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폐왕 둘리 패거리의 아성을 위협하는 강력한 경쟁자, 두치 패거리의 <두치와 뿌꾸>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스토리보다 한치두치세치네치 하던 요상하게 중독성있는 주제가를 기억하는데, 만화도 만화지만 그만큼 주제가는 상당한 명곡이었다. 패러디도 자주 되고, 실생활에서도 조롱의 용도로 활용하기 쉽고.
1000년간의 봉인이 끝나면 마빈박사의 세계정복을 위한 병기로 쓰일 예정이던 몬스터 4인방은 999년이 되던 해 두치에 의해 우연히 깨어난다. 갈 곳없던 4인방은 이후 두치의 집에 머물게 되고, 이때부터 만행이 시작된다. 무료로 숙박하며 막대한 먹거리를 탐하는 것도 모자라 마빈박사의 흉계에 당해 주변인을 위험에 빠뜨리고, 상식밖의 일을 저지르며 두치 엄마를 분노케 하는 등 둘리의 뒤를 이어 민폐왕의 자리에 도전한다. 그러나, 후안무치하고 은혜를 모르는 둘리 패거리와 달리 이녀석들은 최소의 양심이 있다. 잘못우 아는지 죄를 저지르면 곧 사죄를 하는데 약간의 귀여움이 느껴진다. 이야기는 옴니버스식 구성으로 마빈박사에게 세뇌당해 잘못을 저지르던가, 해로운 괴물로 오인받았으나 선행으로 인정받는 내용으로 진행된다.
아동용 애니답지않게 결말은 새드하다.
(다소 스포) 마빈박사를 때려잡은 4인방중 늑대를 제외한 3인은 인간이 되지만 과거 미친 늑대에게 물린 효과가 남은 리노는 인간이 되지못한다. 이에 리노를 위해 미친 늑대를 잡기로한 4인방은 눈물흘리는 두치를 남겨둔 채 다음을 기약하고 마을을 떠난다.
시작은 민폐였으나 사나이의 눈물과 우정이 느껴지는 결말에 무릎을 탁치고 말았다. 아동용 애니의 결말이 왜이런지는 모르겠으나, 어느덧 늙은이의 반열에 오른 필자의 눈물샘에도 어느새 이슬이 고였음을 느낀다. 좋은 우정이야.
3개월전 술값을 대출해준 중학교 동창에게 전화를 걸기로 마음먹었다. 오랜만이야. 두치와 뿌꾸 봤니? 꼭 봐. 우리 사이 그깟 술값 아무것도 아니지. 몬스는 다 때려부수고도 용서받던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