 더위가 두 배로 증폭되는 기분이 들기도 한다. 식사장소, 갈증해소 공간이 잘 보이지 않는 점 역시 다소의 아쉬움이 든다. 멀지 않은 거리에 상점들이 있기는 했지만 무더위로 인해 체감거리는 만리장성을 연상시켰으니, 보다 친환경적이고 깨끗한 페스티벌을 만들고자 했던 그들의 노력이 다소 박하게 느껴졌다. 물론 공연을 하는 장소에서 음식 냄새가 나고 쓰레기가 나뒹구는 것은 옳지 못한 광경이나 그래도 먹는 즐거움이 페스티벌의 한 요소가 아닐까. ‘食’의 부재가 조금은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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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장 밖에 위치했던 프린지 자체 매점, 간단한 간식 및 음료 판매) 


  금요일 서울의 날씨도, 프린지 공연장의 날씨도 모두 ‘폭염특보’였다. 아티스트들은 자신의 고민을 담은 공연을 뜨거운 온도로 관객에게 전달했다. 관객들은 그 고민들을 자신의 안으로 가지고 와 함께 땀 흘리며 공연을 만들어 나갔다. 올해 프린지를 처음 찾았다고 전한 관객은 입장료가 전혀 아깝지 않은 좋은 공연을 마음껏 볼 수 있었다며 큰 만족감을 얻고 간다는 소감을 전하기도 했다. 공연의 다양한 접근 방식에 담당 에디터들 역시 감탄했으니, 약간의 아쉬움을 제외하면 이번 프린지 페스티벌은 아주 만족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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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예술 부흥과 발전의 디딤돌 프린지에게 앞으로 더욱 단단한 디딤이 되어주기를 기대하면서 프린지에게 감사함과 안녕의 말을 전하며 떠난다. 올해 프린지를 놓친 168 독자라면 내년에 열릴 프린지에 꼭 가볼 것을 적극! 추천한다.



글 : 신현지(clickme@onair168.com)

사진 : 홍혜원(hyewon021@onair168.com)

서울프린지페스티벌 2015 공식 홈페이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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