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비호갱
그 가을, 식성이 분다.
- 음식과 다이어트, 그 치명적인 밀당 사이 -
음식과 밀당을 하는 나. 나 이 밥상 기다리며 밤새웠지.
밤새 설렜지. 그리고 증명했지. 나의 식성.
글 : 홍혜원(hyewon021@onair168.com)
삽화 : 오경진(kjtiffany@onair168.com)
편집 : 전민제(applause@onair168.com)
“설레잖아. 불길하다. 분명 다짐했다. 그리고 다시 한 번 다짐할 것이다. 먹지 않으리라고. 온갖 화려한 요리들이 눈과 코를 사로잡겠지만 흔들리지 않을 것이다.” 혹시 당신도 이렇게 식욕을 삭히고 있는 중인가? 이 가을 흔들리는 식욕으로 고뇌하는 우리 모두의 이야기를 전해본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추석같은 명절이나 제삿날만되면 음식의 향연이 펼쳐진다. 송편부터 전, 나물, 각종 고기반찬 그리고 과일들까지. 하나만 떠올려도 줄줄이 다른 것들이 생각나지만 우리는 애써 그 매혹적인 자태를 잊으려 노력한다. 아마도 음식의 실루엣을 마주하기 전까지 우리의 다짐은 굳건할 것이다. 아니 굳건해야만 한다. 그런데 자꾸만 다른 마음이 든다. ‘엄마가 애써서 만드신 음식인데 하나도 맛보지 않는 것은 도리가 아닐거야.’, ‘만들면서 하나쯤은 맛을 봐야하지 않을까? 간이 안 맞을 수도 있으니 꼭 맛을 봐야만 해.’ 여자의 마음은 갈대라고 했던가. 황홀한 음식의 유혹 앞에서 맥없이 흔들리는 동공이, 정절을 지키지 못하고 자꾸만 넘어가는 침샘이 부끄럽기만 하다. 이 모든 부끄러움을 무릅쓰고도 음식이 탐나는 것은 어찌할 수 없다. 드디어 우리의 손은 접시에 맞닿고, 아무도 신경 쓰지 않지만 누가 보기라도 하는 듯 한입 재빠르게 맛을 본다. 그나마 누구에게도 들키지 않고 먹은 것 같아 양심의 가책은 덜하다.
철저하게 수년 간 겪어본 경험들을 토대로 작성해 본 시나리오이다. 상상만 했을 뿐인데 눈앞에 훤히 무언가를 집어 먹고 있는 모습이 펼쳐져 있는 느낌이다. 음식 앞에서 무참하게 잃어버리는 우리의 이성. 붙잡을 방법은 없을까. 어마어마한 칼로리를 본다면 제어가 되려나. 슬쩍 본 칼로리 표에는 믿지 못할 숫자들이 적혀있었다. 송편 1인분 338kcal, 동태전 4개 300kcal, 잡채 191kcal, 쇠고기무국 266kcal... 밥상에 오르는 주요 반찬들은 세지도 않았는데 벌써 1000kcal를 넘었다. 하루 성인 여성 권장 칼로리가 평균최대 2000kcal라고 들었건만.
▲나의 추석 한끼 식사.... 왜 죄책감과 의지는 비례하지 않는단 말인가...
충격적이다. 약간의 배신감도 든다. 엄청나게 푸짐한 요리들은 아닌 것 같은데 칼로리가 왜 이리도 높은 것인지 모르겠다. 이렇게 투덜거리면서도 우리의 손은 계속해서 음식을 향해있다. 한 번 뻗은 손길은 기계마냥 멈출 줄을 모른다. 아무래도 칼로리 표는 잠깐의 정신적인 충격만 제공할 뿐 지속적인 효력이 없다.
먹는 것을 멈출 수는 없고 텔레비전 앞에서는 일어나기조차 싫어 엉덩이로만 움직인다. 움직일 방도는 딱히 없어 보인다. 운동은 하지 않을 것 같고 누워만 있다 보니 엄마의 잔소리만 들을 뿐이다. 집안일, 그나마 몸을 바닥에서 떼어낼 방법이기는 하다. 추석 음식의 거대한 칼로리를 모두 지워내려면 연휴 내내 집안일이 자신의 몫이 되겠지만, 혹시 모른다. 그 방법이 우리의 지갑은 두툼하게 얼굴은 홀쭉하게 만드는 일일지도.
▲ 이런식으로라도 죄책감을 덜어야 한다.
▲ 더 이상의 밥상 클리어는 nav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