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널168 소품집]

by 호솜 posted Aug 10,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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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봄이 왔다. 아니 왔으면 좋겠다.


 얼마 전, 예전에 좋아하던 음악들을 다시 듣다가 타루의 '봄이 왔다' 다시 들었다. '봄이 왔다~ 그녀가 왔다~'

를 계속해서 반복하는 단순한 진행. 보컬의 목소리가 좋아서 일까? 단순한 곡임에도, 무더운 여름의 뜨거운 바

람을 살랑거리는 봄바람으로 바뀌는 기분이 들었다. 그러다가 문득 생각난 친구 하나가 있었다.


 나이 28세, 키는 180이 좀 넘고 항상 진지한 말투에, 얄팍한 금속테 안경 때문인지 나이에 비해서 약간 더 들 

어 보이는 얼굴, 소녀시대 티파니를 좋아하는 친구 A는 흔히 말하는 모쏠이다. 예전에 유행하던 솔로부대 계급

 분류에서 당당히 '원수'자리를 차지하던 그는 어딘가 이상하거나 모자라서 그런건 아니고, 다만 그냥 남중-

남고-군대-공대 테크를 탄 흔한 공대생일 뿐이다.


 여자와는 별로 접점이 없는 삶을 사는 친구지만, 딱 한번 봄바람이 살랑거리며 불어오던 때가 있었는데, 평소 

A를 안타깝게 여기던 다른 친구 B가 소개팅을 주선했을 때이다. 보통의 경우에는 주선자가 A의 사진을 보내는

 시점에서 연락이 끊기곤 했지만, 이번에는 무슨 바람이 불었는지 사진을 보낸 다음에도 OK 신호가 온 것이다. 

나와 친구들은 순식간에 축제 분위기였다. 오 그때의 기쁨이란. 마치 내가 고백이라도 받은 것 마냥 기뻤다. 

그때 내가 A에게 들려준 놀리는데 써먹던 노래가 바로 '봄이 왔다.' 였다. 

 그 뒤로 소개팅 날까지 며칠 동안, 나를 비롯한 A의 친구들은 A의 소개팅 준비를 도와주며 상당히 들 거의 시

간을 보냈다. 옷을 잘 입는 친구는 그날 입을 옷을 골라주기도 했고, 말 잘하는 친구는 그 여자 분과 메시지를

 주고받을 때 옆에서 잔소리를 하기도 했다. 약속장소이던 신촌에서 자주 놀곤 했던 나는 데이트 코스도 짜주

고 미리 A와 만나 사전답사까지 했다. 정작 당사자인 A는 좀 얼떨떨 한듯했으나, 나와 내 친구들은 아주 즐

겁게 소개팅 준비를 도왔다. 물론 중간 중간 '봄이 왔다'를 부르며 열심히 놀리기도 했지만.


대망의 소개팅 당일.


열렬한 응원을 받으며 소개팅에 나간 A는 불과 3시간 만에 집에 돌아왔다. 

아무도 A에게 그 결과를 묻지 못했다. 

 A는 '다시는 소개팅 따위 하지 않겠어'라고 말하며 쓴웃음을 지었다.


살랑거리며 불어오는 듯하던 봄바람은 금방 멈춰버렸다.그 뒤로 3년이란 시간이 흘렀다. 

A는 그 뒤로 다른 여자 만나서 잘 먹고 잘 살고 있다.라고 말 할 수 있으면 좋겠는데, 안타깝게도 그렇지 못

하다. 여전히 솔로다. 아예 포기해 버렸는지 누군가를 만나보려는 시도조차 하지 않는다.

모솔로 서른살이 되면 마법사가 된다던데, 이제 얼마 남지 않았다. 

A가 손을 뻗으면 정말 불꽃이라도 나올 것 같아서 두렵다.

부디 더 늦기 전에 A에게도 다시 한번 봄바람이 불었으면 좋겠다. 

이번엔 지난번처럼 불다 말지 말고, 강풍으로.


글 : 이시형(tigris0623@onair168.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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