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여신] 게임캐스터 정소림

by 호솜 posted Oct 29,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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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소림 캐스터는 경인 방송을 시작으로 온게임넷, 스포티비까지 e스포츠의 역사와 함께해 온 베테랑 방송인이다.

현재는 싸이퍼즈, 브루드워 등의 종목에서 활약 중이다.

 

Q. 직종이 직종인 만큼 익숙하지 않은 독자들도 있을 것 같습니다. 본인 소개 부탁합니다.
 게임 캐스터 정소림입니다. 올해로 15년 차를 맞이했는데요, 스포츠 중계할 때 해설자와 시청자 사이를 조율하는 캐스터의 역할을 게 e-스포츠 영역으로 가져왔다고 보시면 될 것 같아요.

 

Q. 경인방송에서 e-스포츠와 관련된 일을 시작하셨는데요. 당시 경인방송에서는 다양한 스포츠를 중계하고 있었잖아요. WWF나 NBA도 있었고요. 그런데 생경할 수도 있는 브루드워를 맡게 되었단말이죠.

 방송일을 하면서 이 길이 내 길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고 있었어요. 그전에 교사라는 꿈이 있어서 교원자격증을 따놨었거든요. 그래서 마음 바꿔먹고 임용시험을 준비했는데. 스타크래프트라는 게임을 알게 되었습니다. 제 인생에 게임이라고는 지뢰찾기와 카드게임뿐이었는데 정말 신세계였어요. 그런데 마침 경인방송에서 정일훈 캐스터 후속으로 캐스터를 뽑는 오디션이 있었고, 제가 합격하게 되면서 이 일을 시작하게 되었어요. 

 

Q. 여자 캐스터로서 힘든 점이 꽤 있었을 텐데요.
 처음에는 적응하기 어려웠어요. 결혼해서 아기도 있고, 예쁜 편도 아니고 남자 캐스터도 아니고 어중간한 셈이었죠. 특히나 저는 남자 캐스터가 가진 박력 있는 중계, 여자 캐스터의 예쁜 느낌
. 그 중간에서 남자 캐스터들의 롤을 지향했거든요. 제대로 된 스포츠 중계를 하고자 했으니까요. 그러다 보니 자리매김을 하는데 있어서 힘든 부분이 많았죠.

 

Q. 아무래도 이스포츠는 종목 변화가 잦다 보니 많은 준비를 해야 할 것 같은데요. 중계 준비는 어떻게 하시나요?
 연락이 일찍 오면 게임을 해보는데요. 사실 해보는 것만으로는 많이 부족합니다. 이미 프로들이 일궈놓은 수준이라는 게 너무 높기 때문이죠. 그래서 해설자와 연락을 해서 물어보고 선수들의 플레
이를 보면서 공부를 하죠.  가장 단시간에 준비했던 것은 3일이었어요. 그게 바로 워크래프트 3입니다. 정일훈 캐스터가 개인 사정으로 갑자기 빠지는 바람에 대타를 했었는데요. 2박 3일 밤을 새우고 방송을 마친 뒤, 맥주 두 병을 먹고 쓰려졌던 기억이 납니다.

 

Q. 못하겠다고 할 수도 있었을 텐데
 제가 워낙 거절을 못 하는 스타일이에요. 어떻게 보면 정말 미련한 거였죠.

 

Q. 기억에 남는 중계파트너가 있나요? .
제 인생에서 가장 소중한 리그는 챌린지리그와 듀얼 토너먼트에요. 오늘의 정소림을 만들어준 리그이기도 하죠. 그런 의미에서 김창선, 엄재경 해설을 꼽을 수 있겠네요. 그 외에도 FPS는 온상민 해
설이 기억에 남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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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소림 캐스터의 롱런은 철저한 자기관리에서 비롯한다..>

 

Q. 2015년 정소림 캐스터의 연관 검색어는 정소림 몸매, 비율, 아파입니다
 연관 검색어가 잘 안 바뀌네요. 10년 넘게 쭉 가는 것 같아요.

 

Q. 그래도 가장 마음에 드는 연관 검색어가 있으시다면
- 몸매?

 

Q. 최근에 즐겨 듣거나 좋아하시는 음악이 있나요?
  팝을 오케스트라로 편곡해 놓은 음악을 제일 좋아하고요. 영화음악이나 올드 팝을 좋아합니다. 근래에 나온 것들은 잘 못 따라가고... 아무래도 나이도 나이다 보니... (웃음)

 

Q. 오늘도 흰색 옷을 입고 오셨는데 너무 잘 어울립니다. 패션 감각이 좋아요. 의상은 본인이 직접 고르시는 건가요?
 방송에 들어가는 옷들은 온게임넷 코디와 상의를 해서 결정을 하는데요. 함께 일한 지 오래돼서 편하게 방송 전에 시안을 놓고 의견을 나눕니다. 제가 굳이 흰색을 즐기지는 않아요. 평소에는 블랙
을 자주 입어요.
 

<정소림 질문 받는다.>

 

Q. 커뮤니티 사이트 pgr21에서 진행된 ‘정소림 질문 받는다.’ 코너에 팬들이 직접 남겨주신 질문들입니다. 여성 방송인으로서 인정받고 살아남기 위해서 가장 필요한 자세가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루크레티아)

 이건 어느 분야인지가 중요할 것 같아요. 예를 들어 제가 하고 있는 분야라면 예쁘고 몸매 좋은 것은 둘째 문제이고요. 게임에 대한 이해도가 제일 중요합니다. 많은 여성이 e-스포츠계에서 살아남지 못하는 이유는 실력이 뒷받침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적어도 e-스포츠에서는 게임 공부를 많이 해야 합니다. 그래야 내가 질문도 할 수 있고, 시청자와 게이머, 해설자들과 공감하면서 중계를 할 수 있어요.

 

Q. WCG 2010 워크래프트3 결승전에서 김성식 선수가 우승했을 때를 기억하는 사람들이 많을 텐데 어떻게 그렇게까지 그 감정에 동화돌 수 있었는지 궁금합니다. (배고픕니다)

 이 분은 저를 너무 잘 아시는 분 같네요. 워크래프트3가 WCG 정식 종목이 되면서 중계를 맡게 되었어요. 사실 당시엔 온게임넷의 워3 중계의 질을 놓고 탐탁지 않은 분위기가 있었습니다. (당시에는 MBC 게임의 프라임리그가 자주 비교 대상에 올랐다. 온게임넷에서 LOL THE CHAMPIONS를 중계하고 있는 김동준 해설도 이쪽에서 활약했었다. 에디터 주) 오성균 해설과 함께 중계를 맡았는데, 그 친구가 워낙 뛰어난 친구니까 믿고 캐스터로서 최선을 다 했습니다. 진행을 하면서 장단이 잘 맞기도 했고요. 그러더니 어느 순간부터 그 힘들었던 워크래프트3 중계가 재밌게 된 거에요. 게다가 선수들도 10년째 되니 보던 얼굴이라 친분도 있었어요. 워크래프트3 10년 동안 대한민국이 한 번도 금메달을 못 땄는데 마침 워크래프트 중계가 사라질 것 같다는 예감이 들던 차에 김성식 선수가 우승을 했죠. WCG를 첫 해부터 해서 그런지 더 감격에 벅차더라고요. 독일에서 장재호 선수가 은메달 땄을때도, 제가 너무 울어서 독일 중계진이 걱정을 해줄 정도였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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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캐스터로서 꼭 중계해보고 싶은 자리나 매치업이 있다면요? (Broccoli)
 매치 업보다는 제일 아쉬운 것이 하나 있는데요. 바로 리그 오브 레전드(이하 LOL)입니다. 제가 LOL 중계를 좀 늦게 들어갔는데요. 예선전 때 해보고 2년 동안 LOL 중계를 못했어요. 그러다가 LOL
마스터즈 중계를 들어갔어요. 이때 게임 캐스터 초창기에나 듣던 그런 비난들을 다 들었어요. 이런 말도 들어봤어요. LOL은 깔고 중계하세요? 흥! 나 많이 하거든! (웃음). 박한 평가를 받고 나서 스스로 핑계도 찾아보고 했지만, 결국에는 제가 준비가 미흡했다고 결론을 냈습니다. 지금은 이제 잘 할 수 있겠다고 생각이 들 정도로 열심히 준비했는데, 할 수 있는 중계가 없어졌어요. 팬들의 머릿속에서 제가 그렇게만 기억이 될까 그게 너무 아쉽습니다. 

 

Q. 말주변이 부족하고 유머도 떨어지는 저 같은 사람들에게 팁을 알려주신다면 (2015합격)
 사실 저도 웃기는 것은 너무 어려운 일이라고 생각해요. 제가 재밌는 사람은 아니거든요. 그래서 저와 반대로 웃기고 재밌는 것 혹은 그런 사람을 좋아합니다. 그런 것에 반하고요. 똑같은 얘기를
제가 전달하면 재미가 없어져요. 

 

Q. 그래도 말주변에 대해서는 팁을 주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평소에는 말이 많거나 그런 편은 아니에요. 하지만 중계를 연습하면서 집에서 청소할 때나 요리할 때나 온갖 상황을 다 중계했어요. 예를 들면 ‘아 지금은 파를 썰고 있습니다.’ 이런 식이죠. 그런
것도 연습하고 익숙해야 나오거든요. 요즘은 녹음 기능이 뛰어나니까 녹음해서 들어보면 많은 도움이 됩니다.

 

Q. 스타리그에서 롤로 이어지는 유구한 세월 동안 꾸준하게 메인 캐스터로 활약해온 전용준 캐스터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어강됴리)
 과거 e-스포츠 협회에서 주는 특별상을 받았는데 그때 수상소감으로 용준 선배를 언급했었죠. 인터뷰라서 하는 말이 아니라 용준 선배는 제 머릿속에서 신입니다. 게임 캐스터라는 단어만으론 형
용할 수 없는 대단한 사람입니다. 쇼맨십도 있고, 진행하는 센스도 있어요.


Q. 특히 전용준 캐스터는 결승전같은 야외 무대에서 그 장점이 폭발하는 것 같습니다. 압도한달까?
 그런 진행을 할 수 있는 사람이 앞으로 또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요. 그런 파워를 낼 수 있는 사람은 없다고 봐요. 그냥 소리를 지르는 것과는 차이가 있죠. 누구나 그렇게 할 수 있었다면 누구든 그
렇게 되었겠죠.

 

Q. 앞으로의 목표라면요?
 게임 캐스터를 처음 시작할 때 여자가 게임 캐스터를 하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니까. 얼마나 버티겠느냐는 반응이 대부분이었는데 어느새 15년이 되었어요. 아직도 현장에 들어오면 잘 할 거라는
생각을 하지만 앞으로 이 일을 몇 년이나 더 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도 해요. 남자 진행자들한테는 안 그러는데 여자 캐스터들만 나이를 가지고 호칭이 누나에서 이모가 되는 게 너무 불공평하다고 생각했어요. 근데 한편으론 나이 어린 친구들에게 엄마 또래의 사람이 방송 진행을 한다는 것이 부담스러울 수도 있을 것 같더라고요. 어쨌거나 저는 화면에 비친 저의 모습이 나이가 들어서 거부감이 들면 저 스스로 그만두고 싶어요. 물론 그전까지는 할 수 있는 한 열심히 진행하고 싶어요. 사실 제 인생의 목표는 딱히 없어요. 옛날부터 지금까지 목표를 두고 살았다기보다는 진행하는 리그,

담당하는 프로그램에서 인정받을 수 있는 진행을 하는 것이 목표였죠.

 

Q. 앞으로 게임캐스터라는 직업군을 선택하고 싶은 친구들에게 선배로서 한마디 해주시죠.
 여자 분들이라면 웬만하면 하지 말라고 하고 싶어요. 정말 쉽지 않습니다. 모든걸 다 갖추어야 합니다. 예쁘면 더 좋고요. 목소리가 너무 가냘프거나 소리를 질렀을 때 듣기 싫지도 않아야 하고요.
게임도 많이 알아야 하고 말도 충분히 잘 해야 하고 진행 능력도 좋아야 하고, e-스포츠 팬들의 비판 뿐만 아니라 비난에도 버텨내야 하니 멘탈도 강해야 합니다. 만약에 그래도 하고 싶다면 제발 예쁜 척하려고 안 했으면 좋겠습니다. 그런 것에 얽매이면 캐스터로 살아남을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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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 : 전민제(applause@onair168.com)

          박 아(toiletpaper@onair168.com)

사진 : 조용찬(lifeinagony@onair168.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