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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매원매화.jpg

 

봄이 오는 소리가 들린다.

 

chapter 1. 봄은 마음에서부터 온다.

 

 봄은 어디서 오는 걸까? 이 평범한 질문에 어떻게 답을 해야 할까? 간단하다. 남쪽에서부터 온다. 내가 살고 있는 이곳 대구에서는 다른 도시의 봄소식을 전해 들어야 한다. 다른 이들이 먼저 접한 봄을 귀로 먼저 들어야 한다는 사실은 슬프지 아니한가?

 

 뭐, 잡담을 잠시 하자면, 대구에서 봄을 전해 들으면 먼저 떠오르는 것이 하나 있다. 바로 ‘금방 여름이 오겠지?’라는 생각이다. 대한민국이 점점 아열대 기후화가 되어가는 현실에서 봄이 얼마나 짧아질지... 안타까운 현실이다. 조금 더 보태면 봄, 가을 옷은 사지 않아도 되지 않는 때가 오지 않을까?

 

 최근 몇 년을 곰곰이 생각해보면 봄을 맞이하러 진해에 간 기억이 가장 많다. 벚꽃만이 봄의 시작을 알리는 것은 아닌데, 왜 항상 벚꽃이었을까? 그래서 이번 봄에는 심사숙고한 끝에 다른 여정을 계획했다.

 

 벚꽃보다 먼저 봄을 알려주는 것 중 단연 돋보이는 것은 매화다. 그래서 긴 고민하지 않고 매화를 여행의 첫 목적지로 선정하게 되었다. 가까운 곳을 검색해보다 양산에 있는 원동역, 그리고 그 옆을 매화로 덮고 있는 순매원에 시선이 고정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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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낙동강 줄기를 따라 철길이 굽어 있고, 그 작은 간이역에 순매원은 맞닿아 있다. 몇 년 전부터 매화를 보기 위한 사람들의 발길은 점점 늘어갔고, 이제는 매화축제라는 이름으로 더 많은 이들을 유혹한다. 그래서 우리는 축제가 열리기 한 주전에 미리 그 매화원을 둘러보았다. 소박한 시골의 마을, 작은 간이역, 그리고 매화로 가득 찬 정원. 봄과 이토록 잘 어울리는 것들이 한 곳에 이렇게 있다니 우연이지 않을까? 강바람에 흩날리는 매화는 아직은 차가운 바람에 맞서있고, 우리는 옷깃을 여민다. 이른 봄은 아직은 겨울의 매서움을 지니고 있고, 그 매서움에 매화는 두려워하지 자신의 꽃을 피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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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화원을 구경하는 사람들로 붐비는 매화원은 조금 아쉽다. 물론 주말이라서 더 그렇겠지만, 한적함이 더 어울리는 곳일텐데... 이렇게 상상을 해본다. 인적이 드문 매화원의 한 가운데 가만히 앉아 있는 상상을... 나무들로 가득 찬 그 가운데 홀로 앉아 봄의 정취를 느낄 수 있다면? 생각의 그 깊은 곳으로 들어가 나는 어느새 홀로 고요함을 느끼게 된다. 그 고요함 속에서 매화의 향은 내 몸을 감싸안는다.

 

 정이 급한 마음에 서둘러 그곳을 떠났지만, 내년의 순매원을 벌써부터 계획해본다.

 

 산이라고 하면 사람들은 가장 먼저 통도사를 떠올린다. 다녀온 지 벌써 한 달이 더 넘었지만, 통도사로 걸어 들어가는 그 소나무길은 아직도 내 마음을 설레이게 한다. 얼마나 긴 세월을 살아왔고, 살아가고 있는 것일까? 길게 뻗은 그 소나무의 숨결이 봄과 함께 나에게로 다가왔다. 도심에서 조금만 떨어지면, 이렇게 자연과 가까워질 수 있다는 사실이 참 다행이지 않은가?

 

chapter 2. 통도사의 소나무숲길에 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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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나라 삼보사찰(三寶寺刹:佛寶·法寶·僧寶로 일컬어지는 세 사찰) 가운데 하나인 불보(佛寶) 사찰이며, 대한불교조계종 제15교구 본사이다. 646년(선덕여왕 15)에 자장율사(慈藏律師)가 창건하였다. 산 이름을 영축산이라 한 것은 산의 모양이 인도의 영축산과 모양이 매우 비슷하기 때문이라고 하나, 그 옛 이름은 축서산(鷲棲山)이다.

 

 절 이름을 통도사라 한 까닭은 ① 전국의 승려는 모두 이곳의 금강계단(金剛戒壇)에서 득도(得度)한다는 뜻, ② 만법을 통달하여 일체 중생을 제도한다는 뜻, ③ 산형이 인도의 영축산과 통한다는 뜻 등이 있다.

 

 창건주 자장율사가 643년에 당나라에서 귀국할 때 가지고 온 불사리와 가사(袈裟), 그리고 대장경 400여 함(函)을 봉안하고 창건함으로써 초창 당시부터 매우 중요한 사찰로 부각되었다. 특히 불사리와 가사뿐 아니라 우리 나라 역사상 최초로 대장경을 봉안한 사찰이기 때문이다.

 

 이와 같은 역사 기록은 통도사의 사격(寺格)을 단적으로 설명해 주는 매우 중요한 기록임에 틀림 없다. 그리고 이 절을 창건한 자장율사는 계단(戒壇)을 쌓고 사방에서 오는 사람들을 맞아 득도시켰다. 이에 통도사는 신라 불교의 계율 근본도량(根本道場)이 되었다.

(출처 / 다음 백과 : http://100.daum.net/encyclopedia/view/14XXE0059253)

 

 통도사가 가지는 매력은 위의 설명으로 담아내기로는 부족하다. 그 소나무 숲길의 끝에 있는 소박한 절의 모습에 한 번 더 놀라게 된다. 화려하고, 웅장한 절의 모습을 떠올릴 수 있는 설명들이 여기저기에 넘쳐난다. 하지만, 그 사찰의 모습은 작고 소박하며, 색과 빛이 바랜 벽화는 세월의 깊이를 그대로 간직한 듯하다.

 

 그리고 봄에 어울리는 이유가 하나 있다. 바로 홍매화가 피어나기 때문이다. 하얀 매화와는 달리 붉은 색조로 물들어 있는 홍매화는 보는 이로 하여금 봄을 느끼게 해주기에 부족함이 없다. 사람들의 얼굴에는 하나같이 홍매화의 색과 같은 연분홍을 띄고 있고, 그 마음은 조금씩 조금씩 치유가 되고 있는 것이 느껴진다. 여행은 곧 치유가 아니던가?

 

 “완벽하지 않은 것들에 대한 사랑”의 한 구절을 적어본다.

 

 가끔씩 혼자 조용히 있을 때 느끼는 마음의 고요는

 마음에 주는 약과도 같습니다.

 홀로 조용히 있을 때

 자신의 중심을 되찾으며 내 안의 신성과 만날 수 있습니다.

 고요함의 약을 스스로에게 처방하세요.

 

 혜민 스님의 책에 치유라는 부분에 나오는 글이다. 여행은 치유와 같다. 내가 머물던 곳에서 잠시 벗어나 또 다른 나를 만난다. 도시의 일상에서 나를 구출해서 여행을 가는 곳이다. 지친 일상으로 상처받은 우리는 그 답답한 공간을 벗어나야 치유될 수 있지 않을까?

절의 돌담길을 천천히 둘러보면서 난 치유 받고 있었던 것이다. 함께 왔지만, 가끔은 이렇게 혼자 거닐게 되는 것이 여행이다. 많은 사람들 속에서 느끼는 고독감이 아닌 내가 만들어낸 고요함은 나를 위로하게 된다.

 

 우리는 봄을 기다린다. 봄꽃을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봄을 기다린다. 그리고 그 봄은 우리의 마음으로 먼저 느낀다. 눈으로 봄의 꽃들과 색을 전해 받을 때는 이미 그 봄을 맞이할 준비가 되어있다. 그래서 봄은 우리의 마음속에서 제일 먼저 느끼는 것이지 않을까?

 

 순매원과 통도사에 많은 사람들 마음속에서 나는 봄을 전해 받을 수 있었다. 수줍은 계절인, 이 봄은 사람들의 마음을 온통 설레이게 만드는 사랑꾼이지 않은가? 그런 설레이는 사람들의 감정이 모여 있는데 웃음꽃이 피어나지 않을 수는 없다.

 

 봄에 가장 아름다운 꽃은 그 설레임으로 피어나는 웃음꽃이라 말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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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재활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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