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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픈런

 

연극 <한밤중에 개에게 일어난 의문의 사건>

 

“그건 내가 뭐든 할 수 있다는 뜻인가요?”

 

 


영국 런던에서 조금 떨어진 소도시 스윈던의 한 주택가에서 어느 날 한밤중, 개 한 마리가 정원용 삼지창에 의해 잔인하게 살해당하는 사건이 발생한다. 살해된 개 ‘웰링턴’을 처음 발견한 것은 자폐증을 앓고 있는 옆집 소년 크리스토퍼. 크리스토퍼는 누구보다 좋은 친구였던 웰링턴을 죽인 범인을 밝혀 내기로 결심하고, 세상을 향해 용감한 발걸음을 내딛는다.


 

 김수로 프로젝트 14번째 작품, 연극 <한밤중에 개에게 일어난 의문의 사건>(이하 ‘한밤개’)이 지난 달 27일 개막했다. 마크 해던(Mark Haddon)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하는 연극 <한밤개>는 영국 초연 당시 올리비에 어워드 7개 부문 수상을 휩쓴 데 이어 올해 토니 어워드에서는 5개 부문의 상을 석권하며 최다 수상작의 영예를 안은, 그야말로 지금 가장 ‘핫’한 작품이다.

라이센스 공연 확정 소식이 전해진 후, 작품을 기다리던 팬들의 관심은 무대 계약 여부에 집중됐다. 아쉽게도 이번 국내 공연에서는 고가의 로열티로 인해 무대 계약은 성사되지 못 했으나, 작품을 관람한 관객들은 오히려 이것이 ‘신의 한 수’였다는 평을 내놓는다. 국내 크리에이티브진의 손을 거치며 새로운 매력을 덧입은 한국만의 버전이 탄생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한밤개_공연스틸_우주비행사.jpg

 

 무대는 뮤지컬 <모차르트!>, <베르테르>, <스토리 오브 마이 라이프>를 통해 감각적인 무대를 선보여 온 국내 굴지의 무대 디자이너 정승호의 손에서 재탄생했다. 최소한의 세트와 소품만이 배치되어 있는 넓은 무대를 채워주는 것은 다채로운 영상과 조명. 빔 프로젝터와 LED 라이트, 인터렉티브 미디어 등의 디지털 기술을 최대한으로 활용하는 한편 작품의 정서에 부합할 수 있도록 아날로그적인 면도 놓치지 않았다. 비어 있던 공간은 배우들의 몸짓을 통해 옷걸이가 되고, 수납장이 되고, 우주가 된다. 여기에 더해지는 음악이 관객의 상상력을 극대화한다. 극장을 떠난 후에도 한참동안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 음악은 연극 <프라이드>, <스피킹 인 텅스> 등을 통해 특유의 감성으로 관객을 사로잡았던 김경육 작곡가의 작품이다.

 

한밤개_공연스틸_전성우03.jpg

 

 크리스토퍼의 ‘범인 찾기 프로젝트’는 세상과의 만남으로부터 시작한다. 열 다섯 소년의 눈에 비친 세상은 혼란과 모순으로 가득하다. 이해되지 않는 메타포와 명확한 답이 없는 모호함으로 둘러싸인 세상에서 크리스토퍼가 내딛는 걸음걸음은 혼돈의 연속. 약속된 기호체계를 익히고, 혼란스러운 세상에서 자신만의 규칙성을 찾아가며 세상과 만나지만 여전히 타인과의 접촉에 극도로 예민하게 반응한다. 물론, 크리스토퍼를 향한 세상의 시선도 곱지만은 않지만, 마치 게임 음악처럼 경쾌한 사운드 위에서 서두르지 않고 한 계단, 한 계단을 밟아간다.

 

 원작 소설이 크리스토퍼의 1인칭 시점으로 진행된다면, 연극 <한밤개>에서는 크리스토퍼의 특수학교 교사 ‘시오반’이 또 다른 내레이터로 등장해 크리스토퍼가 쓴 책을 읽는다. 그리고 그것이, 시오반 선생님의 제안으로 다시 한번 연극으로 만들어지는 구성이다.

 

 이같은 구성은 극장의 모든 사람들이 크리스토퍼의 모험과 성장을 지켜보고, 함께할 수 있게 만든다. 따라서 극중에 등장하는 ‘아이’는 크리스토퍼뿐이지만, 성장하는 것은 크리스토퍼만이 아니다. 크리스토퍼를 사랑하지만 너무나 서툴렀던 엄마와 아빠도, 아이와 함께 성장한다. 안아주고 싶었지만 방법을 몰랐던 엄마가 가르쳐 주었던 ‘손끝’ 인사. 크리스토퍼가 그 손을 객석을 향해 뻗는 순간 객석 전체는 뭉클한 감동에 휩싸인다. 마침내 크리스토퍼의 우주와, 우리의 세상이 만나게 되는 순간이다.

 

한밤개_공연스틸_전성우,김로사.jpg

 

 “그건 내가 뭐든 할 수 있다는 뜻인가요?”

 

 연극은 물음표로 가득한 세상에 크리스토퍼가 던지는 물음으로 끝을 맺는다. 누군가는 우려를, 누군가는 응원을 담은 시선을 보내지만 어느 누구도 크리스토퍼의 물음에 선뜻 ‘그렇다’는 대답을 내놓지는 못 한다. 연출을 맡은 김태형은 이것이 현재 대한민국에서 살아가는 우리가 크리스토퍼와 같은 아이들에게 보내는 시선이라 생각한다며, 관객들이 마지막 질문을 받고 다시 한 번 생각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는 말을 전했다.

 

우리는 과연 크리스토퍼의 물음에 어떤 답을 해줄 수 있을까. 크리스토퍼가 만나는 눈부시게 아름답고, 놀랍도록 혼란스러운 세상이 기다리고 있는 극장에서 해답을 찾아보자. 당초 내년 1월 31일 폐막 예정이었던 공연은 뜨거운 반응에 힘입어 5일간의 연장 공연을 확정짓고, 2월 6일까지 이어진다.

 

 


한밤개_포스터_공모전ver_151116.JPG

 

 

[공연 정보] 연극 <한밤중에 개에게 일어난 의문의 사건>

기간 : 2015.11.21. - 2016.2.6.

장소 : 광림아트센터 BBCH홀

출연 : 윤나무 려욱 전성우 김영호 심형탁 배해선 김지현 김로사 양소민 김동현 황성현 한세라 김종철 강정임 조한나 신창주 김바다 김선영 손은지 조창희

 

 

글 : 김라영(rayoung@onair168.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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