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08.10 10:20

[채널168 소품집]

조회 수 3065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채널168 소품집.jpg 


소품집.jpg  


 봄이 왔다. 아니 왔으면 좋겠다.


 얼마 전, 예전에 좋아하던 음악들을 다시 듣다가 타루의 '봄이 왔다' 다시 들었다. '봄이 왔다~ 그녀가 왔다~'

를 계속해서 반복하는 단순한 진행. 보컬의 목소리가 좋아서 일까? 단순한 곡임에도, 무더운 여름의 뜨거운 바

람을 살랑거리는 봄바람으로 바뀌는 기분이 들었다. 그러다가 문득 생각난 친구 하나가 있었다.


 나이 28세, 키는 180이 좀 넘고 항상 진지한 말투에, 얄팍한 금속테 안경 때문인지 나이에 비해서 약간 더 들 

어 보이는 얼굴, 소녀시대 티파니를 좋아하는 친구 A는 흔히 말하는 모쏠이다. 예전에 유행하던 솔로부대 계급

 분류에서 당당히 '원수'자리를 차지하던 그는 어딘가 이상하거나 모자라서 그런건 아니고, 다만 그냥 남중-

남고-군대-공대 테크를 탄 흔한 공대생일 뿐이다.


 여자와는 별로 접점이 없는 삶을 사는 친구지만, 딱 한번 봄바람이 살랑거리며 불어오던 때가 있었는데, 평소 

A를 안타깝게 여기던 다른 친구 B가 소개팅을 주선했을 때이다. 보통의 경우에는 주선자가 A의 사진을 보내는

 시점에서 연락이 끊기곤 했지만, 이번에는 무슨 바람이 불었는지 사진을 보낸 다음에도 OK 신호가 온 것이다. 

나와 친구들은 순식간에 축제 분위기였다. 오 그때의 기쁨이란. 마치 내가 고백이라도 받은 것 마냥 기뻤다. 

그때 내가 A에게 들려준 놀리는데 써먹던 노래가 바로 '봄이 왔다.' 였다. 

 그 뒤로 소개팅 날까지 며칠 동안, 나를 비롯한 A의 친구들은 A의 소개팅 준비를 도와주며 상당히 들 거의 시

간을 보냈다. 옷을 잘 입는 친구는 그날 입을 옷을 골라주기도 했고, 말 잘하는 친구는 그 여자 분과 메시지를

 주고받을 때 옆에서 잔소리를 하기도 했다. 약속장소이던 신촌에서 자주 놀곤 했던 나는 데이트 코스도 짜주

고 미리 A와 만나 사전답사까지 했다. 정작 당사자인 A는 좀 얼떨떨 한듯했으나, 나와 내 친구들은 아주 즐

겁게 소개팅 준비를 도왔다. 물론 중간 중간 '봄이 왔다'를 부르며 열심히 놀리기도 했지만.


대망의 소개팅 당일.


열렬한 응원을 받으며 소개팅에 나간 A는 불과 3시간 만에 집에 돌아왔다. 

아무도 A에게 그 결과를 묻지 못했다. 

 A는 '다시는 소개팅 따위 하지 않겠어'라고 말하며 쓴웃음을 지었다.


살랑거리며 불어오는 듯하던 봄바람은 금방 멈춰버렸다.그 뒤로 3년이란 시간이 흘렀다. 

A는 그 뒤로 다른 여자 만나서 잘 먹고 잘 살고 있다.라고 말 할 수 있으면 좋겠는데, 안타깝게도 그렇지 못

하다. 여전히 솔로다. 아예 포기해 버렸는지 누군가를 만나보려는 시도조차 하지 않는다.

모솔로 서른살이 되면 마법사가 된다던데, 이제 얼마 남지 않았다. 

A가 손을 뻗으면 정말 불꽃이라도 나올 것 같아서 두렵다.

부디 더 늦기 전에 A에게도 다시 한번 봄바람이 불었으면 좋겠다. 

이번엔 지난번처럼 불다 말지 말고, 강풍으로.


글 : 이시형(tigris0623@onair168.com)


  1. [대중문화의 들] 장필순 7집, 장필순 드림팀이 만드는 압도적인 감동

    장필순 7집 장필순 드림팀이 만드는 압도적인 감동 5집 '너의 외로움이 나를 부를때'가 하나음악의 포크적 맥락을 심화시킨 작품이었다면, 6집은 실험적 사운드로 무장하여 조동진과 장필순이 더이상 포크나 발라드에 안주하지 않고 오히려 그로부터 탈주한 ...
    Date2013.09.15 By헤워 Views12434
    Read More
  2. [눈시 칼럼] 정기룡

    눈시칼럼 - 정기룡 임진왜란 때 열심히 싸웠음에도 알려지지 않은 위인이 있다. 최근 들어 소설을 통해 재평가가 시작됐고, 인터넷에서 그의 이름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60전 60승의 불패의 명장, 육지의 이순신이라고 말이다. 하지만 이런 엄청난 ...
    Date2013.09.14 By호솜 Views3466
    Read More
  3. [한 귀에 반한] 1화: Daft Punk - Get Lucky (Feat. Pharrell Williams)

    [한 귀에 반한] 1화: Daft Punk - Get Lucky (Feat. Pharrell Williams) [두괴즐의 빠돌이즘: 서태지]편을 마치고, 이제는 [한 귀에 반한]이라는 테마로 새롭게 연재를 시작합니다.? 컨셉은 제목 그대로 한 귀에 반한 곡을 소개하는 방식으로 진행됩니다.? 처...
    Date2013.09.13 By두괴즐 Views16872
    Read More
  4. [Floyd의 음악이야기] 언더그라운드 뮤직 연재-3 클럽 문화와 인디

    ■ 1990년대 언더그라운드, 즉 인디와 클럽 문화? 1994년부터 1995년 경의 클럽 문화 초창기에는 너바나(Nirvana)의 영향력 아래 대다수 클럽 밴드들이 얼터너티브 락과 그런지 계열의 음악을 많이 구사했다. 옐로우 키친(Yellow Kitchen), 코코어(Cocore), 허...
    Date2013.09.10 By헤워 Views4288
    Read More
  5. [대중문화의 들] 끈적한 원초적 로큰롤을 부르는 오! 부라더스

    스탠더드와 록이 만났던 그 시절의 끈적한 스텝 원초적 로큰롤 그리고 트위스트 그룹싸운드 오! 브라더스? 경쾌한 음악색을 가진 밴드는 홍대에 아주 많다. 오늘 저녁에도 홍대 거리에는 숱한 밴드들이 기타를 들고 빈티...
    Date2013.08.12 By호솜 Views3258
    Read More
  6. [눈시칼럼] 재평가라는 이름의 역사왜곡

    위인의 민낯을 재조명한다는 건 참 매력적인 일이다. 어느 시대 어느 나라든 승자를 위한 왜곡은 있기 마련이고 그걸 밝혀내면서 그 때의 진실에 조금이라도 다가갈 수 있다. 그렇게 업적에 가려진 실책이나 피해자들을 찾아낼 수 있고, 그렇지 않더라도 그 ...
    Date2013.08.11 By호솜 Views2810
    Read More
  7. [EERIE의 악마의 로큰롤] 뛰는 악마 위에 나는 악마

    뛰는 악마 위에 나는 악마 Run-D.M.C의 <King of Rock> -by eerie http://patricidaljubilee.egloos.com 많은 사람들이 로큰롤에 붙는 ‘저항의 음악’이라는 수사를 상식처럼 받아들인다. 유행의 첨단을 걷는다고 자부하는 힙스터라면 이런 호랑이 담배 먹던 ...
    Date2013.08.10 By내이름은김창식 Views2430
    Read More
  8. [채널168 소품집]

    봄이 왔다. 아니 왔으면 좋겠다. 얼마 전, 예전에 좋아하던 음악들을 다시 듣다가 타루의 '봄이 왔다' 다시 들었다. '봄이 왔다~ 그녀가 왔다~' 를 계속해서 반복하는 단순한 진행. 보컬의 목소리가 좋아서 일까? 단순한 곡임에도, 무더운 여름의 뜨거운 바 ...
    Date2013.08.10 By호솜 Views3065
    Read More
  9. [Floyd의 음악이야기] 언더그라운드 뮤직 연재 - 2 언더그라운드 문화와 인디(Indie)

    원문:?floyd20.egloos.com/2935580 ?언더그라운드 뮤직 연재 - 2 언더그라운드 문화와 인디(Indie)? 90년대 언더그라운드 음악은 저예산으로 제작되는 독립 레이블의 등장과 홍대를 중심으로 확대되어 나간 클럽 씬을 배경으로 성장해 나왔다. 당시의 독립 레...
    Date2013.08.08 By헤워 Views3400
    Read More
  10. [까만자전거] 비틀즈의 부활로 의심받았던 캐나다의 클라투

    [까만자전거] 비틀즈의 부활로 의심받았던 캐나다의 클라투 1976년에 <3:47 EST>라는 제목의 음반으로 데뷔한 캐나다의 프로그레시브 록 밴드 <클라투>는 데뷔 음반 발표 당시에 미국의 팝 음악 전문 컬럼니스트가 자신의 기사에서 '아마도 클라투는 비틀즈(T...
    Date2013.08.06 By Views6372
    Read More
  11. 두괴즐의 빠돌이즘, 서태지 편: 6화 폭로와 냉소 <대경성>

    [두괴즐의 빠돌이즘] 서태지 편: 6화 폭로와 냉소 <대경성> "도대체 정직한 듯한 정책 무가책 뒤를 쳤던 네 술책 너를 문책해도 결국 중책 맡은 자만 죄다 면책 " 서태지의 음악을 통해 세계를 의심하는 법을 배웠고, 그것은 폭로와 공감에 의한 것이었습니다...
    Date2013.08.05 By두괴즐 Views2532
    Read More
  12. [EERIE 의 악마의 로큰롤] 악마적 경험의 다양성 - Black Sabbath의 악마주의와 Burzum의 악마주의

    악마적 경험의 다양성 -Black Sabbath의 악마주의와 Burzum의 악마주의 ? -by eerie http://patricidaljubilee.egloos.com ? 서양 기독교 문화에서 악마의 존재는 시각적으로나 개념적으로나 그 이미지가 매우 선명하다. 한국 전통 문화에서 사람들을 무섭게 ...
    Date2013.07.14 By호솜 Views3085
    Read More
  13. [Floyd의 음악이야기] 언더그라운드 뮤직 연재 - 1990년대 언더 = 인디

    ?원문 :?http://floyd20.egloos.com/2935193 ?언더그라운드 뮤직 연재?- 1 언더그라운드의 정의는 음악적 행동 의식에 있다. ‘언더그라운드(Underground)’?뮤지션, 2013년 대한민국 땅에서 이 말이 의미있는 것일까.?이 질문을 뒤로 한 채,?본문 글을 이어 나...
    Date2013.07.12 By헤워 Views2704
    Read More
  14. [채널168 소품집] 아직 스무살

    박새별 씨 신곡 중 ‘아직 스무 살’ 이라는 곡이 있다. 그 노래를 처음 들었을 때 들었던 생각은 노래가 좋다 나쁘다 가 아니라, ‘아 나만 그런 게 아니었구나.’ 스무 살에는 그런 믿음이 있었다. 내가 좀 더 먹으면, 내 마음도 그만큼 더 자라 있을 거라는 그...
    Date2013.07.12 By호솜 Views3059
    Read More
  15. [까만자전거] 록 음악의 흐름을 바꾼 비틀즈의 음반 한장

    [까만자전거] 록 음악의 흐름을 바꾼 비틀즈의 음반 한장 1966년 8월 5일에 사이키델릭 음악이 좀더 확장되고 다듬어져 구체화 되어 나타난 일곱번째 음반 <Revolver>를 발표한 <비틀즈>는 일주일 뒤인 8월 12일 부터 미국에서 순회 공연에 들어 갔다. 8월 29...
    Date2013.07.11 By Views19179
    Read More
  16. 한국 인디, 포크 가수는 많은데 포크의 다양한 모습은 없다.

    "더이상 시대의식을 공유하지 않는?한국 포크" ? ? 시끄러운 세상이다. 멀쩡한 강바닥을 파헤쳐 조져놓는 것조차 무덤덤해질만큼 먹고 살기 힘든 요즘이다. 그런데 요즘 포크 가수들은 통기타 한 대 둘러메고 풋풋한 새내기들의 사랑 노래를 하고 있다. ? ? ? ...
    Date2013.07.10 ByGT Views4835
    Read More
  17. 두괴즐의 빠돌이즘, 서태지 편: 5화 환상과 현실 <환상 속의 그대>

    [두괴즐의 빠돌이즘] 서태지 편: 5화 환상과 현실 <환상 속의 그대> "사람들은 그대의 머리 위로 뛰어 다니고 그대는 방 한구석에 앉아 쉽게 인생을 얘기하려 한다." 서태지와 아이들의 <환상 속의 그대>는 학창 시절 저의 성찰적 계기가 되어 주었던 노래...
    Date2013.07.08 By두괴즐 Views3984
    Read More
  18. [eerie - 악마의 로큰롤] 서태지의 시간은 거꾸로간다

    서태지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 -by eerie http://patricidaljubilee.egloos.com “피가 모자라. 배고파. 피를 안 주면 재미없을 거야.” 1994년, 서태지와 아이들(이하 서태지)의 3집 수록곡인 ‘교실 이데아’를 거꾸로 들으면 위와 같은 말이 나온다는 괴담이 전...
    Date2013.06.13 By내이름은김창식 Views5797
    Read More
  19. [HStereo의 음악칼럼] 유투브 스타 카브리엘 애플린의 첫 정규앨범, english rain

    [HStereo의 음악칼럼] 유투브 스타 카브리엘 애플린의 첫 정규앨범, english rain 음악시장은 이미 유통구조가 변화된 시장이다. 대한민국이 자랑하는 기타리스트 정성하도, 세계적인 팝스타 저스틴 비버도, 아메리칸 아이돌의 우승자 켈리 클락슨도, 유투브 ...
    Date2013.06.10 By호솜 Views24688
    Read More
  20. 한국 건반 음악의 계보, 신해철부터 윤하, 메이트까지

    신해철과건반미학 ? ? ? ? 잭 화이트의 노래는 대부분 좋아하는 편이지만, 그 중에서도 좋아하는 곡 중 하나는 [You Don't Understand Me](The Raconteurs)이다. 잭 화이트의 노래 중에서 짜릿한 순간들은 대부분 강렬한 기타 드라이브가 연출해내고 있지만, [...
    Date2013.06.09 ByGT Views6656
    Read More
Board Pagination Prev 1 ... 2 3 4 5 6 ... 7 Next
/ 7

로그인 정보

clos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