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호>
공연사용설명서
<No more art>
No More Sunshine!!
뱀파이어는 여름 날 밖에 있는 사람을 말한다.
여자 친구가 뱀파이어로 변하기 전에,
오후에는 시원한 실내에서 타임머신을 타고,
저녁에는 녹음이 우거진 서울 숲을 걸어보자.
전시 일정 : 2014년 7월 3일-9월 28일 (매주 월요일 휴관)
관람 시간 : 오전 10:00-오후 7:00
전시 장소 : 갤러리아 포레 B2 더페이지 갤러리
주 차 장 : 갤러리아 포레 지하 주차장(유료). 전시 관람 시 1시간 무료.
가만히 서 있기만 해도 땀이 줄줄 흐르고, 숨이 막힌다. 하지만 그보다 더한 것은 여자 친구가 덥다고 스킨쉽을 피하는 것이다. 재앙이다.
끔찍한 재앙을 피하기 위해 당신은 필수적으로 에어컨이 빵빵한 실내를 찾아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에어컨도 빵빵하고 오래 걸어가면 안되고 재미도 있어야 되고 자기 취향에도 맞아야 한다는,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요구를 하는 애인을 만족시키는 게 어디 쉬운 일일까. 그런 당신에게 체험형 전시회 <No more art>를 추천한다.
화창한 날씨에 바람 쐬기 딱 좋은 서울 숲, 그 서울 숲 한 가운데 갤러리아 포레가 있다. “외계인 김수현이 여기 산데”. 그녀의 눈빛이 변한다. 자존심이 약간 상하지만 관심을 끄는데 성공했다. 한예슬도 살고 있다는 것에 위안을 삼자(?).
우리의 목적지는 갤러리아 포레 지하 2층의 ‘더 페이지 갤러리’이다. 서울 숲역 4번 출구, 뚝섬역 8번 출구와 인접해 있는 거리에 한양대, 시립대, 경희대를 지나는 121번 버스 등 대중 교통편이 좋다. 주차는 갤러리아 포레 지하 유료 주차장이 있다. 전시 관람 시 1시간 무료다.
하지만! 교통편이 좋다고 여유를 부리다가 약속시간에 늦는다면 애인의 무시무시한 콧구멍을 보게 될지도 모른다.
하늘을 찌를 듯한 건물의 높이에 당황하지 않고 건물의 A게이트로 들어간다. 그리고 지하 2층으로 내려가면 마치 소꿉놀이 세트라도 보는 듯한 귀여운 매표소가 있다. 현재 소셜커머스에서도 표를 구할 수 있다고 하니, 미리 구매해 가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표를 끊고 이제 본격적으로 No more art 속으로 들어가 보자.
No more art를 보려면 먼저 시간을 거꾸로 가는 기차를 타야 한다. 기장아저씨의 호루라기 소리를 들으며 잠시 타임머신을 탔다고 생각해 본다. 어어…. 막 시공간이 뒤틀리는 것 같아. 어지러워 자기야…. 헤헤.(슬쩍 기대본다)
환영한다. 여러분은 이제 격동의 근대 한국으로 도착했다! 기차 밖으로 한 발 내딛으면 국제시장의 상인들이 반갑게 맞이해준다.
쫀듸기(오타 아니다), 아폴로 같은 옛날 간식거리를 파는 정다운 상점과 막걸리 집, 여관, 공업사 등을 구경하다 보면 정말 시간이 거꾸로 간 느낌이 든다.
상인들과 대화도 나눌 수 있으니 더욱 더 현실감 만점! 또한 공업사 한 켠에 고풍스럽게 서 있는 포니 자동차에 직접 탑승도 해볼 수 있다.
상인들의 정겨운 생활모습을 보았으면, 이제 예술가들을 찾아 나설 차례다. 원활한 이해를 돕기 위한 도슨트의 설명은 주중 14시,17시, 주말 11시,14시,16시에 있으니 좀 더 자세한 관람을 원하는 독자 분들은 참고하길 바란다.
국제시장 거리 한 쪽으로 제비다방이 보인다. 제비다방은 시인 이상이 운영했던 공간으로 당시 예술가들이 열정을 불태웠던 공간이기도 하다. 열심히 고뇌 하며 시를 쓰는 이상의 모습을 보며 이상에게 궁금했던 점을 물어보자.
“오감도는 무슨 이야기인가요…?”
또한 운이 좋다면 ‘이런 시’의 주인공 금홍과 이상의 사랑싸움도 구경할 수 있으니, 슬쩍 한 마디 귀여운 참견을 해도 좋다.
제비다방을 나와 골목을 돌아가면 열심히 그림을 그리고 있는 화가 박수근을 만날 수 있다. 평범한 사람들의 소박한 생을 그렸던 박수근. 저희도 한 번 그려주시겠어요…?
당시 시대가 정해준 여성의 모습을 거부한 신여성 나혜석의 방을 찾아가면 그녀가 문학을 낭송하는 모습과 이혼고백장을 당당하게 연설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시대를 앞서간 나혜석을 보면서 “여자는 혼자 살 수 있지만, 남자는 혼자 살 수 없다.”라고 말씀하신 어머니의 말씀을 되새겨보자.
화가 이중섭이 전쟁을 피해 아내와 두 아들과 살을 맞대고 지냈던 제주도의 한 평 남짓한 방까지 구경하고 나면, 이제 시간여행은 끝! 현대로 돌아갈 시간이다. 그런데 뭔가 아쉽지 않아…? 우리 뭔가 놓친 것 같아…!
바로 지금껏 지나온 근대 거리 곳곳에 유니세프 이벤트가 있었다는 사실! 거리마다 숨겨진 유니세프 사진을 찾으면 소정의 상품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이 이벤트는 주말 한정 이벤트라는 것, 꼭 기억하길 바란다.
백남준의 ‘플럭서스로의 초대’를 시작으로 현대 미술 전시가 시작된다. 죽은 친구와 모차르트의 혼을 달래주기 위해 제작된 작품이라는데, 봐도 여전히 모르겠다.
다만 압도적인 비주얼과 혼란스러운 영상에서 묘하게 느껴지는 질서가 작품을 계속 보게끔 만든다.
TV를 캔버스로 사용한, 현대에서만 시도할 수 있는 예술이니 방금 보았던 근대의 작품들과 비교하여 더 흥미롭게 관람해도 좋을 것이다.
현대전은 예술 제작 도구부터 이미 상식을 파괴한다. 백남준이 TV라면 김중만은 카메라다. ‘카메라로 그린 수묵화’는 중랑천 뚝방 길의 모습을 담고 있다. 마치 실제 수묵화를 보는 듯 하지만 사진이라는 사실! 어떻게 사진이 수묵화처럼 보일 수 있을까?
팝아트를 다시 자신만의 방법으로 재해석한 리처드 패티본. 나 이거 뭔지 알 것 같아! 전시회에서 아는 작품을 보면 왠지 굉장히 반갑다(?). 왠지 모를 자신감으로 리차드 패티본의 작품을 보고나면 지금껏 봤던 것과는 다른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다. 바로 가구를 통해 예술을 표현한 아트 퍼니쳐이다.
네모난 형태를 이용해 가장 효과적이고 실용적인 가구를 만든 르 꼬르뷔지에와 물이 흘러가는 듯한 모양의 피터 줌터의 작품.
또한 우리에게 꼼 데 가르송 디자이너로 잘 알려져 있는 레이 가와쿠보의 아트퍼니쳐가 전시되어있다.
아트 퍼니쳐를 보고 나면, 현대 미술의 살아있는 전설 데미안 허스트의 작품을 만나게 된다. 예술도 종교처럼 될 수 있음을, 또한 예술에 의한 치유를 표현하고자 했던 데미안 허스트의 작품을 보며 수많은 알약에 의미를 부여해 보자.
동양적인 여백의 미를 살린 미국 예술가 샘 프란시스의 광활한 작품을 보면 그야말로 입이 떡 벌어진다. 투병 중에도 어깨에 붓을 묶고 그렸다는 작품을 보며 왠지 동양의 수묵화 같기도 하다는 생각이 든다. 여담인데, 실은 샘 프란시스에게 일본인 배우자가 있었다고 한다.
대중에게 친숙한 기호인 한자와 이모티콘을 이용하여 작품을 더 수월하고 자유롭게 해석할 수 있게 만든, 쉬운(?) 쉬빙의 작품. 그냥 평범한 한자 같…지만! 정녕 저것이 한자로 보인단 말인가? 자세히 보자.
이건 평범한 한자가 아니야 특급 알파벳이야…! 천천히 들여다보면 한자인 줄 알았던 것이 A, B, C, D 알파벳으로 보이기 시작할 것이다. 그럼 한 번 잘 엮어서 읽어보자. 음… 그러니까… Let it be!
이것 말고도 쉬빙의 작품에는 이모티콘으로 표현한 남자의 하루가 있다. 이모티콘으로 쓰여진 한편의 소설을 각자의 시각으로 해석해보자. 막장 불륜 드라마 시나리오가 될 수도, 무라카미 하루키의 소설이 될 수도 있다.
이 작품들은 쉬빙이 말한 ‘천서’와 반대의 의미인, 어느 세계인이라도 해석할 수 있는 ‘지서’임을 기억하자.
즐거운 관람이 끝났다. 아쉬움을 뒤로 하고 더 페이지 갤러리를 나서면, 뜨거운 해는 저물어 가고 서울 숲의 시원한 바람과 신선한 공기가 여러분을 맞이할 것이다. 이제 땀난다고 손도 안 잡진 않겠지?
서울 숲의 우거진 녹음과 곳곳에 있는 그늘은 자연이 만들어준 선크림이자 뱀파이어 바이러스 백신이다. 서울 숲이 만들어주는 여름날의 적절한 날씨에 오붓이 산책로를 걷다보면 연인과의 사랑의 온도는 높아져만 갈 것이다.
더운 여름날, 데이트 코스로 고민하는 전국의 <채널168> 남성 애독자들이여. 뜨거운 태양이 기승을 부리는 오후에는 체험형 전시회 <No more art>에서 타임머신을 타고, 기세가 약해져가는 저녁에는 서울 숲에서 시원한 여름 데이트를 즐기시길 바란다!
-끝-