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회 수 579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화요일의 재즈 이야기


“당신을 원하는 난, 바보겠지요.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을 원하거든요.”

‘I’m a fool to want you’란 곡의 도입부 가사.. 

간혹, 늦은 시간 이 곡을 듣고 있노라면 진한 스카치, 그리고 양질의 시가가 생각난다.

깊이를 알 수 없는 슬픔과 쓸쓸함. 

후……

 

 오늘의 주인공은 Billie holiday (Eleanora Fagan 1915~1959). 

태어남과 동시에 가난한 부모에게 버림을 받은 그녀는 어린 시절부터 사창가에서 허드렛일을 하며 살아왔다고 한다. 그렇게 하루하루를 버티던 그녀의 가장 큰 기쁨은 축음기의 노래를 듣고 흥얼거리는 것이었다. 고통 속에서 음악이란 작은 행복을 쫓던 그녀는, 비극적이게도 어떤 백인에게 강간을 당하게 되는데, 이 사건은 홀로 카페에 앉아 그녀의 어린 시절을 떠올리며 가슴 아파하고 있는 나에게 더 큰 분노를 일으키게 한다. 그 이유인즉슨 피의자인 백인 남성은 처벌받지 않고 오히려 이 어린 소녀가 유혹을 했다는 죄목으로 감화원에 들어가게 되었기 때문이다. 


 01.jpg


2년 뒤에 출소 한 그녀는 사창가의 창녀가 되어 삶을 이어 가게 된다. 당시 나이 고작 13살. 우리 나이로 고작 중학생밖에 되지 않았을 터인데 말이다. 하지만 흙 속에서도 진주는 빛나는 법, 우리에게 훌륭한 음악들을 들려주기 위한 운명의 장난처럼, 그녀는 허름한 나이트클럽의 가수자리를 얻게 된다.


 처음 그녀가 노래를 불렀을 때, 클럽에 모여있던 사람들은 어떤 강렬한 이끌림에 하던 일을 일제히 멈추고 그녀의 목소리에 넋을 잃고 집중하였다고 한다. 필자도 라이브로 그녀의 목소리를 듣는 상상을 해보면…. 하 관능적인 말이 튀어나올 것 같다. 오르가즘을 느껴버릴 수도…. 흠흠 그렇게 그녀의 음색은 입소문을 타게 되고 빌리 할리데이란 이름으로 개명을 한 후, 본격적으로 음악 활동을 시작하게 된다. 언제나 머리에 하얀 치자꽃(거친 머릿결을 감추기 위함이라 알려짐)을 달고, 목소리가 아니라 온몸으로 노래하는 가수 빌리 할리데이는 단번에 재즈 팬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이때, 그녀가 얻게 된 별명 중 하나가 ‘기품 있는 할리데이’ 라는 뜻을 담은 ‘Lady day’이다.


 하지만 무대 위에서 Lady라 불렸던 그녀는 당시 팽배해 있던 인종 차별로 인해 언제나 뒷문으로 입장하였고, 무대에서 노래 할 때를 제외하고는 백인들에게 많은 모욕을 받으며 살아왔다고 한다. 이후, 그녀는 3번의 결혼과 3번의 이혼, 그리고 마약 복용으로 5번의 감옥살이 후 44세라는 길지 않은 생을 마감한다.


 어쩌면 이런 삶이 다 녹아든 것이 그녀의 목소리가 아닌가 싶다. 진한 듯 담담한 그녀의 목소리가 하는 말은 어쩌면 ‘다 괜찮다’가 아닐는지? 필자가 재즈에 대한 글을 쓰기 시작한 것도 아마 그녀로부터일 것이다. 좋은 음악을 끊임없이 찾아왔던 나에게 뛰어난 보컬능력을 떠나 사람 자체가 음악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알려 주었다고 해야 할까?  


 이번 글의 첫머리를 장식한 ‘Billie Holiday - I’m a fool to want you’라는 곡은 그녀의 유작 <Lady In Satin>에 수록된 우리에게는 가장 친숙한 곡이기도 하다. 각종 CF와 많은 영화의 OST에서 흘러나와 많은 이들의 가슴을 적시며 감동을 더 해 주었으니 필자가 친절하게 링크해 놓겠다. 다들 보리차와 양초라도 피어놓고 그녀의 목소리에 빠져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이다. 이 곡 외에 필자가 가장 사랑하는 곡으로 하나 더 소개하자면 ‘Glad to be unhappy’란 곡을 들 수 있다. 바이올린 소리로 시작하여 그녀가 읊조리는 가사를 천천히 음미해보면 비참한 그녀의 삶을 가장 잘 느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 곡만큼은 설명하지 않으려 한다. 가사와 더불어 친절히 번역하여 여러분의 이해를 돕도록 할 터이니, 독자들은 필히 한 번씩 들어보고 당시를 상상하며 감상한다면 나의 백 마디 글보다, 훨씬 잘 와닿으리라 생각한다.


“Billie Holiday - I'm A Fool To Want You”   https://youtu.be/rejizpNR20A

“Billie Holiday - Glad to be unhappy”     https://youtu.be/w4CH2lR1-c8


Glad to unhappy - Billie Holiday


Look at yorself.

그대 스스로를 봐요


If you had the sense of humor,

You would laught to beat the band.

Look at yourself.02.jpg


그대가 유머 감각이 있었다면

멋지게 웃어 넘겨버렸을 거에요

그대 스스로를 봐요


Do you still believe in rumor

that romance is simply grand?

그대는 여전히 로맨스가 즐겁다는 착각을 하나요?


Since you took it right on the chin,

you have lost that bright toothpaste grin.

그대가 그 사실을 받아들인 이후로 밝은 미소를 잃고 말았지요.


My mental state is all a jumble. I sit around and sadly mumble.

머리속은 엉망진창이고 빈둥거리며 슬프게 중얼거리죠.


Fools rush in, so here I am, very glad to be unhappy.

모르면 용감하다는 말은 내 이야기에요, 불행하게되어 기뻐요.


Unrequited love's a bore, and I've got it pretty bad.

But for someone you adore, it's a pleasure to be sad

상대가 몰라주는 사랑은 따분하고 난 처참히 겪고 있지요.

하지만 당신이 사랑하는 누군가를 위해서라면 나는 슬퍼하게되어 기뻐요.


Like a straying baby lamb with no mammy and no pappy,

I'm so unhappy,

but oh, so glad.

엄마 아빠 없는 길 잃은 새끼양처럼 나는 슬퍼요.

하지만 하. 난 기쁘지요.


사실, 이번 글을 쓰는게 참 힘들었다. 나의 개인적인 그녀에 대한 존경과 사랑이 너무 큰 나머지, 감정을 너무 드러내는 게 독자들 각자의 판단을 흐리는 것이란 생각도 하였고, 나에게 있어 너무나도 위대한 사람을 함부로 판단하여 말을 한다는 것이 조금은 부담스러웠음이 분명하다. 하지만, 그녀의 농도짙은 목소리를 만들어 낸 그녀의 삶을 조명하고 다시 누군가 생각해준다는 생각에 가슴이 벅차기도 한다. 다음시간에는 특별(?)판으로 최근 많은 사람들의 인기를 얻은 ‘위플래쉬’라는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려 한다. 필자는 3번이나 영화관을 찾아 봤을만큼 너무나도 재밌게 감상하였다. 영화의 비하인드 스토리와 음악 중간에 나오는 버디리치라는 드러머에 대한 이야기도 해보려 하니 설레는 다음시간 까지 환절기 감기 조심하였으면!


그럼, 총총!


List of Articles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수요일 만화를 보는 소년 - 사랑의 천사 웨딩 피치 file 호솜 2015.05.20 1731
화요일의 재즈이야기 - 빌리 할리데이 file 호솜 2015.05.19 579
월요일은 편집장입니다 - Mas que nada! 서울 재즈 페스티벌에서 절대로 놓치지 말지어다! '세르지오 멘데스' file 호솜 2015.05.18 773
[눈시칼럼] 전열보병 - 그들은 왜 그렇게 싸워야 했을까. file 호솜 2014.12.31 1514
[월요일은 편집장입니다] 아이돌의 크리스마스 쏭 file 호솜 2014.12.24 1141
[월요일은 편집장입니다] 메탈리카와 마리안느 페이스풀 file 호솜 2014.12.24 1636
[눈시칼럼] 만보산 사건 - 외국인 노동자와의 갈등 file 호솜 2014.11.16 1727
[Floyd의 음악이야기] 추모기사_유재하 음악의 의의 file 냉동보관 2014.11.05 1374
[까만자전거] 감성충만을 돕는 음악 사용 설명서 2 (Just Wanna Dance Tonight) file JYC 2014.10.28 1829
눈시칼럼 - 훈민정음, 한글이 되다. file 호솜 2014.10.01 1690
[Floyd의 음악이야기] 비긴어게인 file 냉동보관 2014.09.30 1398
[까만자전거] Melanie file JYC 2014.09.04 1530
[Floyd의 음악이야기] 음악이 빛나는 기대되는 영화 <Sin City 2> file 냉동보관 2014.09.02 1380
눈시칼럼 - [김유신 - 그가 사는 방식] file 호솜 2014.09.01 1614
03.[소품집] '그' file 호솜 2014.08.30 1434
[눈시칼럼] 성웅 - 충무공 이순신 file JYC 2014.08.01 1409
01.[소품집] 어머니의 최근 검색어 file 호솜 2014.07.30 1735
[까만자전거] 마법같은 일이 눈 앞에서 벌어지다 - She Rides With Witches file JYC 2014.07.10 1981
[눈시칼럼] '1차 세계대전, 그리고 지금' file 호솜 2014.07.01 1878
01.[소품집] 밑줄 친 책 file 호솜 2014.07.01 1640
Board Pagination Prev 1 ... 2 3 4 5 6 ... 7 Next
/ 7

로그인 정보

clos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