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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속의 산재처리1.jpg



그 해 봄은 뜨거웠다. 그 봄은 그가 세 번째 임용고시에 떨어진 봄이었다. 그리하여 그는 탄핵규탄촛불집회의 한가운데 있었다. 그가 탄핵규탄촛불집회에 참가하는 것과 임용고시에 불합격한 것은 아무런 상관관계가 없다. 아무런 소리가 들리지 않는 것처럼 말없이 타는 촛불을 바라보며 앉아있었다. 전단지와 사람들의 웅성거림이 그를 스쳐 지나갔다. 그는 두 눈을 부릅뜨고 촛불을 노려보고 있었다. 촛불의 불꽃은 안과 바깥의 색깔이 달랐다. 겉불꽃은 주황색, 심지에 가까운 쪽은 초록색으로 타고 있다. 그의 현재상태는 촛불을 닮았다. 겉은 차분해 보였지만, 보로 막힌 강처럼 그의 마음은 초록색으로 눌어붙어 가고 있었다. 사람들은 자신에게 이익을 되는 것을 원하고, 올바른 것을 원한다. 이익 되는 것이 옳다고 믿는 사람, 옳은 것을 알지만 이익을 추구하는 사람, 손해를 감수하면서 옳은 것을 추구하는 사람도 있다. 그가 집회에 간 것은 이익이나 옳음 때문이 아니다. 그는 그저 혼자 있고 싶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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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백, 수천, 수만 개의 촛불이 모여 있는 모습은 그가 하나의 세계에 속해있다는 생각을 하게 만들었다. 촛불들은 꽃이었다. 그 꽃은 생생하게 살아 움직이고 있었다. 그런 생명력은 지난 월드컵 때 모였던 광장에서 느낀 것과 전혀 다른 종류였다. 그는 응원을 위해 광장에 모여 있는 사람들을 티비로 관찰하였다. 사람들은 빨간 옷을 입고 태극무늬를 얼굴에 그렸다. 견고함, 견고와 견고와 견고와 견고들이 모여서 물결을 이루고 있었다. 그는 티비를 금방 끄곤 했다. 그는 그것만으로도 조금 개운해졌다.


 그는 탄핵이 되어 권한이 정지된 대통령의 모습에서 자신을 보았다. 그는 그의 인생도 정지되었다고 생각했다. 그와 대통령의 닮은 점은 타인의 결정에 의해서 인생이 멈추었다는 점이다. 그러나 차이점은 권한을 대행하는 자가 없다는 것이었다. 인생을 대신 살아주는 이는 없다. 그는 선택의 순간에 놓여있었다. 대구에 있는 자신의 집에 내려가서 아버지의 유제품 유통사업을 물려받는 길이 하나 있다. 또 다른 길은 임용고시에 네 번째 도전을 하는 것이다. 그것은 살아가는 장소를 선택하는 문제였다. 대구와 서울. 서울과 대구. 대구에서 태어난 이는 대구적으로 말하고, 대구적으로 생각하고, 대구적으로 먹는다. 그렇게 대구인이 된다. 그는 어린 시절부터 그런 사람들이 모여 있는 대구가 싫었다. 그래서 그는 서울에서 공부를 하고 싶다고 이야기해서 중학교 시절부터 서울에 있는 고모네 집에서 중학교를 다녔다. 사업을 하는 아버지는 서울에 자주 왔다 갔다 했었다. 고모는 그를 신경 쓰지 않았다. 고모는 불임이었고 고모부는 대학교수로 지방에서 근무하였다. 그는 대학에 들어가고 난 뒤 한학기가 지난 뒤에 바로 군대를 갔다. 그 시절에도 지금처럼 서울이 싫어졌던 때였다. 강원도의 산골에서 철책을 지키며 그는 서울을 그리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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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는 이제 서울을 싫어했다. 시험도 떨어졌고, 여자 친구도 시험을 앞두고 떠나 버렸다. 그가 합격할 가망이 없다고 말하며, 여자 친구는 냉정하게 그를 떠났다. 그 때문에 그가 시험에 떨어진 것은 아닐 것이다. 그래서 그는 앞으로의 삶을 두고 고민을 하는 것이다. 아무런 이유도 없이 그는 공중에 붕 뜬 인생이 되었다. 아직 채 서른도 되지 않았다. 아무것도 모르던 20살에 다녀온 군대 덕분에 또래의 친구들에 비하면 아직 마음의 여유는 있었다. 여자 친구가 그에게 이별을 고할 때, 그는 마지막으로 여자 친구와 본 영화를 떠올렸다. 그는 여자 친구와 그해 크리스마스이브에 개봉한 실미도를 보았다. 실미도는 끔찍했다. 아마 그가 크리스마스이브에 그 영화를 보자고 했기 때문에 여자 친구가 헤어져야겠다는 생각을 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그 영화를 떠올렸던 것이다. 마지막에 버스를 타고 돌진하는 모습에서 그를 보았을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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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朴 我(근성형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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