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09.14 02:11

[눈시 칼럼] 정기룡

조회 수 3377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눈시.jpg

눈시칼럼 - 정기룡


임진왜란 때 열심히 싸웠음에도 알려지지 않은 위인이 있다. 최근 들어 소설을 통해 재평가가 시작됐고, 인터넷에서 그의 이름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6060승의 불패의 명장, 육지의 이순신이라고 말이다. 하지만 이런 엄청난 공을 세우고도 인정받지 못 했다고 한다. 소설의 저자는 그가 왕권을 위협할 정도의 젊은 장수이기에 그랬다고 분석한다. 하지만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릴 수 없기에 1605년에 이순신, 권율, 원균과 함께 선무 1등 공신에 올랐다는 것이다. 정말 그럴까?

 

우선 당시 공신을 정할 때를 찾아보자. 160334일 그의 이름을 찾을 수 있다. 공신도감에서는 이순신, 권율, 원균, 권응수 등을 하나로 묶고 김응서, 고언백을 하나로 묶었다. 이어 권응수를 언급했으며 정기룡은 그 다음이다. 그리고 정기룡과 함께 언급된 한명련 등 5명은 그와 마찬가지로 선무공신에서 제외되었다.

 

그리고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릴 수 없었던 1605, 그는 1등공신이 된다. 하지만 그건 이순신, 권율, 원균에 이은 1등공신이 아니었다. 선무공신보다 급이 낮은 선무원종공신이었다. 그 수는 무려 9060명으로 곽재우, 정운, 이영남, 조헌, 고경명 등 익숙한 인물들이 포함돼 있다. 결정적으로 선무공신이 뽑힌 것은 1604, 선무원종공신이 뽑힌 것은 그 다음해였다. 저자의 말처럼 뒤늦게 재평가 받은 게 아니라는 것이다.

 

저자는 이를 몰랐을까? 아니면 알면서도 왜곡한 것일까?

 

무력을 보유한 무관은 언제나 견제의 대상이었다. 임진왜란 때도 마찬가지였다. 선조는 선무공신을 단 18인만 뽑으면서 전방에서 싸운 이들보다 자신을 호위하고 명군을 부른 이들의 공이 더 크다고 했다. 무관들은 언제나 견제 당했고, 정치적인 계산에 의해 공이 부풀리고 깎였다. 이순신이 왜란 동안 당한 고난과 원균이 1등공신에 오른 것만 봐도 알 수 있을 것이다. 정기룡도 이 중 하나일 순 있다. 하지만 그렇다면 딱히 왜곡을 하지 않더라도 그의 공을 말할 수 있지 않을까?

 

그가 열심히 싸운 훌륭한 장수임에는 틀림이 없다. 상관인 조경을 구하고 상주성을 탈환하는 등의 활약을 보여줬고, 휴전 후 경상도의 민심을 다독이는 토포사에도 그가 임명되었다. 싸움 뿐 아니라 백성들을 위로하고 다스리는데도 능했다는 것이다. 이후 정유재란 때 경상 우병사에 임명된다. 아직 마흔도 되지 않은 때였다. 조정은 물론 명군에서도 인정을 얻었고, 정유재란 동안 경상도에서 활약 한다. 하지만 마음만큼 싸우긴 힘들었을 것이다. 육군은 명군의 통제 하에 있었고, 왜성에 틀어박힌 소수의 일본군과 소규모 전투만을 계속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대군이 동원된 사천성 전투에서는 시마즈 요시히로에게 대패한다. 실록에서 확인할 수 있는 그의 전공은 이 정도이다.

 

걸리는 문제 역시 적지 않다. 난중잡록 등 다른 사료에서 교차검증할 수 있는 것도 있지만, 그의 행장에만 나오는 전공이 많다. 이런 개인 기록을 그대로 받아들일 수는 없다는 것이다. 거기다 실록에는 항왜를 죽이고 적의 목을 벤 것처럼 허위보고한 일도 있었다. 이에 대한 연구가 더 필요하고, 그게 선행되지 않은 상황에서 육지의 이순신이라는 수식어는 너무 거창해 보인다.

 

무엇보다 그의 전공보다 6060승이나 조정의 견제에 의해 묻힌 명장이라는 과장이 더 퍼진 것이 문제이다. 육지의 이순신이라는 칭호는 어느 사료에서도 찾아볼 수 없으며 그의 재평가 과정에서 나온 말일 뿐이다. 그리고 그를 비롯한 어느 장수들의 활약도 이순신에 비하면 부족한 게 사실이다. 또한 삼도수군통제사에 오르고 시호까지 받은 인물을 가려졌다는 건 지나치지 않을까? 누구에 의해 가려졌다기보단 우리의 무관심이 문제가 아닐까?

 

임진왜란 때 관군은 주로 패하고 도망갔다는 인식이 많고 주요 관심은 의병으로 기운다. 관군의 유격전은 그리 잘 알려지지 않았고, 특히 정유재란 때의 활약은 거의 알려지지 않았다. 의병으로 누구보다 유명한 곽재우가 정유재란 때 어떤 활약을 했는지 아는 이는 얼마나 될까? 그리고 멀쩡히 종전을 맞이한 이들보다 전사한 이들이 더 눈에 띄기 마련이다. 관군이었고 유격전으로 결정적인 대첩을 세우진 못 했으며, 정유재란 때 주로 활약한데다 임란 후에도 벼슬살이를 했던 것이 정기룡이다. 아쉽지만 임진왜란을 다룰 때 전면에 내세우긴 힘든 인물인 것이다.

 

그렇기에 나라를 위해 싸운 이들은 관심을 가지고 찾아봐야 되는 것이다


눈시.jpg


  1. [눈시칼럼] 성웅 - 충무공 이순신

    1597년 7월 16일, 거제도 칠천량에서 조선 수군은 대패한다. 백 척을 훌쩍 넘기는 대군이 전멸한 것이다. 이를 발판 삼아 일본군은 진격을 개시하니 정유재란의 시작이다. 일본군의 주요 목표는 전라도였다. 임진년에 8도 중 전라도 공격에 실패했고 이건 일...
    Date2014.08.01 ByJYC Views1357
    Read More
  2. [눈시칼럼] 명성황후 vs 민비 호칭편

    2001년, 명성황후를 주인공으로 한 드라마가 큰 인기를 끌었다. 그와 함께 명성황후에 대한 미화가 이어졌고, 어떤 주장이 널리 퍼지기 시작했다. 기존에 쓰던 민비라는 호칭이 일제가 비하하기 위해 만들었다는 것이다. 이후 그녀의 공과에 대한 논란이 지속...
    Date2013.11.15 By호솜 Views5397
    Read More
  3. [눈시칼럼] 만보산 사건 - 외국인 노동자와의 갈등

    김동인의 소설 ‘감자’에서는 중국인 왕서방이 악역으로 나온다. 일제강점기라는 배경을 생각하면 일본인이 아닌 중국인이라는 게 특이할 것이다. 하지만 이건 그리 특이한 일이 아니다. 당시 조선인들에게 있어 중국인 역시 그리 좋은 이미지가 아니었기 때문...
    Date2014.11.16 By호솜 Views1674
    Read More
  4. [눈시칼럼] 극단적인 민족주의가 낳은 도시전설

    현대를 배경으로 하는 전설을 도시전설이라고 한다. 그럴 듯 하지만 증명되지는 않은 이야기들로 음모론이나 괴담에도 한 발씩을 걸친 것들이다. 하지만 현대인들이 믿을 수 있을, 어느 정도의 현실성 역시 필수이다. 그저 재미로 들을 것도 있지만 옛날의 전...
    Date2014.01.14 By호솜 Views1792
    Read More
  5. [눈시칼럼] 광해군

    조선시대와 현재의 평가가 가장 엇갈리는 왕은 광해군일 것이다. 조선시대에는 폐위되었기에 왕 취급도 안 해주었고, 명나라의 은혜를 저버린 것, 폐모살제(계모를 폐하려 하고 동생을 죽인 것), 민생을 도탄에 빠뜨린 것 등의 실책을 꼽았다. 일제강점기부터...
    Date2013.10.15 By호솜 Views4315
    Read More
  6. No Image

    [눈시칼럼] 20세기의 신화 - 환단고기,단기고사

    20세기의 신화 - 환단고기,단기고사 우리 역사의 진실을 담았다는 책들이 있다. 그 중에서 가장 유명한 것은 역시 [환단고기], 지금까지도 어렵지 않게 들을 수 있는 이름이다. 1911년에 계연수가 옛 사서들을 엮어서 만들었고, 이유립에게 한 갑자(60년) 뒤...
    Date2014.03.16 By호솜 Views1755
    Read More
  7. [눈시칼럼] '기황후'

    역사를 바탕으로 한 창작물들, 그 한계는 어디까지일까? 창작물이기에 그 세계는 작가가 직접 창조한 세계이고,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것과 가치관이 잘 녹아들어야 한다. 하지만 일반적인 창작물과의 결정적인 차이가 있다. 그 세계의 인물들은 실존했던 인...
    Date2013.12.15 By호솜 Views3850
    Read More
  8. [눈시칼럼] '1차 세계대전, 그리고 지금'

    지금으로부터 100년 전, 유럽은 전쟁으로 치닫고 있었다. 이 전쟁이 세계대전이라는 이름을 얻을 정도로 거대해질 거라고는 전혀 예상하지 못 한 채로 말이다. 시작은 발칸 반도 보스니아의 사라예보에서 일어난 암살이었다. 발칸 반도는 오스만 제국이 약해...
    Date2014.07.01 By호솜 Views1828
    Read More
  9. [눈시 칼럼] 정기룡

    눈시칼럼 - 정기룡 임진왜란 때 열심히 싸웠음에도 알려지지 않은 위인이 있다. 최근 들어 소설을 통해 재평가가 시작됐고, 인터넷에서 그의 이름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60전 60승의 불패의 명장, 육지의 이순신이라고 말이다. 하지만 이런 엄청난 ...
    Date2013.09.14 By호솜 Views3377
    Read More
  10. [까만자전거]Morrison Hotel

    ?<모리슨 호텔로 초대합니다> 까만자전거 ?누군가 내게 다가와 어떤 밴드를 좋아하느냐고 묻는다면 잠시 <킹 크림슨(King Crimson)>과 <도어스>를 두고 머리 속에서 살짝 저울질을 해보다가 결국에는 도어스라고 대답하게 될 것이다. 물론 좀더 오래 전에 내...
    Date2014.03.19 By유대리 Views1655
    Read More
  11. [까만자전거] 헤비메탈, 그 악마적 유혹의 시작 Black Sabbath

    [까만자전거] 헤비메탈, 그 악마적 유혹의 시작 Black Sabbath 헤비메탈 음악이라고 하면 가장 먼저 연상되는 것이 '악마'라는 이름과 관련된 것들이다. 1970년대 초반 부터 대중화가 이루어지기 시작한 헤비메탈 음악은 1990년대를 거치면서 북유럽 출신의 ...
    Date2013.05.11 By Views6777
    Read More
  12. [까만자전거] 코머스(Comus)의 기괴한 역작 음반, <First Utterance>

    코머스(Comus)의 기괴한 역작 음반, <First Utterance> 까만자전거 음주와 향연을 주관하는 젊은 신의 이름을 밴드 이름으로 사용하고 있는 영국의 프로그레시브 포크 밴드 <코머스>는 1971년에 발표했었던 데뷔 음반 <First Utterance>가 1995년 5월에 우리나...
    Date2013.11.13 By내이름은김창식 Views5119
    Read More
  13. [까만자전거] 웃기는 노래와 웃기지 않는 노래

    웃기는 노래와 웃기지 않는 노래 까만 자전거 http://artrock-textcube.blogspot.kr ?1980년대 초,중반의 대구 시내 중심지인 동성로 일대에는 레스토랑이라는 이름의 간판을 단 경양식 집이 참 많이도 존재했었다. 입구를 들어서는 순간 아늑함을 안겨 주는 ...
    Date2014.02.10 By내이름은김창식 Views2246
    Read More
  14. [까만자전거] 완벽한 심포닉 록을 향한 첫 걸음 Yes - Time And A Word

    완벽한 심포닉 록을 향한 첫 걸음 Yes - Time And A Word 까만자전거 킹 크림슨(King Crimson), 핑크 플로이드(Pink Floyd)등과 함께 록 팬들에게 많이 알려져 있는 영국의 수퍼 프로그레시브 록 밴드 예스는 영국 런던에서 '존 앤더슨(본명: John Roy An...
    Date2014.04.18 ByJYC Views1942
    Read More
  15. [까만자전거] 세시봉과 한글날 그리고 가나다라

    세시봉과 한글날 그리고 가나다라 나랏말싸미 듕귁에 달아 문자와로 서르 사맛디 아니할세... 위의 문장은 우리나라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는 <훈민정음 해례본>의 서문 첫 구절에 등장하는 내용이다. 이 문장은 새로운 글자를 만들게 된 구체적인 이유와...
    Date2013.10.16 By내이름은김창식 Views3163
    Read More
  16. [까만자전거] 비틀즈의 부활로 의심받았던 캐나다의 클라투

    [까만자전거] 비틀즈의 부활로 의심받았던 캐나다의 클라투 1976년에 <3:47 EST>라는 제목의 음반으로 데뷔한 캐나다의 프로그레시브 록 밴드 <클라투>는 데뷔 음반 발표 당시에 미국의 팝 음악 전문 컬럼니스트가 자신의 기사에서 '아마도 클라투는 비틀즈(T...
    Date2013.08.06 By Views6248
    Read More
  17. [까만자전거] 무디 블루스! 프로그레시브 록의 신세계를 열다.

    [까만자전거] 무디 블루스! 프로그레시브 록의 신세계를 열다. 음악 감상과 음반 수집을 취미로 하는 사람들은 늘 새로운 음반을 찾아 헤매기 마련이다. 그렇지만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음반에 대한 소장 욕구에 비해 한정되어 있는 가벼운 주머니 사정은 늘 ...
    Date2013.06.06 By Views19497
    Read More
  18. [까만자전거] 마법같은 일이 눈 앞에서 벌어지다 - She Rides With Witches

    마법같은 일이 눈 앞에서 벌어지다. She Rides With Witches ? 까만자전거 http://wivern.tistory.com ?지난 주말이었다. 자전거를 끌고 환성사로 향하는 무학산의 가파른 도로를 거의 등반(?)하다시피 하며 올라 가고 있던 나는 생전 처음으로 신기한 경험을...
    Date2014.07.10 ByJYC Views1909
    Read More
  19. [까만자전거] 록 음악의 흐름을 바꾼 비틀즈의 음반 한장

    [까만자전거] 록 음악의 흐름을 바꾼 비틀즈의 음반 한장 1966년 8월 5일에 사이키델릭 음악이 좀더 확장되고 다듬어져 구체화 되어 나타난 일곱번째 음반 <Revolver>를 발표한 <비틀즈>는 일주일 뒤인 8월 12일 부터 미국에서 순회 공연에 들어 갔다. 8월 29...
    Date2013.07.11 By Views19056
    Read More
  20. [까만자전거] 라라밴드

    ?라라 밴드를 아시나요? 까만자전거 ?영국의 프로그레시브 록 밴드인 <에머슨, 레이크 앤 파머(Emerson, Lake And Palmer)>의 명곡 <C'est La Vie>를 소개하면서 하양시장표 <고로케>를 언급한 뒤로 장날을 기다리며 고로케를 노래하는 이들 때문에 할 수 없...
    Date2013.12.13 By내이름은김창식 Views4604
    Read More
Board Pagination Prev 1 ... 2 3 4 5 6 ... 7 Next
/ 7

로그인 정보

clos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