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문화의 들] 장필순 7집, 장필순 드림팀이 만드는 압도적인 감동

by 헤워 posted Sep 15,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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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필순 7집 장필순 드림팀이 만드는 압도적인 감동




장필순7집.jpg



5집 '너의 외로움이 나를 부를때'가 하나음악의 포크적 맥락을 심화시킨 작품이었다면, 6집은 실험적 사운드로 무장하여 조동진과 장필순이 더이상 포크나 발라드에 안주하지 않고 오히려 그로부터 탈주한 진보적(Progressive) 사운드로 나아가는 길목이었다. 자연스레 다음 음반에 이목이 쏠렸지만 CCM음반을 제외하고는 별다른 소식이 들리지 않았다. 그러다 '푸른곰팡이'라는 레이블을 설립하여 과거 하나음악의 뮤지션들이 둥지를 틀었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그리고 8월 말, 7집이 발표되었다.


지금까지도 꾸준한 공연활동과 음반활동을 계속해온 현역 가수이면서, 동시에 한국 대중음악사에 걸출한 작품들을 배출하며 거친 획을 그은 여성 아티스트는 장필순과 이소라로 집약된다. 둘은 보컬보다는 심화된 사운드에 집중하고, 밴드 음악과 록에 서서히 녹아들어갔다는 점에서 보컬만을 앞세운 타 여가수(흔히들 디바라 불리우는)와는 차별화될 수 있었다.


하지만 결정적인 차이는 조력자의 성향에서 갈라진다. 이소라의 경우 과거 [난 행복해]를 만든 김현철 대신, 이제는 젊은 음악인들과 함께 작업하고 있다. 김현철이 발굴했지만 이소라가 하고 싶었던 음악은 아니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이소라의 음악은 꾸준히 발전했다기보다는 단절적으로 급작스럽게 발전했다. 6집 이후에야 그녀의 음악은 연속성을 띈다. 반면 장필순은 아주 오랜 세월동안 함춘호, 조동익, 조동진 등 익숙한 과거의 음악인들과 함께 음악을 해왔다. 그래서 장필순의 음악은 연속적으로 발전해왔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아름다운 디스코그라피를 가진 여가수라 해도 될 정도로.


7집은 장필순이라는 이름으로 조동익, 조동진, 심지어 고찬용(과거 낯선 사람들의 리더)까지 뭉쳐 최고의 드림팀을 꾸렸다. 장필순이라는 구심점이 없으면 과연 이들이 뭉칠 일이 있었을까. 다양한 작곡가들의 음악에 활기를 불어넣고 강렬한 생명력을 부여하며 장필순은 7집 안에서 즐겁고 때로는 처절하게 활개한다. 1번 트랙 [눈부신 세상]은 그야말로 프로그레시브(Progressive) 록 스타일을 고스란히 이식하여, 한 기자는 이 음악을 핑크 플로이드(Pink Floyd)의 서사에 비교할 정도로 웅대하다. 조동진이 먼저 부른 곡으로, [행복한 사람]을 기억하는 사람이라면 뜻밖이겠지만 조동진의 마지막 음반에서 보여준 실험성을 기억한다면 그 발전과 심화에 감탄하게 되는 곡이다.



조동진~1.JPG



조동진의 음악은 아직까지도 장필순의 음악에 발전적인 형태로 자리하고 있다.

6번 트랙 [1동 303호]는 이 음반의 백미다. 7분여에 이르는 대곡으로 변화하는 템포와 점차 심화되는 웅대한 사운드로 압도적인 감동을 선사한다. 이미 음반에 수록되기 전 방송 무대나 콘서트 무대에서 여러차례 불려진 곡이다. 잔잔하게 포문을 열고, 퍼커션을 중심으로 크레센도되는 위압적인 구성력, 장필순의 음악답게 아름답고 수려한 백보컬, 2절 후렴구에 쏟아지는 날렵한 일렉기타의 속주까지 그야말로 서사가 강조되는 에픽 록이자 대곡이다. 조동익이 오로지 장필순을 위해 미리 써둔 곡으로 알려져 있다.


제주도에 있는 장필순의 집을 중심으로 푸른곰팡이의 멤버들은 하나의 음악 공동체를 만들었다. 장필순 7집은 그곳에서 탄생했다. 조동진의 아들 조민구의 랩핑이 삽입된 [휘어진 길]은 이러한 아름다운 장필순 공동체가 탄생시킨 이색적인 트랙으로 자리하고 있다. 하나음악의 정취를 고스란히 느낄 수 있는 [맴맴]은 낮잠과 자연소리를 소박하게 그렸다. 조용하게 허스키가 묻어나오는 장필순의 음색이 아름다운 곡이다. 과거 조동진이나 장필순 음악을 사랑했던 사람이라면 [빛바랜 시간 거슬러]도 좋다. 조동진이나 조동익이 만들어낸 곡들과는 또 다른 아우라를 뿜는 발라드다. 타이틀은 장필순이 직접 썼다. [너에게 하고 싶은 얘기]는 편안한 리듬 기타 위에 장필순의 조근조근한 보컬이 사뭇 아름답다. 위로를 건네는 구절 한 마디 한 마디에 힘이 실려 바로 이것이 장필순 음악이라는 것을 실감하게 한다.


이제 장필순을 장필순이라는 개인으로 보는 것은 온당한 시선이 아니다. 장필순은 조동익, 고찬용, 조동진, 이규호, 함춘호 등이 함께하는 음악 공동체, 그룹 사운드, 밴드의 프론트 우먼으로 이해해야 할 것이다. 장필순 7집에는 그들의 20년이 넘는 세월을 거쳐 만들어온 음악적 족적이 함께 서려있다. 제주도에서 장필순과 그녀를 중심으로 뭉친 음악인들은, 마치 한국대중음악사를 축약해놓은 것처럼, 기념비적인 음반을 만들었다. 그래서 장필순 7집은 더욱 더 위압적으로 감동적이다.


글: 대중문화의 들 (채널168 협력 블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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