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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이 쓸쓸할 때, 쓸쓸해지고 싶을 때 - 롤러코스터, 김동률

*원작자 두가지 리뷰를 위 주제로 묶은 칼럼입니다.

 

 롤러코스터가 만드는 도시의 슬픔

 롤러코스터의 음악은, '()감의 도시적인 표현'이라고 할 수 있다. 자미로콰이에서 이식한 세련된 사운드와 스트레이트 리듬이 주는 도회적인 느낌에 비해, 차분하게 가라앉은 조원선의 목소리와 알듯 말듯한 애잔한 가사는 슬픔의 정서를 다룬다. 애니매이션 속 바쁘게 걷는 잿빛 도시를 음악으로 이미지화한듯 롤러코스터의 음악은 바쁘지만 무겁게 눌러앉은 모순적 이미지가 주를 이룬다.

 훵크(Funk)나 애시드 레이블 재즈를 고스란히 이식하여, 음악 전반에 흑인음악 특유의 그루브가 넘친다는 것이 1집부터 5집까지 두드러지는 특징이다. 특히 브라스 세션이 전반적으로 활용된 [내게로 와] 등이 수록된 1집에서는 자미로콰이의 아우라를 그대로 이식했다. 하지만 신나고 경쾌한 리듬 스텝에 비해 무기력하게 느껴지는 조원선의 무심한 보컬은 이 음반에 패러독스라는 미학적 가치를 부여한다. 3, 4집부터 본격적으로 라운지 등 전자 사운드를 기반으로한 도시적 장르에 투신하지만 슬픔과 애상, 무료함, 쓸쓸함, 씁쓸하고 비릿한 테마는 한번도 놓치지 않는다. 한 밴드가 10년 넘는 활동을 하면서 다양한 변화를 시도함과 동시에 밴드의 주제의식을 가지고 가는 것은 우리나라에서 특히 좀처럼 보기 힘든 광경이다.

 ?그래서 롤러코스터가 자미로콰이와 결정적으로 달라지는 지점은 '테마'에 있는 것이다. 자미로콰이가 산뜻하고 경쾌한 클럽풍 사운드에 의미를 두었다면, 롤러코스터의 목적은 경쾌함보다는 경쾌함 이면에 깔리는 묵직한 슬픔이다.

 롤러코스터의 대부분의 비트는 다소 바삐 움직이는 듯한 정박의 스트레이트 리듬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마치 째깍거리는 초침소리처럼 무의미한 일상의 단면을 그리는 듯하다. 가장 이례적인 음반이라 할 수 있는 4집에 수록된 [무지개]와 같은 곡에서도 빠른 스텝을 유지하면서도 잘개 쪼개진 채 단조롭게 반복되는 비트감은 형언하기 힘든 씁쓸함을 자아낸다. [Last Scene]이나 [습관], [내게로 와], [힘을 내요 미스터김], [숨길 수 없어요], [유행가] 등 대부분의 대표작들은 이렇게 반복되는 일상에서 피어나는 애상의 정서를 모순적인 사운드로 적확하게 포착해낸 곡들이다.

 이는 도시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정서와 크게 다르지 않다. 늘 바쁘고, 반복되고, 건조하다. 늘 비슷비슷하고 귀찮은 일들의 연속이다. 도시의 외관은 세련된 도회적 삶의 연속이지만, 그 안을 들여다보면 잿빛에 지나지 않는 것이다. '시크'라는 유행어로 포착되는 멋드러진 외향에 비해 삶은 너무도 퍽퍽하다. 세련되고 화려하지만, 동시에 드라이하기 그지 없는 도시의 모습, 롤러코스터는 5개 앨범을 발표하면서 이러한 잿빛 도시의 모습을 명쾌하게 그려왔다.

 

롤코.jpg

 

 김동률 6'kimdongrYULE' (리플레이) 리뷰 / 평론

 분명 솔로 1집부터 4집까지의 김동률은 베토벤과 쇼팽을 기억하는 대중음악인이었다. 타이트하게 짜여진 오케스트레이션과 시적인 가삿말이 그려내는 오페라 수준의 화려한 스코어는 김동률만의 전매특허였다. 그러나 5'Monologue' 부터는 변화를 취했다.

 브라이언 메이와 존 레논을 모르던 김동률은 5집에 이르러 기타 사운드를 활용하기 시작했고, 스트링과 특유의 가사도 그 비중이 줄었다. '니 맘이 어땠을까/Radio에서 길거리에서 들었을 때/부풀려진 맘과 꾸며진 말들로/행여 널 두 번 울렸을까', 5집의 [오래된 노래]에서는 은유에의 노랫말과 극적인 사운드에 대한 피로감과 회의감을 솔직하게 표현하기도 했다. 대학가요제와 전람회 시절의 자신을 기억하기 시작한 것이다.

 6'kimdongrYULE'(타이틀곡 Replay) 역시 5집의 덜어내기의 연장선상에서 읽을 수 있다. 사실상 김동률이 진두지휘했던 남성 듀오 전람회의 음악으로 온전하게 회귀했다. 단적인 예로 김동률과 여타 뮤지션들이 보컬로 참여한 [우리가 세상을 살아가는 법]은 마치 015B 등의 80년대 말~90년대 초의 음악을 듣는 듯한 기분을 준다. 대학생 음악 동아리방에서 둘러앉아 노래부르는 듯한 감수성은 참으로 오랜만에 만나보는 것이리라. 전람회와 신해철이 함께한 [세상의 문 앞에서]를 떠올려도 좋을 것이다. 중반부에 등장하는 일렉 기타 리프는 변화의 기운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그 외에도 전람회의 향수에 젖을만 한 트랙들이 준비되어 있다. [겨울잠]은 전람회의 [첫사랑]과 닮아있고, 캐롤 성격의 앨범임을 보여주는 [크리스마스잖아요][크리스마스 선물]은 욕심없는 사운드와 가사가 사뭇 담백하다. [Prayer]에서는 가스펠 음악을 보여주기도 한다. 꾸밈없이 하고 싶은 음악을 하고 싶은 아티스트의 마음을 온전하게 느낄 수 있는 앨범이다.

 타이틀곡 [Replay(리플레이)]만은 기존 김동률의 스타일을 그대로 가지고 간다. 후크로 내달리면서 멜로디의 피치 역시 높아지며 전혀 색다른 음색 톤을 보여주는 김동률 보컬만의 장기는 예리하게 이별의 아픔을 파고든다. 곡 중반부에서 브릿지까지 모두 토해낸 뒤에, 나머지 2분여를 후크 변주와 오케스트레이션, 그리고 보컬의 흐느낌으로 채워나가는 김동률 특유의 작법 역시 여전히 유효하다. [다시 사랑한다 말할까], [이제서야] 등의 수려한 발라드를 기억하는 팬들이 무리 없이 즐길 수 있는 절충점으로서 기능할만한 프론트 트랙이 되겠다.

 음악을 만드는 데 있어서 가장 집중해야 하는 것은 단연 사운드이다. 대중음악사는 결국 한정된 세션으로 끝없이 새로운 사운드를 창출하려 했던 투쟁사라 봐도 좋을 것이다. 다소 고루하긴 하더라도 클래식적인 방식으로 새로운 사운드를 만들고자 했던 김동률의 방법론은 틀리지 않았다(여기에는 Queen과 같은 파격의 전례도 분명히 존재한다). 다만 이제는 사운드보다는 공감의 예술로 그 방향을 바꾼 셈이다. 결국 한 겨울에 듣기 좋은 음악이 된다면 그것만으로 족한 것이다. 다시 [기억의 습작] 속으로 들어온 김동률을 환영한다.

 

률.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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