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픈런
뮤지컬 ‘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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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웅인 듯 영웅 아닌 영웅 같은 너.
검은 망토 속 정체불명의 사나이가 더더욱 아리송하게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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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홍혜원(hyewon021@onair168.com)
사진 : 프레인 제공
편집 : 이혜원(hyou78@onair168.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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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Zorro is back. 조로가 돌아왔다. 그런데 어찌 된 게 예전의 조로 같지가 않다. 멋스럽기보다는 엉뚱하고, 대담하기보다는 소심하다. 악의 축이자 자신의 라이벌인 라몬을 처음 마주했을 때 말 한마디 못 붙이는 모습은 우리가 여태까지 상상했던 조로가 아니다. 기존의 조로를 떠올리며 본 뮤지컬을 찾은 관객들은 뜻밖의 모습들을 마주하게 될 것이다. 이 모든 것은 이번 뮤지컬에서 조로가 오리지널 조로가 아닌 ‘리부트 된’ 조로이기 때문이다. ‘리부트(Reboot)'. 컴퓨터를 켜면 열린 창 하나 없이 바탕화면만 뜨는 것처럼, 리부트 된 작품은 스토리의 큰 틀과 주요 인물만으로 이야기를 새롭게 구성한다. ’조로‘ 역시 이러한 과정을 거쳐 새롭게 태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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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금(?) 모자란 남자, 조로가 되다.
?2014년, 되돌아 온 조로는 기름기를 싹 빼고 유쾌함을 충전했다. 이 중심에 서있는 것은 디에고. 그는 고도의 경제 성장을 꿈꾸는 라몬에게 고통받는 시민들을 구해내고자 조로로 부활했다. 이전의 조로가 스스로 결의에 차 나타났다면 디에고는 세상이 바뀌길 원하는 조력자 이네즈에 의해 만들어졌다고 하는 것이 더 알맞다. 조로를 꿈꾸던 남자가 조로가 된다는 점에서 이번 ‘조로’는 평범한 인간 조로의 성장담을 보여준다.
영웅으로 성장하기에는 시간이 짧았던 탓일까. 조로로서 임무를 부여받은 디에고는 진중하고 믿음직한 영웅보다는 개구진 악동에 가깝다. 진지한 분위기에서도 그는 ‘드립’을 포기하지 못한다. 자신의 정체성을 보여주어야 하는 부분에도 “이 가면은 정품”이라고 맞받아치니 말이다. 위트 있는 영웅을 새로운 영웅상으로 내세운다면 기꺼이 받아들일 수 있지만, 라몬에 대한 두려움을 몰아내고 용기를 심어주는 그의 임무에는 유머보단 진중함이 조금 들어갔어야 하지 않았나 싶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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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Welcome to Zorro Show!
?이전의 조로가 멋진 액션 활극이었다면 이번 조로는 쇼에 가깝다. 우선 무대가 관객들의 시선을 압도한다. 극 내내 돌아가는 회전무대와 스크린, 마지막에는 실제 열차까지 동원되면서 관객들의 혼을 쏙 빼놓는다. 이에는 집시들의 현란한 춤사위도 한 몫한다. 회전무대에서의 동선들이 어지러웠을 법도 한데 배우들의 움직임은 일사분란하게 착착 맞아 들어간다. 칼싸움도 남달랐다. 춤을 결합시킨 칼 사위는 아이들은 물론 어른들까지도 “우와”라는 탄성을 내뱉게 만들었다. 관객들의 감탄을 만들어내기 위해 배우들이 얼마나 노력했을는지. 쉬이 상상하기가 어려웠다.
# 내겐 너무 가벼운 그, 괜찮아 사랑이야
?확실히 이전에 비해서 조로는 가벼워졌다. 영웅 이미지와 썸을 타는 듯한 ‘조로’는 기존의 강한 남성 이미지의 조로를 기대한 관객들에게는 아쉬움을 줄 것이다. 하지만 조금 모자라서 더욱 귀여운 조로는 오히려 볼수록 정이 간다. 인간미가 넘치기에 이전보다 더 매력적으로 느껴지기도 한다. 거기에 감초 같은 조연들과 함께 펼치는 유머코드는 ‘개그콘서트’ 못지않다. 열정적인 춤들은 보너스. 얼마나 뜨거운지 커튼콜엔 배우들이 무대에서 내려와 관객들과 춤판을 벌일 정도다. 조금 덜 진지하면 어떤가, 이렇게나 뜨겁고 유쾌한데! 괜찮다 모두, 사랑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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