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라 밴드를 아시나요?
까만자전거
?영국의 프로그레시브 록 밴드인 <에머슨, 레이크 앤 파머(Emerson, Lake And Palmer)>의 명곡 <C'est La Vie>를 소개하면서 하양시장표 <고로케>를 언급한 뒤로 장날을 기다리며 고로케를 노래하는 이들 때문에 할 수 없이 장날인 지난주 금요일 오후에 잠시 짬을 내어 장터로 향했다. 매서운 칼바람과 너무도 많이 닮은 싸늘한 바람이 장터를 스치고 지나가는 가운데 종종 걸음으로 난전을 향하던 나는 <하양 공설 시장> 앞의 작은 광장에 마련되어 있는 무대를 지나치면서 쿵짝쿵짝 하는 음악 소리와 함께 구성진 트로트 가요를 들을 수 있었다.
?잠시 걸음을 멈추고 지역민들과 한데 어울려 춤을 추며 노래하는 초대 가수를 잠시 바라 보다가 발길을 돌려 고로케를 파는 좌판으로 향했다. 헌데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도너스와 고로케를 함께 팔던 좌판의 흔적은 그 어디에도 없었다. 좌판이 있던 그 자리를 새우젓을 비롯한 온갖 젓갈들이 대신 차지하고 있었던 것이다. 아마도 갑자기 싸늘해진 날씨 때문에 하루를 쉬는 것이리라. 하여간 시장표 고로케를 구하는데는 실패하였지만 그냥 가기 아쉬웠던 나는 옷을 파는 좌판에 들러 등산용 아웃도어 셔츠 하나를 구입하고 다시 아까 왔던 길을 거슬러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여전히 공설 시장 앞의 작은 광장에 마련된 무대 스피커에서는 쿵짝 쿵짝하는 음악 소리가 들려 오고 있었으며 무대 위에서는 여자 가수 하나가 트로트를 흥겹게 불러대고 있었다. 그런데 대충 한번 쓱 둘러 보고 걸음을 옮기려던 나는 의외의 움직임을 발견하고 가던 발걸음을 멈추어야만 했다. 한눈에 보기에도 대학생이나 고교생들로 보이는 이들이 무대 위에서 기타 등의 악기를 분주히 세팅하기 시작했던 것이다. 재빠른 동작으로 세팅을 마치고 자리에 앉아 자신들의 차례를 기다리는 그들을 바라 보면서 왠지 모를 기대감이 부풀어 오르기 시작했다.
?하양 공설 시장 측에서 <소통과 화합 한마당>이라는 이름으로 시장 할성화를 위한 잔치 마당을 개최면서 사람들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흥을 돋우기 위해서 트로트 가수들만 초대했는 줄 알았더니 그게 아닌 모양이었다. 잠시 후 트로트 가수의 공연이 끝나고 사회자는 무대 위에 조용히 앉아서 차례를 기다리던 다섯 사람을 가리키며 대경대학교의 <라라 밴드>라고 소개해 주었다. 장터에서 너무도 영롱한 보석을 우연히 만나는 순간이었다.
?그리고 시작된 라라 밴드의 공연은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단언컨대 탄성을 자아내기에 충분한 무대였으며 최근에 들었던 그 어떤 밴드나 가수의 노래 보다도 더 큰 파문을 내게 안기는 최고의 무대이기도 했다. 그리고 인터넷 검색을 통해서 알게 된 사실이지만 놀랍게도 라라 밴드는 대경대 실용음악과에 재학중인 기타 주자 <펑크송(본명: 송재화)>를 제외하면 전원이 대구에서 고등학교를 다니고 있는 고교생들이라는 것이었다. 물론 쌀쌀한 날씨에도 불구하고 자리를 굳건히 지키면서 트로트를 요구하는 앞자리 어르신들의 입맛에는 전혀 맞지 않는 음악이 라라 밴드의 음악이기는 했지만 말이다.
?하여간 곡목이 잘 기억나지 않지만 아마도 <라피스 라줄리>라는 제목이었던 것 같은 자신들의 자작곡 한 곡과 <마이클 잭슨(Michael Jackson)>의 <Beat It>, 그리고 미국의 인디 록 밴드 <가십(Gossip)>이 2006년에 발표하여 영국 싱글 차트에서 7위 까지 진출시켰던 히트 곡 <Standing in the Way of Control> 까지 모두 세 곡을 노래하는 라라 밴드의 모습을 보면서 내가 가졌던 생각은 대구 여상 2학년에 재학 중인 보컬 김유정의 목소리 색깔이 '참 좋다'라는 것이었다.
?아울러 개인적으로 참 좋아하는 촉촉한 잿빛을 머금은 듯한 음색을 가진 그녀의 노래를 들으면서 만약 그녀가 영국의 포크 록 밴드인 <펜탱글(Pentangle)>의 명곡 <Cruel Sister>를 편곡해서 부른다면 어떤 느낌일까 하는 생각을 잠깐 해보기도 했었다. 노르웨이의 포크 록 밴드인 <폴케(Folque)>가 1974년에 <Cruel Sister>를 좀더 빠른 분위기로 편곡하고 <Harpa>라는 제목으로 발표하여 프로그레시브 록 애호가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데 라라 밴드의 공연을 지켜 보면서 가졌던 생각의 결말은 김유정과 라라 밴드가 <Cruel Sister>를 노래한다면 아마도 <Harpa> 보다 더 멋진 곡이 탄생하지 않을까 하는 것이었다.
?열악한 음향 시설과 차가운 겨울 바람 속에서도 열창을 하는 김유정의 음색이 그만큼 강한 인상으로 다가 왔던 것이다. 세 곡의 공연이 끝나고 악기들을 챙기는 라라 밴드를 보면서 가던 발걸음을 다시 재촉하기 시작한 나는 문득 라라 밴드라는 이름의 뜻이 몹시도 궁금해졌다. 인터넷 검색을 통해서 확인을 해보니 라라 밴드의 원래 이름은 <라피스 라줄리(Lapis Lazuli)>였다. 이 이름은 심청색(深靑色)을 띠고 있으며 다이아몬드와 같은 결정 구조를 가지고 있어서 옛날부터 장신구 등의 원료로 애용된 광석이자 보석인 라피스 라줄리에서 가져온 것이었다.
?즉, 라피스 라줄리라는 이름을 듣고 나면 입안에서 맴돌기는 하지만 막상 기억하기가 쉽지 않으니까 줄여서 라라 밴드라고 소개했던 것이다. 그리고 검색을 통해서 좀더 살펴 보니 2013년 3월에 결성된 라피스 라줄리는 같은 해에 청소년 뮤지션들의 축제인 <제10회 나스락 페스티벌>에 참가하여 대상을 수상한 것을 비롯해서 도합 열두번의 수상 경력을 가지고 있었으며 이 가운데 무려 여덟번이나 대상을 수상할 정도로 탄탄한 실력을 인정 받고 있었다. 이러한 검색 결과를 보면서 '우리 동네에 이런 밴드가 있었어?'하는 생각이 저절로 드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다.
?더불어 버스킹이 아닌 제대로 형식을 갖춘 밴드의 모습으로 공연을 할 때 라피스 라줄리는 또 어떤 모습을 보여주게 될까 하는 강한 호기심이 동시에 생기기도 했다. 이러한 호기심에 더해서 나의 작은 설레임이 동반된 기대감을 충족시키기 위해 유튜브에서 라피스 라줄리의 공연 장면을 찾아 보았다. 화질과 음향 상태가 좋지 못한 영상들을 포함하더라도 그리 많지 않은 동영상 속에 라피스 라줄리가 존재하고 있었다.
?아니 좀더 정확하게는 예쁜 모습만을 보여주기 위해 애쓰는 밴드의 얼굴마담으로써가 아니라 노랫말에 실린 감정을 제대로 전달하기 위해 노력하는 밴드의 일원이자 표현력이 좋은 가수의 한사람으로써 김유정이 거기 있었다. 그리고 함께 드는 생각은 라피스 라줄리가 제대로 즐기기 위해 노력하는 가능성이 참 많은 밴드라는 것이었다. 비록 공연 동영상이지만 보고 듣는 나의 기대를 충분히 만족시켜 주었으며 지금 보다 앞으로가 더 기대되는 밴드인 라피스 라줄리는 자신들의 페이스북에 이런 말로 스스로를 소개하고 있다.
?<라피스라줄리는 인류가 보석으로 여긴 역사가 가장 오래된 매력적인 보석으로 성공의 의미를 갖고 있는 보석의 이름입니다. 열심히 하는 모습으로 인디계의 새로운 바람을 일으키도록 열심히 하겠습니다>. 이 말 처럼 라피스 라줄리가 인디계의 새롭고 거대한 태풍이 되기를 진심으로 기원해 본다. 아울러 내가 컬럼을 기고하고 있는 인디 문화 종합 웹진인 <채널 168>의 <대학밴드열전> 코너에도 라라 밴드가 소개되는 날이 오기를 또한 기대해 본다. 참고로 라피스 라줄리는 현재 대경대학교 실용음악과의 학내기업인 TK 엔터테인먼트에서 후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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