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취재
<2014 하비 페스티벌>
점점 추워지는 겨울 밤
추운 날씨만큼이나 차가워진 당신의 마음을 채워줄 취미거리가 하나쯤 있으신지.
없다면 골라 보시라..!
겨울은 커플의 계절이다. 겨울의 추위는 서로의 온기를 소중하게 여기게 만든다. 이런 온기, 커플, 크리스마.. 후, 말을 안 하련다. 앞에 언급한 기타 등등과 전혀 상관없는 필자는 긴 겨울밤을 보낼 대책을 찾기 위해서 누구에게 묻기보다 여기저기 검색을 하기 시작했다. 검색 창에 취미라는 단어를 집어넣었다. 나만 이런 고민을 하는 건 아니었다. 어떤 취미가 좋을까 하는 질문들이 이어졌다. 연관검색어에 ‘취미를 영어로’가 있었다. 정말 솔직하게 순간적으로 취미가 영어로 무엇인지 떠오르지 않아 검색해보았다. 아, ‘하비(hobby)’였지. 그간 받아온 교육들에 회의감을 느끼던 중 하비페스티벌이 눈에 들어왔다. 홈페이지를 보니 포스터가 귀여웠다. 꼭 나 같은 캐릭터가 프라모델, RC카 운전, 레고 조립, 뜨개질, 사진 찍기 등을 하며 여러 취미들과 고군분투하고 있었다. 머릿속이 환해졌다. 취미를 먼저 즐긴 선배들을 보고 배울 기회구나. 그 길로 영하의 추위를 뚫고 학여울역에서 열린 SETEC ‘2014 하비페스티벌’을 찾아갔다.
책을 좋아하는 본인은 책을 먼저 찾았다. 팝업북을 펼치니 호그와트 마법학교가 만들어지고, 이글루가 지어지고, 다스베이더가 광선검을 들이민다. 과학적으로 잘 짜인 전개도 아래 모든 것이 척척 움직이는 것 같다. 가판대에는 스타워즈, 트랜스포머 등 다양한 종류의 팝업북이 있었다. 하나 살까도 싶었지만 금세 포기했다. 왜냐하면 영어였거든. 이 취미의 결정적인 단점은 책이 모두 미국에서 왔다는 점이다. 책이 전부 영어로 되어 있어서 글에는 도저히 눈이 안 갔다. 그림만 볼 것이라면 추천이다. 물론 만국형통 바디 랭귀지를 구사할 줄 아는 사람이라면 이해는 그림으로도 충분하다. 아, 그림은 하이라이트에만 나오니 살짝 생략된 줄거리들을 조금은 양해하시길.
인형 수집
만지기도 아까운 인형들이 정말 많이 있었다. 구체관절인형, 아트토이, 바비 인형, 임동아 작가의 인형 등등. 각자의 위치에서 빛이 났다. ‘저 인형들, 내가 데려가면 내 방에서 긴 겨울밤 내내 나를 봐주겠지 ’ 신이 났다. 누군가 나를 바라봐 주는 기분을 느낄 수 있다니 마음이 벌써부터 따뜻해지는 것 같았다. 그러나 골방에 살고 있는 필자는 인형 친구들에게 공간을 내줄 여유가 없었다. 그 친구들도 나와 가까이 붙어 있는 건 아마 싫겠지... 다시금 슬퍼진다.
종이인형 조립
인형은 좀 큰가 싶어서 부피가 작은 아이들을 찾아봤다. 전개도에 따라서 종이 조각들을 조립하면 인형이 되는 저것. 새롭다. 맘에 안 들면 없애기도 쉽고(?) 여러모로 그냥 인형보다 나은 것 같다. 물론 외모는 조금 떨어지지만. 최종 완성형에는 건담도 있었다. 체험키트가 있어서 직접 만들어보았다. 전개도를 보는 순간 이건 안 되겠다고 생각했다. 옆에 앉은 초등학생으로 보이는 친구는 10분도 안되어 거북이 인형을 완성했으나 나는 10분 째 거북이의 얼굴을 문대고 있었다. 이거 한 장이면 밤을 샐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손재주가 없는 것이 좋은 점인가 하는 진지한 고민에 빠졌다.
요요
사람들이 모여 있어서 가보았더니 요요의 달인 윤종기 명인이 공연을 하고 있었다. 그의 현란한 손짓에 감탄하며 나도 그의 요요를 뺏어서 해보았다. 손목스냅을 활용하라는데, 뻣뻣하게 굳어진 손목으로 인해 실패. 명인이 싱글싱글 웃으며 요요로 예술을 할 때, 느꼈다. 컴퓨터를 끊으면 요요를 오래 할 수 있을까. 이 페스티벌에 오래 머물수록 지나온 삶에 대해 회의를 하게 되는 것은 왜일까.
드론
여기저기 정신없이 구경하다보니 갑자기 텔레비전 화면에 내 얼굴이 보인다. 알고 보니 드론 카메라로 촬영하는 거였다. 대한민국 과학기술의 발전의 혜택을 누리는 뿌듯한 기분에 사장님에게서 조종기를 달라 졸라보았다. 내 손안에서 마음대로 움직이는 이 조그마한 기계는 RC카와는 다른 기분이었다. 프로펠러 바람이 시원하여 여름에는 선풍기 대신 쓸 만하겠다. 생각보다 싼 가격에 혹했지만 추운데 밖에서 놀기도 애매하고, 골방에서 내 얼굴을 촬영하는 것도 내키지 않는 일이다. 물론 찍은 얼굴을 확인하는 일은 더 내키지 않는다. 드론 안에 들어와 줄 상대를 구하기 전에는 흡. 드론을 찾지 않을 것 같다.
16비트 게임
역시 나에게 가장 익숙한 것은 게임이다.
초등학교 시절 팩을 꽂아서 친구들과 웃으며 즐겼던 패미리 게임기가 눈에 띄었다. 실제로 페스티벌 안에서 마리오를 조종할 때 가장 즐거웠던 것 같다. 그러나 나의 골방에는 텔레비전이 없다. 진지하게 텔레비전 구매를 고민하게 되었다. 하필 찍은 사진 중에서 이게 제일 자연스러운 이유는 무엇인지.
게임이나 해야 할 운명인지 모르겠다.
하비페스티벌을 나오며
취미로 삼을 활동들은 많지만 골방의 한계를 뛰어넘을 수 있는 것은 많지 않았다.?역시 골방을 나와야 무엇이든 풀리는구나.?밖을 나오라는 계시를 받은 느낌이다.?그러나 소개팅에 나가서?‘취미가 뭐에요’라는 질문에 독서 감상이나 영화감상을 이야기하기보다?‘저 요요하는 남자에요' 또는 ‘ 드론 조종할 줄 아세요?’가 더 낫지 않을까.?인생을 재미있게 보내는 것도 노력해야 가능하다는 점을 깨달은 하루다.?겨울밤에 할 일 없는 사람들은 방바닥만 긁지 말고 뭐라도 해보자. 아,우선 골방부터 나오고 나서 말이다. 방 안에서 해결하려다가는 침대에서 개복치나 한 마리 기르다 겨울이 다 가버리고 말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