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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 페이지 '4인용 식탁'

글 : 전민제(applause@onair168.com)


브런치로 유명한 식당에 앉아 허세나 떨자는 친구의 제안에 홍대를 갔다.


주말에 홍대라니 일하는 기분이 들기도 했지만 뭐 어디까지는 오늘은 놀러온거니까.


4인용 식탁의 양 옆을 비워둔 채 오키나와 가정식의 고로케를 삼킬 무렵. 옆 자리에 앉은 남자들의 웃음소리가들렸다.


네 남자는 -신사의 품격과는 상이했지만- 동업자이거나 같은 회사의 간부들로 보였다.

(그들에겐 홍대가 쉬는 기분일지도 모르겠다.)


 가운데 앉은 남자는 피곤한 몸을 뒤로 뉘인채 끊임없이 대화를 리드하고 있었는데 단호한 말투를 사용하고 부리부리한 눈매가 더욱 강한 인상을 풍겼다. 상급자처럼 말하는 듯 보였으나 다른 이들 보다 앳돼보였다.


 그의 맞은 편에 앉은 남자는 그런 하나의 의견을 긍정하기도 하고 부정하기도 하면서 대화를 이어갔다. 그는 속이 없는 듯한 농담을 계속 던졌다.


 내 바로 등쪽에 앉은 남자는 지금의 자리가 다소 불편한지 어색한 말투가 등으로 들려왔는데 아래쪽에서는 쉼 없이 다리를 떠는지 이따금씩 내 의자로 그 진동이 흘러오기도 했다. 


 마지막 한 남자는 무슨 일인지 전화를 받느라 계속해서 자리를 비웠다. 넷중에 가장 바빠 보였는데, 이따금씩 점원들에게 질문을 하는 태도가 굉장히 젠틀했고, 때에 따라서는 답답하게 느껴지는지 다른 남자들에게 비난아닌 비난을 받고 있었다. 


한 번씩 그 테이블에서 시끄러운 웃음이 터져나올 때가 있었는데, 네 남자의 웃음이 각기 다른 의미로 보여 지켜보는 재미가 있었다.


첫번째 남자와 맞은편의 남자는 상황을 즐기고 있는 것 같았다. 이들의 대화가 중요한 대화같았는데 그렇다고 하여 그 순간을 괴롭다거 난해하게 여기지 않았다.

자세하게는 모르겠으나, 이미 고난을 즐기고 있는 변태들 같았다. 내 등뒤에 앉은 남자는 다른 세 사람이 웃고 있어 따라웃기는 하고 있으나, 이 웃음 또한 자신의 의견이 아닌 듯 했다. 나머지 세 남자는 이 사실을 알고 있는지 한 남자를 애잔하게 바라보고 있었다. 


 한시간쯤 지나자 분위기를 주도하던 남자가 계산서를 들고 밖으로 나갔고 전화를 받던 남자는 재빠르게 들어와 주머니에서 천원짜리 두장을 꺼냈다. 


 이윽고 나는 네 남자가 앉아있던 자리를 바라보다. 친구가 건네는 웃음뒤로 빳빳한 종이를 건네 받았고 


 유감이라는 듯 쓴 웃음을 지어 보이며 펜을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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