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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 페이지] 말의 무게

조회 수 332790 추천 수 0 2013.06.10 00:45: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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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학교 3학년때였던 것 같다. 

다른 과목에 비해 수학성적이 월등히 좋지 않자 아버지께서는 가게 한켠에 아들을 앉혀놓고, 손님을 맞으면서 도통 알아먹질 못할 삼각함수를 열강하셨다. 원체 다혈질이셨던 분이라 한 문제 틀리면 한대씩 맞는건 일도 아니었는데, 초등학교 4학년이되면 때리면서 가르치는 건 하지 않겠고. 공언 하셔서, 뜨거운 눈빛만 받으면서, 공부를 하고 있었다. 말은 않으셨지만 공대출신인 아버지는 속이 꽤 탔으리라.

 그때 손님이 들어왔다.

그닥 친절한 양반은 아니었기에, 손님에게 데먼데먼할 뿐만 아니라, 흥정하는 일도 없었는데, 하필 손님이 아버지 심기를 건드린 모양이었다.

“이게 5천원이에요? 너무 비싸네...”

손님이 조심스럽게 운을 떼며, 가격 흥정을 시도했으나, 아버지는 대꾸도 하지 않으셨다.

“좀 빼줘요.  저기 앞집에 가면 4천원인데......”

“그렇게 싼 집있으면 왜 우리집에 왔어요? 거기 가서 사세요!”

라고 하시고는 손님에게 눈길조차 주지 않았다. 그럴때마다 옆에 있던 어머니는 핀잔을 주기 일쑤였다

“으이구 이 양반아, 그렇게해서 어떻게 먹고 살려고 그래. 성질은 어찌나 불같은지......”    

어머니의 핀잔에 아버지는 또 시작이라며 가게 안쪽으로 들어가버리셨고, 수학문제를 풀던 나는 ‘아, 이로써 잠시 해방이구나’라는 철없는 생각만 늘어놓고 있었다. 

 얼마나 지났을까 내가 2층으로 올라갈 기회만 엿보고 있던 차 아버지는 벼루와 먹, 붓을 가지고 나오시더니  가게 기둥에 무어라 적고 계셨다.

-忍? 참을 인자가 세개? 

 아니나 다를까, 가게 기둥엔 붓글씨로 참을 인자 세개가 적혀 있었다.  그리고 나서는 

“그래, 참을 인자 세번이면 사람 하나도 살린다는데... 앞으로 어떤 손님이건 3번이상 참겠다. ”

라고 하시고는 다시 삼각함수와의 전쟁에 돌입하셨다.

 그 후로 아버지는 초등학교 4학년이 되면 채벌하지 않겠다했던 것 처럼... 내일부터 담배를 끊겠다 하시곤 당장에 담배를 끊으셨던 것 처럼... 가게에서 손님과 다투는 일이 없었다. 비록 얼마 지나지않아, 가게 일을 못보게 되셨지만...

 나는 그렇게 말의 무게를 배웠다.    


글 :  전민제(applause@onair168.com) 채널 168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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