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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근위 연대의 신사들이여, 먼저 사격하시오.”

말씀은 고맙지만 우리는 먼저 사격하지 않겠소. 그쪽이 먼저 사격하시오.”

17455월 퐁트누아 전투에서 프랑스군과 영국군 사이에 있었던 일이다. 대화만 봐도 황당하다. 선공을 적에게 양보하는 이해할 수 없는 게 실전에서 벌어진 것이다. 당시 상황을 보면 더 황당할 것이다.

 

 당시는 총이 검, 창 등 구식 무기를 거의 대체했을 무렵이었다. 병사들은 총으로만 무장했고, 검과 창은 총검으로 총의 부속품이 되었다. 이후로도 총은 계속 발전했고, 보병의 주무기이자 전장의 주인공이 되어갔다.

 

 총의 장점은 멀리 있는 적을 조준해서 쏠 수 있다는 것이다. 현대의 보병들은 이 특성을 잘 살려서 최대한 숨어서 적을 조준해서 사격한다. 군복 역시 숲이면 숲, , 사막 등 주변의 환경에 숨기 쉬운 색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게 우리에게 익숙한 총을 이용한 전투일 것이다.

 

 하지만 이 시대는 아니었다. 병사들은 파랑, 빨강 등 화려한 원색으로 이루어진 군복을 입었다. 그리고 허리를 쭉 펴고 줄을 맞춰서 천천히 앞으로 걸어갔다. 자기에게 총을 겨누는 적군을 마주보며 말이다. 적이 총을 쏘면 그저 맞을 뿐이었다. 그렇게 당당하게 적의 앞으로 걸어갔고, 역시 서서 총을 장전하고 쏘았다. 적도 마찬가지였다. 퐁트누아 전투처럼 적에게 먼저 쏘라고 하는 일까지 있었다.;

 

 이렇게 전열을 이루어 싸웠다 해서 이들을 전열보병(Line Infantry)라고 부른다. 이들의 방식은 우리의 눈으로 보면 우스꽝스러울 것이다. 윗놈들은 그 좋은 총을 두고 병사들을 저렇게 죽으라고 보냈고, 병사들은 저렇게 싸우다 죽은 게 될 테니까. 하지만 그들 역시 그들 나름대로의 사정이 있었다.

 

 총은 지금처럼 빨리 쏠 수 있고 쏘는대로 잘 맞는 무기가 아니었다. 활보다 숙련병을 만들기 쉬웠지만 역시 훈련에 시간이 걸렸고, 한 번 쏘고 다음에 쏘기까지 시간이 너무 걸렸다. 이렇기에 초기의 총병은 구식 보병들처럼 밀집대형, 방진(方陣)으로 싸우게 된다. 앞열은 창으로 무장해서 적 기병을 막아내고 뒤에서 총병이 쏘는 것이다.

 

 시간이 흘러 총의 위력이 기병을 확실히 누를 정도가 되었고, 반대로 포병의 힘이 강해졌다. 구식 밀집대형으론 대포 한 방에 피해가 너무 커지게 된 것이다. 여기에 총검의 발명으로 창병을 따로 둘 필요가 없어지게 되었다. 이렇게 되면서 밀집대형에서 2~3줄의 횡대를 이루는 전열보병이 탄생하게 된다.

 

 이때의 총은 흑색화약을 사용해 연기가 너무 많이 나왔고, 두세번만 쏘면 앞을 제대로 보기 힘들 정도였다. 구식 총인만큼 정확도도 떨어졌고, 전쟁의 주력은 저격이 가능한 숙련병이 아닌 앞에 있는 거 쏘기만 해도 잘했다 할 병사들이었다. 이런 상황에선 흩어질 경우 도망치지나 않으면 다행이었고, 싸우더라도 적들에게 각개격파 당할 뿐이었다. 화력을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뭉쳐야 했다. 그리고 적을 더 많이 죽이기 위해선 더 가까이 접근해야 했다.

 

 이 때문에 전열은 그 무엇보다 중요했다. 이를 위해 가혹한 제식 훈련이 이루어졌다. 적의 총구가 바로 보이는데 앞으로 걸어갈 강심장이 얼마나 될까? 헌데 이게 가능한 병사들이 필요했던 것이다. 이 때문에 세뇌 수준으로 군기를 심었고, 온갖 폭행이 가해졌다. 그리고 이를 위해 민족주의 역시 깊게 심어졌다. 개인이 아닌 국가를 위해 싸우게 하기 위해서였다. 서양이 중세에서 근대로 넘어가던 그 시절, 국민이 곧 국가가 되어가던 그 시절, 바로 그 국가를 위해 목숨을 바칠 사람들을 양성해 갔던 것이다.

 

 총이 더 발전하면서 전열보병은 사라진다. 기관총으로 인해 서서 싸우는 게 불가능해졌고, 무전기가 발전하면서 명령을 내리기가 더 쉬워졌다. 교육과 훈련이 발전하면서 병사 개개인의 전투력도 올라갔고, 전술의 발전으로 이들을 더 잘 지휘하게 되었다. 이렇게 전쟁은 현대적인 모습으로 바뀌게 된다.

 

 여기서 생각해 볼 점은 과거의 사람들이 한 게 바보 같아 보이더라도 분명히 이유가 있었다는 것이다. 우리에겐 웃길지 몰라도 당시의 상황에 최대한 맞췄고, 그 시대에 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었다는 것이다.

 

 역사 속에서 있었던 사건, 그들의 방식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그들이 처한 환경을 아는 것이 중요하다. 물론 생명경시 등 보편적인 가치에 어긋나는 것은 비판해 마땅한 것이겠지만, 그들에게도 그렇게 하는 이유가 분명히 존재했으니까. 그것이 역사를 바르게 이해하는 태도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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