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만자전거] 록 음악의 흐름을 바꾼 비틀즈의 음반 한장
1966년 8월 5일에 사이키델릭 음악이 좀더 확장되고 다듬어져 구체화 되어 나타난 일곱번째 음반 <Revolver>를 발표한 <비틀즈>는 일주일 뒤인 8월 12일 부터 미국에서 순회 공연에 들어 갔다. 8월 29일 까지 진행되었던 십칠일간의 순회 공연 기간 중 시카고에서 진행된 공식 언론 인터뷰에서는 지난 3월에 있었던 이브닝 스탠다드(Evening Standard)와의 인터뷰에서 불거졌던 존 레논의 설화 사건에 대한 해명의 시간을 갖기도 했다. 당시 존 레논은 <비틀즈는 예수 보다 더 유명하다>는 요지의 발언을 하여 엄청난 후폭풍을 맞았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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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미국 순회 공연을 무사히 마치고 귀국한 비틀즈는 돌연 더 이상 순회 공연에 나서지 않겠다는 폭탄 선언을 한 후 휴식에 들어가게 된다. 이후 존 레논은 9월에 영화 촬영을 위해 독일로 향했으며 조지 해리슨 부부는 10월에 인도로 여행을 떠났다. 그리고 폴 맥카트니는 11월에 코미디 영화 <패밀리 웨이(The Family Way)>의 영화 음악을 녹음하기 위해 녹음실로 들어 갔다. 이 당시 비틀즈의 폭탄 선언 이후 멤버들이 뿔뿔이 흩어져서 독자적인 시간을 갖게 되자 9월 부터 비틀즈 해산설이 심심치 않게 팬들과 언론을 통해서 흘러 나오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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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그런 팬들의 우려를 불식시키기라도 하듯이 12월이 되면서 비틀즈가 새 음반의 녹음을 위해서 다시 모인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재충전의 시간을 보낸 후 오랜만에 녹음실에 다시 모인 비틀즈의 멤버들은 곧 바로 새 음반을 위한 세션에 들어 갔으나 외부에서 지켜 보는 팬들의 입장에서는 여전히 해산설에 무게를 두고 있었다. 이런 팬들의 우려는 폴 맥카트니가 1967년 1월 말에 신문 기자와 가졌던 인터뷰에서 <비틀즈는 현재 해산 상태이다>라고 한 발언으로 더욱 증폭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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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폴 맥카트니의 이런 발언에도 불구하고 비틀즈는 1967년 2월 13일에 새로운 싱글 <Penny Lane/Strawberry Fields Forever>를 발표하여 팬들의 우려를 불식시켰다. 새 음반 <Sgt. Pepper's Lonely Hearts Club Band>의 세션 중에 녹음된 이 싱글은 전형적인 애시드 록(Acid Rock: 환각적인 록 음악)의 형태를 갖춘 음악으로 영국의 싱글 차트에서는 2위에 그쳤으나 미국의 빌보드 싱글 차트에서는 1위에 올라 비틀즈의 인기를 다시금 증명하기도 했다.
그리고 1967년 6월 1일에 비틀즈는 드디어 새 음반 <Sgt. Pepper's Lonely Hearts Club Band>를 발표하게 된다. 록 음악의 흐름을 바꿔 버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이 음반은 하나의 주제 아래에 만들어진 컨셉트 음반(Concept Album) 형식를 띠고 있는데 이러한 구체적인 시도는 비틀즈가 거의 처음이었다. 참고로 영국의 프로그레시브 록 밴드 <무디 블루스(Moody Blues)>가 <드보르작(Antonin Dvorak)>의 신세계 교향곡을 바탕으로 제작한 컨셉트 음반이자 무디 블루스의 역사적인 데뷔 음반 <Days of Future Passed>는 비틀즈의 음반이 발표되고 5개월이 지난 1967년 11월 10일에 발표되었었다.?
사이키델릭의 진수를 보여 주었던 음반 <Revolver> 보다 진일보한 <Sgt. Pepper's Lonely Hearts Club Band>는 가상의 브라스 밴드인 <서전트 페퍼스 론리 하츠 클럽 밴드>의 공연을 주제로 하고 있는 음반으로 음반의 표지에는 <말론 브란도(Marlon Brando)>, <밥 딜런(Bob Dylan)>, <오스카 와일드(Oscar Wilde)>, <에드가 앨런 포(Edgar Allan Poe)>, <지그문트 프로이트(Sigmund Freud)>, <하버트 조지 웰스(Herbert George Wells)>등 유명인의 사진을 배경으로 <서전트 페퍼스 론리 하츠 클럽 밴드>의 멤버로 변신한 비틀즈 멤버들의 모습이 정면에 자리하고 있다. 물론 가상의 밴드와 차별화를 위해 젊은 비틀즈 멤버들의 사진도 표지 좌측에 등장시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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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장의 소음을 등장시켜 실황 연주의 분위기를 살린 첫번째 곡 <Sgt. Pepper's Lonely Hearts Club Band>는 공연장의 소음에 이어 날카롭고 사이키델릭한 기타 연주로 밴드를 묘사하고 있는 곡이다. 중간에 등장하는 관악기 연주가 서전트 페퍼스 론리 하츠 클럽 밴드가 브라스 밴드임을 알려 주고 있기도 하다. 링고 스타가 리드 보컬을 담당하고 있는 다음 곡 <With A Little Help From My Friends>는 링고 스타의 드럼과 목소리가 강조되고 있는 부드러운 흐름을 가진 곡이다.?
노래 제목을 줄이면 LSD 가 된다고 하여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던 <Lucy In The Sky With Diamonds>는 존 레논의 목소리에 의도적으로 몽롱한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어 이런 의심을 더욱 증폭시키고 있는 곡이다. 이 곡이 발표될 당시에 존 레논은 아들 줄리안 레논(Julian Lennon)이 그린 그림에서 영감을 얻어 이 곡을 만들었다고 밝혔으나 2004년에 폴 맥카트니가 BBC와의 인터뷰에서 약물과 관련이 있음을 확인해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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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기 넘치던 비틀즈 초기의 음악을 떠올리게 하는 <Getting Better>에 이어지는 곡은 폴 맥카트니가 보컬을 담당하고 있는 <Fixing A Hole>이다. 이 곡은 조지 마틴의 하프시코드 연주를 배경으로 이중(Overdubbing)으로 녹음된 폴 맥카트니의 음성과 역시 이중으로 녹음된 조지 해리슨의 기타 연주가 효과를 보고 있는 곡이다. 폴 맥카트니가 신문 기사에서 본 가출 소녀에 대한 이야기를 노래로 만든 <She's Leaving Home>은 네대의 바이올린과 두대의 비올라와 첼로, 그리고 하프를 사용하여 클래식과 록 음악의 접목을 시도한 아름다운 곡으로 비틀즈의 멤버 중에서 폴 맥카트니와 존 레논만 이 곡에서 보컬로 참여하고 있으며 비틀즈의 연주는 삽입되지 않은 곡이다.?
비틀즈가 영국 켄트의 골동품 가게에서 우연히 보게 된 1843년의 서커스단 포스터에 적혀 있던 선전 문구에서 영감을 얻어 만들어진 곡 <Being For The Benefit Of Mr Kite>는 하모늄과 해먼드 오르간, 그리고 테이프 루프를 이용한 음향 효과로 서커스단의 공연 분위기를 재현하고 있는 곡이다. 조지 해리슨이 만들고 직접 노래 까지 불러 주고 있는 <Within You Without You>는 조지 해리슨의 시타르 연주와 탐부라 연주가 동양의 신비함을 표현하고 있는 곡으로 조지 해리슨 외에 다른 멤버들은 이 곡에 참여하지 않았다.
오래된 재즈 곡을 듣는 것 같은 <When I'm Sixty Four>에서는 폴 맥카트니의 목소리가 십대 소년의 그것 처럼 들리는데 이런 효과를 위해서 테이프의 재생 속도를 조금 빠르게 해서 녹음하였다고 하며 낭만적인 흐름이 특징인 곡이다. 폴 맥카트니가 주차 위반으로 딱지를 떼인 경험에서 만들어진 <Lovely Rita>는 가사에 주차 위반을 단속하는 여자 경관을 뜻하는 말인 미터 메이드(Meter Maid)를 등장시키고 있는 곡으로 경쾌한 분위기가 주도하는 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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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렁찬 닭울음 소리로 아침이 밝았음을 알리는 <Good Morning Good Morning>은 콘플레이크(Cornflakes)의 광고에서 영감을 얻어 만들어진 곡으로 곡의 후반에 등장하는 다양한 동물들의 소리가 인상적인 곡이다. 이 곡은 다양한 동물들이 내는 소리에 이어서 닭 울음 소리로 곡을 마무리 하고 있는데 재미있는 것은 다음 곡인 <Sgt. Pepper's Lonely Hearts Club Band (Reprise)>의 도입부에 등장하는 기타의 키와 끝 부분의 닭 울음 소리가 절묘하게 맞아 떨어진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는 의도적인 것이 아닌 우연히 발생한 일이라고 한다.?
음반의 대미를 장식하는 곡이자 음반에서 가장 뛰어난 트랙인 <A Day In The Life>는 존 레논과 폴 맥카트니가 각각 만들어 두었던 미완성 곡을 합쳐서 탄생한 장중한 곡으로 두 곡의 자연스러운 연결은 일그러진 듯한 오케스트라의 연주 부분이 담당하고 있다. 신문에서 읽은 자동차 사고로 인한 사망 사건에서 영감을 얻어 만들어진 존 레논의 가사와 폴 맥카트니의 젊은 날을 추억하는 가사가 만나 환각적인 영상을 만들고 있는 이 곡은 비틀즈가 남긴 최고의 작품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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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틀즈의 여덟번째 정규 음반인 <Sgt. Pepper's Lonely Hearts Club Band>는 컨셉트 음반이라는 구체적이고 새로운 형식을 탄생시킨 음반으로 이후의 록의 역사에 지대한 영향을 끼치게 된다. 한마디로 록의 흐름을 바꾼 음반이라고 할 수 있으며 싱글 위주였던 록 음반의 한계를 뛰어 넘은 기념비적인 음반으로 사이키델릭 사운드의 정점에 올라 있는 음반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