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대에서 마주치다3
공연 속 추억찾기
<카세트 폐허>
글 : 조용찬(cho890726@onair168.com)
사진 : 이진영(loveisyou@onair168.com)
<레코드 폐허>가 수많은 관객들의 박수갈채를 받으며 성황리에 막을 내린지 어언 한 달. 지난 날의 즐거웠던 기억이 조금씩 잊혀져 갈 때쯤, 신촌에서 또 다른 인디음악축제가 열린다는 소식이 날아들었다. 바로, <레코드 폐허>의 연장이라 할 수 있는 <카세트 폐허>가 우리의 영원한 친구 ‘살롱 바다비(이하 바다비)’에서 열린다는 것이었다.
<카세트 폐허>란, 기본적인 구성은 공연과 레코드 마켓을 곁들인 지난 <레코드 폐허>와 같이 한 채 마켓의 구성품 만을 카세트 테잎으로 바꾼 행사인데, <레코드 폐허>와 마찬가지로 바다비의 배소연씨가 기획자로 나섰다. 혹여 <레코드 폐허>가 뭔지 잘 모르겠다는 독자님이 계신다면 저번 달에 실렸던 <공연 속 보물찾기, 레코드 폐허> 기사를 꼭 읽어보시길 바란다. 현기증나니까 빨리요.
행사가 열린 지난 7월 28일, 온 하늘은 먹구름이 잔뜩 끼어있었고 비는 추적추적 내렸다 그쳤다를 반복했는데, 그 때문인지 공연 시작시간인 4시가 다 되었음에도 바다비에 온 관객들의 수는 예상치를 밑돌았다. <레코드 폐허> 취재 당시 30분 전부터 바다비가 있는 건물 앞에 사람들이 진을 치고 있었던 것을 생각하면 꽤나 놀라운 상황이었는데, 막상 행사가 시작되자 수 많은 사람들이 공연장 안으로 몰려 오면서 이러한 우려가 기우였다는 사실을 일깨워 주었다.
앞서 언급했다시피, <카세트 폐허>는 말 그대로 카세트 마켓을 운영하는 행사인데, 여기서 말하는 카세트는 여러분이 알고 있는 그 카세트 테잎이 맞다. ‘지나간 문화’라고 할 수 있는 카세트 테잎을 재조명함으로써 과거의 음악과 현재의 음악을 한 곳에 아우르고, 동시에 지금의 3040 세대들로 하여금 어린 시절의 향수를 느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이번 <카세트 폐허>의 취지라 할 수 있겠다. 바다비에 들어오자 <데이드림>, <요실금>, <E.C.E>, 인디 레이블 <비싼 트로피> 등 여러 뮤지션들이 자신들의 음악이 담긴 테이프를 매대에 올려두고 판매를 하는 광경을 볼 수 있었는데, 이 중에서도 <비싼 트로피>와 <E.C.E>의 테잎은 이목을 집중시킬만 했다.
<비싼 트로피>의 경우, 90년 대를 풍미했던 아티스트들의 카세트 테잎 한 무더기를 매대에 쌓아두었는데, 서태지와 아이들, 윤종신, 유영석, 故 김광석, 피노키오 등 지금은 ‘G마○’이나, ‘11○가’, ‘옥○’ 등이 아니면 구하기도 힘든 물건들을 ‘2개에 5천원’이라는 파격적인 가격(?)에 판매하여 눈길을 끌었다. 필자의 경우 서태지와 아이들 3집과 ‘Goodybye best album’을 구매했는데, 10년 만 지나면 분명 가격이 천정부지로 오르겠...? 헤헤.
<E.C.E>의 경우, 테잎을 단 4장 밖에 준비해 오지 않았는데, 각 멤버별로 테잎에 담긴 구성물에 변화를 주는 독특한 방식으로 눈길을 끌었다. 필자가 구매한 보컬 김동용씨의 테잎에는 한 면에 ‘E.C.E’의 음악이, 반대쪽 면에는 ‘상심라’라는 밴드의 음악이 담겨있었는데, 여기서 ‘상심라’가 무엇인고 하니 세계적으로 유명세를 떨쳤던 게임 ‘심즈’를 통해 생성한 가상밴드를 칭한 것이었다. ‘E.C.E’와 ‘상심라’의 콜라보레이션 작품이라는 컨셉으로 만들어진 것이었는데, 개인적으로 참 ‘ㅋㅋㅋ’하면서도 ‘E.C.E’다운 기발한 발상이라는 생각이 드는 작품이었다. 이밖에 끊임없는 PR로 관객들에게 공연 중간 중간 웃음을 준 <요실금>, 테잎을 미리 만들어두지 않아서 즉석에서 테잎을 제작해 판매한 <데이드림>까지, 이번 테이프 마켓에는 깨알같은 웃음 포인트가 가득했다.
<카세트 폐허>의 핵심이 비록 카세트 마켓이긴 하지만, 이번에도 지난 <레코드 폐허>처럼 여러 쟁쟁한 뮤지션들이 참석하여 각자의 장기를 뽐내었다. <피해의식>, <E.C.E>, <전성기>, <자이언트베어>, <악어들>, <위댄스>, <헬리비전>, <제 8극장> 등이 멋진 공연을 보여주었는데, 첫 무대는 ‘필살 헤비메탈’을 표방한 3인조 밴드 <피해의식>이 선보였다. <Magic finger>, <서양 마귀>, <난 네 친구가 아니야> 등의 곡들을 선보였는데, 유창한 입담과 연주력으로 분위기를 한껏 끌어올렸다. 드러머가 없이 3인 체제로 운영되는 헤비메탈 밴드라는 점이 상당히 독특했다.
다음으로 무대에 오른 팀은 ‘채널168’에게 익숙한 얼굴인 <E.C.E>였다. 특유의 열정적인 스텝으로 무대를 연 ‘E.C.E’는 <붐비세>, <Cuckoo> 등 대표곡을 연주하며 관객들의 입을 떡 벌어지게 만들었다. <레코드 폐허> 때 스틱을 떨어뜨리는 실수를 저질렀던 드러머 동욱군은 완벽한 연주를 선보이며 한 달 전의 아쉬움을 설욕했고, 현란한 몸놀림(?)과 동시에 챠임, 멜로디언 등 여러 악기들을 때에 따라 바꿔가며 연주를 하는 보컬 동용군의 모습은 그야말로 ‘무아지경’이라고 밖에 표현이 되질 않았다. 아마 이 날 공연의 백미는 ‘E.C.E’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을 듯 하다.
이 밖에 유연한 연주를 보여준 <데이드림>, 전기를 아끼기 위해 노력한다는 <전성기>, 갑작스래 고장난 기타가 야속하기만 했던 <자이언트베어>, 순수한 연주력만으로 바다비의 좌중을 압도해 버린 <헬리비젼>까지, 많은 밴드들이 훌륭한 무대를 보여주며 <레코드 폐허>를 빛내주었다.
이번 <레코드 폐허>는 개인적으로나, 취재기자의 관점에서 볼 때나, 바다비 만의 기발한 발상과 특별함이 굉장히 돋보였는데, 지금은 ‘잊혀진 문물’이자 ‘구시대의 유물’ 취급을 받는 카세트 테잎을 주인공으로 삼은 행사라는 점이 그러했다. 빛바랜 카세트 테잎 상자 안에 조심스래 담긴 여러 테잎들을 보자니 코흘리개 시절에 어머니께 ‘육각수’의 <흥보가 기가막혀>가 담긴 테잎을 구해달라고 땡깡을 부리던 일이 생각나 취재 도중 혼자 웃음 짓기도 했다. 아마 비슷한 맥락에서, 카세트 테잎 세대로 분류될 지금의 30, 40대 관람객에게 이번 행사는 그 의미가 더욱 더 각별하지 않았나 싶다. 취재 도중 외국인 관람객들도 심심치 않게 많이 마주칠 수 있었는데, 홍대, 신촌을 기반으로 하는 인디문화가 외국인들에게도 나름의 인정을 받고 있다는 느낌이 들어 기분이 꽤나 괜찮았다.
결론적으로, 이번의 <카세트 폐허>는 과거와 현재의 음악을 적절히 섞어서 성공적인 행사를 이루어낸 듯 하다. 참여 관객의 수도 ‘바다비’ 내부에 발을 디딜 틈이 없을 정도로 많았고, 행사를 구성하는 컨텐츠인 테잎의 가격 역시 합리적인 선이었으며, 행사의 진행 역시 부드럽게 잘 진행되었기에 ‘역시 믿고 보는 바다비’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이러한 여러 실험적인 기획들을 통해 점차 그 저변을 확장해나가는 바다비와 인디음악의 모습에 박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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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관객인터뷰
jyc : 이전에 바다비에서 하는 공연을 참석한 적이 있으셨나요?
관객 A : 레코드 폐허를 왔었어요. 재밌었어요.
jyc : <카세트 폐허>에서 구매한 카세트가 있으신가요?
관객 A : <위댄스> 테이프를 샀어요 <데이드림>은 다나갔더라구요
jyc : 참석한 팀 중 기대하고 있는 팀이 있으신가요?
관객 A : 방금 말씀드린 <위댄스>, <데이드림>을 좋아해요.
♤ 자투리 인터뷰 - 자이언트베어
jyc : 바다비에서 공연해보신 적이 있으셨나요?
자이언트베어(이하 ‘자베’) : 가끔 했었어요
jyc : 이전 무대들은 반응이 어땠나요?
자베 : 이전엔.. 이번만큼 안좋진 않았어요(웃음). 악기문제로 안된 적은 없었는데.. 치려고 하니까 악기가.. 이전엔 재밌었어요.
jyc : 공연에 주안점을 둔 부분이 있다면.
자베 : 즐겁게 하는 거였어요. 보는 사람은 즐겁지 않더라도 우리라도 즐겁자는 생각으로.. 저희끼리 즐거운게 목적이었어요.
jyc : 앨범발매 소식이 있다고 들었어요.
자베 : 녹음을 진행하고 있어요. 9월..아니 벌써 8월이네요. 올해 안에는 나올지 않을까 싶어요. 원래는 9월이 목표였는데 녹음을 새로하다보니 자꾸 늦어졌네요.
♤ 자투리 인터뷰 - 데이드림
jyc : 이전에 바다비에서 공연하신 적이 있으신가요?
데이드림(이하 ‘드림’) : 예전에 사장님이 옆에서 치킨집을 하셨는데 거기 단골이였어요. 사장님과 인연은 거의 13년 쯤 됬고, 전에 클럽 빵 등에서 공연을 하다가 바다비가 생긴 이후엔 여기서 공연을 시작했어요.
jyc : 행사 시작할 때 테이프를 만들고 계셨어요. 판매를 걱정하시는 것처럼 보였는데 다팔렸다고 들었어요.
드림 : 3천원이면 수집하시는 분들께도 메리트가 있는 가격같아요(웃음). 행사 자체도 좋지만 저희 스스로에게도 의미가 있어서 좋습니다. 앨범을 내야하는 시점에서 데모작업이 필요했는데, 굉장히 나태했던 시점에 새로운 자극이 되었어요. 신곡을 수록을 했는데.. 일요일날 합주를 원래는 절대로 하지 않는데, 이 때 일요일날 아침에 합주를 했어요. 일요일은 원래 한 주간이 끝나고 일상이 폭파되는 지점이라고 생각을 하는데, 합주를 하다보니 힘들었어요. 그걸 에드워드 후퍼의 <Early Sunday morning>과 접점을 이루어 표현해봤어요
jyc : 끝인사 부탁드리겠습니다.
드림 : 앨범이 정규가 아니라 EP가 나올 예정입니다. 기약은 할 수 없지만 내년 초까지 내는 걸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