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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괴즐의 빠돌이즘]

1부 서태지, 3화: 소떼 속의 <필승>



다들 수학여행의 기억을 가지고 있을 것입니다. 많은 경우 이 여행에서 처음 술을 접하거나 혹은 선생님이 손수 건네는 술을 먹어보기 때문에, 술에 대한 기억으로 수학여행을 회상하곤 합니다. 하지만 저의 고2 때 친구들은 조금 색다른 기억을 가지고 있지요.


우리는 둘러앉아 선생님이 건네는 술잔들을 마셔갔습니다. 과하지는 않지만 서툰 잔들을 비우고 있던 우리에게 선생님이 외쳤습니다. “노래, 노래를 듣자. 1번!” 세상에, 현실감을 잃으신 선생님은 광대를 세우는 것이 아니라 1번을 세웠습니다. 그리고 그 번호는 도미노처럼 넘어갔고, 우리는 전원 노래를 부르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2001년은 브라운아이즈(Brown Eyes)라는 걸출한 R&B 뮤지션이 출몰한 해이기도 해서 그런지 친구들은 소를 몰고 오기 시작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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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번이 부른 소, 2번이 부른 소, 3번이 부른 소, 4번이 부른 소, 5번이 부른 소, 6번도 부른 소, 7번이 부를 소·······

소들은 점점 우리들 사이사이에 들어오기 시작했고 우리들의 잔을 찾기도 어려울 만큼 소들은 떼를 이루었습니다. 가끔 소가 아닌 다른 동물을 부르기도 했는데, 그래봤자 염소거나 잘해봐야 양이었습니다. 저는 우리가 이제는 수능의 최전방인 고3에 투입되는데 이렇게 소들만 불러서는 곤란한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고, 점점 이대로는 안 되겠다는 심각한 고뇌에 빠졌습니다.


원래 부르려고 했던 <붕붕붕> 그러니깐 “붕붕붕~ 아주 작은 자동차, 꼬마 자동차가 나간다. 붕붕붕~ 꽃향기를 맡으면 힘이 솟는 꼬마자동차”는 불러낼 수가 없었습니다. 이미 소들로 가득한 방에서 ‘붕붕이’는 이리저리 밟히기 십상이었기 때문이지요. <붕붕붕>은 저의 오랜 18번이었지만, 눈물을 머금고 꽃밭으로 돌려보냈습니다.


온갖 소들이 우글대는 사이로 손을 뻗던 친구, 저는 그의 떨리는 손끝에 있던 숟가락을 힘겹게 건네받았습니다. 그리고,

사냥이 시작되었습니다.




난 버림받았어 한마디로 얘기하자면 보 기좋게 차인것 같아?

빌어먹을 내 가슴속엔 아직 네가 살아있어?


정말 난 바보였어 몰랐었어 나를 사랑한다 생각했어?

내 마음도 널 사랑했기에 내가 가진 전 부를 줘버렸어?

넌 왔다갔어 이런 날벼락이 이 세상에 혼자 남은듯한?

하늘이 무너져 내리고 있어 그리고 자꾸 깊은 곳으로 떨어져?


아무도 모르게 내속에서 살고있는 널 죽일꺼야?

내인생 내길을 망쳐버린 네 모습을 없애놓을꺼야?


그렇게 사랑스럽던 네가 나에겐 눈물을 보일 기회도 주지 않았었지?

아무일도 난 잡히지 않았고 왜 아무것도 들리지도 보이지도 않나?

허우적대고 있었지 내 생활은 칙칙하게 됐어?

앞뒤가 맞지가 않잖아 나는 이를 악물고 오히려 잘됐어?


아무도 모르게 내속에서 살고있는 널 죽일꺼야?

내인생 내길을 망쳐버린 네 모습을 없애놓을꺼야?

아무도 모르게 아무도 모르게 설레였던 나의 마음을?

아름답던 기억들을 없애놓을꺼야 밤새우며 그리워한 많은 날들을?

미치도록 사랑스런 너의 모습을 손해를 봤어 잘못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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