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취재
<멜로디 포레스트 캠프>
별천지.
말은 필요 없다. 와서 보라.
앞으로 그대와 함께 기차를 타고
윤종신, 박정현, 김범수
보고 싶다(?)면?
Ⅰ. 멜로디 포레스트 캠프 관객 분석
1. 미스틱 89에 대한 신앙심, Take My Money.
‘미스틱 89 믿습니까?’에 대한 대답이 들려온다. 공연장을 꽉 채운 관객들. 미스틱 89를 향한 아낌없는 믿음을 보여주는 풍경이다. 7월 29일, 미스틱 89가 처음으로 기획하는 대형 페스티벌임에도 불구하고 미스터리 티켓(블라인드 티켓) 예매가 10초 만에 매진되었고, 라인업에 공개 된 이후의 리미티드 티켓도 1시간 만에 완판 되는 기염을 토했다.
그리고 꽤나 비싼, 하지만 그 값을 했던 캠프권도 200동이나 마련했음에도 불구하고 매진되었다. 이건 완전 Take My Money.
연속된 티켓 완판에 멜로디 포레스트 캠프는 양질의 공연으로 보답하였고, 돗자리와 아이스박스 안 가득히 맥주를 준비한 관객들은 돈값하는 2일을 즐겼다.
2. 풀독 오른다. 돗자리 준비하자.
돗자리는 필수였다. 멜로디 포레스트 캠프는 대한민국 유일 ‘대중 음악 페스티벌’이라는 컨셉으로 기획한 공연이다. 뛰고 땀 흘리는 것보다, 자리에 누워서 아름다운 곡을 감상하기 위해 만들어진 자리. 오히려 땅바닥에 주저앉아야 제대로 맛을 즐길 수 있다.
3. 춥다. 마음이. 긴팔, 담요 필수
9월. 낮에는 더운데, 해 떨어지면 춥다. 환절기에 진행되는 야외 공연이기에 오들오들 떨면서 닭살을 드러내고 싶지 않다면 긴팔, 담요 필수. 단, 커플 제외. 걍 껴안고 봐라. 이젠 그러려니 한다. 그렇다고 일부러 안 챙겨오지 말고.
핫팬츠, (별생각 없이)치마를 입고 온 여성들에게도 음흉한 시선을 피하는데 안성맞춤.
4. 아이스박스 그리고 맥주
미니 아이스박스는 단연 제일 눈에 띄었던 아이템이다. 안의 내용물이 너무나 매력적이었다. 바로 맥주. 따뜻한 기온에 맥주 탄산이 목구멍의 점막을 때리는 순간, 흘리는 희열의 눈물을 상상해보자. 아…, 침 좀 닦고.
5. 선글라스와 양산
맨눈이 따갑다. 공연 관람에 햇살은 방해요소다. 음악과 함께 잠들고 싶은 이에게는 불면 장애를 일으킨다. 선글라스는 공연 관람에 최적이고, 양산은 편한 수면을 보장한다.
6. 카메라
찍을 시간에 감동과 소름을 안겨주는 목소리에 집중하는 것이 낫다. 사진은 우리에게 맡기도록.
Ⅱ. 멜로디 포레스트 캠프 풍경 스케치
1. 즐거웠던 수학여행
무대 맞은편으로는 참가자들을 위한 각종 이벤트 공간이 마련되어 있었다. 그 중, 종이에 소원을 적고 봉투 비슷한 자루(?)에 씌우는 게시대가 있었는데, 밤이 되면 은은하게 자신이 쓴 소원들이 나타났다.
초등학교 수학여행 이후로, 자신의 소원을 남들에게 공개한 적 없던 분들에게 한번쯤 추억을 되새겨볼 기회였다.
멜로디 포레스트 캠프만의 개성 있는 이벤트라고 말 할 수 있었던 열기구 체험! 매우 특별한 이벤트여서 줄이 길었다. 하지만 많이 기다린 만큼, 타고 올라갔을 때의 그 기분이 매우 묘하다. 그리고 짧다, 참.
3. 지금 이 순간.
한 쪽 구석에 낙서장이 마련되어 있었다. 이미 자신의 퓔을 충만하게 표현하신 분들이 많았기에 한쪽 구석탱이에 조그맣게 자신의 감정을 표현은 무슨, 과감히 지워버리고 자신의 흔적을 남겨보았다. 사실 조금밖에 안 지웠다.
Ⅲ. 무대 위의 사령관들. 나도 모르게 부동자세.
1. 다른 윤종신
이미 알고 있었지만 무대 위의 윤종신은 다르다. 좌중을 압도했다. 중간 중간에 악기를 교체할 때나, 잠시 멘트를 칠 때 나오는 예능감은 TV에서 자주 보던 그 익숙한 윤종신이 맞다.
그러나 아티스트 윤종신은 과연 페스티벌의 헤드라이너로서의 면모를 보여줬다.
‘왜 마지막에 안 나왔을까?’하는 의문에는 충분히 마지막 무대에 설 수 있었지만 공연에 와준 다른 가수들을 위해 메인 시간대를 통 크게 양보했다며, 자신의 대인배적 면모를 자랑했다.
2. 닭살 제조기 박정현
소름. 서늘한 날씨에 조금 움츠러들었던 몸이 한 번 더 부르르 떨다. 첫 곡부터 명곡 ‘꿈에’로 실제로 관객들을 꿈에 젖게 만들었다. 실제로 눈을 감고 잠꼬대 같은 신음 소리를 내는 몇몇 관객들이 있었다.
세이렌이 실존한다면 단연코 그 생물체는 단연코 박정현 이다. 공연 중간 중간에 서툰 한국말로 관객들에게 엉뚱한 대화를 시도하거나 대답 없는 자연물과 소통하는 박정현의 모습에 마치 귀여운 고양이를 본 듯한 표정을 짓는 관객들을 보면서 난 생각했다. 주화입마를 당한 것이 틀림없다고. 박정현의 목소리에는 마력이 깃든 것이 틀림 없다고.
3. 인간 피아노 김범수
그날따라 컨디션이 좋았던 건지. 아니면, 김범수가 ‘신’인 것인지 모르겠다. 어떻게 정확한 음정과 풍부한 감정이 그렇게 절묘한 배합으로 공존할 수 있는 것인지.
특히 모든 조명을 끄고 관객들에게 자라섬의 하늘에 반짝 반짝 빛나며 떠 있는 별을 볼 수 있는 여유를 선사하며, 김범수가 무반주로 불후의 명곡 ‘보고 싶다’를 부를 때는 과연 지금 얼마나 많은 커플들이 입을 맞추고 있을까하는 생각을 절로 들게 할 만큼 장면이 로맨틱했다.
4. 대중 가수의 꿈, 하림
2일차, 하림은 등장하자마자 팬들과 셀카봉으로 핸드폰 사진을 함께 찍으면서 유대감을 형성했다. 사진 촬영에 최악의 조건인 역광은 팬들과 무대 셀카를 찍기에는 최적의 환경이 되었다.
물론 공연 초반에 분위기를 끌어올리기 위하여 대표곡 '출국'. '여기보다 어딘가에', '사랑이 다른 사랑으로 잊혀지네'를 전부 소진한 뒤에는 팬들과의 소통에서 어려움을 겪는 듯 했으나, 곧 노련하게 극복하는 모습에 그의 이름을 들으면 닭 가슴살 브랜드만 떠오르는 현상이 곧 사라질 것이라는 믿음이 들었다.
5. 여전한 오빠들, 플라이투더스카이
브라이언은 의도적으로 환희를 ‘자기’라 부르면서 여성 팬들의 상상력
을 자극했고, 서로 투닥투닥 거리면서 공연을 이끌어가는 그들의 모습
에 남성 팬들은 정겨움을 느꼈다.주옥같은 명곡들을 가지고 있는
플라이투더스카이. 그날 그들이 불렀던 노래들 모두 관객들이 따라 부
를 수 있었다. Missing You, Sea Of Love, 너를너를너를 등등, 관객들
은 떼창으로 레전드로서 그들을 대우했다. 여전한 환희의 가창력과
브라이언의 입담. 듀오의 절묘한 콤비 플레이는 관객들에게 지난 날
플라이투더스카이가 여전히 생생히 살아있음을 각인시켜주었다.
6. 숨은 윌리(아이유)를 찾아라!
대중과 완전히 동화되고자, 자칭 페스티벌형 차림으로 캐쥬얼하게 자신을 드러낸 아이유. 이날, 백 스테이지에서 아이유를 찾고자 어둠을 헤매던 에디터는 끝내 아이유가 무대에 올라가기 직전까지 찾지 못했다고 한다.
하지만 그림자 분실술 뺨치는 패션과는 다르게, 그녀의 목소리는 자기가 왜 ‘아이유’인지 확실하게 보여주었다. 부인할 수 없는 힛트남바 ‘좋은날’ 로 관객들의 마음을 관통하더니, 백댄서들과 함께 귀여운 춤으로 모든 정신무장을 해제시켰다.
그때부터 관객들의 마음속에는 공연이 끝날 때까지 ‘아이유’, ‘아이유’, ‘아이유’ 이 세 글자가 지배했으리라.
Ⅳ. 자라섬의 또 다른 전설의 시작, 멜로디 포레스트 캠프
낮에는 축제의 뜨거움, 밤에는 서로의 온기를 확인할 수 있는 가을 초입에, 반짝반짝 빛나는 별과 잔잔한 강이 흐르는 자라섬에서 열린 페스티벌, 멜로디 포레스트 캠프. 자연과 함께하는 페스티벌이 어떤 것인지 관객들로 하여금 완벽하게 각인시켰다.
제1회라는 것이 믿기지 않을 만큼 성공적인 무대였던 만큼 앞으로의 행보가 기대하면서, 또 다른 대한민국 축제의 전설로서 성장하기를 바라며 자라섬을 떠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