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우 프로젝트 노년반격 콘서트
-노년, 홍대 격파!
올 초부터 가수 이한철과 한국 에자이(주), 우리 마포복지관이 공동 주최·주관한 시니어 뮤지션 발굴 프로젝트 ‘노년반격’의 대미인 콘서트가 지난 수요일 홍대 웨스트브릿지에서 열렸다.
‘나를 있게 하는 우리’라는 뜻의 나우 프로젝트, 그 두 번째 시즌으로 진행되는 노년반격은 55세 이상의 시니어들이 뮤지션의 꿈을 이룰 수 있도록 돕는 사회공헌 프로젝트이자 창작 지원사업이다.
오디션을 통과한 두 팀 실버그래스, 바야흐로는 전문 뮤지션의 도움을 받아 자신만의 이야기를 담은 노래 <첫 번째 가출>, <이 나이쯤에>를 각각 제작해 지난 4월 음원 및 뮤직비디오를 발표했다.
#1. 한 대 맞으러 왔습니다
19시 00분. 여유롭게 공연장에 도착해 웨스트 브릿지 건너편의 카페에 앉아 공연장으로 향하는 사람들을 살폈다. 백발의 노부부 부터 공연팀의 사위나 아들 쯤 돼보이는 꽃다발을 든 회사원들, 금발의 외국인, 20대 커플까지. 생각보다 다양한 관객층이 노년반격을 찾고 있었다.
19시 30분. 장내의 조명이 어두워지자 공연장을 꽉 메운 관객들은 노년의 반격을 온몸으로 맞을 준비가 된 듯 뜨거운 박수와 함성을 보냈고, 이에 답하여 실버그래스가 등장했다.
#2. 홍대로 가출한 ‘실버 그래스’
밴드의 합주로 무대가 열렸다. 금방이라도 일어나 바짓자락 붙잡고 콩콩대야 할 것 같은 컨트리 음악 특유의 경쾌한 리듬에 밴조, 만돌린 같은 악기가 얹어져 신명을 더한다. 실버그래스는 프로밴드에 버금가는 매력적인 컨트리 사운드를 구사하는데, 그도 그럴 것이 멤버 김구 씨와 이웅일 씨는 30년 전부터 컨트리 음악의 하위장르인 블루그래스에 심취해 꾸준히 연주하고 공연도 열었단다.
“벼락 맞은 것 같아요.”
이웅일 씨가 말문을 열었다. 끝나면 밥이나 한 그릇 하고 갈 생각으로 참가했던 오디션에 통과해 프로필 사진, 뮤직 비디오 촬영부터 음원 발매에 이어 공연까지, 지금 이 순간 나라를 구한 것 같다고. 이 프로젝트를 완성하기 위해 많은 분들이 힘써 줬는데. 그 분들 앞에서 노래하게 되어 좋고, 아버지를 응원하기 위해 멀리서 와준 아들이 내일 생일이라며 즉석에서 ‘Happy birthday dear my son~’을 불러 보이기도 했다. 이렇게 낭만적인 아버지, 이렇게 근사한 생일축하곡이라니. 장내에 흐뭇한 탄성이 터져 나왔다.
앨범에 실린 <첫 번째 가출>을 작곡한 이한철에 대한 감사 표현도 잊지 않으며 노래를 이어갔다. <첫 번째 가출>은 이한철의 곡에 실버그래스 멤버들이 가사를 붙였는데, 어린 시절 강냉이 하나 얻어먹을 수 없는 형편에 심술이 나서 가출을 한 주인공이 결국 할머니와 누나의 손에 붙잡혀 아버지에게 아프진 않은 매를 철썩철썩 맞는다는 내용이다. 그렇게 실버그래스는 한 곡의 요들과 두 곡의 가스펠을 ‘소중히’마저 부르고 무대를 마무리했다. 앞으로도 틈날 때마다 가출해야겠다는 말과 함께.
#3. 이 나이쯤에도 청바지가 잘 어울리는 ‘바야흐로’
듀오 바야흐로는 <그대니까>로 차분하게 실버그래스의 바톤을 이어받았다. 어쿠스틱 기타와 보컬을 맡은 김철모 씨의 호소력 짙은 목소리에, 색소포니스트 진효근 씨의 애절한 색소폰 소리가 덧입혀졌다.
김철모 씨는 우리 둘 평균 연령이 40대가 된 거 같다 말했다. 사실 내가 20대가 돼서 평균연령이 40대인 거라고. 다니던 직장에서 명예퇴직하고 우연한 기회에 노년반격을 알게 돼 도전하게 되었는데,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20대로 돌아간 기분이란다. 태어나 처음 고데기로 머리도 세우며, 아내가 기분 전환하러 미용실 가는 기분을 알게 됐다고.
수준 높은 송라이팅 능력을 갖춘 김철모 씨는 요즘 정장 바지보다 청바지를 더 자주 입게 됐다 말하며, 이런 변화를 담아 만든 자작곡 <청바지를 입고>를 이어 불렀다.
“청바지를 입고 거릴 나선다. 미니 고데기로 앞머릴 세우고. 해가 지는 하늘에 노을이 찬란하듯 마지막 남은 인생 멋있게 살고 싶어. 세상은 그대로지만 오늘은 달라 보여. 내 몸은 자유를 느껴. 오! 세상이 아름다워. 청바지를 입고.(<청바지를 입고> 가사 中)”
김철모 씨의 변화를 담은 곡 <청바지를 입고>에 이어 색소포니스트 진효근 씨가 우리에게 잘 알려진 윤복희의 <여러분>을 이한철 밴드와 함께 연주해 큰 박수를 받기도 했다.
“여러분은 설렘을 느끼시나요?”
김철모 씨가 물었다. 자신은 요즘 무척이나 설렌다고. 부산 집에서 혼자 노래 부르던 걸 이렇게 무대에서 불러보기도 하고. 이 핑계로 오랜만에 친구들도 다 모이게 되었다고. 그러면서 그는 관객들에게 어떻게든 ‘건덕지(구실)’를 만들어 설레는 일을 많이 찾으라고 당부했다. 그렇게 그는 그의 또 하나의 자작곡이자 이번 노년반격 앨범에 실린 <이 나이쯤에>를 열창했다.
마지막 곡은 프로젝트를 리드해준 이한철의 <옷장 정리>였다. 자신의 곡을 선곡했단 소식에 무대 연출 사항을 바꿔가며 등장한 이한철은 바야흐로와 멋진 콜라보를 보이며 자연스레 바톤을 이어 받아, 그 다운 싱그러운 곡들을 재기발랄한 무대매너로 이어갔다. 그러는 중에 그는 관객들에게 메시지로 받아둔 ‘20년 후의 자신에게 보내는 메시지’를 소개하기도 했다.
#5. 노년반격. 노년이 들려준 삶의 지침
노년의 청춘 실버그래스와 바야흐로! 이들은 공연 중 손을 파르르 떨며 긴장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는데, 평균연령 60세의 그들이 삶을 살아가며 손이 파르르 떨릴 정도로 긴장할 일이 무엇이 있었을까? 노년의 떨림이 청춘의 울림으로 공명하는 내일을 기대하며 또 다른 우리 사회의 ‘나우’ 프로젝트를 기대해본다.
글 : 진명규(myeongkyou@onair168.com)
사진 : 전민제(applause@onair168.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