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새별 씨 신곡 중 ‘아직 스무 살’ 이라는 곡이 있다. 그 노래를 처음 들었을 때 들었던 생각은 노래가 좋다 나쁘다 가 아니라, ‘아 나만 그런 게 아니었구나.’
스무 살에는 그런 믿음이 있었다. 내가 좀 더 먹으면, 내 마음도 그만큼 더 자라 있을 거라는 그런 믿음. 서른 즈음이 되면 인생이 어떤 것인지도 어렴풋이는 알게 되고 세상살이 하는 법을 알게 될 줄 알았다.
스무 살 그 시절에서 벌써 8년이나 흘렀다.
그동안 나름대로 많은 일들을 겪었고, 많은 사람을 만나고, 또 헤어지고, 하고 싶던 것들에 도전하고, 그리고 또 실패를 맛보기도 하고, 나를 한 발짝 한 발짝 씩 성장시키고 있는 중이라고 믿었었다.
이제 스무 살 보다는 서른 살이 더 가까운 나이가 된지도 한참이다. 관점에 따라서 다르게 보일지도 모르지만, 이제 어디서 ‘어리다’라는 말을 듣기에는 조금 많아진 나이가 되어 버렸다. 지금에 와서 느끼는 거지만 내가 스무 살 시절에 가졌던 생각은 잘못된 것이었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나는 아직도 내가 스무 살이라는 착각 속에 살고 있다.
내 친구들 얘기를 잠깐 해볼까 한다. 몇 해 전 까지만 해도 다들 철딱서니 없고 집에서 용돈이나 받아쓰는 한량 대학생 같던 친구 녀석들이 어느 사이엔가 다들 자기 자리를 찾아서 직장을 갖거나, 아니면 그럴 준비를 하고 있다. 자기 꿈을 실현시킨 녀석도 있고, 아니면 현실과 적당히 타협해서 또 그 나름대로 자리를 잡아서 잘들 살고 있다. 그래서인지 친구들을 만날 때 하는 이야기도 스무 살 그 시절과는 다른 좀 더 현실적인 주제로 바뀌었다. 그럴 때 마다 느낀다. 나는 아직도 스무 살 인체로 살고 있지만, 이 녀석들은 착실하게 어른이 되어가고 있구나. 다들 잘 하고 있구나.
그 친구들이 나에게 미래를 어떻게 준비하고 있는지 물어보면 대답이 궁색해진다. 아직도 도전중이라고 말하기엔 뭔가 부끄럽기도 하고.
나는 아직 스무 살 그대론데, 현실이라는 차가운 벽은 코앞까지 다가와 있다. 그럴 때면 내가 지금까지 꿈꾸고 이루려 노력했던 모든 것들이, 사실은 신기루에 지나지 않았고, 나는 현실을 왜면하고 책임지려 하지 않았던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곤 한다.
나는 아직 스무 살인데, 다들 나에게 차가운 현실을 들이민다. 내가 잘못된 걸까? 내가 철이 없어서 이런 걸까? 나도 이제는 포기하고 제대로 된 어른이 되어야 하는 걸까?
한참동안 그 생각에 빠져 지냈었지만, 결론은 아직도 못 찾았다.
결론을 내린다 해도, 그 결론이 옳은지 그른지 확인 할 수도 없을 것이다. 다만, 내가 내 마음속에 이런 생각을 품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아직은 좀 더 스무 살인 채로 남아 있고 싶다.
훗날 오늘 내가 이런 생각을 했었다는 게, 어리석은 생각이었다는 것을 깨닫고 후회할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그럼 뭐 어떤가. 그 후회가 나를 성장시켜 그때엔 진짜 어른으로 만들어 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혹시 나와 같은 고민을 해본 사람이 있다면 꼭 박새별 씨 ‘아직 스무 살’을 들어보길 바란다. 노래도 좋은데, 마음속에 품고 있는 그 고민이 당신 혼자만의 것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게 해줘서 더 좋다.
글 : 이시형(tigris0623@onair168.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